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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대 총선 투표일 하루 전인 지난 4월 10일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 앞에서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위원장과 유세 중인 종로구 홍사덕 후보(오른쪽)
 제19대 총선 투표일 하루 전인 지난 4월 10일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 앞에서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위원장과 유세 중인 종로구 홍사덕 후보(오른쪽)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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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와이셔츠와 가발을 만들고 쥐와 다람쥐까지 잡아 팔아서 1971년까지 수출 10억 달러를 달성했지만, 100억 달러는 중화학공업 육성 없이는 불가능했다. 유신이 없었으면 우리나라는 수출 100억 달러를 못 넘었을 것이다."

"분배의 공평도, 즉 경제적 민주주의는 의회의 활성도 즉, 정치적 민주주의와 그 궤적을 같이 한다. 유신체제가 출범한 이래 소득의 불평등, 분배의 불공평은 더욱 심화돼 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독재에 대해 두 사람이 찬반 토론을 벌이는 장면을 연상시키는 이 두 발언은 사실 한 사람의 입에서 나왔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당내 경선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고 현재도 박 후보를 돕는 홍사덕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의 입이다.

'유신이 없었다면 수출입국이 불가능했다'는 말은 홍 전 의원이 지난 29일 기자들과 만나 유신을 옹호한 말이다. '유신체제가 분배의 불평등을 심화시켰다'는 말은 지난 1981년 10월 12일 국회 경제분야에 대한 대정부질문에서 기자 출신 민한당 초선 홍사덕 의원이 남덕우 국무총리에 질의한 내용이다.

대선을 앞두고 유신체제를 냉정하게 평가하지 못하는 박근혜 후보의 태도가 결국 대선 승리에 걸림돌이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에 대해 홍 전 의원은 '유신이 경제발전을 앞당겼다'는 논리로 방어막을 친 셈인데 정작 자신도 30여 년 전엔 유신의 잔재를 청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것이다.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1981년 야당 의원(민한당)으로 정치권에 입문한 홍 전 의원은 유신독재를 강도 높게 비판한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해 10월 1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홍 전 의원은 "본 의원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제5공화국의 첫 번째 과업이 유신잔재의 철저한 청산이어야 하며, 이와 같은 시대적 소명을 승인하고 실천할 때만 제5공화국의 정당성과 도덕성, 나아가서는 그 정통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고 말했다.

홍 전 의원은 현재 한국사회의 화두가 돼 있는 '경제 민주화' 개념도 꺼내들면서 유신정권의 경제정책을 비판했다.

"최저소득층 10%에게 돌아가는 것은 국민소득 가운데 처절하게도 1.75% 밖에 안된다. 1인당 국민소득 1000불이 달성되면 무슨 큰 수가 나는 것으로 생각들을 했지만 막상 달성됐을 때에 최저소득층 10%에게는 1인당 17.5불씩 돌아갔던 것이다. 저는 분노를 가지고 이 문제를 제기한다." 

초선의원 시절 '커진 파이를 왜 나눠 먹지 않느냐'고 분노를 갖고 항변했던 홍 전 의원이 30여 년이 지나 대선 후보가 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을 옹호하면서 '유신이 아니었으면 파이를 키울 수 없었다'고 옹호하고 나선 셈이다.

대변인 시절 성명에는 "반민주적 유신체제 하에 온갖 고난 겪었다"

초선 시절을 거쳐 신민당 대변인으로 자리잡은 후에도 유신체제에 대한 홍 전 의원의 비판적 인식은 여전했다.

야당과 민주화 세력이 전두환정권에 대통령직선제 개헌을 압박하고 있었던 1985년 제헌절에 낸 성명에서 홍 대변인은 "현행 헌법은 과거 유신헌법과 마찬가지로 특정인의 권력장악과 유지를 위해 위인설법된 것으로 민주주의 기본원리를 정면으로 부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듬해 2월 21일 성명에서는 "우리의 굴절된 헌정사가 자유당과 공화당 독재 그리고 반민주적 유신체제하에서 온갖 고난을 겪었다고는 하나 최근의 사태와 같은 헌정오손은 진실로 초유의 일"이라고 말했다.

굳이 홍 전 의원의 과거 발언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박정희 독재'인 유신체제를 옹호하고 나선 홍 전 의원을 향한 비판은 야당 뿐 아니라 같은 당에서도 나오고 있다.

정몽준 의원은 30일 트위터에서 "10월 유신이 경제발전을 위한 조치였다는 주장에 크게 실망했다"며 "유신의 논리란 '먹고 사는 것은 권력이 해줄테니 정치는 필요 없다'는 것인데, 국민을 '행복한 돼지'로 보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홍 전 의원의 이번 유신 옹호발언을 "일제의 식민지배 합리화 궤변과 동일한 논리로 유신을 정당화했다"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현직 의원 중 가장 화려한 당적을 보유한 분이자 출마한 지역도 다채로운 분이니 말을 바꾸고 뒤집는 귀재인 만큼 대꾸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며 "홍사덕 의원을 7인회의 한 사람이자 (경선)캠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중용한 박근혜 후보는 원칙과 책임정치를 강조하는 만큼 (홍 전 의원의 유신 옹호 발언에 대해) 마땅히 답해야 할 것"이라고 공세를 폈다.

문재인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측도 홍 전 의원 발언을 "헌법에 명시된, 3·1운동과 4·19 정신보다도 5·16을 더 우선시 하는 반역사적, 반헌법적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선예비후보사무소의 윤관석 대변인은 이같은 평가를 내놓으면서 "박근혜 후보가 책임있는 정치인이고 대통령 후보라면, 자신의 최측근 7인회 중 한 명인 홍사덕 의원의 이런 발언에 대해 자신의 생각이 무엇인지 밝혀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태그:#홍사덕, #유신, #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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