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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30일 오전 10시 5분]

서울 마포구 합정동 메세나폴리스 앞에 지역주민의 이름이 새겨진 '입점 반대' 펼침막들이 걸려 있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 메세나폴리스 앞에 지역주민의 이름이 새겨진 '입점 반대' 펼침막들이 걸려 있다.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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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적'이라 불리던 대형유통업체가 눈치를 보기 시작한 걸까.

대형유통업체 홈플러스가 8월 말로 예정한 서울 합정점 개점을 잠정 보류했다. 홈플러스는 그동안 합정점 입점을 두고 서울 마포구 합정동 지역 중소상인들과 마찰을 빚어왔다. 홈플러스가 '8월말 개점 강행'에서 '눈치 보기'로 돌아선 이유를 두고 다양한 분석들이 제기되고 있다.

보통 대형마트·기업형 수퍼마켓(SSM) 입점 소식이 알려지면 지역 시장·중소상인들은 곧바로 들고 일어선다. 그러나 이들의 반대가 대형유통업체의 입점 강행을 막기엔 역부족일 경우가 많다.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차체)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대형유통업체의 점포 개설등록을 허가할 수 있다.

일시정지 권고에도 개점 강행하던 홈플러스, 눈치보기 시작?

대형유통업체들은 이를 믿고 오히려 공세적으로 점포 개설을 추진한다. 지난 2월 홈플러스 고양터미널점은 중소기업청의 일시정지 권고에도 불구하고 개점을 강행했다. 홈플러스 측은 이미 점포 개설등록을 마쳤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합정점(이하 합정점)도 마찬가지였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홈플러스는 합정점 개점 일정을 강행했다. 마포구와 서울시의회가 합정점 입점 철회 관련 권고 및 결의안을 내놓았는데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8월 말 개점을 추진했다.

그런 점에서 최근 합정점 개점 날짜 보류는 이례적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지난 22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지역상인들과 입장 차이가 크다 보니 (예정했던 8월말보다) 시간이 걸리고 있다, 개점 날짜를 두고 고민 중이다"라고 밝혔다.

지자체의 압력에도 움직이지 않던 홈플러스가 이렇듯 반대 여론의 눈치를 보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마포구에서 발달된 지역공동체가 홈플러스를 압박하는 데 한몫 했다고 입을 모은다. 지역공동체 문화가 중소상인의 피해를 '우리'의 문제로 확장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마포구는 서울시 안에서 지역 공동체 수가 많은 편이다. 성미산마을공동체·두레생활협동조합 등 지역주민끼리 목적을 갖고 다양한 공동체를 꾸렸다. 이주미 마포구청 마을공동체팀 주무관은 "업무상으로 파악한 단체는 100여 개지만 실제로는 더 많다, 다른 구에 비해 마포가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지역사회-기업 갈등 구도', 홈플러스에 부담스러울 것"

서울 마포구 합정동 메세나폴리스 앞에 '입점 반대' 펼침말이 걸려 있다. 홈플러스 합정점은 이곳 지하 2층에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 메세나폴리스 앞에 '입점 반대' 펼침말이 걸려 있다. 홈플러스 합정점은 이곳 지하 2층에 들어설 예정이다.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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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공동체에 속한 마포 지역주민들은 합정점 입점이 임박하자 8월초부터 본격 입점반대 운동에 돌입했다. 36개 지역 공동체들은 중소상인들과 함께 '합정동 홈플러스 입점 저지 마포지역 주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결성, 홈플러스가 들어설 합정동 메세나폴리스 앞에서 지난 10일부터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24일에는 시민문화제를 열고 '주민들이 나서 합정점 입점을 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대책위에 참여한 안성민 민중의집 사무국장은 "지금까지 대형마트 입점을 둘러싼 갈등은 주로 '시장상인-대형마트' 구도였던 반면, 합정점 입점 논란은 '지역사회-대형마트' 구도"라고 전제한 뒤 "양자구도가 아니다 보니 홈플러스 측에서 부담을 느끼게 됐을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시장 상인들만 합정점 입점을 반대할 경우, 홈플러스 측에서 이 문제를 단순히 시장상인들의 집단이기주의로 폄하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지역주민들이 합정점이 들어설 건물 주변에 입점 반대 펼침막을 직접 거는 등 입점 논란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 '지역사회 대 기업' 구도로 확장된 것이다. 이것이 홈플러스 측에서 섣불리 행동하지 못하는 이유 아닐까 싶다."

중소기업청 관계자 역시 "서울 한복판에서 천막농성 등의 대규모집회가 벌어지면서, 지방과 다르게 (합정점 입점 논란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다"며 홈플러스가 합정점 개점 날짜를 보류한 이유에 대해 조심스럽게 답했다.

홈플러스가 한 지역에 과도하게 입점을 추진한 점 역시 지역주민의 반대여론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많다. 합정점이 들어설 마포구내 망원·월드컵시장 반경 2.3킬로미터(km) 안에는 이미 홈플러스 월드컵점(대형마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망원점(SSM)이 입점한 상태다. 합정점까지 생기면 3곳이 된다. 중소상인들이 홈플러스에 '포위'되는 셈이다.

응답자 72.4% "대기업 골목상권 진출 규제해야"

망원시장 월드컵시장 상인 대표들이 지난 7월 11일 오후 서울 중구 영국대사관 앞에서 홈플러스 테스코 유통산업발전법 준수 촉구 기자회견을 마친뒤 호소문 전달이 거부되자, 전달될때까지 바닥에 앉아 기다리고 있다.
 망원시장 월드컵시장 상인 대표들이 지난 7월 11일 오후 서울 중구 영국대사관 앞에서 홈플러스 테스코 유통산업발전법 준수 촉구 기자회견을 마친뒤 호소문 전달이 거부되자, 전달될때까지 바닥에 앉아 기다리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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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회 저변에 확대된 경제민주화 담론이 합정점 입점 논란을 사회적 논쟁점으로 확장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기업의 과도한 이익 추구가 지역 중소상인이나 노동자들의 피해로 이어져선 안 된다는 데 시민들이 공감하게 됐다는 것이다.

지난 7월 참여연대와 원혜영 민주통합당 의원이 ㈜우리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20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2.4%가 '대형마트·SSM 등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을 규제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대형유통업체의 점포가 과다해질 경우 지역경제공동체가 무참히 파괴될 공산이 크다, 그만큼 반대여론도 거셀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사회적으로 경제민주화가 화두에 오르면서 중소상인·노동자·소비자들이 함께 공생하는 경제논리가 힘을 받고 있다"며 입점 반대 여론이 강화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입점을 반대하는 측은 합정점 개점 날짜 보류 움직임을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언제든 기습으로 개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정래 대책위 실무팀장은 "중소기업청에서 입점에 변동사항이 생기면 중소상인 측에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데, 아직 통보받은 바 없다"며 "홈플러스의 움직임을 계속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도 "(홈플러스 측에서) 고지를 받은 바가 전혀 없다, 아직 문서상에는 8월 입점 예정으로 기록돼 있다"고 답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고양터미널점의 경우 개점 하루 전에 일시정지권고가 들어왔다"며 "당시 이미 상품 진열까지 마친 상태여서 예정대로 개점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합정점은 중소상인 측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개점 날짜를 고민중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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