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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뉴스 '사형수' 유인태, 사형폐지법 다시 낸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성폭력 문제가 나와 멀리 떨어져 있는 뉴스 속 끔찍한 사건이 아니라 나와 내 주변의 일이라는 것을 생각해보기 위해 총 10회에 걸쳐 'Upgrade! 反 성폭력 감수성!'을 연재합니다. 성폭력을 둘러싼 고민과 궁금한 점, 그리고 시민들의 일상적인 경험을 나누며 우리의 인식을 점검했으면 합니다. 더불어 성폭력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걸 공유하고 싶습니다. [편집자말]
최근 성폭력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언론에 크게 보도되면서, 정부는 성폭력 방지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전자발찌 부착과 신상공개 대상자를 확대했고, 며칠 전에는 소위 '화학적 거세'라 불리는 성충동약물치료법 대상자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국회에서는 물리적 거세에 대한 논의까지 오가고 있다.

이런 대책이 발표되면 성폭력 상담소에는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쏟아진다. 요 며칠도 정부의 화학적 거세 확대 방침에 대한 상담소의 입장을 묻는 전화가 빗발쳤다. 기자들의 물음에 상담소 활동가들은 '화학적 거세 확대에 대해 비판적이다'라는 답을 내놓는다. 그러면 대부분 놀라거나 의아해한다.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단체가 가해자 처벌 강화를 반대한다고요?'라며 되묻는다.

'화학적 거세' 확대에 회의적인 이유

성폭력피해자를 지원하는 단체인 상담소는 당연히 성범죄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누구보다 강력히 바란다. 이는 20년 넘도록 이어진 한국의 반성폭력 운동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진 영역이다. 그런데 왜 성폭력상담소가 성범죄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 확대에 회의적일까? 기자들뿐 아니라 상담소 후원자들, 성폭력 피해자들도 그 이유를 묻는다.

 성충동약물치료법은 '성폭력은 남성의 참지 못하는 성충동에 의해 일어난다'는 편견에 근거한 제도이다.
ⓒ SBS

상담소가 화학적 거세 확대에 비판적인 이유는 이렇다. 우선 화학적 거세, 즉 성충동약물치료법은 성폭력이 남성의 성충동 때문에 발생한다는 잘못된 편견에 근거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성폭력은 참을 수 없는 성충동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성차별적이고 남성중심적인 성문화, 약자에 대한 폭력을 용인하고 묵인하는 사회적 분위기, 성범죄자에 대한 미비한 처벌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성폭력은 몇몇 '괴물' 범죄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괴물'을 만들어 내고 범죄가 가능하도록 하는 사회 역시 주범이다. 따라서 성폭력은 범죄자 몇 명을 사회로부터 격리하고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화학적 거세의 확대는 성폭력이 남성의 성충동에 의한 것이라는 통념을 강화하고 확대하여, 성폭력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게 한다. 성폭력을 조장하는 문화와 사회 구조를 바꿔내기는커녕 오히려 공고하게 유지시킬 것이다. 이뿐 아니다. 당사자의 동의 없는 약물치료는 충분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우며, 그마저도 평생동안 약물을 주입하지 않는 이상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성폭력 대책, 신고율과 처벌 가능성부터 높여야 

게다가 화학적 거세 대상자를 확대하는 것은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도 아니다. 성범죄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은 피해자의 치유와 재범 방지, 사회 정의 구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성폭력 범죄에 대한 신고율이 10%에 불과한 현실에서 아무리 다양한 방법의 강력 처벌책을 도입한들, 극소수의 성범죄자만이 처벌을 받게 된다. 여전히 법망에 걸리지 않는 대다수의 성범죄자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성폭력 대책, 성폭력 범죄에 대한 실질적 처벌 가능성부터 높여야 한다.
ⓒ 한국성폭력상담소
성폭력 범죄에 대한 낮은 신고율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비난과 의심, 사법절차상 발생하는 2차 가해 때문이다.

많은 성폭력피해자들이 성폭력으로 인한 신체적·심리적 어려움을 겪는다. 뿐만 아니라 피해자에게 '꽃뱀'인지, 평소 성적으로 문란하거나 옷차림이 야하진 않았는지 물으면서 (피해자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비난한다. 때문에 피해자들은 주변 사람들과 사회의 불편한 시선때문에 이중의 고통을 겪는다.

또 성폭력은 여전히 피해자의 개인적인 치부, 감추어야 할 부끄러운 문제라는 인식이 팽배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피해자는 신고나 고소를 주저하게 된다.

따라서 성폭력 예방과 처벌에 대한 대책은 무엇보다도 신고율을 높여 범죄자들의 처벌 가능성을 높이는 것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성폭력은 타인의 신체와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그에 따라 제재를 받게 된다는 일관되고 명확한 인식이 사회·제도적으로 널리 확산되는 것이 중요하다. 

성폭력 범죄에 대한 친고죄 조항을 비친고죄로 전면 개정하는 것은 이러한 인식 확립을 위해 우선되어야 하는 조건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아동·청소년·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범죄는 비친고죄로 개정되어 피해자가 직접 고소하지 않아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게 되었으나 성인 여성에 대한 성폭력 범죄는 여전히 친고죄로 남아있다.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으면 가해자는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때문에 성폭력은 심각한 범죄라기보다 개개인간 권리 충돌의 문제이거나 합의만 하면 된다는 인식이 일반인들은 물론 형사·사법관계자들에게도 만연해 있다. 피해자는 수사과정에서의 의심과 비난 등 2차 가해, 검찰의 무고죄 의심, 가해자의 화간 및 꽃뱀 주장, 가해자에 의한 합의종용 등에 시달리고 있다.

피해자의 '명예'와 '사생활'을 보호하겠다는 친고죄의 목적은 성폭력피해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성폭력을 예방하기보다, 성폭력문제를 피해자 개인의 치부, 감추어야 할 부끄러운 문제로 만들어 버린다.

 정부는 성폭력 범죄에 대한 친고죄 전면 폐지를 통해 성폭력이 심각한 범죄라는 인식을 확립하고, 더이상 가해자 처벌에 대한 책임과 부담을 피해자에게 전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 한국성폭력상담소

친고죄 폐지 '환영'... 성차별적 문화 개선이 필수다

다행히 최근 정당들과 법무부에서 성폭력범죄에 대한 친고죄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부디 친고죄 폐지를 통해 더 이상 가해자 처벌의 책임과 부담을 피해자 개인에게 전가하지 말아야 한다.

수사·재판담당자들의 성폭력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을 높이는 것 또한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 가능성을 높이는데 매우 중요하다. 담당자들의 잦은 인사이동과 성폭력에 대한 낮은 이해 때문에 피해자들은 경찰 검찰, 판사 등에 의해 2차 피해를 입거나, 피해를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수사·공판절차에서 피해자 품행이나 평판, 직업, 성관계 이력 등에 대한 신문을 제한하도록 하고, 인권감수성 향상과 피해자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위한 교육도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한 인사시스템 개선이나 예산 투자도 필수다.

이뿐 아니라 전사회적으로 일상에 만연한 성차별적이고 폭력적인 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성폭력 범죄자를 만들고 성폭력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문화와 시스템을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폭력에 대한 통념과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안전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동시에 성폭력 범죄자들의 변화를 위한 사회적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성폭력 예방과 근절은 단기간에 이루어지기 어렵다. 정부는 성폭력 사건이 크게 보도 될 때만 급조된 대책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성폭력 근절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만이 아니라 성차별적이고 폭력적인 문화를 만들고 성폭력 범죄자들을 양산해낸 사회가 공동의 책임을 갖고 해결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두나씨는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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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성폭력상담소는 1991년 4월 문을 연 이후로 성폭력 피해에 대한 상담, 지원 활동과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법/정책 마련 및 인간중심적인 성문화 정착과 여성의 인권 회복을 위한 활동들을 해 오고 있습니다.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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