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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뉴스 <빅브라더>에 저항하는 사이버전사들의 대담집 : 사이퍼펑크

산부인과. 대개 성인 여성들은 이 네 글자와 친해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몸이 아파 가는 곳임에도,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가 있는 곳임에도 다른 병원과는 다르게 이질감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한국여성민우회가 성인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0%가 넘는 여성들이 산부인과를 한마디로 "가기 싫은 곳"이라고 대답했습니다. 한국여성민우회와 함께 '산부인과 이렇게 바꾸자' 기획 기사를 마련했습니다. 앞으로 네 차례에 걸쳐 산부인과의 문제점과 개선책을 담은 기사를 싣습니다. [편집자말]
 여성의 인권이 존중되는 산부인과는 과연 가능한 것일까.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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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생명이 탄생하는 곳"
"행복한"
"경이로운"

많은 여성들이 산부인과에 대한 이미지를 물으면, "진료의자", "단정치 못한 여자라는 의혹의 시선" 등을 우선 떠올린다. 그럼에도 산부인과는 "생명, 행복한, 경이로운, 새 생명 탄생의 장소, 모성" 등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하는 일에 대한 숭고함을 또 다른 이미지로 가지고 있기도 하다.

내 어머니 시대만 해도 내 할머니, 이웃 아주머니에 의해 행해지던 산파의 역할이 산부인과라는 공간속에서 거의 이루어지고 있으니, 이 탄생과 관련한 숭고함이라는 이미지 또한 산부인과가 가져야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간 탄생의 경이로움이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만들어지기 힘든 세상이 돼 버렸다. '생명 탄생'이라는 행복한 이미지 속에도 소독 냄새가 배어 있다.

"양수검사 때 기형아 검사를 권하면서 문제가 있으면 지우면 된다는 식으로 낙태를 가볍게 이야기해서 병원을 옮겼다."
"둘째 임신했을 때 초기에 산부인과에 갔는데, 2주 후 약속을 잡아주며 기형아 검사를 권유했다. 검사하고 싶지 않다고 했더니 노산인데 왜 검사하지 않느냐고 물어 불쾌했다."
"둘째아이 기형검사를 권유하는 산부인과를 보면서, 선택이 본인에게 있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30대 중반에 출산했는데 노산이라고 이런저런 검사를 해야 한다고 강요했다."

 전국에 산부인과 병원이 없는 시군구가 무려 27개소나 된다. 사진은 SBS 드라마 <산부인과>.
ⓒ SBS

이처럼 태아를 배태한 모성이 존중받아야 마땅한 공간에서 우리는 종종 당혹스러운 상황과 마주한다. 올해 한국여성민우회가 산부인과 진료를 받아 본 1000명의 여성들에게 불쾌했던 경험을 설문한 결과, 기형아 여부를 알기 위한 산전검사에 있어 여성 주체의 선택은 중요치 않았다.

임신을 확인하는 순간부터 여성은 모성으로 존중받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 판단이나 선택에 용이한 정보제공 없이 온갖 의료기술에 종속돼 버린다. 물론 여성이 느끼는 불편함과 불쾌감도 산부인과 전문의라는 전문가의 권위 속에 삼켜지고 만다. 심지어, 태아의 성별에 대한 의사의 선입견이 진료에서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남자친구와 중절 수술을 받으러 갔더니 그 의사가 왜 오셨냐고 묻지도 않고 사인하라고 그러더라고요... 내가 장애인이라서?"
"초음파 검사하던 의사가(자궁근종 수술을 크게 하고 계속 혹이 있어서 정기검진을 해오고 있는데) '나이도 있고 아기도 있으니 자궁적출 하면 되죠'라고 아주 쉽게 말했다."
"지금 낳아도 노산이에요. 서두르세요."

OECD 국가 중 제왕절개분만율 최고 수준

이런 현상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현상이 세계적으로 높은 우리나라 제왕절개분만율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여성민우회는 '제왕절개분만율줄이기 캠페인'을 벌여왔다.

이후 50% 육박하는 제왕절개분만율이 다소 완화되었으나 여전히 36.3%로(2008년 기준) 주요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여러 연구에서 보면 제왕절개 수술시 모성사망률이 일반분만의 경우보다 2-4배 높으며 합병증은 5-10배 높다(정진주, 황정임, 2004).

결국 과도한 의료적 개입으로 '모성사망률'이 높아지는 이유는 출산의 주체를 여성에게 두지 않고 의료적 개입을 우선하는 산부인과의 현실 때문이다.

무엇보다 여성 스스로 자신에게 최고로 안락한 형태의 출산을 택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배려가 앞서야 한다. 그것이 모성존중의 시작이다.

산부인과, 모성을 존중하긴 하나요?

 한 산부인과에서의 출산 장면.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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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라는 공간이 임신, 출산 기능에 집중되어 있으나 그 기능에서조차 여성의 주체성은 존중받지 못한다.

모성은 선천적으로 여성의 몸에 배태되어 있는 것이 아니며, 모성은 절대적이지도 않으며, 그것 역시 사회적 조건들로 인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정의해야 마땅하다. 그런 후에 모성이 존중받는, 그래서 새 생명이 경이로운 존재가 되기 위한 사회적 조건은 무엇인지 물어야 할 것이다.

"나이가 많든 적든 가기 쉽지 않은 곳이 산부인과인데, 남자 의사들이 그런 마음을 알까? 출산을 위해 종합병원을 갔는데 인턴(?)들 모두 와서는 실습을 했던 기억이 있어요."
"둘째 낳을 때 진통을 느껴 병원으로 가던 중 양수가 터졌다. 급한 상황임을 알렸는데도 엄살인 줄 알았는지 진료침대로 올라가라고 했다. 한참 후에야 살펴보던 간호사 왈 "아니 왜 이제 왔어요!"라며 화를 냈다." 
"첫째 아이 낳을 때 예정일을 2주나 넘기고도 태어날 기미가 없어 입원해서 유도분만을 하기로 했다. 촉진제 주사를 맞고 누워 있는데 담당의사가 체크하러 올 때마다 인턴과정의 의대생들을 몇 명씩 데리고 와서 함께 들여다봤다. 실습도구가 된 것 같아 기분이 더러웠다."

한 사람의 시선도 불편한 분만과정에서 한 그룹이 여성의 몸을 교육 도구화하는 것을 여성들은 참아내야 한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그 불편함을 참는 것이다. 실험대 위의 실험대상이 되는 기분으로 분만대에 오르고 새 생명의 탄생을 온 몸으로 이루어내는 것이다. 이런 장면에서도 여전히 출산을 앞둔 여성보다는 의료인이 중심이다.

결국 이런 고민들은 여성의 출산 기능과 육체적·정신적 건강이 통합적으로 사고되는 과정에서 해결될 수 있다. 여성 중심이 되는 부인과를 만들자는 것이다.

여성의 자궁은 신체 전체와 유기적으로 연결돼 존재하는 기관이어서 생리만 있어도 전신은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산부인과(산과+부인과)라는 이름이 가지는 선입견과 그래서 빚어지는 오해로 그 기능이 자꾸 축소, 왜곡된다.

하여 '산부인과'  이름 바꾸기를 통해 이런 문화를 바꾸자는 의견과 주치의 제도 도입으로 여성의 신체를 자궁과 통합적으로 보는 진료행위를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산부인과의 원래 기능을 명확히 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김인숙 여성민우회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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