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기사의 꽃, '공항패션'을 하고 싶은데, 공항에 갈 시간이 없습니다. 패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패션을 모릅니다. 꼭 오뜨쿠뛰르와 쁘레따뽀르떼의 런웨이 위에서만 패션이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우리를 경악하게 만드는 '앗' 아이템이지만 캐릭터를 가장 잘 표현해주는 패션, 종종 그 해 S/S·F/W 컬렉션의 트렌드는 벗어나지만 웃음을 주는 패션, 이를 '공황패션'이라 부르기로 합니다. [편집자말]
2012 공황패션 S/S 컬렉션 <오마이스타> 속 코너 '공황패션'을 빛내준 12명의 공황패셔니스타들.

▲ 2012 공황패션 S/S 컬렉션 <오마이스타> 속 코너 '공황패션'을 빛내준 12명의 공황패셔니스타들. ⓒ 이정민 외 다수


이 기사는 '공항'과도, '패션'과도 관계가 없음을 미리 밝힙니다. 공항 근처도 가보지 않고, DSLR 카메라도 없이 쓴 기사. 활주로 대신 B급 런웨이가 존재하는, 앙드레김 선생님이 살아계셨다면 엘레강스하지 않아서 "오마이갓"이라 외치셨을, '공황패션'입니다.

처음엔 많은 분들이 오타라고 생각했죠. 연예 매체의 잘 팔리는 아이템을 패러디해 보고 싶은 심보로 시작해 소리 소문 없이 연재했던 '공황패션'도 12편이 모였네요.

사실 전 패션에 관심이 있지만, 패션피플들의 '블링블링'한 언어는 이해하지 못하는 편입니다. 이를테면, '모던하고 아방가르드하며 락시크적인 믹스 앤 매치' 따위의 수식이 늘 벅차게 느껴질 정도로 패션에는 문외한이죠.

그래서 차라리 최신 유행이나 패션학으로는 설명조차 할 수 없는 황당한 스타일을 찾아, 그들의 언어를 흉내 내 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하의 실종'보다는 '유행 실종', '시스루'보다는 코디가 '실수를' 한 듯한 스타일로 기괴한 컬렉션이 완성되었네요.

그 중에는 '공황패션의 어머니' 레이디가가가 내한해 패션의 한계를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영광스러운 기회도 있었습니다. 레이디가가를 포함, 패션에 무지했던 저에게 영감을 불어 넣어준 열두 분에게 심심한 감사를 표하며, <오마이스타> 1주년을 맞아 베스트 컬렉션으로 '2012 S/S 공황패션'을 돌아보고자 합니다.

<옥탑방 왕세자> 이각의 '타임슬립 스타일' - 청청패션

 왕세자 이각은 청재킷에 청바지를 입은 '청청패션'에 일명 '영의정 신발'이라고 불리는 어그부츠를 매치했다.

왕세자 이각은 청재킷에 청바지를 입은 '청청패션'에 일명 '영의정 신발'이라고 불리는 어그부츠를 매치했다. ⓒ SBS


조선시대 왕세자가 현대로 시간 이동한 이야기를 그린 <옥탑방 왕세자>는 황당무계한 설정만큼이나 '공황패션'을 위한 보고였습니다. 왕관을 쓴 이각(박유천 분)이 곤룡포 대신 빨간 트레이닝복을 매치했을 때부터 시간을 초월한 '믹스 앤 매치' 스타일에 욕심이 나더군요.

그 중 백미는 현대 의복이 없는 왕세자 이각이 의류수거함에서 건진 청재킷과 청바지를 매치한 장면이었습니다. 이각은 지금까지 촌티 패션의 전형으로 여겨지던 상하의 데님 스타일로 '청청패션'의 새로운 장을 열었죠. 여기에 '영의정 신발'이라 불리는 검은색 어그 부츠까지 신어 왕족으로서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켰습니다.

무엇보다, 당시 <옥탑방 왕세자>에서 웃음을 이끌어냈던 청청패션 장면은 이각을 연기했던 배우 박유천이 부친상을 당한 뒤 현장에 막 복귀하자마자 촬영됐던 것으로 알러졌습니다. 그래서 '공황패션' 연재 기사 중에는 유일하게 먹먹한 마무리를 짓게 됐지만, 시청자를 웃게 만드는 우스꽝스러운 패션 뒤에는 배우의 이런저런 사정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계기였습니다.     

<고쇼> 고현정의 '미실 스타일' - 필사적 투피스 패션

 28일 오후 서울 목동 SBS에서 열린 < GO SHOW > 기자회견에서 MC인 고현정이 재미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8일 오후 서울 목동 SBS에서 열린 < GO SHOW > 기자회견에서 MC인 고현정이 재미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하늘의 뜻이 조금 필요하다'고 귀띔했던 <선덕여왕> '미실' 고현정의 <고쇼> 제작발표회 패션은 '스타일리스트의 뜻이 조금 필요해' 보였습니다. 저뿐 아니라, 현장의 기자들 사이에서도 '교복이냐, 개량한복이냐'를 두고 논란이 일었던 펑퍼짐한 검은색 투피스는 막 봄의 기운이 생동하던 3월 말, 모두를 의아하게 만들었습니다.

획기적인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 것은 남다른 카리스마를 쌓아왔던 이 '왕언니'가 여배우에게서 볼 수 없었던 활동적인 포즈를 다양하게 취했을 때입니다. 각선미를 필사적으로 가린 투피스 덕분입니다. 물론, 여배우가 계단을 오를 때 짧은 하의 밑을 주시하곤 하던 '나쁜 카메라'는 망연자실했겠죠.

이날의 에피소드를 하나 더하자면, 기자에게 "질문에 답을 할 때는 내 얼굴을 좀 쳐다봐 달라"는 고현정의 당찬 요구가 이 예측 불가능했던 패션과 어우러져 굉장히 신선한 인상을 남겼다는 겁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선덕여왕> 속 미실의 명대사 "사람은 능력이 모자랄 수 있습니다. 사람은 실수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부주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 사람은 그럴 수 없습니다"가 떠올랐습니다.

"패션은 우아함이 모자랄 수 있습니다. 패션은 진부할 수도 있습니다. 패션은 유행을 따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 패션은 그럴 수 없습니다."

<링> 사다코의 '원혼 스타일' - 귀신 시구 패션

 '2012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와 니혼햄 파이터스의 경기가 있었던 25일 사다코가 시쿠자로 나섰다. 사다코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일본 영화 <링>의 원혼이다.

'2012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와 니혼햄 파이터스의 경기가 있었던 25일 사다코가 시쿠자로 나섰다. 사다코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일본 영화 <링>의 원혼이다. ⓒ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발목까지 오는 긴 원피스 '단벌'에 어떤 액세서리도 착용하지 않은 심플함으로 주목을 받은 패션이 있습니다. 우물 안을 주 거주지로 삼아오던 <링> 사다코가 2012 일본 프로야구 경기의 시구자로 양지 바른 야구장에 나타났을 때입니다.

사다코는 자신의 모습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본 사람이 이를 복사해 다른 사람에게 퍼뜨리도록 저주를 내리는 원혼으로 알려져 있죠. 그렇지 않으면 TV 속 우물 안에서 기어 나온 사다코가 결국 TV 밖으로 나와 심장마비를 일으키게 합니다. 그런 그녀가 3D TV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야구장까지 나왔습니다.

이날 시구자로 나선 사다코는 시야 확보가 되지 않을 만큼 길게 늘어뜨린 헤어스타일과 습도가 높은 우물 안에서도 오랫동안 착용할 수 있는 순면 감촉의 원피스로 충실한 원혼 스타일을 연출했습니다. 우물 안에서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서 일까요. 사다코는 공을 힘껏 던지고, 그 자리에 고꾸라져 경기장 관계자의 부축을 받으며 퇴장했습니다.

물론 당시 개봉 예정이었던 영화 <사다코 3D: 죽음의 동영상> 홍보 이벤트였죠. 하지만 여자 스타들의 노출에 집중한 시구에만 익숙하다가 본 사다코의 등장은 꽤 유쾌했습니다.

공황패션의 취지도 그렇습니다. '워스트 패션'이나 '패션 테러리스트'를 꼽는 것과 비슷하게 보이지만, 단순히 "옷 못 입었다"는 독설이 목적은 아닙니다. 때로는 우리를 경악하게 만드는 '앗' 아이템이지만 캐릭터를 가장 잘 표현해주는 패션, 트렌드에는 벗어나 있지만 웃음을 주는 패션. 그동안 이 취지를 빛내준 '공황패셔니스타'들에게 박수를 드려요.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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