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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총·대선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서울 한 병원의 신생아실 모습 (자료사진)
 서울 한 병원의 신생아실 모습 (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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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발표된 통계청의 '2011년 인구 통계'가 장안의 화제였다. 통계청은 이번 발표에서 우리나라의 출생아 수가 작년에 비해 0.2%(약 1000명) 늘었고,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 역시 1.226에서 1.244로 높아졌다고 밝혔는데, 대부분의 언론들이 이를 대서특필함으로써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것. 현재 우리 사회는 낮은 출산율 때문에 골머리를 썩이고 있는데 출산율이 높아졌다고 하니 어쨌든 언론 입장에서는 주목할 수밖에 없다.

특히 그 중 가장 시선을 끄는 부분은 출산율 증가 요인으로 지적된 셋째 이상 다자녀 가구의 증가.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980년대 이후 계속 줄어들기 시작하여 1991년에는 전체 신생아 중 5.6%, 2000년대에는 9% 안팎을 유지하던 셋째아 이상 출산율이 2011년에는 처음으로 11%를 기록, 작년에 비해 1700여 명이나 늘었다는 것이다.

정부의 출산 지원책이 효과를 보고 있다니...

정부는 이에 대해 다자녀 출산 지원책이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자평했다. 셋째아 이상에게 지원되는 경제적 혜택과 출산을 장려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상호간에 시너지를 내 셋째 이상의 출산율을 높였다는 것이다. 비록 많은 이들이 정부의 출산정책을 비판하지만, 어쨌든 정부가 가계의 살림살이를 개선시켰으니 출산율이 높아졌을 것이라는 자부심 섞인 분석이다.

출산순위별 출생
 출산순위별 출생
ⓒ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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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주위의 예를 보면 정부의 이와 같은 분석은 일면 합리적으로 보인다. 많은 부모들이 셋째 이상을 계획할 때에는 현재 정부의 다자녀 가구에 대한 혜택을 염두에 두기 때문이다. 셋째 이상을 낳을 때 지자체로부터 받는 출산 장려금이나 사용량 제한 없이 한 달 전기요금의 20% 할인, 자동차 1대에 대한 취득세· 등록세 전액 면제, 무주택 가정에 국민임대주택 우선공급, 대출시 금리우대, 다자녀 우대카드 발급 등이 어디 적은 혜택인가. 당장 본인만 하더라도 셋째가 들어섰음을 알게 된 뒤 각 지역의 출산장려금부터 알아보지 않았던가.

그러나 문제는 정부의 분석만으로 셋째아 이상 출산율 증가를 설명하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다는 사실이다. 비록 앞서 언급한 경제적 혜택들이 적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을 낳고 기르는데 있어서 그와 같은 혜택이 결정적인 요소는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왕 셋째를 가졌으니 그 혜택을 살펴볼 뿐, 정부의 정책이 출산율 증가의 필요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다.

따라서 이와 관련하여 우리가 주목해야 할 수치는 둘째 아이들의 출산율이다. 셋째아 이상과 달리 둘째아의 출산율은 오히려 작년에 비해 1.6%(2890명)가 줄었는데 이는 결국 우리 사회의 출산환경이 개선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아직도 많은 부모들이 살인적으로 높은 교육비나 의료비, 형편없는 육아환경 등 사회구조적인 문제들 때문에 아이 낳기를 주저하고 있는 게 아닐까?

물론 정부는 앞선 논리로 둘째아에 대한 혜택이 많아지면 나아질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들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정부의 출산에 대한 경제적 혜택이 아무리 많다고 한들 그것은 아이를 키우는 전체 비용의 '새 발의 피' 수준이기 때문이다. 당장 4년 동안 감당해야 할 대학등록금만 하더라도 웬만한 샐러리맨의 연봉을 훌쩍 넘는 것이 우리의 현실 아니던가. 요컨대 사회구조적인 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출산율은 쉽사리 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셋째 이상 아이들의 출산율은 높아지고 있는 것일까? 정부의 설명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다면 또 어떤 요소가 작용하고 있는 것일까?

출산의 양극화... 셋째아는 부의 상징?

둘째 아이들의 출산율은 떨어지는데 반해 셋째 아이들의 출산율은 높아지고 있는 현실. 혹자들은 이와 같은 출산의 양극화에 대해 그 원인으로서 조심스럽게 소득의 양극화를 거론한다. 최근 4년 동안 대학 이상 고학력 부모의 셋째 출산율 증가에도 불구하고 통계청은 아직까지 이를 증명해줄 자료가 부족하다며 유보적인 입장이지만, '셋째는 부의 상징'이라는 속설이 진실일 가능성은 높다.

예컨대 지난달 29일 통계청이 내놓은 '인구주택 총조사 자료 활용 논문집'에 수록된 '자녀의 출산순위에 따른 개별가구의 출산결정요인'(이헌영 연세대 석사과정)을 보자. 논문은 부부의 경제활동 참여도가 높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을수록 셋째 자녀를 출산할 가능성이 높으며, 첫째 자녀의 경우에는 여성이 경제활동에 참여할수록 출산율이 낮은 반면, 자가 주택을 보유할수록 출산율이 높음을 지적한다. 결국 소득계층에 따라 출생아 수에 격차가 있다는 것이다.

교육수준별 출생
 교육수준별 출생
ⓒ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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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와 같은 주장이 셋째 출산율 증가의 유일한 답이 될 수는 없다. 주위를 둘러보면 셋째의 경우는 계획적인 임신이 아닌 경우가 더 많을뿐더러, 출산을 장려하는 사회 분위기 상 낙태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바뀐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은 출산의 양극화가 소득의 양극화와 일정부분 상관관계를 지닌다는 사실이다. 이는 통계를 통해서도 어느 정도 확인된다. 2011년을 기준으로 아이를 낳은 아버지가 중학교를 졸업한 경우는 6944명이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경우 12만 9344명인 반면 아버지가 대학교 이상 경우는 28만 5634명, 대학원은 4만 2460명이었다. 또한 최근 4년(2008~2011년)간 대학 이상 고학력 부모의 셋째 출산이 크게 늘어난 경향은 뚜렷하다는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모든 생물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살고 있는 환경이 살 만하다고 느끼는 경우에만 종족번식을 하게 마련이다. 통계청의 교육수준별 출생은 현재 우리 사회는 소득계층에 따라 그 판단을 달리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출산율 역시 양극화 되고 있는 것을 어느 정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은 아이를 낳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
▲ 까꿍이 초음파 사진 모든 사람은 아이를 낳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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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한 이들은 아이를 많이 낳고, 가난한 이들은 아이를 낳지 않는 사회. 이는 분명 심각한 문제다. 사회의 부가 일부에게 편중되는 만큼 전체 인구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으며, 사회양극화는 더욱 공고화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앞으로의 정부가 할 일은 분명하다. 셋째아 이상 출산율을 높이는데 기여했던 경제적 혜택만을 만지작거릴 것이 아니라 이 사회의 구성원들이 걱정 없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구조적으로 무엇을 해야할지 더욱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교육비와 의료비를 걱정하지 않고 아이들 혼자 돌아다녀도 안전한 사회 환경 등을 만들어야 한다. 이 땅에서 태어난 이들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만큼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사회를 만드는 것은 바로 국가의 몫이다.


태그:#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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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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