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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럭시S(왼쪽)와 아이폰 3GS 비교 모습(오른쪽은 옆 모습)
 갤럭시S(왼쪽)와 아이폰 3GS 비교 모습(오른쪽은 옆 모습)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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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8월 24일)에는 특별한 뉴스가 있었다. 한국에서 금요일은 "안방에서 삼성전자의 사실상 승리"라고 요약할 수 있는 서울중앙지방법원(민사11부) 판결이 속보로 보도되었다. 같은 날 미국의 금요일은 전혀 달랐다. "애플의 완승, 삼성전자의 굴욕적인 패배"로 헤드라인이 장식될 만한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법원 새너제이 지원의 배심원 평결이 나왔다.

두 얼굴의 금요일, 우리가 쉽게 간과한 사실들

두 얼굴의 금요일은 공평하지 못했다. 한국의 금요일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서 미국의 금요일에 잊히고 말았다. 성급한 사람들은 애국주의적 감성에 젖으면서 '보호무역주의'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비교적 차분한 이들도 우리나라 기업의 패배를 목격하면서 장차의 일을 걱정하기도 했다. 어떤 이는 특허 제도가 혁신을 가로막는다고 비난하기도 하며, 또 어떤 이는 이제 그만하라고 삼성전자와 애플을 싸잡아 비판하기도 했다.

나는 그동안 <특허전쟁>과 <세상을 뒤흔든 특허전쟁 승자는 누구인가>라는 두 권의 책과 여러 매체의 칼럼 기고를 통해서 이 소송의 배경과 전개 과정을 진단하면서 삼성전자의 불리함과 무리함을 우려해 왔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이 특허전쟁이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고 상당한 긍정성도 있어서 앞으로 지니는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해 왔다.

그 긍정성은 이 특허전쟁이 시장을 위협하지도, 소비자의 선택권을 함부로 제한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며, 그러므로 우리는 이 특허전쟁 그 후의 일을 차분히 생각해 봄 직하다는 생각이다. 우선 이 특허 전쟁이 발발한 배경과 전개과정을 간략히 살펴보자.

애플은 지난 2011년 4월 삼성전자를 상대로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 자신의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소장을 제기했다. 애플은 기술특허, 디자인특허, 제품 외관에 대한 권리인 '트레이드 드레스(신지적재산권의 한 분야로, 색채·크기·모양 등 제품의 고유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무형의 요소)' 침해를 주장했다. 삼성전자와 애플 간의 특허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여기서 사람들이 쉽게 간과할 만한 세 가지 사실이 있다. 이것이 이 특허 전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애플이 먼저 건 싸움? '글로벌 확전'은 삼성이 주도

첫째, 소송을 제기한 것은 애플이 맞지만, 이 소송을 글로벌 특허전쟁으로 확전한 것은 삼성전자가 주도했다는 사실이다. 삼성전자는 애플이 오히려 자신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한국, 일본, 독일로 소송을 확전했다. 그리고 영국과 프랑스와 이탈리아까지 소송을 넓혔다. 애플은 네덜란드와 호주법원을 통해 응전했다. 그러니까 소송을 이렇게 확전하면서까지 자신감을 표현했던 것은 다름 아닌 삼성전자였다는 사실이다.

둘째, 이 특허전쟁의 배후에는 '구글'이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삼성전자와 같은 제조사는 구글의 대리전을 수행하는 운명을 지니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에 대항하기 위해서 제조사들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소프트웨어(OS)를 무상으로 공급받았다. 그리고 그 안드로이드는 애플이 자신의 iOS 운영체제 소프트웨어를 모방한 것이라고 흥분하고 있던 소프트웨어였다(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은 안드로이드 개발 당시 애플의 이사이기도 했다). 결국, 애플의 화살은 삼성전자 등 제조사 뒤에 있는 구글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삼성전자는 애플과의 소송을 이미 예견하고 있었고 나름의 시나리오가 있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안드로이드 진영(구글로부터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를 공급받는 제조사 진영)의 대표주자는 삼성전자, 모토로라, 대만 HTC이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애플과 소송을 하고 있다.

대만 HTC는 2009년 안드로이드폰을 최초로 만든 제조사다. 애플은 2010년 4월에 HTC와 소송을 개시했다. 최초의 안드로이드 진영을 향한 특허전쟁이었다. 그리고 6개월 후에는 모토로라 모빌리티와 특허소송을 시작했다. 모토로라는 나중에 구글에 합병되었다. 그런 다음에 또 6개월이 지나서야 삼성전자와의 특허전쟁이 선포된 것이다. 즉 제조사들이 안드로이드폰을 제조한 순서대로 애플과의 특허전쟁이 발발했다.

삼성전자가 윈도우폰을 버리고 안드로이드 진영의 대표주자가 되기로 한 순간, 이미 애플과의 소송은 피할 수 없는 셈이었다. 그런데도 삼성전자는 다른 제조사와는 '유별나게 과감한 방법'으로 구글의 경고까지 아랑곳하지 않고 안드로이드 진영에 합류했고, '카피캣(copycat)'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자기의 제품 모델을 시장에 밀어붙였던 것이다.

디자인이 기술보다 못하다? 기술 중심주의 벗어야

 애플이 공개한 삼성전자 내부 문서. 아이폰과 갤럭시S를 분석하고 개선방향을 제시했다. 하단 개선방향에 "디자인의 차별화로 애플 아이콘을 모방했다는 느낌을 없앨 것"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애플이 공개한 삼성전자 내부 문서. 아이폰과 갤럭시S를 분석하고 개선방향을 제시했다. 하단 개선방향에 "디자인의 차별화로 애플 아이콘을 모방했다는 느낌을 없앨 것"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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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삼성전자가 자신의 최대 고객인 애플과의 특허전쟁을 감수하고까지 어째서 그렇게 유별난 과감성을 보이며 애플의 제품들과 경쟁했을까?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다른 안드로이드폰처럼 온순하게 경쟁할 수는 없었을까? (그렇게 해서도 애플과의 특허소송을 피할 수 없었겠지만) 삼성전자의 왠지 모를 자신감과 전투력은 아마도 모종의 '과신'과 '경시'에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른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산업에서 애플보다는 확실히 앞선 터줏대감이며 비교조차 안 되는 상당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표준특허'는 애플이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이런 자신감이 곧 소송을 글로벌 특허전쟁으로 확전한 계기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리고 디자인 특허나 트레이드 드레스 등 애플의 제품 외관에 관한 권리가 갖는 위험성은 경시된 것 같다. 소송 초기 애플의 디자인 특허공격을 '예상치 못한 공격'이었다고 평가한 대목이 이를 입증하기도 한다. 결국,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삼성전자에 대가를 요구하고 있는 국면이다.

제품의 기능을 구현하는 '기술'과 제품의 외관에 관련한 '디자인'(편의상 이 글에서는 디자인특허, 사용자 화면에 관련한 소프트웨어 특허, 트레이드 드레스를 포함한다)이 있다. 삼성전자는 데이터 전송 기술이나 전력효율에 관한 기술 등 원천적인 기술특허를 애플이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만들어놓은 기술 없이는 애플이 제품을 만들 수 없으므로 비유하자면 애플은 세입자이며 자신들은 그 기술로 집을 만든 소유자라고 주장한 것이다.

반면에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외관을 삼성전자가 모방함으로써 권리가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삼성전자의 특허침해주장에 대항해서는 살림살이가 있는데 어떻게 함부로 방을 빼라고 하느냐, 나가 죽으라는 말이냐, 라는 듯이 항변했다(비유하자면 그렇다).

사람들은 흔히 기술특허가 원천적이므로 삼성전자의 권리가 더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곧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기술 중심주의에 젖어 있었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작은 권리이든 큰 권리이든 권리라면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그런데 기술특허의 경우에는 사인(私人)인 특허권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초점이 있지만, 디자인에 관한 권리는 권리자의 사적인 권리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혼동까지 생각하게끔 하는 권리여서 공적인 특성이 있다는 점이 자주 간과되곤 한다. 더욱이 사용자 경험이 더욱 중요해진 오늘날 산업에서는 디자인이 기술보다 하급으로 취급될 근거도 사라지고 있다.

삼성전자 특허가 강하다? 애당초 애플이 유리했다

삼성전자와 애플 간의 소송은 아무래도 애플이 유리하고 미국 재판이 걱정이라고 여러 번 밝혀 왔는데, 왜 그런지 그 연유를 한번 살펴보자. "정말로 피할 수 있는 것인지 여부"는 이 소송을 이해하는 데 '정말로' 중요하다. 애플은 삼성전자의 특허를 정말로 피할 수 없는가? 반대로 삼성전자는 애플의 권리를 정말로 피할 수 없는가? 전자는 Yes, 후자는 No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게 문제라는 것이다.

얼핏 그렇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유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특허제도보다 더 근본적인 법률인 '경쟁법'(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공정거래법, 흔히 반독점법)을 호명하기 때문이다. 즉, 애플을 상대로 한 삼성전자의 특허공격은 경쟁자인 애플을 시장에서 추방하려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애플이 "그러면 우리보고 통신기능이 없는 아이폰을 만들라는 거예요?"라고 항변할 때, 로열티 이외에 적절한 퇴로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토끼몰이식 공격으로 인식될 수 있으며, 그러면 경쟁법을 위반하는 행위로 판단될 위험이 있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표준특허 공격이 그렇게 인식되었던 것이고, 이런 우려와 인식은 2011년 10월 네덜란드 재판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가 표준특허권자로서의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판결이다. 네덜란드 재판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반독점조사에 착수하게 하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지난 금요일 우리나라 법원은 삼성전자를 옹호했지만, 이는 경쟁법을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듯싶다. 선진 자본주의 사회는 경쟁법을 엄격하게 바라보지만, 우리나라는 경쟁법보다는 경쟁법을 적용하는 권리남용의 범위를 오히려 엄격하게 판단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 같다.

반면에 애플의 디자인에 대한 권리는 용이하게 변경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문제다. 삼성전자의 제품에 대한 판매금지 판결이 내려지더라도, 삼성전자는 해당 제품들의 소프트웨어를 변경하거나 외관을 변경해서 다시 시장에 판매 금지된 제품을 내놓는다. 결국, 삼성전자로서는 큰 타격을 입지 않는다(실제로 여러 차례 그런 일이 있었다). 그렇다면 판사는 그리고 배심원들은 삼성전자의 제품을 판매 금지하는 결정을 내리더라도 삼성전자나 소비자들에게 큰 타격이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어차피 삼성전자는 새롭게 개선된 제품을 최단시간에 다시 출시할 것이다.

만일 상황이 이러하다면 굳이 문제가 되게 만들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애플의 권리를 존중하여 다르게 만들면 되는 것 아니냐는 심증이 생기게 되는 구조이다. 즉, 이 특허전쟁에서 재판부가 애플의 손을 들어주더라도 시장의 흔들림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 그렇지만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주는 순간 단일 모델로 제조하는 애플의 비즈니스에 상당한 타격이 되고 소비자의 선택권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으레 걱정하게 된다는 점이 애플에 유리한 상황을 조성하는 것이다. 게다가 애플의 디자인특허의 침해 여부는 판사와 배심원들이 이해하기 쉽고, 삼성전자의 기술특허 침해주장은 기술적인 내용으로 어렵게 인식된다는 점도 삼성전자의 불리함이었다.

'애플 완승'은 보호무역주의? '삼성 배후'는 구글

어떤 이는 미국 배심원의 평결을 보호무역주의라는 담론으로 가두려고 한다. 지나친 상상력이다. 미국은 애플이라는 회사만 있는 게 아니다. 이 소송의 배후에는 구글이 있고, 구글도 미국 회사이다. 또한, 삼성전자와 애플 사이의 특허소송은 모토로라와 애플이 싸우는 특허전쟁과 동전의 다른 면이기도 하다. 모토로라도 미국 회사다. 미국시장에서 안드로이드 진영은 애플보다 더 힘을 발휘하고, 더 많은 소비자가 안드로이드를 사용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같은 금요일에 내려진 한국 법원의 판결은 삼성전자에게 사실상 승리를 선사했고, 미국 법원의 배심원 평결은 애플의 완승을 선언해서 얼핏 애국심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는 있다. 의문은 품어도 근거는 되지 못한다. 국적보다 더 영향력 있는 사실은 삼성전자의 제품이 애플의 제품과 유사함을 입증하는 법리와 증거들이다. 게다가 이 소송은 한국과 미국에서만 진행되고 있는 게 아니다. 애플을 상대로 한 삼성전자의 특허 공격은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호주 등에서 완전히 기각되거나 혹은 극히 부분적으로 인정되었을 뿐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특허를 보호무역주의의 무기로 삼는 것은 대단히 복잡한 일이다. 현재 운영체제 소프트웨어는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가 양분하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8로 천하 삼분지계를 도모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들 모두 미국 회사여서 보호무역주의가 개입될 여지는 거의 없어 보인다. 오히려 그것은 이 특허 전쟁의 긍정성마저 없애버리고 만다.

 8일 서울 강남역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갤럭시S' 국내 런칭 행사에서 하성민 SK텔레콤 사장(맨 왼쪽)과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앤디 루빈 구글 부사장이 갤럭시S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2010년 6월 8일 서울 강남역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갤럭시S' 국내 런칭 행사에서 하성민 SK텔레콤 사장(맨 왼쪽)과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앤디 루빈 구글 부사장이 갤럭시S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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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전쟁은 무조건 나쁘다? 불확실성 해소 과정

자유로운 경쟁은 담론적인 차원에서는 보장될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자유 경쟁에는 결국 힘의 불균형을 낳고 합리성과 공정성을 잃을 위험이 도사린다. 시장이 합리성과 공정성을 잃으면 시장경제 자체가 파국에 이를 수 있는 극도의 위협에 직면한다. 그러므로 국가는 법률에 의해 각종 규제 정책을 입안하여 독점을 규제하고 공정성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것이 바로 경쟁법이다.

그러나 특허제도는 국가가 경쟁에 있어 예외적으로 인정한 독점적인 권리다. 특허권을 침해하면 국가가 나서서 특허권자를 보호한다. 특허권을 침해하면 침해품을 제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제품을 판매하지도 수입하지도 못한다. 경쟁 자체를 배제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치명적인 파급력을 가진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특허가 한두 개가 아니라는 점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저마다 수천, 수만 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서로 다른 언어로 기술되어 있기 때문에 도대체 내 제품이 경쟁자의 어떤 특허를 침해하고 있는지 명확히 예견하기 어렵다(디자인은 제품의 외관에 관한 것이어서 비교적 확인이 쉽다). 또한 특허들은 끊임없이 양산된다. 이런 현실은 기업경영에 근본적인 불확실성(특허 리스크)을 초래한다. 어쨌거나 기업은 제품을 개발해야 하며 제조해야 하고 팔아야 하는데 누군가의 특허를 침해하면 그런 일련의 일을 중단해야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장에 늦게 합류하는 후발기업(예컨대 애플이나 구글)의 경우 그 불확실성은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 특허전쟁은 단지 삼성전자와 애플만의 싸움이 아니다. 안드로이드 진영과 이에 맞서는 애플(마이크로소프트는 사실상 동맹군이다)과의 글로벌 특허전쟁이다. 사실 특허가 있다고 해서 언제나 소송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시장의 확대와 경쟁의 격화는 물론 특허전쟁을 촉발하는 주요한 동인이다. 경쟁의 파열이 커질수록 경쟁자의 판매를 금지할 수 있는 특허라는 강력한 권리에 손이 가게 마련이다. 수십 개의 제조사가 저마다 자신이 보유한 수천, 수만 개의 특허 카드를 만지작거릴 때 전쟁의 분위기는 무르익게 된다.

그런데 예전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는데, 어째서 지금 이 시점에 전례 없는 특허전쟁이 활화산처럼 불타고 있는 것일까? 난공불락의 노키아가 곤두박질치고 있을 정도로 시장 자체가 극심한 불확실성에 빠져 있으며, 이는 스마트폰 시장이 활짝 열린 게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그리고 이를 둘러싼 에코시스템이 시장을 주도하게 된 것은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극심한 경쟁의 한복판에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제조사마다 비슷비슷한 기능과 유용성을 호소한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느 부분까지가 애플의 몫이며, 구글의 몫이고, MS의 몫인지 불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모방이니 아니니 하는 공방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이를테면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의 기능이 서로 중첩돼 있어서 그 '경계선'이 무엇인지 불분명하다는 문제가 있다.

몇 년간 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의 경계선이 생길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특허 문제로부터 초래되는 불확실성이 해소되게 된다. 즉, 지금의 특허전쟁은 그러한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편이 좋겠다. 애플과의 특허전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태도는 감정적인 대응을 억제한다.

삼성전자와 애플 간의 특허전쟁은 결국 운영체제 소프트웨어로 여러 제조사를 한데 결집시킨 구글 동맹과 이와 경쟁하는 반구글 진영의 글로벌 특허전쟁의 종속변수다. 이것은 격동하는 모바일 산업에서의 패권을 겨루는 전장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과도기 한복판을 격하게 지나면서 안정적인 비즈니스 룰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자기 제품과 서비스를 수정해 가면서 말이다. 자기 영역을 확정해 가는 '경계선 긋기' 작업이다.

이것이야말로 글로벌 특허전쟁이 갖는 비즈니스 관점의 긍정성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소비자들의 선택권은 글로벌 특허전쟁의 한복판에서도 여전히 제한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더 훌륭한 제품들을 경험하고 있다. 여전히 관련 당사자들은 더 개선된 제품을 시장에 선보인다.

이 특허전쟁은 몇 차례 강한 파열음을 내겠지만, 그 자체로 단기간에 기업의 몰락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다. 장기간에 걸쳐 큰 비용을 지불하며 지속하는 것이라서 산업 자체의 위기와 파국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다. 경계선이 만들어지면 다시 소송은 잦아들고 시장에서 본연의 모습으로 경쟁하게 된다.

 25일 오전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한국 갤럭시 S3 월드투어' 행사에서 IM담당/무선사업부장 신종균 사장이 갤럭시S3를 소개하고 있다.
 지난 6월 25일 오전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한국 갤럭시 S3 월드투어' 행사에서 IM담당/무선사업부장 신종균 사장이 갤럭시S3를 소개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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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출구 전략은 '싸움판 줄이기'로 가야 

같은 금요일에 한국에서는 사실상 승소했지만, 미국에서는 완패했다. 그 결과 삼성전자의 월요일 주가는 7.45% 폭락했다. 한국에서의 재판보다는 미국 재판이 훨씬 의미가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삼성전자의 앞길은 매우 난감한 것 같다.

삼성전자의 주력모델인 갤럭시S3와 갤럭시 노트에 대해서는 애플의 디자인특허나 트레이드 드레스의 날 선 공격을 피할 수 있을 것 같다. 애플의 디자인특허 도면의 형상과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차이가 있는 부분(둥근 모서리의 곡률과, 화면 끝의 여백의 크기 등)도 있어서 디자인 특허 때문에 판매 금지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문제는 화면 터치에 관련한 소프트웨어 특허인데 이 부분은 삼성전자의 전유물이 아니라 구글이나 다른 안드로이드 진영과 함께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갤럭시S3가 애플의 사정권에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만일 애플이 그렇게까지 무리한다면 이는 곧 소비자의 선택권을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의미를 갖게 되어 여론의 공세를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어쨌든 이렇게까지 된 것은 사실 삼성전자의 패기 어린 무모하고 과감한 전략의 대가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경영은 특허의 관점에서만 바라볼 일은 아니다. 특허 전략은 비즈니스 전략의 하위 개념이기도 하다. 특허 관점에서는 지나치게 무모하거나 혹은 미숙했지만, 삼성전자는 그런 것까지 포함해서 과감하고 신속하게 윈도우에서 안드로이드로 갈아타서 안드로이드의 대표주자가 되었다.

구글 식으로 말하자면 데이터가 말해준다. 오늘날의 삼성전자의 시장에서의 지위, 점유율, 출하량, 매출액을 보면, 모두 2009년보다 월등히 성장했다. 비즈니스 전략으로서는 삼성전자가 큰 성공을 거둔 셈이다. 자신의 최대 고객인 애플과의 소송을 감수하면서까지 선택한 전략 덕분에 세계 1위 기업이 되었다. 이제 이것으로 충분하므로 신속히 출구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출구전략을 짠다고 해서 그게 손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단기적으로는 판결이 비즈니스에 미치는 나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애플과의 소송을 잊힌 소송으로 만드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이 소송은 너무 번져 있다. 통제하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삼성전자와 애플이 소송을 합의로 일괄 타결하기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애플로서는 협상할 계기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까지는 삼성전자와의 소송이 매우 유리하게 진행됐고, 미국 재판에서 엄청난 승리를 거뒀으며, 막대한 현금은 소송비용에 대한 부담으로부터 자유롭게 하고, 무엇보다 자신의 목표가 구글이라고 볼 때 다른 안드로이드 진영과의 소송이 계속되고 있는 한 현재까지 '꽃놀이패' 역할을 하는 삼성전자와의 소송을 쉽게 양보하며 협상에 응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특허전쟁을 확전한 것은 애플이 아니라 삼성전자이기 때문에, 일괄 타결보다는 미국이나 독일 등 핵심이 되는 몇 개 국가의 재판만을 남기고 모두 취하하는 협상, 다시 말하면 소송의 규모를 축소하는 협상전략이 어떨까 싶다. 소송의 규모가 작아지면 소비자들의 관심도 적어지고 특허로부터 초래되는 리스크가 작아진다. 특허소송에서의 성패가 비즈니스의 성패를 좌우하지는 않는다.

삼성전자 편들면 애국? 글로벌 시각으로 봐야

글로벌 특허전쟁은 새로운 미래를 점하기 위한 비즈니스 전쟁이다. 이 특허전쟁은 정치적인 것과는 특별히 관련성이 없다. 그러나 '특허전쟁 그 후'는 정치적이다. 특허소송전으로 비화된 글로벌 기업 간의 대충돌은 시대의 변화를 은유한다. 세상이 바뀌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연스럽게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글로벌 특허전쟁에서 어떤 교훈과 시사점을 얻고, 우리 산업이 가야 할 길은 무엇인지 묻는다. 그런데 이런 질문이야말로 지극히 정치적인 것이다.

특허제도는 어느 한 기업의 빛나는 성과를 위해 봉사하는 제도가 아니다. 시장 경제는 부당한 독점이나 과점에 따른 폐해를 막으려고 그동안 부단히 노력했다. 하지만 특허제도는 독점을 법적으로 허용하는 예외적인 장치다. 이렇게 국가가 나서서 독점을 허용하려는 취지는, 기업이나 전문가가 자신의 진보적인 기술을 널리 공개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전체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특허제도는 기본적으로 외국인을 내국인과 동등하게 보호해야 하는 의무를 할당받았다. 각 나라의 특허제도는 국제조약(공업소유권을 위한 파리조약과 특허협력조약 등) 하에서 작동되므로, 특허제도를 이용해서 산업발전을 도모한다고 해도 그것이 국수주의적이거나 폐쇄적으로는 할 수 없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수출 위주의 산업에서는 외국에서의 특허 취득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기업이든 외국 기업이든 특허제도의 운용에 있어서는 매우 공평한 자세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특허전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기업 중 삼성전자가 이 특허전쟁에 휘말려 있더라도 국가가 나서서 삼성전자를 응원하거나 지원할 수는 없다. 그와 같은 비좁은 시각은 곧 한국 법제 시스템의 불신을 낳을 수 있는 요소가 되며, 외국에서의 우리나라 기업의 차별적 대우에 항의할 수 없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문제는 글로벌 특허전쟁의 추이가 우리나라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평가 작업이다. 이때 특히 유념해야 할 것은 섣불리 삼성전자의 관점에서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산업의 동력이 삼성전자로부터만 비롯되는 게 아니다. 다른 대기업도 있고, 수많은 중소기업과 이제 막 창업을 한 신출내기 기업도 있다. 국가는 더 넓은 시각으로 글로벌 특허전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특히 정부, 공기업, 공공기관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권력이자 그 권력의 유관기관이므로 좀 더 넓고 깊은 통찰이 요구된다. 그러나 국가는 법제와 정책으로 통찰하고 말하므로 관료와 정치인의 시각이 정말로 중요하다. 결국, 사람의 문제다. 그들이 몇몇 대기업만을 염두에 두고 사태를 파악하면서 정책을 입안한다면 우리나라 산업 자체가 시대에 뒤처질 수 밖에 있다.

 다음은 이른바 '바운스 백(bounce back)' 특허(사용자 화면의 마지막까지 이동하면 화면이 튕겨지는 기능)에 대한 배심원 평결표이다. 소송의 대상이 아니었던 갤럭시S3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제품모델이 이 특허를 침해한다고 평결했다(한국의 금요일 판결에서도 이 특허를 삼성전자가 침해한다고 판단되었다). 다행히 언론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이 특허를 매우 쉽게 피해갈 수 있는 듯하다.
 다음은 이른바 '바운스 백(bounce back)' 특허(사용자 화면의 마지막까지 이동하면 화면이 튕겨지는 기능)에 대한 배심원 평결표이다. 소송의 대상이 아니었던 갤럭시S3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제품모델이 이 특허를 침해한다고 평결했다(한국의 금요일 판결에서도 이 특허를 삼성전자가 침해한다고 판단되었다). 다행히 언론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이 특허를 매우 쉽게 피해갈 수 있는 듯하다.
ⓒ 정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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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은 이른바 '핀치 투 줌(Pinch to Zoom)' 특허(두 손가락의 멀티 터치로 화면을 크게 하는 기술에 대한 특허)에 대한 배심원 평결표이다. 이 또한 거의 대부분의 모델이 차용하고 있다.
 다음은 이른바 '핀치 투 줌(Pinch to Zoom)' 특허(두 손가락의 멀티 터치로 화면을 크게 하는 기술에 대한 특허)에 대한 배심원 평결표이다. 이 또한 거의 대부분의 모델이 차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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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탭 투 줌(Tab to Zoom)' 특허(손가락으로 두 번 탭하면 화면이 커지거나 원래대로 작아지도록 하는 기능 특허)라는 것도 있다. 역시 대부분의 삼성전자 제품이 침해 제품으로 평결이 되었다.
 '탭 투 줌(Tab to Zoom)' 특허(손가락으로 두 번 탭하면 화면이 커지거나 원래대로 작아지도록 하는 기능 특허)라는 것도 있다. 역시 대부분의 삼성전자 제품이 침해 제품으로 평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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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는 애플의 디자인특허도 침해했다는 것이다. 677 디자인 특허는 사각형에 둥근 모서리에, 스피커의 위치와 형태, 화면의 위치와 형태 등에 관한 아이폰 디자인 특허다. '사각형에 둥근 모서리'가 모두 애플의 디자인특허가 아니라, 스피커와 화면의 형태까지 결합하여 판단된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디자인특허도 침해했다는 것이다. 677 디자인 특허는 사각형에 둥근 모서리에, 스피커의 위치와 형태, 화면의 위치와 형태 등에 관한 아이폰 디자인 특허다. '사각형에 둥근 모서리'가 모두 애플의 디자인특허가 아니라, 스피커와 화면의 형태까지 결합하여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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