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일간 진행된 MBC노조 파업이 끝난 뒤 사측이 '분위기 쇄신'을 이유로 PD수첩 작가 6명을 전원 해고시킨 가운데,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사옥 앞에서 한국방송작가협회 소속 작가들이 결의대회를 마친뒤 김재철 사장의 면담과 성명서를 전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날 집회는 지난 1970년 협회가 설립된 이후 최초로 드라마, 예능, 교양, 라디오 등 모든 부분의 방송작가들이 대거 참여해 PD수첩 작가들의 전원복귀와 책임자 문책 등을 요구했다.

170일간 진행된 MBC노조 파업이 끝난 뒤 사측이 '분위기 쇄신'을 이유로 PD수첩 작가 6명을 전원 해고시킨 가운데, 8월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사옥 앞에서 한국방송작가협회 소속 작가들이 결의대회를 마친뒤 김재철 사장의 면담과 성명서를 전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날 집회는 지난 1970년 협회가 설립된 이후 최초로 드라마, 예능, 교양, 라디오 등 모든 부분의 방송작가들이 대거 참여해 PD수첩 작가들의 전원복귀와 책임자 문책 등을 요구했다.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 유성호


한때, MBC가 '만나면 좋은 친구'로 시작하는 로고송으로 기억될 때가 있었다. 짧지만 중독성 있는 선율의 이 노래는 오랜 시간 동안 회자되며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MBC의 친근한 이미지를 정립하는 데 기여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2012년 오늘, 이 '만나면 좋은 친구'들 몇몇이 자취를 감췄다. 브라운관을 아무리 들쑤셔 봐도 간 데가 없다. 그 자리는 아직 채워지지 않은 채 커다란 구멍으로 남았거나, 처음 보는 친구들로 메워졌다. 대체 그 많던 '만나면 좋은 친구'들은 어디로 갔을까.

< PD수첩 >·<불만제로>...편성표에서 사라진 '완소' 프로그램들

1990년 첫 전파를 탄 MBC < PD수첩 >은 한국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전통과도 같았다. 굵직굵직한 사회적 이슈들이 < PD수첩 >을 통해 방송됐고, 그 파장 역시 컸다. 그런 만큼 사건도 많았다. 1990년 9월에는 우루과이라운드를 다룬 '그래도 농촌을 포기할 수 없다' 편이 방송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당시 사장의 뜻으로 불방됐다. 이는 1992년 MBC의 50일 파업의 커다란 동인이 됐다.

같은 해 5월에는 당시 만민중앙교회의 목사를 고발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단 파문! 이재록 목사-목자님, 우리 목자님!'을 방송하려던 < PD수첩 >이 습격을 받은 사례도 있다. 만민중앙교회 신도들이 MBC 주조정실을 점거한 것이다. 이는 한국 방송 역사상 '최악의 방송사고'로 꼽히며, < PD수첩 >이 갖는 영향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남기도 했다.

 170일간 진행된 MBC노조 파업이 끝난 뒤 사측이 '분위기 쇄신'을 이유로 PD수첩 작가 6명을 전원 해고시킨 가운데,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사옥 앞에서 한국방송작가협회 주최로 열린 결의대회에 노희경 작가가 참석해 PD수첩 작가의 해고사태를 규탄하며 원상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이날 집회는 지난 1970년 협회가 설립된 이후 최초로 드라마, 예능, 교양, 라디오 등 모든 부분의 방송작가들이 대거 참여해 PD수첩 작가들의 전원복귀와 책임자 문책 등을 요구했다.

170일간 진행된 MBC노조 파업이 끝난 뒤 사측이 '분위기 쇄신'을 이유로 PD수첩 작가 6명을 전원 해고시킨 가운데, 8월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사옥 앞에서 한국방송작가협회 주최로 열린 결의대회에 노희경 작가가 참석해 PD수첩 작가의 해고사태를 규탄하며 원상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 유성호

그런데 그 < PD수첩 >은 현재 MBC 편성표에 없다. 지난 주로 예정됐던 파업 후 첫 방송이 불발됐고, 28일 방송도 불방이 확실해 보인다. 이유는 간단하다. '작가'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MBC는 '파업 이후 프로그램 쇄신'을 이유로 들며 작가 전원을 해고했다. '작가들은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계약 해지는 MBC의 자유'라는 친절한 설명도 함께였다.

이에 한국방송작가협회는 협회 차원의 대응을 선언했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상태서 난항을 겪고 있다. MBC 역시 방송 재개 일정에 대해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고 있어, 이러다간 < PD수첩 >을 오래도록 만나볼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편성표에서 사라진 프로그램은 < PD수첩 > 뿐만이 아니다. 소비자고발프로그램으로 수년간 사랑받아온 <불만제로> 역시 아직까지 방송되지 않고 있다. 한때 MBC는 <불만제로>의 대체 프로그램으로 <블랙박스>를 편성했지만, 내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면서 정규 편성이 무산됐다.

이후 <불만제로> 폐지 논란이 일면서 시사교양국 PD들이 반발하자 담당 국장은 "더 이상 논란이 되는 걸 원치 않는다, 원래 시간대에 <불만제로>를 낸다"고 밝혔지만, 아직도 <불만제로>의 행방은 묘연하다. MBC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파업 전부터도 <불만제로>에 대한 폐지 언급이 있어왔다"고 증언한다. <불만제로>에 대한 편성 보류, 내지는 '유기'에는 또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는 대목이다.

최근에는 <금요와이드>의 한 꼭지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불방된 사건도 있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이하 MBC 노조)는 27일 특보를 통해 한 자동차 부품업체에서 일어난 노사문제를 다루려던 <금요와이드>의 '이슈 클로즈업' 코너가 편집본도 보지 않은 사측에 의해 불방됐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사측 인사들이 "회사에 먹칠하려는 내용 왜 하느냐", "누가 봐도 우리 회사 연상케 하는 것 아니냐"는 발언을 통해 MBC 파업과 해당 프로그램을 연결 지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를 두고 MBC 노조는 "현재 타 방송사가 특별취재팀을 꾸려 <금요와이드>에서 불방된 사건에 대한 방송을 준비 중"이라며 "사측이 제 손으로 날려버린 단독 보도의 기회가 타 방송사로 넘어간 것"이라고 비판했다.

 24일 저녁 방송 예정이었다 불방 조치된 MBC <금요와이드>의 한 장면.

24일 저녁 방송 예정이었다 불방 조치된 MBC <금요와이드>의 한 장면. ⓒ MBC


간판 아나운서·기자들은 사회공헌실로, 미래전략실로, MBC 아카데미로

'익숙한 얼굴'들도 사라졌다. MBC는 노조의 파업 종료일인 지난 7월 17일, 늦은 밤에 인사 조치를 감행했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부문 밖의 업무로 배치됐다. 대표적 인물로 신동진·김범도·김상호·허일후 아나운서 등이 미래전략실로, 사회공헌실로, 서울경인지사로 발령받았다. 유능한 PD와 기자들도 더러는 서울경인지사로, 더러는 신사옥건설국 등으로 가야 했다. 이렇게 '쫓겨난' 이들은 총 50여명에 이른다.

또한 파업 중 정직이나 대기발령을 받은 이들 중 20명은 지난 20일부터 잠실에 위치한 MBC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과연 '교육'을 받아야 할 대상인지에 의구심이 들 정도다. 이번 교육 대상자에는 김완태·박경추 아나운서에 김연국·김수진·왕종명 기자, 그리고 <시사매거진 2580>의 창설 멤버인 이우호 전 논설주간까지 포함되어 있다. 이 교육은 최대 석 달간 지속될 것으로 알려졌다.

MBC <불만제로> 2006년부터 MBC의 대표 시사교양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아온 <불만제로>가 18일 방송을 끝으로 무기한 중단된다.

▲ MBC <불만제로> 2006년부터 MBC의 대표 시사교양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아온 <불만제로> ⓒ MBC


한 시사교양국 부장급 PD가 회의에서 "파업에 참여했던 아나운서들은 안 된다는 게 윗선의 방침"이라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부터, '파업에 참여한 아나운서들은 방송에서 배제하는 것 아니냐'는 괴소문도 돌고 있다. 현재 파업에 참여했던 아나운서들 정상적으로 방송에 복귀한 것은 단 두 명 뿐이다. 물론 이 논란이 불거지면서 아나운서국 측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내놨지만, 아직까지 특별한 사유 없이 모습을 감춘 아나운서들을 브라운관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다시 한 번 MBC가 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보도 영상 부문을 폐지하고, 영상 기자들을 각 팀으로 분산시키는 것이 골자인 이번 개편에, 기자들은 "단체협약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또 이를 두고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는 "조직개편을 즉각 철회하지 않을 경우 MBC 카메라 기자의 출입처 기자실 출입금지조치와 함께 현재의 뉴스풀단에서 제외시키는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최악의 경우 중요한 행사를 영상으로 담은 MBC 뉴스를 만나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 많던 '만나면 좋은 친구들'은, 지금 모두 현재진행형인 '태풍' 속에 있다.

 김재철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 쟁취를 위한 MBC노조 파업이 100일을 넘긴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홍대앞 한 클럽에서 파업중인 MBC 아나운서들이 일일 주점 '우리 백일됐어요'를 열었다. 손님 입장을 앞두고 MBC아나운서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재철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 쟁취를 위한 MBC노조 파업이 100일을 넘긴 5월 9일 오후 서울 홍대앞 한 클럽에서 파업중인 MBC 아나운서들이 일일 주점 '우리 백일됐어요'를 열었다.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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