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칸남자> KBS 2TV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차칸남자>(이하 <차칸남자>)의 처음 부분만 보면 영락없는 메디컬 드라마다. 강마루(송중기 분)는 석민혁(조성하 분)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한 병명을 정확히 알아낼 정도로 발군의 의학적 재능을 가졌다. 적어도 이 점만 보면 <차칸남자>는 <골든타임>과는 대척의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 <차칸남자> KBS 2TV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차칸남자>(이하 <차칸남자>)의 처음 부분만 보면 영락없는 메디컬 드라마다. 강마루(송중기 분)는 석민혁(조성하 분)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한 병명을 정확히 알아낼 정도로 발군의 의학적 재능을 가졌다. 적어도 이 점만 보면 <차칸남자>는 <골든타임>과는 대척의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 KBS


KBS 2TV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차칸남자>(이하 <차칸남자>)의 처음 부분만 보면 영락없는 메디컬 드라마다. 강마루(송중기 분)는 석민혁(조성하 분)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한 병명을 정확히 알아낼 정도로 발군의 의학적 재능을 가졌다.

적어도 이 점만 보면 <차칸남자>는 <골든타임>과는 대척의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골든타임>은 개인이, 설사 그 사람이 최인혁(이성민 분)처럼 아무리 뛰어난 의사라 한들 병원이라는 메커니즘 안에서 발군의 역량을 발휘하기에는 한계가 극명하게 있음을 조명하는 드라마다.

하지만 <차칸남자>는 다르다. 강마루라는 똑똑한 예비 의사가 병원에 입성한다면 그를 직원으로 채용하는 병원은 천군만마를 얻는 것과 마찬가지일 거라는 시선에서만큼은 <골든타임>과 대척관계에 있음이 분명하다.

뮤지컬 팬이라면 <차칸남자>가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와도 공통점이 있다는 걸 눈치 챌 수 있다. <차칸남자>의 강마루는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살인 혐의를 한재희(박시연 분)를 대신하여 뒤집어쓰고 5년 동안 옥살이를 한다.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속 시드니 칼튼은 사랑하는 여자의 남편 대신 단두대에 오른다. 강마루건, 시드니 칼튼이건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죄를 대신하여 뒤집어쓴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차칸남자> <차칸남자>는 강마루의 사연을 보여주지 않는다. ‘과정’ 자체가 아예 없다. 강마루가 어느 만큼 한재희를 사랑했는가에 대한 ‘과정’을 보여주지 않고 한재희를 대신하여 살인 혐의를 뒤집어쓴다거나 아픈 동생을 뒤로 한 채 한달음에 달려온다는 설정은 ‘결과’만 보여주는 것이다.

▲ <차칸남자> <차칸남자>는 강마루의 사연을 보여주지 않는다. ‘과정’ 자체가 아예 없다. 강마루가 어느 만큼 한재희를 사랑했는가에 대한 ‘과정’을 보여주지 않고 한재희를 대신하여 살인 혐의를 뒤집어쓴다거나 아픈 동생을 뒤로 한 채 한달음에 달려온다는 설정은 ‘결과’만 보여주는 것이다. ⓒ KBS


또 <차칸남자>는 주말드라마 <다섯 손가락>과 궤를 같이할 가능성이 높다. <다섯 손가락>의 초반부 설정이, 불에 갇힌 어머니 채영랑(채시라 분)을 양아들인 유지호(주지훈 분)가 구하지 않고 내버려 둔다는 건 의붓어머니에게 모종의 '복수'를 감행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장면이다.

<차칸남자> 역시 비행기에서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서은기(문채원 분)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강마루에게 서은기의 의붓어머니 한재희가 고마워하기는커녕 냉소적으로 대한다. 한재희를 위하여 대신 감옥까지 대신 다녀온 강마루를 한재희는 고마워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런 강마루에게 한재희가 냉소적이라는 건, 한재희가 강마루에게 감사하지 않고 도리어 그를 이용했음을 드러내는 장면이다. 한재희에게 이용당한 강마루가 어떤 방식으로든 한재희에게 복수를 감행할 것임을 암시하는 장면이다. <차칸남자>와 <다섯 손가락>을 하나로 묶어주는 맥락인 '복수'라는 키워드가 극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임이 분명하다.

결과부터 보여준 강마루, 사연이 알고 싶다

그러나 <차칸남자>를 이렇게 다양한 드라마나 공연과 비교해 볼 때 공유점을 갖는 점, 혹은 대척 관계에 있다는 걸 논외로 하고 첫 회 방영분만 볼 때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 장면과 장면 사이를 이어주는 매듭이 촘촘하게 묶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강마루의 여동생 강초코(이유비 분)는 몸이 약하다. 오빠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하여 심하게 아프지 않은 한 아프다는 티를 내지 않는 속 깊은 동생이다. 하지만 여동생이 아프다고 오빠에게 털어놓을 때에도 강마루는 여동생을 병원에 먼저 데려다주고 한재희에게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동생은 나 몰라라 하고 한재희에게 먼저 달려간다.

강마루가 한재희를 대신하여 살인 혐의를 뒤집어쓰는 설정도 매한가지다. 누군가를 대신하여 죄를 뒤집어쓴다는 건, 설사 불알친구라 하더라도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럼에도 강마루가 한재희의 살인을 뒤집어쓴다는 건 그만큼 강마루에게 한재희가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보여준다.

<차칸남자> ‘첫 술에 배부르랴’는 속담이 있다. 예고편에는 강마루와 한재희가 얼마만큼 죽고 못 살 정도로 사랑하는 사이였나를 보여주는 장면이 암시된다. 하나 시청자가 드라마에 몰입하기 위해서라면, 사건의 ‘결과’만 보여주는 것이 아닌 납득할만한 ‘과정’도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차칸남자> ‘첫 술에 배부르랴’는 속담이 있다. 예고편에는 강마루와 한재희가 얼마만큼 죽고 못 살 정도로 사랑하는 사이였나를 보여주는 장면이 암시된다. 하나 시청자가 드라마에 몰입하기 위해서라면, 사건의 ‘결과’만 보여주는 것이 아닌 납득할만한 ‘과정’도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 KBS


그럼에도 <차칸남자>는 강마루의 사연을 보여주지 않는다. '과정' 자체가 아예 없다. 강마루가 얼마만큼 한재희를 사랑했는가에 대한 '과정'을 보여주지 않고 한재희를 대신하여 살인 혐의를 뒤집어쓴다거나 아픈 동생을 뒤로 한 채 한달음에 달려온다는 설정은 '결과'만 보여주는 것이다.

캐릭터의 '결과'만 보여주는 장면은 그 외에도 추가로 있다.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나온 강마루가 꽃뱀의 뒤통수를 칠 만큼의 제비가 된 '과정'이 빠져있다. 이로 인해 시청자는 착한 남자 강마루를 보다가 어느 순간 제비로 급격하게 변하는 동선에 적응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첫 술에 배부르랴'는 속담이 있다. 예고편에는 강마루와 한재희가 얼마만큼 죽고 못 살 정도로 사랑하는 사이였나를 보여주는 장면이 암시된다. 앞으로 시청자가 드라마에 몰입하기 위해 납득할만한 과정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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