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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10일 오후 1시 5분]

강기갑 통합진보당 대표는 10일 "그동안 분당을 막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그 모든 것이 허사가 되고 말았다"며 당 대표직을 사퇴하며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기자회견 도중 감정에 북받친 강 대표가 울먹이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강기갑 통합진보당 대표는 10일 "그동안 분당을 막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그 모든 것이 허사가 되고 말았다"며 당 대표직을 사퇴하며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기자회견 도중 감정에 북받친 강 대표가 울먹이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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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진보정치는 땀 냄새와 흙냄새 나는 민중들의 애환이 솟아나는 노동현장, 농민현장, 빈민현장에서 씨를 뿌려야 합니다."

국회 대표 '농사꾼'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는 하얀 손수건을 꺼내 눈가를 꾹꾹 눌렀다. "더 큰 공동의 선과 더 많은 국민의 행복을 위하여 스스로 가진 것을 내려놓는 희생과 모든 것을 바치는 헌신만이 진보정치를 국민대중의 마음 속에 다시 뿌리 내리게 할 것"이라며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강기갑 통합진보당 대표가 '9년간의 정치농사'를 눈물과 함께 마무리했다. 그는 10일 오전 여의도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가시화된 통합진보당 분당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당대표직을 내놓는 동시에 통합진보당을 떠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강 대표는 "양팔을 벌려 이쪽과 저쪽을 손 잡고 당겨보려 했지만 손이 닿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분당 사태를 막기 위해 단식까지 감행했던 그는 "이 모든 책임을 지고 저의 건강을 제물로 삼아 분당을 막기 위한 마지막 기적을 희망했지만, 혼신의 힘을 다하였지만 그 모든 것이 허사가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는 명심보감에 나오는 '행유부득 반구제기(行有不得 反求諸己 : 행하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으면 모든 문제를 자신에게서 찾으라는 뜻)' 구절을 차용, "'구당부득 반구제기(求黨不得 反求諸己)'의 책임을 통감하며 오늘 당대표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또 "이 모든 것이 제 탓"이라며 "통합진보당을 용서해달라, 진보정당을 버리지 말라"고 호소했다.

"공중부양까지 하며 몸부림 쳤는데...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통합진보당을 탈당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강기갑 대표는 "선거 때만 서민 찾고 끝나면 언제나 재벌 품에서 놀아나며, 국민 앞에 물구나무서버리는 국회를 재벌에서 서민의 품으로 찾아오기 위해 호통도 치고 책상도 치고 공중부양까지 하며 몸부림 쳤다"며 지난 9년간의 의정생활을 반추했다.

그러나 강 대표는 "이번 당 내분으로 인한 5·12 중앙위 사태를 겪으며 저의 지난 9년간의 의정활동의 소신과 긍지가 송두리째 무너져 내리며 자괴감에 하염없이 울었다"며 "무엇보다 민심을 무시하고 국민을 이기려 하는 진보는 결코 대중정당으로 성장할 수 없다는 간곡한 호소도 무위로 끝나버린 지금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으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은 실패했고 셀 수 없이 많은 당원들이 이 당을 떠나갔고 당의 근본인 노동자들이 지지를 철회했고, 농·어민, 빈민들의 지지철회도 이어지고 있다, 모두가 제 탓이다"며 "모든 것이 지나간 지금 그동안 당원동지들과 함께 했던 행복한 지난날을 기억하며 이제 민주노동당에 이어져 온 통합진보당의 당적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다만, 강 대표는 신당권파의 분당 추진에 합류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희생과 헌신이라는 숭고하고도 위대한 진보적 가치를 실현시키는 길에 저도 함께 하고 싶다"면서도 "진보정당 역사의 죄인이 된 저는 속죄와 보속의 길을 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는 "진보는 분열한다는 역사의 규정을 다시 증명하고 확인해 버린 이 과오에 대하여 누군가는 책임지는 사람이 있어야 함을 깨달았다"며 "그러기에 저는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야 하고 동지들이 가는 길에 함께 하지 못함을 통감한다, 이제 흙과 가족이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고향의 품으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사실상 정계 은퇴의 뜻을 내비친 것.

그러나 강 대표는 "진보라는 항아리를 끌어안고 그들만의 논쟁과 다툼으로 아까운 세월 보내는 진보, 자기주장만 하는 강직성과 진보라는 우월성에 갇혀 대중성과 민심에 다가가지 못하는 진보는 이 시대적 요구와 국민적 갈망을 채워줄 수 없다"며 자신의 뜻이 신당권파에 함께 함을 밝혔다.

분당 합류 대신 '낙향' 택했지만... 이번 주 중 탈당 흐름 본격화될 듯

눈물을 보인 강기갑 대표는 기자회견 직후 머리를 양 손으로 감싼 채 자리를 떴다. "사실상 정계 은퇴를 선언한 것이냐" 등의 질문이 던져졌지만 답하지 않았다. 강 대표의 기자회견 현장을 지켜본 유시민 전 공동대표, 노회찬·강동원·김제남·박원석 의원, 천호선·이정미 최고위원 등이 그의 뒤를 따랐다.

하지만 강 대표의 탈당 및 당대표 사퇴로 통합진보당의 분당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미 박원석·정진후·서기호·김제남 등 비례대표 의원 4명이 '셀프 제명'을 통해 탈당한 상황이고 강동원·노회찬·심상정 지역구 의원 3명도 조만간 탈당 의사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국민참여계 당원 3000여 명이 오는 11일께 탈당계를 제출할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정미 당 대변인은 신당권파의 거취 정리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다 이번 주 중으로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회찬 의원도 "조만간 여러가지 일들이 잇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탈당 이후 신당 창당 일정 등에 대해선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천 최고위원은 "신당을 만든다는 것은 확실하지만 시기나 대선 등과 관련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강 대표의 '정치 일선 후퇴'에 대해서도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신당 창당 추진 등에 합류하지 않으시더라도 나중에 모셔와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한편, 구당권파는 이날 최고위를 열어, 민병렬 최고위원을 당대표 직무대행으로 의결했다. 아울러, 지난 7일 비례대표 의원 4명에 대한 '셀프 제명'에 대해 무효 소송을 추진하기로 의결했다.


태그:#강기갑 , #통합진보당, #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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