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지하철에서 교복 차림의 두 여학생이 노트북을 들여다 보고 있다. 아이돌 그룹의 춤 동영상을 보며 연습하는지 손과 고개를 움직이는게 안무를 외우는 듯 보인다. 한 학생은 진하게 화장한 얼굴이다. 비장해 보이는 표정에서 순간 TV에 나오는 여자 아이돌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사례2>
어느 토요일. 압구정 로데오 거리에 위치한 모 기획사의 오디션장을 찾았던 적이 있다. 노래방도 함께 있는 건물 앞은 초등학생부터 많아봐야 고등학생일 10대 여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가수가 되고 싶어하고, 아이돌들이 이 건물 1층의 카페에 남긴 싸인들을 보며 동경하는 눈빛으로 카페 유리창에 얼굴을 부벼대는 학생들이 많이 보였다. 대부분 평범해 보이는 청소년들이었다.

아이돌 전성시대다. 대한민국 가요계를 보면 '아이돌 지상주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어느 방송에서나 아이돌 스타들이 활약중이다. 가요계 뿐 아니라, 드라마와 영화, 뮤지컬 쪽도 아이돌 스타들이 눈에 띈다. 10대부터 3,40대 혹은 그 이상의 연령대 국민들까지 모두 아이돌을 좋아한다. 신인 아이돌 그룹들도 그 수를 다 헤아리지 못할만큼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물론 아이돌은 '한류'의 한 축인 K-POP의 '전사'들로서 국가적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그들의 나이에 비해 여러모로 능력있고 성숙한 모습은 사회에 귀감과 활력이 되며, 연습생 시절의 노력에 대한 보답으로 주어지는 부와 명예는 결코 부당한 것만은 아닐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쯤에서 아이돌 세상의 문제점은 없는지 짚어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아이돌 세상이 앞으로도 계속될 거라면, 가능한 문제를 줄이고 갈수록 개선되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돌도 가수다...노래보다 노래 외적인 것에 대한 관심 많아선 오래 못 가

 카라

카라 ⓒ DSP미디어


최근 카라가 컴백했다. <판도라>라는 댄스곡으로 승부했지만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대신 춤과 의상에 대한 선정성 논란이 일었다. 과거 <프리티 걸> <허니> <락 유> <루팡> 등으로 활동할때는 크지 않았던 논란이었다. 아무래도 이는 노래가 확실히 새롭고 좋아야 노래 외적인 것 때문에 논란이 생기지 않는다는, 가요계의 정설을 되새기게 해주는 것이지 싶다.  

요즘 나오는 신인 아이돌들을 보면 대부분 외모적으로 비슷해 보인다. 여자 아이돌 남자 아이돌 할것없이 메이크업과 의상, 성적 매력이나 카리스마를 어필하는 춤과 무대로 국민 앞에 서곤 한다. 그런 이들중에 인상적인 이들이 많지 않은건 정작 가장 좋아야 할 노래가 그저 그렇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들이 좋아하게 되는건 외모보다 노래다.

물론 아이돌은 뮤지션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음악성이 강조되는 가수들이 아닐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아이돌 세상을 지켜볼 때 드는 생각은 그래도 새로운 그룹이라면 새롭고 좋은 노래가 만들어졌을 때 등장해야 하지 않나는 것이다. '국민 여동생' 아이유의 경우를 보자. 그녀는 대표적인 대한민국의 아이돌이다. 그녀가 과연 나이가 어려서 혹은 노래 외적인 것에 더 신경을 잘써서 그렇게 잘된 것일까. 아니다. 바로 가수로서의 그녀가 가진 음악성과 좋은 노래, 좋은 보컬 실력이 있었기에 결국 <좋은 날>로 정상에 설수 있었다.

  2일과 3일 저녁 서울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아이유의 첫 단독콘서트.

지난 6월 첫 단독 콘서트를 연 가수 아이유 ⓒ 로엔엔터테인먼트


소녀시대가 승승장구 할수 있었던 것도 좋은 노래에 대한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주로 댄스곡이었던 타이틀 곡이 아닌, 소녀시대의 노래들을 들어봐도 정규앨범에 대한 아쉬움이 적을만큼 퀄리티 높은 노래들로 채워져 있다. 이는 원더걸스도 마찬가지다. <텔 미> <소 핫> <노바디> 그리고 최근곡인 <라이크 디스>까지. 매번 변화가 확실했다. 그래서 새롭게 느껴졌고 노래 외적인 별다른 논란없이 활동할수 있었던 것이다.    

아이돌은 창조적인 아티스트인가, 자극적인 볼거리 제공자인가   
 
 지난 7월 화영의 퇴출 이후 7인조로 앨범을 내놓는 그룹 티아라

지난 7월 화영의 퇴출 이후 7인조로 앨범을 내놓은 그룹 티아라 ⓒ 코어콘텐츠미디어


'티아라 사태'로 물의를 빚은 티아라. <섹시 러브>라는 신곡으로 컴백하면 논란이 사라질수 있을까. 티아라는 한마디로 노래 실력이나 음악성보다 춤이나 퍼포먼스, 멤버들의 예능적 활동으로 쌓은 이미지로 승부하는 아이돌이다.

언론에서는 티아라가 <섹시 러브> 첫 무대에서 '리틀 티아라'라는 어린이들과 함께 오프닝을 할거라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지난 일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각오로 임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한 편이다. 티아라가 스스로 음악적인 창조성을 중시하는 아티스트라기보다 기획사의 의도에 의해 자극적인 볼거리를 추구하는 아이돌의 대표격으로 여겨지는건 안타까운 일이 아닐수 없다. 그들도 분명 K-POP의 소중한 인재들이기 때문이다.

같은 아이돌이지만 빅뱅의 지드래곤의 경우 스스로 음악을 만들고 의상이나 새로운 노래의 무대 컨셉 등에도 자신의 의견을 많이 담는 편이다. K-POP이 인기있는 이유 중의 하나가 창조적인 아티스트로서 아이돌들이 인정받기 때문인데 지드래곤은 그런 경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진정한 아이돌로서 장수하려면 겉모습 못지않게 아티스트로서의 역량도 꾸준히 키워가야 한다. 기획사가 이런걸 도와줘야지, 아이돌이면 무조건 인기라고 해서 얕은 꾀로 돈벌어 보려는 자세를 취하며 아이돌들을 과하게 상품화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9월 1일 0시에 공개된 지드래곤의 새 싱글 그XX의 앨범 표지

9월 1일 0시에 공개된 지드래곤의 새 싱글 < 그XX >의 표지 ⓒ YG엔터테인먼트


안 그래도 요즘 보면 아이돌은 마치 성상품화된 존재로 여겨지기도 한다. 노래가 어떻든 젊고 외모를 잘 꾸민 남녀들이 섹시하다는 춤과 표정으로 등장하면 넋놓고 좋아하는 이들이 있는것도 문제다. 아이돌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필요 이상으로 커지면서 우리 사회가 얻게 되는 이익도 많겠지만, 아이돌 아닌 가수들의 무대가 줄어들고 노래보다 노래 외적인 것에 더 끌리게 되는 현상이라든가, 일단 더 나이들거나 뒤처지기 전에 데뷔하고 보자, 그동안 보낸 시간을 보상받아야 한다 또는 그동안 투자한 돈을 회수해야 한다는 음악 외적인 부분에 대한 제작자들의 욕심은 대한민국 대중문화계에 좋지않은 영향을 줄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아이돌은 수만명의 팬덤을 형성하기도 한다. 대부분 어린 학생들이 예나 지금이나 삶의 돌파구로서 아이돌을 추종하고 지켜본다. 그들이 바라는건 좋은 가수이지, 노래나 음악성보다 자본 또는 권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아이돌이 아닐 것이다. 아이돌의 팬들은 아이돌이 나날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라고, 그건 기획사 측에서 그저 수익성을 위해 아이돌을 데뷔시키고 활동하게 하는 것만으로 현실화될 수 없는 측면을 가지고 있다.

진정 좋은 노래 하는 뮤지션 혹은 아티스트가 되는 아이돌들이 많이 나와야 대한민국 아이돌 세상이 더욱 풍요로워지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기획사 측에서는 자사의 아이돌들이 대한민국 대중문화계의 미래를 밝게 할것인지 어둡게 할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냉철하게 판단해 그저 그렇겠다 싶으면 차라리 아이돌을 제작하지 않는게 나을수도 있다. 기획사에 의해 만들어져 가는 아이돌의 현실을 벗어나기 어렵다면, 좋은 아이돌을 잘 만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다 깊이있게 연구하고 행동하는 움직임이 필요한 때다. 아이돌이 넘쳐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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