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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무노조와 삼성화재 한용기 책임 징계해고 규탄 기자회견이 24일 오전 11시부터 부산 초량동 삼성화재 후문에서 열렸다.
 삼성무노조와 삼성화재 한용기 책임 징계해고 규탄 기자회견이 24일 오전 11시부터 부산 초량동 삼성화재 후문에서 열렸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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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부산 동구 초량동 삼성화재. 오전 11시가 다가오자 회사 경비원들은 후문을 닫아걸었다. 경찰이 버스로 시위대를 막듯 승용차로 출입구에 차벽도 만들었다. 그것도 모자라 바리게이트까지 쳤다.

그 바깥으로 모여든 30여 명의 사람들이 삼성화재 건물을 향해 거친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삼성은 악의 축"이란 말이 들렸다. "이건희를 구속하라"는 말도 나왔다. 묵묵부답인 삼성화재 건물을 향해 그들은 한참 동안을 외치고 외쳤다.

그 틈엔 7년 전 삼성에서 일하던 남편을 하늘로 떠나보낸 정애정씨도 섞여 있었다. "몰래 숨어서 듣지말고 나와서 당당하게 들으라"고 소리치던 윤택근 민주노총 부산본부장도 비를 맞고 서 있었다. 이국석 일반노조위원장은 "기업이 살려고 개인의 인격과 생각을 박탈하면 되냐"고 소리쳤다.

삼성화재 로비도 넘지 못하는 그들의 외침에 정애정씨는 "모두가 목소리 낼 때 한 사람의 목소리는 작겠지만 아무도 내지 않을 때 혼자의 목소리는 크다"는 말로 위로를 삼았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잘 나가던 한 '삼성맨'을 위해서다.

잘 나가던 '삼성맨' 한용기씨에게는 무슨 일이?

삼성화재 해고자 한용기(45)씨가 24일 오전 부산 초량동 삼성화재 후문에서 자신의 징계 해고를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있다.
 삼성화재 해고자 한용기(45)씨가 24일 오전 부산 초량동 삼성화재 후문에서 자신의 징계 해고를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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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기(45)씨는 인정받던 '삼성맨'이었다. 2006년 삼성화재에 경력사원으로 입사한 그는 이듬해 7월부터 특수조사팀에서 일을 했다. 전직 경찰이었던 그가 하는 일은 보험사고를 조사하는 일이었다. 그는 그 일이 좋았다. 2009년에는 한 해 동안 열심히 일한 공로를 인정받아 회사에서 주는 '올해의 명인상'을 받았다.

주변에서 그를 부러워했고 그와 그의 가족의 앞날은 탄탄대로 같았다. 하지만 지금 그는 삼성화재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일의 시작은 2009년, 당시 삼성화재는 직군통합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직군통합에 속하지 않는 부서들은 아웃소싱이 될 것이란 말이 나돌았다. 그는 납득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따졌다.

회사에 직군통합의 문제점을 서면으로 제출하고 항의도 했다. 문제를 지적한 그에겐 답 대신 문제(MJ)사원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회사 안에는 그가 기댈 곳이 없었다. 그 흔한 노동조합도 삼성에는 허락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민주노총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후부터 회사는 일을 넘어 그의 삶의 영역을 치고 들어왔다. 미행이 따라붙었고 제대로 된 일도 맡기지 않았다.

회사의 비리를 언론에 제보한 뒤부터는 더욱 노골적으로 바뀌었다. 삼성화재가 검찰과 경찰 등에 로비를 일삼으며 불법을 저질러왔다는 그의 공익제보에 회사는 발칵 뒤집혔다. 회사는 불이익을 주지 않을테니 논란이 잦아들 때까지 피해있으라고 했다. 그렇게 그는 강화도, 강원도, 제주도를 전전했다. 다시 회사로 돌아온 그를 기다리고있던 것은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징계였다.

그리고 회사는 그를 부산으로 내려보냈다. 회사는 통상적인 인사발령이라고했다. 순환발령 근무일 뿐이지 징계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때가 2010년 5월이었다.

삼성화재는 24일 집회 모습을 카메라에 담다 참가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잠시 물러난 뒤 이들의 뒤에서 집회를 계속 촬영했다. 삼성화재는 서울 본사의 홍보팀 관계자들까지 내려보내 취재하는 기자들을 상대로 한용기씨 해고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삼성화재는 24일 집회 모습을 카메라에 담다 참가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잠시 물러난 뒤 이들의 뒤에서 집회를 계속 촬영했다. 삼성화재는 서울 본사의 홍보팀 관계자들까지 내려보내 취재하는 기자들을 상대로 한용기씨 해고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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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설립 하려하자 해고" - "업무태만이 해고사유"

부산으로 온 후에도 회사는 그를 주목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인사담당자들과도 등을 돌렸다. 2012년 6월 7일 회식자리에서 그는 참지못하고 인사담당자들과 싸움을 벌였다. 회사의 징계는 빨랐다. 다음날 회사는 그에 대한 징계에 착수했고 지난 6월 28일 그를 해고했다. 억울했던 그가 재심을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노조를 만들려고 했기 때문에 회사에서 자신을 해고한 것이라고 말했고 회사는 노조와는 관계가 없다고 맞섰다.

회사는 그가 "업무에 태만해서 회사에 끼친 손해가 막대하다"는 말로 그의 해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래서 그는 이 문제를 법정으로 가져가려한다. 해고무효 소송과 더불어 삼성의 무노조 경영에 대한 문제점을 계속 지적할 생각이다.

입사 초기 주변에 "노동조합이 필요 없을 만큼 잘해주니깐 노조가 없는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는 그는 지금 "삼성이 이럴 줄은 몰랐다"며 한숨을 내쉰다. 노동조합이 필요하느냐는 의문을 가졌던 전직 경찰 출신 삼성맨의 꿈은 삼성 노동자들에게 용기를 주는 삼성맨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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