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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뉴스 "혼자여서 외롭다고 했는데... 여기 오길 잘했네요"

지난 주말(8일) 경기도 시흥시에서 '갯골 축제'를 했다. 시흥시의 자랑이자 보물인 자연의 선물 갯골과 주변 풍경이 어울려 포구, 염전, 어촌, 농촌의 풍경을 느낄 수 있는 보기 드문 축제다. 매년 하는 축제라 그러려니 했는데 내 눈길을 끈 게 있었다. 갯골 축제에 오는 교통편으로는 전철 '소래포구역','월곶포구역'이 있단다.

과거에 존재했다던 '수인선(수원-인천)' 기찻길이 복원된 것인가 궁금하기도 하고, 수도권 시민의 사랑을 받는 포구에 이채롭게도 전철역이 생겼나 하는 생각이 드니 안 갈 수가 없다. 수도권 전철 4호선 오이도역에 도착할 즈음, 소래포구 방면으로 가실 분은 수인선 전철로 갈아타라는 방송이 나온다. 정말 수인선이 부활했나 보다. (수인선 개통일: 2012년 6월 29일)  

변화하는 포구, 변함없는 포구의 풍경 

 포구 주변 작은 광장에서 성인용 유머로 어른들을 웃기고 있는 각설이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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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구는 뭔가 사람을 끄는 꾸밈없는 날 것의 매력이 존재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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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래포구역에 내렸다. 전철 역사에 소래포구 개성을 조금이라도 살리면 여러모로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포구로 향한다. 가까이에 있는 송도 국제도시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소래포구도 한껏 도시화되고 있다.

그래도 포구는 포구인가보다. 포구 쪽으로 가까이 가면 갈수록 항구와는 또 다른 포구 특유의 부산스러움, 짭짤한 바다 내음, 생선의 비릿함이 꾸밈없는 날것으로 다가온다. 뭔가 사람을 끄는 포구만의 매력, 오랜만에 맛본다. 그래서 그런가 소래포구는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인다.

저 앞에서 웬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와 궁금하여 빼꼼히 고개를 들이밀었다. 사람들이 모인 장소는 잠시 앉아가는 공터다. 그곳에서 여장 효과가 전혀 나지 않는 각설이가 '19금'스러운 성인용 유머를 날리며 모여든 사람들을 내내 웃기고 있다. 본래 각설이가 추구했던 풍자와 해학과는 거리가 멀지만, 썰물 때문에 적나라한 바닷속을 드러내고 있는 포구의 분위기와 묘하게 어울린다.

포구 부근에 전시용 기관차가 한량 서 있어 눈길을 끈다. 안내판을 보니 1995년 12월 31일을 마지막으로 사라졌던 수인선 협궤열차란다. 철도의 궤간(철길의 레일 간격)이 무척 좁은 기차를 협궤열차라고 한다. 보통 철도의 궤간 표준이 1.435m인데 반해 수인선 협궤열차는 절반밖에 안 되는 0.762m의 선로를 달렸다. 그래서 수인선 기차를 '꼬마열차'라고 불렀나 보다.

그러다 보니 기차가 덜컹거릴 때면 맞은편 승객과 무릎이 닿기도 한단다. 그러나저러나 이 열차는 반세기가 넘도록 인천-수원 간 해안 주민의 발이 되어 삶과 애환을 함께 실어날랐다. 1995년까지 협궤열차가 운행했다니, 나는 그 시절 뭘 하느라 수인선 협궤열차도 못 타봤나 하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일제 강점기 때 우리나라 곳곳에 만든 기찻길이 다 그렇듯이, 수인선도 수원에서 인천 사이의 서해안 (군자, 남동, 소래 등) 염전지대에서 나는 소금을 일본으로 실어 나르기 위해서 생긴 것이다.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일제 치하의 상흔은 이 땅 어디서나 여전히 남아있다.

 새로 생긴 거대한 신도시 아파트와 포구의 풍경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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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선 협궤열차가 오갔던 낡고 작은 소래철교 위를 이젠 사람들이 걸어서 다닌다. 마주 오는 사람과 어깨가 스칠 듯한 좁은 철교 다리에 막걸리와 주전부리를 파는 노점상까지 들어서 있다. 소래 포구의 왁자한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철교다. 멀리서 보면 마치 피난민의 행렬을 보는 듯해 웃음을 짓게 하는 소래철교를 건너가면 소래포구의 이웃 월곶포구다.

바닷물이 한창 빠져나가고 있는 포구 가를 따라 산책로가 잘 나 있다. 다른 동네의 산책로와 다른 것이 있다면 산책로 가에 줄줄이 이어진 낚시하는 사람들. 낚시꾼이라고 표현하지 않은 것은 엄마와 아이들까지 같이 와 낚시를 즐기는 모습 때문. 포구 가에 시커먼 낚시꾼 아저씨만 즐비하지 않아서 보기 좋다.  

월곶 포구 가의 긴 산책로를 꽉 채운 낚시인들 외에 또 다른 인상적인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건너편 포구 가에 쭉 들어선 드높은 신도시 아파트와 빌딩들이 그것. 소박한 포구주변을 압도하는 그 위용에 놀라기도 하고, 나 또한 아파트에 살지만, 인간복제를 다룬 흥미로운 영화 <아일랜드 (2005)>에 나오는 거대한 수용소 같기도 하다. 물고기를 가득 실은 작은 어선들과 짠내음 풍기는 바닷물이 들고 나는 곳에 세워진 인간의 거대한 건축물이 묘한 대조와 감흥을 일으키게 한다.

갯골길을 따라 배부른 들녘을 달리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풍성해지고 여유로워지는 가을 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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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고 작은 갯골들을 따라 가을 들녘을 배부르게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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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곶포구를 나오면 가을 들녘이 펼쳐진 시흥시 갯골길 또는 갯골 생태공원이 가까이에서 기다리고 있다. 전에는 갯골까지 따로 이어진 길이 없어 잠시 차들이 쌩쌩 달리는 차도 옆 갓길을 달려가야 했는데 자전거로 안전하게 갈 수 있는 보행로 겸 자전거길이 생겨났다. 사실, 4대 강변 자전거길 같은 정치인 치적 과시용의 거창한 자전거도로보다는 이렇게 소소하고 배려가 느껴지는 동네 자전거길이 자전거를 탄 사람에게는 너~무 소중하고 고맙게 다가온다. 이런 자전거길을 보면 점점 자전거 타기 좋은 세상이 오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갯골 생태공원 이정표가 나타나지도 않았는데, 왼쪽의 임도 길로 자전거 핸들을 황급히 꺾어 들어섰다. 초록 일색이었던 들판의 벼가 어느새 고슬고슬 노랗게 익어가는 가을 들녘으로 바뀌었다. 이맘때면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정원이 되는 논이 사방으로 펼쳐져 있다. 벼 낱알을 훑으며 스쳐 가는 소슬한 바람 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참 고즈넉하고 정겹다.

매년 찾아가 보는 가을 풍경이지만, 지겹지가 않고 배부르고 마음이 넉넉해지는 황금 들녘. 정성 들여 잘 지은 밥 한 공기가 눈앞에 놓여 있는 것 같다. 팔뚝에 닿으면 타는 듯 뜨거웠던 땡볕과 쏟아 붓는 장맛비, 두 번의 연이은 태풍까지 겪어낸 키 작은 벼들이 대견하고 그런 자연의 시련 속에서도 이런 작품을 만들어낸 농부님들이 대단할 뿐이다. 전철을 타고 온 수도권 경기도 시흥시, 하지만 어디 멀리 시골에 여행 온 기분이다.

 지나가는 아낙네의 지팡이 짚는 소리가 목탁소리처럼 들려오는 고요한 가을 들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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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갯골가에 피어난 예쁜 코스모스들, 가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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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골 생태공원에 도착하니 소래포구에서만큼이나 많은 사람이 떠들썩하게 모여있다. 앞발 하나가 무척 큰 농게가 산다는 갯골가 나무 데크 산책로. 이곳에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갯골 주변을 관찰하고 있고, 소금을 만들어 내는 염전 밭과 소금 창고를 이채로운 표정으로 구경하고 있다. 이 공원은 가을 들녘이 펼쳐진 갯골길 산책 혹은 자전거 라이딩의 들머리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연꽃 마을로 유명한 관곡지를 지나 물왕저수지까지 갯골길이 연결되어 있는데, 거리가 편도 7Km가 넘는다. 공원 입구에서는 자전거를 대여해 주기도 한다.

그 이름 속에서도 어떤 그림이 그려지는 정겨운 우리말 갯골은 바닷물이 들고나면서 (썰물과 밀물) 해수의 유로 역할을 하는 곳이다. 바닷속에 숨은 길이기도 해 경험이 풍부하고 노련한 선장들은 이 바다 속의 길을 잘 이용하기도 한단다.

시흥 갯골길엔 관곡지라는 유명한 연꽃마을도 있지만, 내겐 길가에서 여행자를 향해 손 흔드는 가을의 전령사들이 더 반갑다. 자전거 탄 여행자와 '하이파이브'하자며 손 내미는 억새꽃과 색색의 예쁜 꽃잎을 흔들며 눈길을 끄는 코스모스가 그것. 가을 특유의 달콤쌉쌀한 고즈넉함과 수확의 기쁨을 모두 느끼게 해주는 존재다.    

 물이 얼마나 풍성하면 물왕 저수지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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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골길 끝에는 물왕저수지가 든든하게 자리하고 있다. 지금까지 달려온 가을 들녘에 생명수를 대준 곳이라 그런지 든든하게 느껴지나 보다. 물이 얼마나 풍성하면 '물왕' 저수지라 이름 지었나 웃음이 나고 궁금도 하여 저수지 입구에서 낚시꾼들에게 커피와 라면을 파는 작은 가게의 노인 부부에게 여쭤 보았다. 이 주변 동네 이름이 '물왕리'라서 저수지 이름도 그리 지어졌단다.

저녁 8시에도 끄떡없던 해가 이젠 7시도 안 되었는데 은근슬쩍 사라지고 저수지, 가을 들판, 갯골길에 땅거미가 길게 드리운다. 서둘러 귀가할 시간이 되었지만, 이상하게 서둘러지지가 않고 천천히 자전거 페달을 밟게 된다. 밤늦게까지 운행하는 전철역 (소래포구역, 월곶역)과 그곳까지 가는 편안한 자전거길이 있어서 더 마음이 여유로워지는 것 같다. 저녁 시간이 되니 사위는 더욱 고요해지고 갯골길 주변에 서식하는 새, 개구리, 곤충의 수다 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온다. 익어가는 가을이 저무는 노을처럼 아름답고 정겹게 느껴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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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말을 타고 다니는 도시의 유목민이랍니다. 소박하게 먹고, 가진 것을 줄이기. 이방인으로서 겸손하기, 모든 것을 새롭게 보기를 실천하며 늘 여행자의 마음으로 일상을 살고자 합니다.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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