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실시간뉴스 '가만히 있으라' 방송은 누구 책임인가

▲ 이 대통령, 클린턴 미 국무 접견 제20차 APEC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9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 내 APEC특별회의장에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북한 김정은 체제의 개혁개방 추진 여부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미동맹이 강한 견제구를 던졌다. 이명박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9일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만나 한-미-일 대북 공조의 중요성을 거듭 확인했다.

특히 클린턴 장관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면서 "경제변화를 얘기하고 있지만, 아직 실체적 변화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또한 "북핵 문제와 북한 주민의 민생문제를 모두 중시하고 있고 비핵화와 개혁 모두가 중요하다"면서도, "비핵화 없는 개혁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이러한 미국의 입장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최근 김정은 체제의 행보와 비춰볼 때 주목할 점이 있다. 북한의 경제발전 노선은 핵보유를 전제로 하고 있을 공산이 큰 반면에, 미국은 그것이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기 때문이다.

'핵보유-경제발전 병행 노선'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북한의 움직임은 두 가지 측면에서 주목을 끈다. 하나는 고(故) 김정일 위원장의 최대 업적으로 핵보유를 내세우고 이를 개정헌법에 명시한 것이다. 또 하나는 군사 우선의 선군정치에서 경제를 우선하는 선경정치로의 이행 움직임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움직임은 고도의 연속 선상에 있다.

'핵 억제력' 보유를 통해 선군정치가 완성된 만큼, 이제는 경제발전에 매진해야 한다는 논리 전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6월 29일자 <로동신문>이 "선군정치로 국력이 다져진 조건에서 이제 경제 강국의 용마루에 올라서야 한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또한, 8월 31일 공개한 외무성 비망록에서 "우리 공화국은 이미 당당한 핵보유국으로 솟아올랐으며 미국이 우리를 원자탄으로 위협하던 시대는 영원히 지나갔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김정은 시대의 국가전략을 '핵보유-경제발전 병행 노선'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논리적으로 볼 때, 이러한 병행 노선의 성패는 군사 분야의 자원을 경제 분야로 전환하는 데 있다. 110만 명의 대병과 국가 예산의 약 30%를 차지하는 군사비를 줄이지 않는 한, 경제발전에 필요한 물적 토대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정은 체제의 시각에서 볼 때, 핵보유의 장점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강력한 억제력을 보유하게 된 만큼 재래식 군사력의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되었다고 판단하고 있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선군정치의 핵심이자 군부 실세였던 리영호를 전격 해임하고 세대교체를 단행한 것이나, 경제정책에서 내각의 우위를 분명히 한 것이나, '6·28 방침'을 통해 경제 분야에 국가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힌 것 등은 이러한 분석을 강력히 뒷받침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김정은에게 핵무기는 대미 억제력인 동시에 외교적 지렛대이자, 중국에의 과도한 종속을 차단하는 자주의 무기이며, 선군정치에서 선경정치로의 전환을 도모하는 내부적 이데올로기의 속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착각일 공산이 크다.

논리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

 지난 3월 13일 정부는 북한이 발사한 '광명성 3호 위성(장거리 로켓)'이 "발사 후 바로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009년 4월 5일 발사된 광명성2호.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문제는 '핵보유-경제발전 병행 노선'이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 있다. 경험적으로 볼 때, 빈곤국이 핵보유와 경제발전 병행에 성공한 나라는 중국 정도밖에 없다. 이것이 가능했던 결정적 배경은 미국이 베트남 전쟁 종결 및 소련 봉쇄를 위해 중국에 대한 전략적 평가를 달리했고 과감히 관계 개선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시각에서 볼 때 1970~80년대 중국과 오늘날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하늘과 땅 차이다. 오히려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적당히 위협적인 나라'로 남아 있을 때 커지는 경향이 있다. 미국이 '북한위협론'을 근거로 동아시아 동맹 체제와 미사일방어체제(MD)를 비롯한 군비 증강을 정당화해온 나쁜 습성이 과거와 현재는 물론이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거꾸로 북한이 소수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해서 안보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이 아무리 '자위용 억제력'이라고 주장해도 그 대상이 되는 한-미-일은 북핵에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북핵은 가장 우선적인 억제와 파괴 그리고 방어의 대상이 된다. 군비경쟁과 안보딜레마는 격화되고 여기에서 북한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이 틈을 타 북한 내에서 강경론이 다시 부상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다른 핵보유국들의 사례는 북한에도 시사하는 바가 대단히 크다. 우선 일단 핵무기를 갖게 되면, 몇 개를 보유한 것으로 만족한 사례가 없다. 5대 핵보유국인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뿐만 아니라 핵확산금지조약(NPT) 비회원국들인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도 수백 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핵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2차, 3차 공격 능력을 확보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만약 북한이 핵 능력을 증강시키려고 할 경우 경제발전에 필요한 대외적 환경 개선과 내부적 자원 동원 전략은 큰 장벽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핵 능력 강화에는 추가적인 핵실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의 핵무기 개발용으로의 전환, 로켓 성능 향상, 추가적인 로켓 발사 기지 건설 및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 확보 등이 필요한데, 여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뿐만 아니라 미국 주도의 더욱 강력한 경제제재를 수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내심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재래식 군축도 결코 여의치 않다. 북한을 제외한 8개의 핵보유국은 하나같이 재래식 군사력에서도 강대국들이다. 상대적으로 약한 파키스탄도 최근 몇 년간 군사비 투자를 크게 늘려오고 있다. 이는 핵보유가 품고 있는 군비경쟁과 안보딜레마가 재래식 군사 분야로도 확산되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체제가 경제발전을 최우선 과제로 상정하고 개혁개방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움직임이고, 한국도 협력해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위에서 주장한 것처럼, 북한에 핵보유와 경제발전은 양립하기 어렵다. 동시에 이는 앞으로 한국의 대북정책에도 큰 딜레마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당사자는 한국밖에 없다. 핵의 위력을 맹신하는 북한과 이를 악용해온 미국 사이에서 담대하고도 창의적인 대외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북정책을 비롯한 대외정책은 한국 대선의 중요 의제로 부각되지 않고 있다. '잃어버린 5년'이 10년으로 연장되지 않을까 심히 걱정되는 까닭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blog.ohmynews.com/wooksik)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다음에 이어질 글은 '2013년 대전환을 위한 정책 제안'입니다.


시민기자 가입하기

© 2014 OhmyNews오탈자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