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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미래세계의 희망은 모든 활동이 자발적인 협력으로 이뤄지는 작고 평화롭고 협력적인 마을에 있다.' '인도 독립의 아버지' 마하트마 간디의 책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2012년, ‘콘크리트 디스토피아’ 서울 곳곳에서는 ‘마을공동체 만들기’가 한창입니다. 함께 '집밥'을 먹고 책을 읽고 텃밭을 가꾸는 것부터, 아이를 같이 키우고 일자리를 나누고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것까지. 반세기 전 간디의 정신은 아직도 유효합니다. <오마이뉴스>는 다양한 마을만들기 사례를 통해 마을이 왜 희망인지 살펴봅니다. [편집자말]
* 삼각산 재미난 마을에서 4년째 '마을살이'를 하고 있는 김정욱(41, 닉네임 '은팬더')씨가 보내온 글을 싣습니다(참고 기사 : "강남에선 월 5~6백만원 써도 부족했는데...여기 오지 않았다면 내 삶은 없었을 것").

기억을 더듬어 본다. 2008년인 것으로 기억나는데, 한참 미국산 광우병 소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로 시청과 광화문이 시끄럽기 바로 전쯤 애들 엄마는 대안학교 이야기를 꺼냈다. 첫째가 2년 정도 있으면 초등학교에 가야하는데, 대안학교에 보내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대한민국의 공교육에 이미 질려버릴 대로 질려버린 필자였기에(하지만, 그럭저럭 적응하며 지내긴 했다), 그럼 일단 학교부터 보자고 했다. 함께 찾아간 학교는 북한산 자락 아래에 있는 한 가정집. 그렇게 우리 가족은 '삼각산 재미난 학교'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서둘러 학교 근처의 집을 알아보고 지금의 '동네'로 이사를 왔다. 덕분에 필자의 '걸어서 15분이던 출근길'은, '지하철 한 번, 버스 두 번 타는 4~50분 출근길'로 바뀌었다. 다행히 집 근처에 공동육아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하는 '꿈꾸는 어린이집'이 있어 큰 아이와 작은 아이가 나란히 등원할 수 있게 되었다.

동네로 이사했지만 이사하고 3년이 지나기 까지 동네사람들과 이렇다 할 교류가 있지는 않았다. 장기 출장도 잦았고 야근에 밤샘 근무가 일상 다반사였다. 아이들 얼굴보기도 어려운 처지에 동네사람들을 만나는 호사는 부리기 어려운 처지였다. 다만 협동조합으로 운영되는 어린이집은 정기적으로 부모들이 참여해서 활동을 해야만 했기 때문에(게다가 돌아가면서 1년간은 이사회에 소속되어 어린이집의 운영을 책임져야 한다),

주말에는 '터전'(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어린이집을 터전이라고 부른다)에 가서 청소도 하고 인테리어 공사도 하고 밭도 갈았다. 그러면서 부모님들과 조금씩 안면을 트게 되었다. 이렇게 느리지만 천천히 '공동체'가 무엇인지, '협동조합'이란 게 어떤 것인지, '우리 아이들을 함께 키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아가게 되었다.

'동네'가 마을이 되기까지

삼각산 재미난마을 공동육아 협동조합 '꿈꾸는 어린이집' 봄맞이 청소사진.
 삼각산 재미난마을 공동육아 협동조합 '꿈꾸는 어린이집' 봄맞이 청소사진.
ⓒ 김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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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가 학교에 입학할 무렵, 재미난학교의 졸업생 부모님들과 재학생 부모님들, 그리고 동네분들이 모여 지역에 의미 있는 일들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사단법인 '재미난마을'을 만들었다. 그 때부터가 시작이었던 것 같다. 큰아이는 삼각산 재미난학교, 작은아이는 공동육아 꿈꾸는 어린이집을 보내면서 '동네'는 '마을'로 바뀌어가게 되었다.

삼각산 재미난마을은 최근 들어 온갖 매체에서 다양한 각도에서 다루어졌기 때문에 구태여 이곳에서 따로 설명은 필요할 것 같지는 않다. 삼각산 재미난마을이 무엇을 하는 '동네'인가 궁금하신 분께서는 구글에서 '삼각산 재미난마을'로 검색을 해보시거나, http://cafe.naver.com/maeulro53 에 오셔서 회원가입을 하시고 게시글을 살펴보시면 되겠다. 그것으로 성에 차지 않으시면 사단법인 삼각산 재미난마을의 법인회원으로 가입하시고 회비를 내시면 좀 더 마을에 대해 속속들이 알아가게 될 것이다. 광고는 이 정도로 하겠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필자의 마을에서의 활동을 몇 자 적어볼까 한다. 도대체 '삼각산재미난마을'에서 무슨 일들이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분들이 요즘 들어 부쩍 늘어서 충분하진 않지만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시켜 보고자 한다.

지난 일요일에는 가을맞이 터전 대청소가 있었다. 엄마들은 아이들의 교구를 소독하고, 여름내 끼었던 창틀의 먼지를 털어낸다. 바닥을 쓸고 닦고, 주방 구석에 끼어있는 기름때를 닦아내고, 찢어진 벽지를 바르고, 베란다의 흙먼지를 물청소하고, 선풍기에 묻어 있는 먼지를 닦아낸다. 아빠들은 아이들 흙장난하는 모래밭을 정리하고, 한쪽에서는 아이들 안전펜스를 새롭게 만들기 위해 땀 흘려 나무를 톱질하고, 행여 아이들의 손에 나무가시가 박힐까 싶어 열심히 사포질도 한다. 어떻게 청소해야 한다는 기준이 있는 것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모두 서로 의논해 결정한다.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쾌적하고 안전하게 터전생활을 할 수 있는 선에서 결정한다. 터전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텃밭에서는 가을배추와 무를 심을 수 있게 밭을 갈아엎고 있다(세시절기에 따라 생활하고 교육하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텃밭은 필수다). 청소가 다 끝나가는 오후, 마당 평상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남은 조합원들과 파전에 막걸리를 한잔씩 걸치며 아이들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 터전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눈다.

지난 토요일에는 상반기 결산과 함께 새로운 시설이사(어린이집의 각종 시설을 정비하고, 공사를 담당하는 소위의 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어린이집 여름 총회가 열렸다. 이사장의 활동보고. 운영소위, 교육소위, 재정소위, 시설소위, 홍보소위의 활동보고. 인사위원회, 기금관리위원회, 단오잔치 기획단 보고. 교사회 상반기 활동보고 및 하반기 활동보고. '까꿍방'(3세반), '당실방'(4세반), '덩더쿵방'(5세반), '무지개방'(6세반), '독수리방'(7세반)의 활동보고가 이어지고, 무려 1년 6개월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시설이사님의 에어컨 기증과 그간 노고에 대한 감사의 박수. 그리고 조합원들에게 하반기 예산안 승인과 시설이사 선임건을 승인받고 총회를 마친다. 평소에는 여느 어린이집과 별 차이 없이 운영되고 있어 보이지만, 이렇게 총회를 하고나면 우리 어린이집이 '협동조합'이라는 실감이 확 온다.

산행, 대청소, 김장, 달맞이... 회의, 회의 또 회의

삼각산 재미난마을 공동육아 협동조합 '꿈꾸는 어린이집' 모래밭을 정비하는 학부모들.
 삼각산 재미난마을 공동육아 협동조합 '꿈꾸는 어린이집' 모래밭을 정비하는 학부모들.
ⓒ 김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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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가 끝나고 무지개, 독수리방의 부모님들과 선생님이 모여 한 달에 한 번씩 있는 방모임을 한다. 아이들의 지난 한 달간 살아온 이야기, 앞으로 살아갈 한 달간 이야기에 대해 회의한다. 삼각산(북한산)으로 가는 가을산행 준비는 잘 되고 있는지, 산행아마(산행을 돋는 아빠·엄마)는 누가할 것인지, 아빠들 도시락은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아이들 목마를 때 먹을 오이는 썰어서 준비하는지 통으로 준비하는지 등등. 산행이야기가 끝나니 지난 주 했던 대청소로 화제가 옮겨진다. 이런 건 잘 되었다. 저런 건 좀 고쳤으면 좋겠다. 일 년에 두 번 대청소는 적으니 네 번으로 늘렸으면 좋겠다. 이어서 김장이야기가 나온다. 터전에서 아마(아빠·엄마)들이 함께 김장을 담구는 것은 어떨까라는 제안에 솔깃해 하기도 하고, 부담스러워하기도 한다. 김장 끝나고 고기파티를 했으면 좋겠다, 배추는 절여올 것이냐, 터전에서 절일 것이냐, 보관은 어떻게 할 것이냐 등등 한참 이야기하다가 일단 유보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다. 회의 참으로 디테일하다!

이어지는 '고양이(닉네임)' 선생님의 달맞이 제안. 이번 추석에는 아이들에게 둥근 달을 함께 맞이하는 저녁 모임을 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에, 그럼 좋겠다며 아이들 꼭 한복 입혀서 아마들과 함께 너른 마당에서 강강수월래하며 달맞이 하자고 한다. 달맞이 날짜를 언제로 정할 것이며, 모이는 시간은 몇 시가 좋겠는가 하다가 달이 있어야 한다며 달뜨는 시간을 스마트폰으로 찾아본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추석 전에 다 같이 모여 아이들과 함께 저녁 8시경 달이 좀 둥그렇게 떴을 때 달맞이 행사를 하는 것으로 했다. 무지개방, 독수리방만 하기로 한 행사지만, 어린이집 다른 방뿐만 아니라 학교와 마을에까지 소문이 날 소지가 아주 큰 사안이다. 행사가 커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어진 임시이사회에서는 10월 21일 과천정부종합청사앞에서 개최되는 전국공동육아한마당잔치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에 대한 안건을 처리했다. 이로써 토요일 오후 일정이 끝났다. 바쁘다. 힘도 든다.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기회,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다. 우리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대체로 친구들 모임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수직적인 의사결정 구조 아래에서 살아왔다. 특히, 남자들. 가만 눈감고 걸어온 인생을 되돌아보시라.

두부 건네주는 '마을카페', 넷째주 토요일에는 '마을장터'

김정욱(은팬더)씨가 8월 7일 오후 서울 강북구 수우동에 위치한 재미난 카페에서 일일 자원봉사자로 나와 카페 청소를 하고 있다.재미난 마을의 재미난 카페는 법인 회원들이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하며 마을 주민들에게 모임의 공간과 다양한 마을강좌(사진, 타로, 와인, 명상)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김정욱(은팬더)씨가 8월 7일 오후 서울 강북구 수우동에 위치한 재미난 카페에서 일일 자원봉사자로 나와 카페 청소를 하고 있다.재미난 마을의 재미난 카페는 법인 회원들이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하며 마을 주민들에게 모임의 공간과 다양한 마을강좌(사진, 타로, 와인, 명상)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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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첫 번째 금요일 저녁에는 큰아이 학교 반모임이 있는 날이다. 개학 이후 첫 반모임인데, 이번 모임에서는 2학기 교육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새로 편입한 아이의 부모님과 첫 인사하는 시간을 가진다. 재미난 학교의 한 학년 정원은 12명. 아이들의 조그만 책상에 아이들 명수만큼의 부모님들이 선생님과 함께 둥글게 모여 앉아 모임을 시작한다. 선생님이 또래간의 관계가 지난 2주간 어떠했는지 설명하고, 학습 내용과 그 결과물을 공유한다. 부모님들 또한 아이들 간의 또래 관계는 어떤지 서로 살핀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 간에 발생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함께 머리를 맞댄다. 2학기 반모임에서는 각 아이들의 특성을 공유하고, 서로의 아이들에 대해 좀 더 알아가는 것을 목적으로 토론을 이어가기로 했다. 그래야만 아이들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갈등 상황에 선생님과 부모님들이 좀 더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다. 오후 8시에 시작된 모임은 어느새 10시가 넘어서 끝났다. 오늘은 뒤풀이 없다. 반모임 동안 아이들은 지하 강당에서 신나게 뛰어놀았다.

화요일 저녁에는 '재미난 카페'에서 자원봉사를 한다. 오후 7시. 앞 시간 자봉(자원봉사)인 '호랑이(닉네임)'와 교대한다. 저녁 자봉은 아빠들 몫이다. 태풍 덴버가 지나갔음에도, 이제 맑은 가을하늘을 맞이할 것이라 기대했음에도, 비가 퍼붓는다. 비가 새는 한쪽 천장 아래 바닥에 수건과 걸레를 펼쳐둔다. 카페 작은 방은 새롭게 도배를 했다. 주로 아이들이 노는 방인데, 고맙게도 아이들을 위해 벽에 예쁜 그림을 그려주시겠다는 제안이 들어왔다. 이런 식이다. 카페의 공간은 이렇게 꾸며진다. 카페 거실의 한쪽 벽은 마을 사람들이 각자 관리하는 책장으로 꾸며졌고, 바깥의 평상은 마을 목공소와 아빠들이 함께 비바람이 들어오지 않게 가림 막을 둘러줬고, 카페 담벼락의 벽화는 재미난학교 아이들의 그림으로 장식되어있다. 이렇게 카페의 공간은 수채화 붓으로 덧칠하듯 시간이 지나며 하나하나 완성되어간다.

비가 퍼부어 손님도 없고 해서, 일찍 문을 닫을까 말까 고민하던 중에 '바다(닉네임)'가 들어와서 두부 한모를 찾아간다. 두부를 찾아갈 때 벽에 붙은 두부 공급표에 '가져갔어요'라는 표시로 자기 별명 옆에 동그라미를 친다. 강북자활센터와 지원하는 사업장에서 두부를 만들면, 카페에서는 이렇게 공급되는 두부를 마을 주민들에게 건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1주일에 두부 30모 정도가 정기적으로 배달되고, 마을분들에게 전달된다. 카페는 이렇게 마을사람들과 함께한다. 동아리 활동, 각종 회의와 모임이 열리는 사랑방 같은 공간으로, 학교가 끝나는 오후에는 아이들을 함께 돌보는 돌봄 공간으로, 농산물을 공동구매하고 직거래할 때는 물류창고(?)로 활용된다. 비가 너무 내린다. 음악을 끄고, 비새는 곳이 없나 점검하고, 문을 닫고 집으로 향한다.

매월 넷째주 토요일 강북구청 앞의 차 없는 도로에서는 재미난마을에 있는 청소년문화공동체인 품(http://pumdongi.mynet.co.kr/)에서 강북구청과 함께 개최하는 강북장터가 열리는 날이다. 재미난카페에서는 '휴먼라이브러리(사람책 도서관)'라는 테마로 매달 참여하고 있다. 필자가 마을의 청소년들을 직접 대면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다. 이들이 뿜어내는 엄청난 에너지는 볼 때마다 신비롭다. 자유롭고 쾌활하게, 그리고 용감하게 자신들의 끼를 마음껏 분출해낸다. 공연은 기본이고, 그 사이사이에 각종 모임과 단체, 그리고 개인들이 가지고 온 전시물과 팔 거리로 가득 찬다. 키우던 열대어가 새끼를 쳐서 그 새끼들을 나누기 위해(물론 공짜는 아니다. 5마리에 1000원) 들고 나온 아이, 직접 만든 빵을 팔아 세계의 불쌍한 어린이를 돕기 위해 나온 아이, 타로점을 쳐주는 엄마 등등 북적북적하고 왁자지껄한 그 장터의 느낌을 글로 옮기기에는 쉽지 않다. 이렇게 짧게 서술하는 것으로는 장터를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전 세대가 함께할 수 있는 장터, 이런 장터를 토요일 넷째 주 강북구청 앞에서 만날 수 있으니 한 번 오셔서 함께 해 보시라. 수유역 8번 출구로 나오시면 된다.

'내 아이'의 '주변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이 '친환경'

삼각산 재미난 마을의 꿈꾸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김태균 어린이(김정욱씨 둘째 아들)가 8월 7일 오후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위치한 재미난 카페 유리벽에 친형이 만든 작품이 걸려있자,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삼각산 재미난 마을의 꿈꾸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김태균 어린이(김정욱씨 둘째 아들)가 8월 7일 오후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위치한 재미난 카페 유리벽에 친형이 만든 작품이 걸려있자,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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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필자가 참석한 마을활동에 대해 충분하진 않지만 나름 설명해 보았다. 물론, 이 밖에도 많은 활동들이 마을에서 일어나고 있다. 재미난 밴드, 극단 진동, 유기농카페521, 마을목공소, 극단 우이동, 요술항아리(동화창작 동아리), 마술책(마을에서 술술 책 읽는 모임), 타로동아리, 명상수업 등이 생각나는 모임들이고 각 개별 단체에서 하는 활동 등은 또 무수히 많다. 공동육아 '꿈꾸는 어린이집' 부모모임에서는 아이들 생태교구 만들기와 비폭력대화모임을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부모커뮤니티 공모사업으로 신청해 또 다른 일을 벌일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런 모임들은 개별적으로 흩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이어져 있다. '사람'의 끈으로 이어져 있다. 어린이집, 학교, 청소년단체, 마을극단, 동아리, 마을 카페는 하나로 이어져 움직인다.

대한민국에는 대체로 4만 여개의 마을이 전국에 산재해 있다. 농어촌에 있는 자연마을 개수인데, 몇 년 전 수치이니 지금은 좀 더 줄었을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대체로 '마을'은 이런 것이다. 고즈넉하게 구름이 떠가고, 야트막한 산 아래로 십 여 채의 농가가 모여 부락을 이루고, 그 앞으로 시냇물이 흐르고, 논밭이 펼쳐져 있는 그런 마을. 그리고 때가 되면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함께 모내기를 하고, 참을 먹고, 아이들이 때때옷 입고 이집 저집 돌면서 이웃 어른에게 세배하고, 친구들과 달맞이하며 소원을 빌고, 마을 사람들이 모여 함께 추수하고, 마을 어른에게 글을 배우는 아이들 목소리가 낭랑하게 퍼지는 그런 곳. 그런 곳을 우리는 마을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인구 1000만이 넘는 빌딩과 아파트로 가득 메워진 거대 도시 서울에서 '마을'과 '공동체'를 만들어 보자고 한다. 세계적으로 인구 1000만이 넘는 거대 도시는 20개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 서울에서 마을공동체를 만든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농경사회도 아닌 지식산업사회에서, 개인화를 끊임없이 요구하는 자본주의체제에서 그것이 가능한 일일까? 필자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것은 가능하고 가능하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에서 최소한의 사람다운 삶을 살아가기 위한 당위의 문제라고. 그것이 힘들다 하더라도 가야할 길이라고 말하고 싶다. 좀 나이브한가?

뭐, 좀 나이브해도 좋다. 우리 아이들을 생각해본다. 엄마, 아빠들의 자식 사랑이야 지극 정성인 것은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될 터인데, 요즘처럼 특히 서울처럼 공해에 찌든 곳에서의 보육 키워드는 '친환경'이다. 친환경이 '유기농 먹거리'가 될 수도 있고, '환경호르몬이 없는 깨끗한 집'이 될 수도 있고, 방부페인트가 발라지지 않은 '친환경 놀이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친환경적인 환경에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서 엄마, 아빠들은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는다. 왜? '내 아이'이니까. '남의 아이'가 아닌 '내 아이'이기 때문에 모든 정성을 다 들인다. 아이가 커서 청소년이 되면 '내 아이'이니까 특별한 교육도 받아야 한다. 조기유학을 가기도 하고, 특별한 과외수업을 받기도 하고, 봉사활동도 대학입시에 반영되니 이왕이면 지역 도서관 자원봉사보다는 저 멀리 외국으로 보내 세계적인 자원봉사를 해야 좀 특별하게 보이지 않을까 싶다. 어찌되었든 '내 아이'는 특별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키워진 아이가 과연 십수 년 뒤에 행복할 것이라는 보장이 있을까? '내 아이'만 '행복'하면 되는 것일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고 필자가 답할 것이라 눈치 채셨으리라.

"우리는 우리 아이가 자라나는 환경을 자연적인 것에서만 찾는데, 내 아이의 주변에 있는 아이들도 내 아이의 환경이라 생각하시라. 요즘 아이들이 고통 받는 것은 다름 아닌 자기 주변의 아이들, 친구들 때문이 아니냐? 우리는 내 아이 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들을 함께 잘 키워야 한다"고, 그렇게 해야만 "성장한 내 아이가 우리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다고. 그런 환경이 우리 아이들에게 친환경이다"라는 어느 공동육아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이런 아이들에게 '사람의 숲'에서 뛰어놀 수 있게 해 주자는 필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다.

나무를 가꾸듯이 사람을 가꾸고, 숲을 가꾸듯이 마을을 가꾼다면, 그 마을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배움터가 되고, 놀이터가 되고, 그리고 우리 어른들에게 일터가 되고, 쉼터가 되어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성장한 우리 아이들에게 고향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서울'이 고향이라고 말하기 쑥스러운 분들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마을을 만들어 보시라. 물론, 지난하고 힘든 일이다. 재미난마을 역시 지난하고 있는 중이니, 용기 잃지 마시고 도전해 보시라! 혹시나 아는가?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최고의 자살률을 줄이는데, 보탬이 될는지. 그래서 사람 사는 세상 만드는데 일조할지.

덧붙이는 글 | 매우 주관적인 이야기이니, 논문이나 다큐처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시라는 당부의 말부터 드린다. 감정도 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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