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꿈을 이룬 가수 박무진

17년 만에 꿈을 이룬 가수 박무진 ⓒ 해오름엔터테인먼트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하더니, 떨지도 않고 무대를 종횡무진 누빈다. 알고 보니 사연도, 매력도 무궁무진한 이 남자. 가수 박무진(35)이다. 트로트곡 '달라달라'를 발표했지만 그는 사실 BMK 등을 배출한 서울 재즈 아카데미 출신이자 <지킬 앤 하이드>를 공연했던 뮤지컬 배우다. 그리고 솔로가수 AJ로 데뷔했던 비스트 이기광과 큐브엔터테인먼트 연습생 동기이기도 하다. 포미닛 허가윤, 비스트 양요섭의 연습생 선배인 셈이다. 17년을 돌아 이제야 빛을 보게 된 박무진. 대체 그의 정체는 무엇일까?

"1996년부터 노래를 시작했습니다. 꿈 하나만 갖고 고향인 구미에서 15만 원을 들고 무작정 서울에 왔죠. 17년 동안 변함없이 '내가 있어야 할 곳은 무대'라고 생각했지만 장남인 탓에 하나에만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관련 분야를 끊임없이 맴돌았죠. 이벤트 연출에 행사 진행, 밴드 보컬, 음향 기사도 했고 뮤지컬 배우로도 활동했습니다. 시간이 금방 가더라고요."

17년 세월 돌아 신인가수 된 박무진 "1만3천 배 하며 마음 잡았다"

그동안 몇 번이나 앨범을 낼뻔했지만 엎어지기 일쑤였다. 상처도 받았지만 계속 겪고 보니 '가야 할 길을 돌아서 가는 것뿐'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는 조바심내기보다 '도전'에 나섰다. <아이 러브 구미, 아이 러브 컬쳐> 거리 콘서트를 기획해 3~40명을 이끌고 100회 공연에 나서기도 했던 그는 경상북도 23개 시군을 돌며 '독도 게릴라 콘서트'를 여는가 하면, 2005년부터는 봉사단체 블루오션을 만들어 재능기부에도 나섰다.

"어느 날 노인 요양소에 계시는 친한 복지사님이 연락하셨더라고요. 죽음을 앞둔 할머니가 계시는데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 생신 잔치를 해 드리고 싶다고요. 그 길로 달려가 '어머님'이라는 노래를 불러 드렸습니다. 다들 우시더라고요. 그런데 신기한 것은 정말 감사하게도 다음 생신 때 또 제가 노래를 불러 드릴 수 있었어요. 그다음 해에 돌아가셨어요. 제 노래를 통해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났을 때 비로소 제가 가치 있게 쓰였다고 느낍니다."

 박무진

박무진 ⓒ 해오름엔터테인먼트


항상 열정적인 그였지만 슬럼프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열심히는 살았는데 자신의 마음처럼 일이 완전히 풀리지 않아 고민하던 그는 지난 2011년 10월, 일주일 동안 여행을 떠나려다 들른 절에서 '마음속 여행'을 하게 됐다. 처음 4일간 각각 1천 배, 이후 3일간 각각 3천 배로 일주일 동안 1만 3천 배를 하며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고 마음을 다잡았다. 3천 배는 한 번 할 때마다 12시간이 걸리는 강행군이다. 박무진은 "99도까지는 가지만, 끓는점인 100도에 다다르지 못했던 나를 발견했다"고 털어놨다.

"처음으로 3천 배를 하고 목욕탕에 갔어요. 뜨거운 물에 들어갔는데 온몸이 풀려서 안 움직이더라고요. 죽을 뻔했죠. 돌아와서 '죽을 고비 넘겼으니 1만 배를 채워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목표 지점에 왔다고 생각하니까 저 자신을 멈출 수가 없더라고요. 1만 3천 배를 하고 무릎이 다 까지고 화상을 입어서 1개월 동안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는데요. 그때 이후로 어떤 일이라도 포기하지 않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펑펑 울 줄 알았는데 눈물도 안 나더라고요."

알고보니 '투잡족'..."내가 있을 곳은 항상 무대였다"

'야무진' 박무진은 가수이기도 하지만 큐브엔터테인먼트 홍승성 대표의 수행비서이기도 하다. 일찌감치 그의 진정성을 엿본 홍승성 대표는 '달라달라'의 노랫말을 쓰며 박무진을 지원사격하기도 했다. 데뷔 후 무대 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방송이 끝나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마치 밤 12시가 되면 마법에서 풀리는 신데렐라 같다.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면 아침 일찍부터 방송국에서 리허설하고, 본 방송을 소화한 뒤 모든 것이 끝나면 사무실로 향한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지만 박무진은 "그 정도쯤은 괜찮다"고 웃어 보였다.

"절실함이 가장 큰 무기"라는 박무진. 그가 부르는 '달라달라'는 3~40대 직장인이 공감할 수 있는 가사를 담고 있다. "부장님 앞에 서면 힘들게 딸랑딸랑"하고 사장님 앞에선 누구보다 빠르지만, "네 앞에선 다르다"고 외치는 이 남자. 그에게 '너'라는 존재는 특정 인물이기보다 '사람'이고 '나눔'이다. 그의 진가를 아는 연예계 관계자들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그를 적극적으로 돕고, 그는 미안해하기보다 당당하게 "잘돼서 은혜를 갚겠다"고 말한다.

"MC, 이벤트 가수로 1천 번 넘는 무대 경험을 쌓았습니다. 때론 실패하고 때론 좌절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려왔죠. 모든 과정은 '지구 행복지수를 높이는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단지 지금은 그 도구가 '트로트 가수'이지만, 앞으로는 배우이자 동기 부여 강사로 많은 이들에게 행복을 전파하고 싶습니다."

박무진 달라달라 홍승성 지킬 앤 하이드 큐브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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