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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대구 달성군 현풍면 낙동강 달성보 하류지역에서 광범위한 녹조현상이 발생한 가운데 중부내륙낙동대교 아래에서 죽은 물고기가 녹조사이를 떠다니고 있다.
 7일 오후 대구 달성군 현풍면 낙동강 달성보 하류지역에서 광범위한 녹조현상이 발생한 가운데 중부내륙낙동대교 아래에서 죽은 물고기가 녹조사이를 떠다니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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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 최상류인 안동댐에서 하구언까지 강물이 흘러가는데 걸리는 시간(체류시간)이 168일 가량으로 나타났다. 사업 이전 18일 가량 걸렸던 데 비해 8.9배 증가한 것이다. 속도로 따지면 낙동강에 세워진 8개 보에서 물을 방류하지 않을 때는 초속 2.3cm, 방류시에는 초속 3.2cm에 불과하다. 강물의 체류시간은 수질에 영향을 미치는 지표로 특히 최근 발생한 대규모 녹조현상의 원인으로 체류시간 증가가 지적돼 왔다.

"낙동강은 더 이상 강이 아니라 '낙동호'"

심상정 통합진보당 의원은 30일 이 같은 내용의 환경부 자료를 공개하고 "낙동강이 1초에 2.3cm 움직이고, 안동댐에서 하구언까지 334km를 168일에 걸쳐 흐르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이번 녹조가 보 건설에 따른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이어 "미국과 일본 기준으로 체류시간이 7일과 4일을 초과하면 호소(沼湖, 늪과 호수)로 분류되는데, 낙동강 보 구간 체류시간은 이를 훨씬 능가한다"며 "낙동강은 더 이상 '강'이 아니라 '낙동호'로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심 의원이 공개한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낙동강에 설치된 보 구간별 체류시간은 상주보에서 낙단보 사이에서 10.3일, 구미보에서 칠곡보 사이에서 24.4일, 칠곡보에서 강정보 사이에서 26.6일이며 마지막 구간인 함안보에서 하구언까지는 37일이다. 4대강 사업으로 체류시간이 증가하는 문제는 반대단체와 학계에서 계속 지적돼 온 문제지만 정부 측 공식 자료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체류시간은 녹조발생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지난 2010년 국무총리실 산하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작성한 '낙동강 조류발생 특성분석 및 관리정책 방안'에서도 "조류발생은 주로 온도, 영양물질(질소, 인, 규소 등), 광합성에 필요한 빛의 양, 세포분열에 요구되는 충분한 체류시간 등 여러 제한인자의 영향을 받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낙동강 수질관리, '낙동호' 기준에 맞춰야"

7일 오후 대구 달성군 현풍면 낙동강 달성보 하류지역에서 광범위한 녹조현상이 발생한 가운데 중부내륙낙동대교 아래에서 채취한 녹조가 마치 '녹차라떼'와 같은 짙은 녹색을 띠고 있다.
▲ 지금 낙동강은 '녹조라떼' 7일 오후 대구 달성군 현풍면 낙동강 달성보 하류지역에서 광범위한 녹조현상이 발생한 가운데 중부내륙낙동대교 아래에서 채취한 녹조가 마치 '녹차라떼'와 같은 짙은 녹색을 띠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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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개된 자료에서 보와 보 사이 이동시간이 가장 긴 구간은 칠곡보에서 강정보 사이 구간으로 하루에 0.9km를 이동한다. 체류시간이 가장 짧은 구간은 하루에 2.5km 이동하는 합천보와 함안보 구간으로 나타났다. 낙동강 최상류 지류인 영강에서 하구언까지 총 9개 구간(8개 보 사이)의 하루 동안의 평균이동거리는 1.7Km 밖에 되지 않는다.

이 같은 결과는 4대강 사업의 문제를 지적해 온 김좌관 부산가톨릭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의 시뮬레이션 결과와 거의 유사하다. 김 교수는 낙동강 보 구간의 체류시간을 최소 11일에서 최대 39일로 예측했다. 김 교수의 주장은 4대강 사업과 관련된 소송에서 수질오염을 일으킬 수 있는 이유로 제시됐으나 정부는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일축해 왔다.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호소'를 '댐, 보 또는 제방 등을 쌓아 하천 또는 계곡의 흐르는 물을 가두어 놓는 곳'으로 정의하고 있다. 낙동강이 9개 구간 보에 막혀 낙동'호'가 됐다는 심상정 의원의 주장도 이에 기반을 둔다. 하천과 호소는 그 관리 측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는데 녹조와 같은 조류에 의한 피해예방 자체를 법으로 규정한 것은 '호소'뿐이다. 이 법률은 본래 하천에서는 조류현상이 잘 발생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수질관리의 기준도 달라진다. 환경부의 수질평가지침에 따르면 하천은 BOD(생화학적산소요구량) 농도로, 체류시간이 35일 이상인 호소는 COD(화학적산소요구량)농도로 평가하게 돼 있다. 체류시간이 37일인 함안보에서 하구언 구간은 이 같은 방침에 따라 COD농도로 수질을 평가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심상정 의원은 "낙동강 수질 정책은 낙동강을 자연화할 때까지 낙동호 수질 정책에 맞게 전환해야 할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는 거대한 호수가 된 낙동강에서 일상적으로 녹조현상이 발생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보로 막혀 있는 낙동강을 자연화하여 낙동강에 생명을 불어 넣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태그:#4대강, #녹조, #이명박, #4대강 사업,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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