<차칸남자> 한재희가 이제 삼십 대, 서은기가 이십 대라고 볼 때 한 가지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 한재희는 어머니가 될 연령이 아니다. 딸 서은기의 나이에 비해 어머니 한재희의 나이가 너무 젊다. 왜일까. 한재희가 새어머니이기에 그렇다. 아버지의 후처로 들어온 한재희를 서은기는 못마땅하게 여기고, 한재희 역시 의붓딸의 약점잡기에 골몰함으로 한재희는 두 명의 적이 있는 셈이다.

▲ <차칸남자> 한재희가 이제 삼십 대, 서은기가 이십 대라고 볼 때 한 가지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 한재희는 어머니가 될 연령이 아니다. 딸 서은기의 나이에 비해 어머니 한재희의 나이가 너무 젊다. 왜일까. 한재희가 새어머니이기에 그렇다. 아버지의 후처로 들어온 한재희를 서은기는 못마땅하게 여기고, 한재희 역시 의붓딸의 약점잡기에 골몰함으로 한재희는 두 명의 적이 있는 셈이다. ⓒ KBS


이제 갓 방영 2회차를 맞은 KBS 2TV <차칸남자>는 대립이 드라마를 이끄는 주요한 동인이 되는 드라마다. 주인공 강마루(송중기 분)와, 그가 사랑했던 옛 여자 한재희(박시연 분)의 대립 외에도 다른 대립이 하나 더 있다. 한재희와 그의 딸 서은기(문채원 분)의 대립이다.

한재희가 이제 삼십 대, 서은기가 이십 대라고 볼 때 한 가지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 한재희는 어머니가 될 연령이 아니다. 딸 서은기의 나이에 비해 어머니 한재희의 나이가 너무 젊다. 왜일까. 한재희가 새어머니이기에 그렇다. 아버지의 후처로 들어온 한재희를 서은기는 못마땅하게 여기고, 한재희 역시 의붓딸의 약점잡기에 골몰함으로 한재희는 두 명의 적이 있는 셈이다. 하나는 옛 연인인 강마루이고 다른 하나는 의붓딸인 서은기다.

그런데 의붓어머니라는 설정은 <차칸남자>만의 고유한 설정이 아니다. SBS <다섯 손가락>도 마찬가지다. <다섯 손가락>의 채영랑(채시라 분)은 유지호(주지훈 분)에게 의붓어머니다. 친어머니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유지호에게 잘 대해주는 이가 채영랑이다.

하지만 유지호에게 웃으며 따스하게 대하는 채영랑은 속으로는 칼을 품고 있는 계모다. 자신의 친아들이 회사를 이어받게 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유지호를 낙마시킬까 하는 계략을 꾸미는 교활한 계모다.

MBC <메이퀸>도 마찬가지다. 주인공 천해주(김유정 분)에게 서슴없이 욕설을 퍼붓고 구타도 서슴치 않던 조달순(금보라 분) 역시 천해주의 진짜 엄마가 아니지 않던가. 최근 방영분에서야 천해주의 고마움을 뒤늦게나마 알고 장도현(이덕화 분)에게 천해주는 자신이 낳은 딸이라고 거짓말을 하지만, 그 전까지만 하더라도 현대판 콩쥐팥쥐 속 새엄마 마냥 한없이 천해주를 못살게 굴던 이가 조달순이다.

<메이퀸> 최근 드라마 <차칸남자>와 <메이퀸>, 그리고 <다섯 손가락>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일련의 ‘계모’ 캐릭터 설정은 대체 무얼 의미할까. 이전 기사에서 드라마나 영화는 사회구성원의 심리와 무관하지 않다고, 집단의식을 반영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드라마 속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계모 캐릭터 역시 대중의식또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 <메이퀸> 최근 드라마 <차칸남자>와 <메이퀸>, 그리고 <다섯 손가락>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일련의 ‘계모’ 캐릭터 설정은 대체 무얼 의미할까. 이전 기사에서 드라마나 영화는 사회구성원의 심리와 무관하지 않다고, 집단의식을 반영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드라마 속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계모 캐릭터 역시 대중의식또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 MBC


지상파 3사서 동시에 '계모' 캐릭터 등장...무슨 의미일까

드라마나 영화는 사회구성원의 심리와 무관하지 않다. 작품을 소비하는 이들의 집단의식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계모 캐릭터 역시 대중의식 또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면 이렇게 세 드라마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일련의 '계모' 캐릭터 설정은 대체 무얼 의미할까.

먼저, 요즈음의 가족 관계와 관련이 있다. 요즘은 부부의 이혼이나 재결합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사회다. 예전처럼 가치관이 서로 다른 남녀가 정 하나 때문에, 피붙이 하나 때문에 죽지 못해 한 이불 속에서 사는 세대가 아니다.

이혼은 예전처럼 인생의 주홍글씨로 남지도 않는다. 가치관이 맞지 않다면, 더 이상 사랑하지 않으면 굳이 부부라는 굴레에 갇혀 살지 않아도 된다. 이혼으로 헤어진 남녀가 다른 짝을 만나 재결합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드라마 속에서 새삼 계모 코드가 부각하는 건 이러한 이혼과 재혼이라는 우리네 가정관의 세태를 반영한다.

가정이 깨지고 다시 결합하는 과정 속에서 발생하는 '새엄마' 또는 '새아빠'는, 드라마라는 가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개념이 아니라 현실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 사례다. 드라마는 일정 부분 시청자의 현실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다섯 손가락> 가족주의라는, 그간 영상물 가운데서 최고로 수호해야 할 가치관이던 가족주의에 금이 가게 만드는 드라마 속 새엄마와 생모의 자식 사이의 갈등의 첨예화는, 지금 시청자의 가족마저 이전처럼 공교하지 못함을 반영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애처로운 가족주의, 드라마 속 새엄마와의 갈등은 우리 현실의 가족주의의 위태로움을 반영하는 사례다.

▲ <다섯 손가락> 가족주의라는, 그간 영상물 가운데서 최고로 수호해야 할 가치관이던 가족주의에 금이 가게 만드는 드라마 속 새엄마와 생모의 자식 사이의 갈등의 첨예화는, 지금 시청자의 가족마저 이전처럼 공교하지 못함을 반영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애처로운 가족주의, 드라마 속 새엄마와의 갈등은 우리 현실의 가족주의의 위태로움을 반영하는 사례다. ⓒ SBS


이는 가족주의로 이뤄져 왔던 공동체가 이전처럼 공교하지 못함을 반증하는 현상이다. 그간 가족주의는 사회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던 핵심적인 가치관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일련의 작품들에서 새엄마로 말미암아 생모의 자식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내용이 담겨있다는 것은 그간 소중한 가치관으로 여겨오던 가족주의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는 걸 의미한다. 또한 가족주의가 어려움을 겪는다는 건 가족 안에 새로운 적이 생긴다는 걸 의미한다.

생모의 자식 입장에서는 가족 안의 적이 새엄마가 되겠지만, 반대로 새엄마의 프레임으로 보면 새로운 적은 예전 생모의 자식일 수 있다. <다섯 손가락>속 채영랑의 사례가 대표적인 사례다.

가족주의에 금이 가게 만드는 드라마 속 새엄마와 생모의 자식 사이의 갈등의 첨예화는, 지금 시청자의 가족마저 이전처럼 공교하지 못함을 반영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애처로운 가족주의, 드라마 속 새엄마와의 갈등은 우리 현실의 가족주의의 위태로움을 반영하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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