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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뉴스 배우 송이우, MBC 일일드라마 '폭풍의 여자' 합류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총·대선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지나간 시간들은 대개 아름답게 기억된다. 그래서 누구에게든 돌아가고픈 시절이 있게 마련이다. 생의 가장 빛나던 어느 순간. 아직 마흔을 넘기지 않은 30대들에게 그것은 아마도 스무 살 언저리의 어느 시간쯤일 터다.

아직 제것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었지만, 그래서 깨끗하게 어울릴 수 있었고, 또 그래서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을 것만 같던 그런 시절, 점점 나이가 들어가고 삶이 생각만큼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때면 문득문득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그런 시절. 아마 당신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을 것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7>(tvN, 화요일 오후11시 방송)은 우리 모두의 '그 시절'에 관한 이야기다.

<응답하라 1997>에 열광하는 이유

"열여덟, 흔히 어른들은 우리 나이를 낙엽만 굴러가도 웃는 나이라고 하지만 그때의 우린 그 어떤 어른보다 심각했고 치열했고 힘겨웠다. 1997년 우리들의 열여덟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tvN <응답하라 1997>
ⓒ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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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첫 회가 끝날 무렵, 델리스파이스의 '고백'이라는 10년 전 노래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주인공의 독백이 이어진다. '1997년'과 '열여덟'이란 숫자가 가만히 가슴을 파고들고, 어느새 기억 저편에서 물기를 머금은 바람이 불어와 머릿속을 휘젓는다. 꼭 1997년이거나 열여덟일 필요도 없다. 모두가 각자의 '그 시절'로 돌아가면 그뿐이다. 각자의 시절로 돌아가 몇 번이고 울다가 웃다가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드라마에 흠뻑 젖어들게 된다. 그렇게 <응답하라 1997>은 오늘 우리 앞에 1990년대, 그 시절을 다시 불러내고 있다.

그렇다고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 이 드라마의 전부는 아니다. 공중파 방송 3사에 더해 최근 종합편성 방송사들까지 겁없이 뛰어들어 피 튀기는 드라마 전쟁을 벌이는 마당에 여러 가지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엔터테인먼트 전문채널이 겨우 '추억'만 팔아 시청률 4%를 넘기기란 어려운 일이다. 알고 보면 이 드라마, 보기보다 만만치 않다.

<응답하라1997>은 자신이 해야 할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다. 바꿔 말하면 대중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뜻이다. 이 드라마가 마치 이른바 '빠순이'(이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HOT와 젝스키스의 빠순이들이다)들을 내세워 90년대 말의 열광적 팬덤 문화를 주로 다루고 있는 것처럼 알려져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설정일 뿐, 그것으로 이 드라마를 온전히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가만히 들여다 보면 <응답하라 1997>에는 오로지 친구와 가족들만이 등장한다. 어디를 가든 이들은 늘 친구와 가족과 함께다. 말하자면 이들은 친구와 가족들 사이를 오가며 우정과 사랑을 키워가고, 카메라는 오로지 그것만을 쫓는다. 친구와 가족, <응답하라 1997>은 여기에서 벗어나는 법이 없다. 그것이 바로 이 드라마가 담아내고자 하는 전부이기 때문이다. 비열한 방해꾼도 없고, 골치 아픈 음모도 없다. 이들은 마치 친구와 가족이 세상의 전부인양 오로지 그 안에서 서로 부딪히고 뒤엉키면서 오해하고 미워하고, 또 다시 이해하고 사랑하면서 그렇게 살아간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정말이지 따뜻하다. 말하자면 추억에 가장 잘 어울리는 온도를 찾아낸 셈이다. 사람들이 이 드라마에 빠져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가족 시트콤을 떠올리면 곤란하다. <응답하라 1997>은 매회 제법 묵직한 주제 의식들을 던져주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친구와 연인, 또 가정과 학교라는 울타리 속에서 부딪히게 되는 여러 문제들 앞에서 당황한다. 얼핏 10대와 20대의 경계에서 처음으로 맞닥뜨리게 되는 풋내 나는 고민거리들로 보이지만, 실은 대개가 나이를 더 먹는다 해도 여전히 쉽게 풀리지 않는 것들이다. 우리 모두는 오늘도 친구와 연인 그리고 가족들 사이에서 힘들어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게 이 드라마는 지나간 시간들 속에서 아직 우리가 풀어내지 못한 고민거리들을 끄집어내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이 드라마의 여운은 제법 길다. 사람들이 이 드라마에 빠져드는 또 하나의 이유다. 이처럼 성공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정치 드라마 '응답하라 2002'가 외면 받는 이유

여의도 정가로 고개를 돌려보면, 여기에도 '그 시절'을 불러내려는 또 다른 드라마가 한창이다. 민주통합당이 불러내고 싶은 '그 시절'이란 아마도 참여정부 5년일 터이니, '응답하라 2002'라 부르기로 하자.

 8일 오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민주당 대통령후보 선출을 위한 부산 순회경선에서 66.26%의 득표율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한 문재인 후보가 손학규 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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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후보는 '사람이 먼저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사람 사는 세상'을 잇는 캐치프레이즈다. 손학규·김두관 후보 역시 질세라 자신이 '노무현의 진짜 계승자'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응답하라 2002'의 시청률은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우리나라에서 손 꼽히는 제작사가 만들고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참여한 데다 틀림 없이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쏟아 부었을 텐데 말이다. 대체 이유가 뭘까.

사람들이 <응답하라 1997>이란 드라마에 열광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어디까지나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그 때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눈물 날 정도로 행복에 겨웠던 몇몇 순간들이 있었다고 해서 그 시절 전체가 행복했던 것은 아니지 않은가.

참여정부 시절 역시 마찬가지다. 2002년 12월, 우리는 비로소 '우리와 닮은' 대통령을 얻게 된 기쁨에 한껏 들떠 서로 얼싸 안았지만, 그 기쁨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이듬해 그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제안한 대북송금 특검을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손으로 전임 정부의 가장 큰 업적을 깎아내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의 압력에 못 이겨 결국 부도덕한 전쟁에 우리 젊은이들을 파병한 것도 그였다. 끝내 한미자유무역협정을 맺은 것도, 의료 산업화의 물꼬를 튼 것도 모두 참여정부 시절의 일이다. 검찰과 언론은 그 시절 내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며 정부를 조롱했고, 그런 정부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 역시 점점 식어갔다.

실제로 92.2%로 시작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정수행지지율은 임기가 끝날 무렵 20%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응답하라 2002'가 그리 달갑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 시절 우리는 결코 행복했다 말할 수 없다.

새로운 정부를 위한 기출문제집?

그렇다면 참여정부는 왜 그렇게밖에 하지 못했던 걸까. 그 시절을 뛰어넘기 위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이다. 그리고 여기 이 질문에 답을 해줄 책이 있다. 방송통신대학교 김기원 교수가 쓴 <한국의 진보를 비판한다>(2012.7, 창비)가 그것이다.

 김기원 교수가 쓴 <한국의 진보를 비판한다>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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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정권과 개혁진보진영에 대한 성찰'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의 절반은 참여정부의 실패를 돌아보는 데,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개혁진보 진영의 한계를 짚는 데 할애했다. 향후 5년의 국정 운영을 위한 기출문제집이자 예상문제집인 셈이다.

저자는 1부 '노무현 정권의 정치력을 돌아본다'를 통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개인적 성품에서부터 한나라당에 대한 대북송금 특검과 이라크 파병, 한미자유무역협정 그리고 한나라당에 대한 대연정 제안과 기자실 개혁, 검찰 및 언론과의 권력 투쟁 및 인사 정책에 이르기까지 참여정부 시절의 '잘못된 선택'들에 대해 그 원인을 짚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가 첫 손에 꼽은 참여정부 실패의 원인은 취약한 정치력이다. 여기서 정치력이란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한 전략·전술이자, 자기편을 키우고 상대를 약화시키는 능력이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두 가지 모두에 실패했다.

"노 정권은 기껏해야 청와대 권력을 장악한 데 불과하다. 취임 당시 의회권력은 한나라당이 장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재벌, 관료(검찰 포함), 언론이 또 다른 강한 권력집단이었다. 일종의 권력 과점(寡占) 집단이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명박 정권에서와 달리 이런 권력집단들은 기본적으로 노 정권에 적대적이거나 잘해야 중립적이었다. 따라서 노 대통령은 통치시기에도 선거시기와 마찬가지로 이들 적대적 권력집단과 치열한 정치투쟁을 전개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치적 고려를 소홀히 한 노 정권은 권력투쟁에서 패배하고 말았다."(35쪽)

여기서 눈여겨 봐야 할 것은 위에 적힌 당시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이 별로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같은 일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짙다는 뜻이다.

저자는 현실에 대한 이해와 미래 대안이 턱없이 부족했던 점도 꼬집고 있다.

"반대세력의 주장도 무조건 배척할 게 아니라 받아들일 부분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그러면서 정(正)-반(反)-합(合)의 성숙한 진리를 찾아야 한다... (중략) 노무현도 바로 이런 내공이 부족한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이었던 셈이다. 그러니 대통령이 되고 나서 현실의 무게에 압도당한 면이 적지 않은 것이다. 비판은 쉽지만 대안은 어렵다. 진보개혁세력이 현실의 모순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건 선수지만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는 데엔 지진아인 경우가 많다. 앞으로 정권을 잡으려는 세력은 비판만이 아니라 대안을 고민하는 내공을 길러야 한다."(83쪽)

이번엔 2부 '한국의 진보는 거듭나야 한다'를 살펴보자. 그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크레인농성과 희망버스 물결로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한진중공업 사태를 통해 한국 노동 운동이 지속 가능하지 않은 이유를 아프게 꼬집는가 하면, 최근 파국을 맞은 통합진보당 사태를 되짚으며 전통적 진보 운동 세력에게 현실에 뒤떨어진 낡은 사고틀을 버릴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희망버스 시위는 따뜻한 이웃사랑이라는 좋은 의도에 바탕을 두고 있던 운동이다. 또 얼핏 보면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결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상은 이와 많이 다른 셈이다. 조선 시황이 나아지지 않는 한 정리해고 철회조치는 무의미해질 수 있으며, 정리해고 철회 대상자의 수십 배에 이르는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들은 아예 거론되지도 못하고, 우리 사회의 고용문제를 오히려 더 악화시킬 위험성마저 초래한 것이다."(131쪽)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309일간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벌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과 137일간 농성을 벌인 사수대 3명이 지난 2011년 11월 10일 오후 노사잠정합의안이 노조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가결되면서 크레인을 내려왔다. 크레인에서 내려온 농성자들에게 동료들이 꽃다발을 안기며 환영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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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크레인농성이 한창이던 당시에도 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여전히 논란이 많은 문제이나, 곱씹어볼 가치가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턱대고 정리해고를 없애자고 하거나, 공장의 해외 이전을 막는 것은 또 다른 러다이트 운동(기계파괴운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또한 한국의 진보파가 지적 사대주의에 물든 탓에 현실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에 무턱대고 '신자유주의'라는 꼬리표를 붙여대고 있다고 비판하는가 하면, 장하준 교수 역시 대한민국 경제 현실의 인과 관계를 시장만능주의 또는 주주자본주의라는 개념으로 지나치게 단순화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물론 자신이 뽑은 기출·예상문제들에 대해 꼼꼼하게 답을 달아두었다. 책을 통해 직접 확인해보길 당부드린다. 

2012년에 어울리는 새로운 드라마가 필요하다

현실이 아무리 갑갑하다 한들 '추억'을 팔아 한몫 잡아보겠다는 얄팍한 생각만으로는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지난 시간들이 대개 아름답게 기억된다고 해도 아픈 기억이 모조리 지워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이라크 파병과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이 잘못된 선택이었음을 내비친 적이 있다. 보수가 진보를 압도하던 세계사의 흐름에서 일국의 개혁 정부가 넘기 힘든 한계가 있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만일 다시 똑같은 상황에 놓이게 됐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 아니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노무현의 뒤를 잇겠다는 대선 후보들은 이에 대해 과연 어떤 답을 준비하고 있을까. 12월까지 계속 될 드라마에 유권자들이 반응하길 바란다면 그들도 이제 답을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 지금 우리에게는 2012년에 어울리는 새로운 드라마, '응답하라 2012'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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