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공민왕과 대립관계에 있는 기철(유오성 분)의 입장에서 유은수는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나 다름없는 캐릭터다. 앞으로 어떤 일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를 아는 유은수를 자기 사람으로 만든다면 기철에게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나 다름없는 이득이다. 역사를 아는 유은수는, 고려 시대에는 없는 현대 의술을 가진 ‘신의’라는 존재감과 더불어 미래를 아는 ‘예언자’적 존재로도 매력 있는 캐릭터다.

▲ <신의> 공민왕과 대립관계에 있는 기철(유오성 분)의 입장에서 유은수는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나 다름없는 캐릭터다. 앞으로 어떤 일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를 아는 유은수를 자기 사람으로 만든다면 기철에게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나 다름없는 이득이다. 역사를 아는 유은수는, 고려 시대에는 없는 현대 의술을 가진 ‘신의’라는 존재감과 더불어 미래를 아는 ‘예언자’적 존재로도 매력 있는 캐릭터다. ⓒ SBS


<대왕의 꿈> 같은 정통 사극도 있기는 하지만 요즘 사극 드라마의 대세는 정통 사극이 아닌 퓨전 사극이다. 아니, 시선을 살짝 영화로 돌려보아도 마찬가지다. <나는 왕이로소이다>나 <광해, 왕의 된 남자> 모두 세종대왕과 광해군을 그리되 정통 사극은 아니지 않던가.

월화드라마 <신의>도 퓨전 사극이긴 마찬가지다. 퓨전 사극이되 얼마 전 종영한 <닥터진>처럼 타임슬립을 다룬다. 현대의 의사가 과거 속으로 들어가 활약하는 타임슬립 말이다. <신의>의 유은수(김희선 분)는 지난 방영분에서 충수염으로 고생하는 소년 한 명을 살린다.

한데 살리지 말았어야 할 사람을 살린 걸까. 충수염을 앓던 소년은 다름 아닌 이성계였다. 우리가 역사책에서 배운 대로라면 이성계는 공민왕(류덕환 분)과 최영(이민호 분)의 잠재적인 '적'이다.

고려를 멸망시키는 것도, 최영을 제거하는 것도 모두 이성계에 의해 이뤄지는 일들이다. 유은수가 이성계를 살림으로, 앞으로 최영의 명줄을 재촉할 사람을 유은수가 살린 셈이 된다. 최영과 공민왕의 앞날을 역사를 통해 이미 아는 유은수의 입장으로서는 참으로 난감할 뿐이다.

공민왕과 대립관계에 있는 기철(유오성 분)의 입장에서 유은수는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나 다름없는 캐릭터다. 앞으로 어떤 일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를 아는 유은수를 자기 사람으로 만든다면 기철에게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나 다름없는 이득이다. 역사를 아는 유은수는, 고려 시대에는 없는 현대 의술을 가진 '신의'라는 존재감과 더불어 미래를 아는 '예언자'적 존재로도 매력 있는 캐릭터다.

한데 미래를 궁금하게 생각하는 캐릭터는 비단 기철만이 아니다. <닥터진> 속 흥선대원군(이범수 분)도 진혁(송승헌 분)이 아는 조선의 미래를 궁금해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유은수와 진혁은 현대 의술이라는 첨단 의술을 가진 의사이자 동시에 미래를 미리 아는 예언자의 능력도 가진 캐릭터이기에 기철이나 흥선대원군의 입장에서 보면 결코 놓칠 수 없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닥터진> 한데 미래를 궁금하게 생각하는 캐릭터는 비단 기철만이 아니다. <닥터진> 속 흥선대원군(이범수 분)도 진혁(송승헌 분)이 아는 조선의 미래를 궁금해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유은수와 진혁은 현대 의술이라는 첨단 의술을 가진 의사이자 동시에 미래를 미리 아는 예언자의 능력도 가진 캐릭터이기에 기철이나 흥선대원군의 입장에서 보면 결코 놓칠 수 없는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 <닥터진> 한데 미래를 궁금하게 생각하는 캐릭터는 비단 기철만이 아니다. <닥터진> 속 흥선대원군(이범수 분)도 진혁(송승헌 분)이 아는 조선의 미래를 궁금해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유은수와 진혁은 현대 의술이라는 첨단 의술을 가진 의사이자 동시에 미래를 미리 아는 예언자의 능력도 가진 캐릭터이기에 기철이나 흥선대원군의 입장에서 보면 결코 놓칠 수 없는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 MBC


그런데 타임슬립이 일어나는 이 퓨전 사극들, <닥터진>과 <신의> 가운데 시대적 상황을 면밀하게 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두 의사들 모두 '한 시대의 후반기'에 타임슬립을 했다는 점이다. <신의>에서 유은수가 타임슬립한 시대는 고려 전기나 중기가 아닌 공민왕 치하의 고려 말기다. <닥터진> 역시 조선 전기나 중기도 아닌 흥선대원군이 다스리던 조선 말기다.

타임슬립 치고는 우연의 일치일까. 한 시대의 말기를 장식하는 왕들의 시대에 현대의 의사가 타임슬립한다는 요즘 퓨전 사극은, 역사를 교정하고자 하는 대중의 심리를 반영한다. 역사를 교정한다는 건, 역사 속 왕인 공민왕이나 흥선대원군이 만일 이렇게 다스렸더라면 역사는 저렇게 바뀌었을 것이다' 하는 심리를 일컫는다.

유은수와 진혁이라는 의사 캐릭터를 통해, 시대 말기의 격변기를 치세했던 통치자이던 공민왕과 흥선대원군이 만일 이렇게 국정 운영을 했다면 역사는 이렇게 바뀌었을 것이라는 교정적인 시각 말이다.

역사적 격변기 가운데서 역사를 교정하고자 하는 시각은, 지금 우리가 사는 현대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걸 잠재적으로 의미한다. 지금 사회가 대중에게 만족감을 보장하는 사회라면 유은수와 진혁이 굳이 격동의 시대말 속으로 타임슬립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이들이 공민왕이나 흥선대원군의 시대로 타임슬립한다는 건, 만일 흥선대원군이나 공민왕이 이렇게 나라를 다스렸다면 역사 자체가 바뀌고, 결국 이는 우리가 사는 현대도 다르게 바뀌었으리라는 기대감을 반영한다.

역사가 바뀜으로 현실이 바뀔 것이라는 이러한 드라마 속 기대감은, 역설적으로 우리가 지금 몸담는 사회가 만족스럽지 못한 사회임을 심리적으로 반영한다. 만일 지금 이 사회가 만족스럽다면 타임슬립으로 날아간 의사가 이전 역사를 바꿈으로 말미암아 현대를 바꾸고자 하는 교정적 시각은 태동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광해, 왕이 된 남자> 비단 역사를 바꾸고 싶은 교정적 시각의 반영은 드라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광해, 왕이 된 남자>에도 이러한 교정 심리는 극명하게 반영된다. 만일 광해군 행세를 하는 하선(이병헌 분)처럼 당시 광해군이 명에 대한 사대주의적 외교가 아닌, 당시 청이라는 신흥 강국과 실리적인 외교를 펼칠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면, 역사 가운데서 병자호란은 일어나지 않았으리라는 교정적인 심리가 반영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 <광해, 왕이 된 남자> 비단 역사를 바꾸고 싶은 교정적 시각의 반영은 드라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광해, 왕이 된 남자>에도 이러한 교정 심리는 극명하게 반영된다. 만일 광해군 행세를 하는 하선(이병헌 분)처럼 당시 광해군이 명에 대한 사대주의적 외교가 아닌, 당시 청이라는 신흥 강국과 실리적인 외교를 펼칠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면, 역사 가운데서 병자호란은 일어나지 않았으리라는 교정적인 심리가 반영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 CJ 엔터테인먼트


비단 역사를 바꾸고 싶은 교정적 시각의 반영은 드라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광해, 왕이 된 남자>에도 이러한 교정 심리는 극명하게 반영된다. 만일 광해군 행세를 하는 하선(이병헌 분)처럼 당시 광해군이 명에 대한 사대주의적 외교가 아닌, 당시 청이라는 신흥 강국과 실리적인 외교를 펼칠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면, 역사 가운데서 병자호란은 일어나지 않았으리라는 교정적인 심리가 반영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사극 드라마 가운데서, 혹은 사극 영화 가운데서 '만일 역사가 이렇게 바뀌었더라면'이라는 심리가 반영한다는 건 그만큼 우리 사회가 교정하고픈 심리가 강하다는 걸 뜻한다.

'만일 역사가 바뀌었더라면' 하는 교정 심리가 퓨전 사극 가운데 반영되지 않았더라면 유은수는 고려 말기가 아닌 고려 전기나 중기, 진혁은 조선 말기가 아닌 조선 전기나 중기로 타임슬립했을지도 모른다. 이는 역사가 바뀜으로 지금의 사회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지금 사회에 만족하지 못하는 심리를 반영하는 현상이다.

신의 광해, 왕이 된 남자 닥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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