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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민 수필집 <잘사는 게 뭐지?>
ⓒ 이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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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동민씨는 <수필문학>을 통해 수필가로등단(1992년)하여 <수필과비평>을 통해 수필평론 활동을 시작(1998년) 했다. 이후, <떠내려간 고향> 등 다섯 권의 수필집, <수필, 어떻게 쓸 것인가?> 등 네 권의 수필평론집, <조선 후기 회화사> 등 두 권의 미술 분야 전문서 그리고 민속신앙서 <우리 고을 지킴이, 팔공산>과 육아책 <우리 아이는 잘 자라고 있는가>를 저술한 의사 출신 수필가다. 그가 여섯 번째 수필집을 펴냈다. <잘사는 게 뭐지?>

경력과 관심 분야만큼이나 다양한 저서를 가진 저자이지만, 이번 수필집은 제목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잘사는 게 뭐지?'라는 물음에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소아과 의사 생활에서 은퇴한 저자는 '소아과 의사가 하는 일은 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었을 때 혼자서도 잘살아 가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면서, '그러나 "잘살게"라는 말은 해답을 구하기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수필집 <잘사는 게 뭐지?>는 모두 5부 47편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기억의 흔적', 2부는 '숨어서 우는 사람들', 3부는 '내가 행복한 시간', 4부는 '묵향과 악취', 5부는 '생각하면 그리운'이다. 1~3부가 일반적 의미의 수필들이고, 4부는 그림 관련, 5부는 여행 관련 글들이다.

가족 간의 화목, 강조하고 또 강조

1부에서 저자는 "아이들에게 틈만 나면 가족 간의 화목을 강조하여 말한다"면서 "자주 말하니까 큰아들은 "또 그 말씀이야" 하는 얼굴을 한다, 어떤 때는 나도 지나치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 어색해질 때도 있다. 가족의 화목을 되풀이하여 말하는 것은 내가 앓고 있는 병의 증상이 틀림없다"고 안타까워 한다.

저자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가족 간의 화목'을 강조하는 자신의 가치관을 '병'이라고 스스로 질타한다. 그러나 독자의 눈에는 저자가 강조하는 가족 간의 화목이 '잘사는 게 뭐지?'의 한 가지 해답으로 보인다.

1부의 수필을 꼼꼼하게 읽어보면 저자는, 가족 구성원 사이의 '은근한' 기대, 드러나지 않은 채 '숨어 있는' 화두, 감추어진 '어두운' 그림자, 마음을 메운 '침묵', '다할 수 없는' 인간의 도리, '무심한' 관심... 이런 것들에 세심한 신경을 기울이면 가족 간의 화목이 오고, 이윽고 '잘살게' 된다고 설파하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저자는 2부의 작품들을 통해 '그냥 들어주기만 하면 된다'고 말한다. '자기가 신봉하는 지식에 사로잡혀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인정하지 않는' 병폐가 사람 사이에 '벽'을 쌓고, 마침내 '내가 나를 감옥에 가두어 놓고 폭력을 휘두르는' 꼴을 자초한다고 지적한다. 서로를 '어둠 속으로 밀어넣어 숨어서 울게 해서는' 결코 '잘살게' 될 수가 없다는 뜻이다. 근래 회자되는 유행어를 원용하자면 '소통'이 사람을 잘살게 해준다는 사실을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고등학생 때 소설가를 꿈꾸었던 의사

저자는 '고등학교를 다닐 때의 내 꿈은 소설가였다'고 고백한다. 물론 인생을 소설가로 살지는 않았다. 평생을 의사로 보냈고, 소설은 아니지만 꾸준히 글을 썼다. 그 덕분에 저자의 수필들은 문장이 유연하다. 또, 줄거리가 강조되지 않은 작품들도 은근히 소설적 구성을 깔고 있어 읽기에 아주 흥미롭다.

3부에 따르면, 저자는 몇 해 전에 직접 한 편의 소설을 써보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서 발표할 계획을 일찍 접어버렸다' 그러나 <잘사는 게 뭐지?>에는 얼마든지 소설로 재탄생시킬 가치를 지닌 수필들이 많다. 특히 2부의 '숨어서 우는 사람들'과 '이게 아닌데', 3부의 '내 친구', 4부의 '그냥, 변명해주고 싶어서', 5부의 '금강산을 다녀와서'는 소설로 전환하면 '잘사는 게 뭐지?'의 주제 의식도 살려내면서 제재의 특이함도 갖춘 창작이 될 듯하다.

저자는 '책을 내면서'를 통해 "2006년에 다섯 번째 수필집을 낸 이후로는 붓을 꺾고 수필을 더 이상 쓰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글쓰기는 나의 무의식의 욕망이었나 보다,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한 편, 두 편 모이다 보니 책 한 권 분량이 되었다, 원고를 정리하면서 내 삶의 자취를 보니 내가 옳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여전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는 오늘도 여전히 스스로에게 '잘사는 게 뭐지?'라고 자문하고, 글을 써서 자답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동민 수필집 <잘사는 게 뭐지?>, 수필과비평사, 2012년 8월, 215쪽, 1만2천 원.


장편소설 <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을 낸 소설가, <대구의 풍경> 등 개인전 10회를 연 사진작가, <미국 학부모회 연구><문학교육론> 등을 낸 교육평론가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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