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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개최된 인천도서연구모임은 발족식을 통해 정식 명칭으로 '인천섬연구모임'을 창립했다.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김원 대표, 인하대학교 최원식 교수, 최중기 교수가 공동대표로, 인천작가회의 이세기 시인이 운영위원장으로 선출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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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에서 바다는 인천의 성장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조건이었다."(배성수 인천시립박물관 전시교육과장)

20년 섬지킴이 역할을 했던 한 환경활동가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굴업도 등 인천연안 섬들의 생태보호활동이 잠시 중단됐다가 이내 그 물꼬를 트는 작업이 다시 시작됐다. 

11일 오후 4시, 인천아트플랫폼 강의실에서 진행된 인천섬연구모임 발족식 현장. 그곳엔 인하대 최원식·최중기 교수, 이세기 시인, 김원 굴업도를사랑하는 문화예술인모임 대표 등 근 10여 년간 섬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았던 문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밖에도 문병호 국회의원,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조강희 인천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함께했다.

연구모임은 발족식을 통해 향후 역사적 의미와 정체성을 간직한 인천연안 섬들의 생태적 가치를 드높이는 것과 동시에 세계적 문화자원으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연구모임은 지난 2월 1차 회의를 시작으로 총6차례의 여정 끝에 창립식을 가졌다. 이들은 그간 회의를 통해 ▲ 영흥권, 덕적권, 백령-대청권, 연평권, 영종권, 강화권 등 주민참여 모임 구성 확대 ▲ 단행본 학술지 발간 ▲ 역사, 문화, 사회, 생태환경에 대한 체계적 연구 ▲ 지속가능한 해양생태계 자원 복원 등의 사업을 목표로 설정했다.

섬은 인간 문명의 입구이자 출구... 생태계 복원해야

 이세기 시인의 섬 문화유산 관련 프리젠테이션 발표 모습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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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나는 생각합니다 / 아버지, 나의 아버지여 / 나도 일찍 배를 타고 / 뱃사람이 되었더라면 / 연평도와 남지나해와 동지나해를 오가는 / 뱃사람이 되어 / 눈뜬 물고기를 보고 / 황해를 항해하는 꿈을 꾸었을 겁니다 / 하지만 아버지 나의 아버지여 // 고향은 이제 황폐화되고 / 나에겐 탈 배가 없습니다 / 부둣가는 무너지고 / 배들은 뻘밭에서 폐선이 되고 말았습니다 / 어장에 물고기는 없어지고 / 남북의 대치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

덕적군도의 섬인 문갑도에서 태어나 누구보다 인천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이세기 시인의 '칼치'라는 작품이다. 시인은 작품을 통해 어민들의 남루하고 보잘 것 없는 삶 속에서 투영되는 그리운 고향의 애수를 담으려 했다. 또한 시인은 점차 노골화되는 개발주의를 꼬집고 시대가 바뀌어도 신음하는 섬주민들의 애환을 포용하려 했다.

이세기 시인은 이날 '인천섬의 인문학적 가치'라는 발표를 통해 몰지각한 공무원과 대기업들에 의해 파괴되어 가는 175개의 섬 생태계 보존과 이음을 강조했다. 시인은 섬 곳곳에 펼쳐져 있는 역사적, 문화적 유산을 소개하며 인문학적 고찰을 피력했다.

"섬은 인간문명의 입구이자 출구입니다. 소연평도엔 서포 김만중 시인이 숨을 쉬고 있고, 엄경업·최영 장군이 황해를 지키고 있습니다. 또 백아도, 울도, 자원도의 완충지역인 갯티는 섬 주민들의 노동공간이자 아이들의 놀이터였습니다. 하지만 무분별한 개발논리로 인해 섬이 가진 고유한 문화생태계가 이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스토리텔링을 다시 복원하고 생태자원을 회복시켜 세계자연유산으로 키워내야 할 때입니다."

서해 섬과 갯벌은 세계자연유산으로의 가치 충분

 최중기 교수의 발제를 경청하고 있는 국토해양위 소속 민주통합당 문병호 의원(왼쪽)과 초대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를 역임한 최원식 인하대 교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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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최중기 인하대 교수도 '인천해양의 생태적 의미'를 설명하며 주민친화적인 '아일랜드 디자인'이 많이 표현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설명에는 최근 젊은이들의 귀향이 증가되는 현상과 더불어 통영의 '에코아일랜드'처럼 세계관광지로서의 발돋움을 꾀하기 위한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사회를 맡았던 장정구 사무처장은 전남대 정승수 교수와 상지대 이광춘 교수의 메시지를 인용하며 "서남해 섬과 갯벌은 세계자연유산으로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전해 주었다"며 "하지만 난개발로 인한 생태계 파괴로 가능성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대청도의 사도가 아직까지 세계유산으로 인정받고 있지 못하는 것이 이상할 정도"라고 성토했다.

최원식 교수는 "인천은 담수와 해수가 만나는 중간지점으로 '인천짠물'이 아니라 가장 싱거운 바다"라며 운을 뗐다. 이어 최 교수는 "조선왕조시대의 공도(섬무시)정치가 원인이 되어 현재까지 인천의 학자나 정치인들조차 인천연안 섬의 가치에 대해 알려고도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안타까운 심경을 전했다.

그러며 최 교수는 "진리는 강력한 자기 전파력을 갖고 있다"며 "인천은 반드시 섬과 바다를 껴안고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2시간 내내 자리를 지켰던 문병호 국회의원(부평갑)은 "위기의 인천을 살리는 길은 해양발전과 생태계 복원"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문 의원은 "인천사람들은 값싼 노동력만을 제공했다. 이런 탓에 인천을 서울의 변방이라고 무시당해왔다"며 "이제부터 저 자신도 해양주인의식을 갖고 이 연구모임에 적극 참여하겠다. 향후 인천을 해양국제도시로 발돋움하는데 전폭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화답했다. 

인천도서연구모임 발족 취지문

인천연안에는 섬들의 공화국이 있다. 아무도 돌보지않는 오랜 삶과 원초적 생명력을 간직한 비경이 군도가 되어 숨을 쉬고 있다. 그러나 터전을 삼고 살아야 할 오랜 장소가 위기에 처했다. 이도와 공동화로 인하여 섬들은 날로 황폐화의 일로에 서 있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긴 지 오래다. 어족 자원의 고갈과 남획, 온난화로 인한 해양 생태계의 변화로 오랫동한 뿌리내린 삶이 심각하게 위협받은 지 오래다. 정주한 삶은 자기 땅으로부터 뭍으로 쫓겨나고 있다. 사람이 살지 못하는 섬은 더 이상 문화를 꽃피울 수가 없다. 이로써 인천 연안의 섬들은 지금 날선 파도의 절정에 서 있다.

이 위기의 근원은 무엇인가. 지난 시기 해금 정책과 분단체제로 인한 황해의 죽음 탓에 해양과 섬은 지금까지 무관심의 영역이었다. 섬은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뭍 중심의 인간주의는 온 생명이 누려야 할 섬조차 사유화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개발의 삽날에 온전치 못한 것이 어찌 미물뿐이겠는가. 한 줌의 모래도 한 움큼의 갯벌과 바닷물도 다 우리 것이 아닌 것이 없다. 섬과 해양은 우리 모두가 지키고 공유해야 할 미래의 보고다.

우리는 뭍 중심의 편협한 시각이 교정되길 바란다. 뭍 중심의 오만한 개발이 인간 삶의 전부가 아니다. 지속가능한 공생을 위해서 해양을 품고 있는 섬과 뭍의 균형 잡힌 아름다운 연동을 꿈꾼다. 하지만 분쟁의 바다를 품고 있는 이들 섬들의 합창은 아직 유보적이다. 접경 구역은 생명과 평화의 장소로 거듭 자신의 몸을 부활시키지 못하고 있다. 해양자원은 피폐화되고 있으며, 자본의 논리는 이제 섬에까지 들이닥쳐 섬 문화와 생태를 파괴시키며 주인 노릇을 하고 있다.

우리가 인천 연안의 섬에 주목하고자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일방의 논리와 관철은 불균형을 초래하고 불통은 단절을 심화시키는 위험에 직면할 수 있음을 주목한다. 그 해결의 방안은 무엇인가. 뭍 중심의 인식에 갱신을 요구한다. 섬은 섬답게 보존되고 뭍은 위기로부터 지혜의 답을 구하는 쌍방향의 소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인천의 섬들에 혀를 달고자 한다. 해양이 되살아나 섬과 섬을 잇고 스스로 말하게 하여 섬들의 공화국에 대합창이 울려 퍼지는 것이 긴요하다. 분쟁의 바다에 생명과 평화의 비상이 절실하다. 다시 황해가 살아나 섬들의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바닷길을 열려야 한다.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해 이들 인천 연안의 섬은 우리가 그토록 만나고 싶은 미래이다. 여기에 인천 연안의 섬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뜻과 의지를 보태어 오늘 항해의 깃발을 드높이 달아 심장을 울리는 첫 고동과 함께 출항하고자 한다.

2012년 9월 11일 인천섬연구모임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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