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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택터스 폭력 사태는 오랫동안 곪아왔던 용역 폭력 문제를 사회적으로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정치권에서도 제도개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지만, 이 문제를 합리적으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용역의 세계를 좀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연재기획 '나는 용역이다'는 그렇게 마련됐다. 이번에는 중소 업체 대표의 목소리다. [편집자말]
지난 7월27일 15시 부로 만도 사측은 직장을 폐쇄하고 평택, 문막, 익산공장에 용역을 투입해 공장을 봉쇄했다. 평택공장 정문을 용역들이 봉쇄하고 있다.
▲ 만도 평택공장 지난 7월27일 15시 부로 만도 사측은 직장을 폐쇄하고 평택, 문막, 익산공장에 용역을 투입해 공장을 봉쇄했다. 평택공장 정문을 용역들이 봉쇄하고 있다.
ⓒ 금속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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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가명·36)씨는 4개월째 고위급 인사를 경호하고 있다. 수시로 현장이 바뀌고, 미리 현지답사를 가는 등 경호계획을 짜야 할 시간이 많아 요즘엔 보통 2~3시간 잔다. 경호 일이 없을 때는 노사분규 사업장·철거 현장에 들어간다. 그는 "이쪽은 한 달에 일이 10건이면 정말 많은 편"이라며 "때문에 오랫동안 많은 인원이 투입되는 노사분규 사업장 같은 데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영업과 현장 업무를 동시에 하는 업체를 운영하는 '실장'이다. 김씨의 업체는 법인과 하청의 중간 형태로, 현장에는 소속 법인 이름으로 들어간다. 직원 6명을 두고 있다. 대개 경호업무는 많은 사람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사분규·철거현장 등 일손이 필요할 때는 다른 업체와 함께 움직이거나 '프리팀'에 연락한다. 프리팀은 소속없이 움직이면서 그때 그때 사람을 모아주는, 하청업체 역할을 한다.

"무장한 노조 선제공격했다'는 컨택터스 주장 틀린 것 없다"

4년제 대학의 경호학과를 다니다 그만둔 그는 스무 살 때부터 경호·경비 일을 시작한 만큼 안 가본 곳이 없다. 폭력사태로 논란이 된 경비업체 컨택터스처럼 노사분규 사업장에 들어간 경험도 많다. 자신이 현장에서 만난 모든 노조들은 폭력적이었고, 늘 먼저 공격해 왔다고 김씨는 말했다. 그는 "우리도 충돌을 바라지 않는다. 직원들에게 절대 먼저 때리지 말고 맞으라고 가르친다"며 "폭력 사태의 1차 원인은 노조에 있다"고 말했다. '무장한 노조가 선제공격했다'는 컨택터스의 주장엔 "틀린 내용이 없다"며 동의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호, 경비원은 최일선에 노출돼 있지만, 민간인 신분"이라며 "최소한의 권한, 상대측의 폭력을 제지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무 권한 없이 위험을 그냥 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경찰에게는 폴리스라인이 있듯, 경호·경비회사에게는 시큐리티 라인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그걸 벗어나 불법행위를 하는 대상에게는 형사처벌을 하는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있어야 하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이는 노사충돌의 현장에서 사실상 경비용역업체에게 합법적인 물리력 행사 권한을 달라는 요구라는 점에서 논란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경비업체의 책임도 인정하긴 했다. 그에 따르면, 현장에 투입된 인원의 60%는 용역, 20%는 전문경호원, 나머지는 아르바이트다. 그는 용역이 문제라고 봤다. 그는 "고의적이고 계획적인 용역 폭력에는 확실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소위 '용역깡패'들이 경호·경비업계에 너무 많은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씨는 "경비이수교육 28시간만 받으면 자격을 얻는 용역 가운데 부적격자들이 있다"며 "그들이 맞은 걸 참지 못하고 폭력을 행사해 충돌이 생긴다"고 얘기했다. 그가 용역폭력 문제의 해법 중 하나로 '자격증제'를 꼽은 이유다.

"사측은 경비업체에게 '강하게 하라'고 요구한다"

"사측이 경비업체에 '노조에 폭력을 가하라'고 요구하진 않지만, 그들의 관리·감독·책임을 의무화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폭력사태가 벌어지면 혐의가 확인된 경비업체 직원은 형사처벌을 받고, 업체는 허가를 취소당한다. 이에 비해 경비업체를 고용한 회사들이 처벌받는 경우는 드물다. 김씨는 "자신들의 피해가 없으니, 사측은 마냥 (경비업체가 노조에게) 강하게 대처하라"고 요구한다"며 "폭력사태가 거듭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4개월째 현장에서 생활하고 있다. 네 살짜리 아들과 두 살인 딸은 가끔 집에 갈 때 30분 정도 보고 나온다.<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도 이메일과 여러 번의 전화통화로 진행됐다.

다음은 김씨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경력이 한 20년쯤 된다고 들었다.
"정확히 따지면 17년차다. 원래 활동적인 성격이다. 사무직보다는 현장에서 일하고 싶어서 형사와 경호원 중에 고민했다. 근데 정장 입고 일하는 경호원이 더 멋있어 보여서…(웃음). 중간에 그만 뒀지만, 대학 전공이 경호였고 일은 스무 살 때부터 시작했다. 경호·경비업계 간부급은 경호원 출신이 많다. 서진호 컨택터스 대표도 원래 경호원이었다."

- 업체를 따로 운영하고 있진 않은 건가.
"3년 조금 넘게 업체 두 곳을 운영했는데, 현장 위주로 일하다 경영까지 하려니 힘들더라. 지금은 소속 법인이 있긴 한데 이름만 빌리는 정도다. 프리팀은 아니고, 직접 영업해서 법인에 전해주거나 그쪽 이름으로 들어간 사업장의 계약금 일부를 수수료처럼 낸다. 일종의 중간업체이고, 직원 6명을 데리고 있다. 다들 경호원 출신이다."

- 요즘 맡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
"사실 이 부분은 공개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의뢰인에 대한 그 어떤 정보도 밖으로 나가선 안 된다. 고위인사를 대상으로 업무하는 정도로 하자."

- 경비업체들이 노사분규 사업장에 투입되는 과정이 궁금하다.
"영업에선 인맥이 가장 크다. 일반 경비업체들은 어느 회사가 언제 노사 간에 분쟁이 일어나는지 모른다. 법무나 노무쪽 담당자와 인맥이 닿아 있으면, 그쪽에서 먼저 아는 경비업체에 연락한다. 맨땅에 헤딩하듯 뉴스 보고 정보를 얻어 그 회사를 찾아가 계약하려고 하면 이미 현장에 배치된 경호(용역)팀에게 쫓겨날 수 있다."

- 직원은 6명인데, 그 이상 인원을 요청받으면 어떻게 채우나.
"어떤 경호회사 직원이 10명이면 정말 많은 편이다. 보통은 신변 보호, 수행 이런 걸 소규모로 하는 편이라 인원이 많을 필요가 없다. 근데 분쟁현장이나 콘서트, 이런 건 다른 업체랑 품앗이처럼 함께 들어간다. 또 프리팀이라고 해서 소속 없이 자기들끼리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한테 연락해서 인원을 채운다."

"주간 일당은 8만원... 쌍용차는 용역업체가 정말 돈 많이 번 경우"

- 보통 수입은 얼마 정도 되는 건가.
"대부분 사람들의 일당은 8만 원쯤이다. 언론에서 일당이 20만 원이다, 34만 원이다 말이 많은데 보통은 8만 원이다. 더도 덜도 말고 딱 이 정도다. 정말 언론에서 말한 만큼 준다면 우리나라 청년실업은 이미 해결됐다. 34만 원이란 금액은 경비업체가 회사와 맺은 계약금이고, 주·야간 업무를 합친 액수다. 20만 원도 한 사람이 주·야간 다 일할 경우를 말하는 것 같은데, 그것도 보통 16만 원이다. 주간만 일한다면 8만 원씩 한 달에 240만 원 버는 셈이다."

지난 2009년 6월 27일 오후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점거농성을 벌이는 가운데 쇠파이프, 각목, 죽봉 등으로 무장한 용역과 사측직원들이 바리케이트 해체를 위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2009년 6월 27일 오후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점거농성을 벌이는 가운데 쇠파이프, 각목, 죽봉 등으로 무장한 용역과 사측직원들이 바리케이트 해체를 위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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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한 사람당 34만 원에 계약하면, 16만 원은 직원이 가져가고 나머지는 경비업체 몫인 건가.
"일당 34만 원이 많아 보이는데, 사실 인원이 많을 때나 큰 금액이지, 계약이 10명 이내로 이뤄지면 운영비도 안 된다. 인건비, 사무실 임대료 등 내고 나면 대표들은 사실상 돈을 못 가져간다. SJM, 만도, 유성기업 같은 큰 건이 생기면, 그동안 적자난 부분 메우기 급급하다. 항상 일이 많지도 않다. 경호·경비업은 지나가던 사람이 들려서 계약하는 일이 아니다.

2009년 쌍용차 때는 정말 많은 인원이 몇 개월씩 들어가면서 (경비업체가) 진짜 돈을 많이 번 경우다. 흔한 일은 아니다. 그에 비하면 컨택터스가 들어간 에스제이엠(SJM)의 경우 큰 현장은 아니다. 게다가 이슈화되면서 경비 업체는 바뀌고, 인원도 줄었다고 들었다. 돈 번 것보다 시끄러워진 게 크다. 또 컨택터스는 나중에 변호사 수임료, 부상자 치료비용 등 다 나가니까 사실상 마이너스다. 이번 일 수습하느라 다른 현장 업무도 못 볼 거다."

- 컨택터스 홈페이지에는 수차례 계속 해명 글이 올라오던데.
"억울해서 아닐까. 같은 업체라고 편드는 건 아닌데, (컨택터스 주장에) 틀린 내용이 없다. 저도 수많은 현장을 다니며 노조들을 봤지만, 선제공격 안 하는 데 없다. 금속노조의 비무장은 있을 수가 없다. 저도 그렇고 경비업체 간부급이면 폭력사태 있는 것 원치 않는다. 하지만 철거현장이든 노사분규사업장이든 그쪽(노조나 세입자, 철거민 등)은 (폭력사태) 건 수를 만들어 이슈화하려고 한다. 다들 수법이 있다. 나가달라고 하다 보면 몸에 손 댈 수 있다. 그럼 폭행했다고 신고한다. 길가에 돌멩이 보면 대뜸 '니가 던졌냐'며 신고한다. 그런 짜잘한 것도 하는데 비무장은…(말이 안 된다)."

"현장 직원 중 전문경호원은 고작 20%... 용역깡패 나올 수밖에 없다"

- 근데 국회나 언론을 인신공격에 가깝게 비난하고 있다. 
"누가 뒤에서 밀어주는 것 아니냐는 댓글이 있던데, 저는 컨택터스가 하도 여기저기서 뭐라고 하니까 흥분한 것 같다. '황당하고 어이없다' 이런 것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까. 제가 기사를 봐도 소설 쓰는 사람들이 많다. 자꾸 '게이트'로 몰고 가려는 식으로 추측성 기사가 계속 나오니까 약 올리는 듯하다. (그런 의견들이) 우스워서 하는 행동으로 보인다."

- 하지만 컨택터스 일로 '용역깡패' 비판여론이 커지고 있다.
"같은 업계 종사자로서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용역깡패'란 표현이 아니라, 이렇게 운영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아쉽다.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용역깡패들이 하는 일은 모두 경호·경비 업무다. 교육을 제대로 받은 경비원이나 무술·인성·학식을 갖춘 경호원들이 맡는 게 정상이긴 하다. 하지만 50명 이상 투입되는 경우 한 팀은 대개 전문경호원 20%, 경비교육만 받고 이수증을 소지한 용역 60%, 아르바이트 20% 등으로 꾸려진다. 인원이 없다 보니 이렇게 구성된다. 또 용역 비중이 높기 때문에 현장에선 폭력사건이 일어나는 게 당연하다. 노조 측의 폭력이 더 문제이지만, 용역이 깡패란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 컨택터스는 여러 차례 해명문을 발표하며 민주노총 노조가 폭력적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만이 아니다. 거의 모든 노조가 폭력적이다. 일반인들은 폭력사태가 벌어지면 용역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데 그건 잘못됐다. 어느 현장이든 (직원들에게) 먼저 때리라고 교육하는 경비업체는 단 한 곳도 없다. '때리면 먼저 맞아라'는 교육이 대부분이다. 컨택터스가 먼저 폭력을 행사했다고 하는데, (사실이라면) 난 솔직히 잘했다고 하고 싶을 정도다. 보통 폭력을 먼저 행사하고 더 심하게 하는 게 노조 측이다. 현장에 있는 경찰들도 알 것이다. 화염병, 죽창, 쇠파이프, 사제총 등 입 밖에 꺼내기도 무서운 흉기들로 사람들 다치게 하고 죽게 하고... 이런 후진국 노조가 있기에 폭력사태는 없어질 수 없다."

- 그럼 용역폭력 사태가 자꾸 불거지는 이유가 노조 때문이고 생각하는 건가.
"1차적으로 (용역폭력이 발생하는 원인은) 폭력노조에 있고, 2차적으론 부적격자(용역깡패)를 고용하는 경비업체에 있다. 누가 돈 8만 원 받으면서 다치고 싶냐? 매일 '오늘은 (충돌) 상황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간부급들도 '상황 안 생기게, 욕하지 말고 싸우지 말아라'고 교육한다. 차라리 맞으라고 한다. 근데 부적격자들이 (노조한테) 맞고 분에 겨워 (사람들을) 때리는 거다."

"늘 노조가 먼저 공격한다. 기자들이 하루만 일해봐도 알 것"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용역폭력 피해자 증언대회'에 참석한 SJM과 유성기업 노조원들이 사측에서 동원한 용역폭력으로 심각한 부상을 입은 조합원들의 실태를 토로하고 있다.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용역폭력 피해자 증언대회'에 참석한 SJM과 유성기업 노조원들이 사측에서 동원한 용역폭력으로 심각한 부상을 입은 조합원들의 실태를 토로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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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SJM이나 유성, 발레오 등은 몇몇 사람이 화를 못 참아서 일어났다고 하기엔 충돌이 너무 컸다.
"경비업체나 회사측이 폭력사태를 지시하지 않는다. 기자들이 하루만 위장취업해서 일해 보면 그런 말을 쓸 수가 없다. 남북 관계처럼 봐라, 북한이 항상 도발한다. 우리는 노조를 북한으로 비유한다. 경비업체 직원들은 일당 받고 몸 편하게 일하길 바란다. 사장들도 마찬가지다."

- 사실 노조 깨는 거나 철거민들 쫓아내는 일이 경호·경비업무는 아니지 않나.
"경비업무는 아니지만 모두 사람 힘으로 해야 하는 일인데, 어느 업종에서 이런 업무를 할 수 있겠는가? (경비업체를) 고용하는 쪽에서 (노조 파괴·철거민 퇴거 등을) 바라는 부분도 있겠지만 그들도 극단적인 방법은 원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일부 부적격자들이 노조나 세입자들이 휘두르는 폭력에 자신의 분을 참지 못하기 때문에 폭력사태가 일어나는 거다."

- 만약 성공하면 포상금을 준다던가 충돌이 일어날 수 있으니까 웃돈을 얹어주는 계약서를 따로 쓰는 경우는 없나.
"저는 계약할 때 그런 요구를 해본 적이 없다. 직원으로 일할 때도 잘했다고 돈이 더 내려온 경우도 없다. 택시 기본요금처럼 일인당 8만 원으로 정해져있다. 그에 맞춰 계산하는 게 전부다."

- 이번 SJM 사태 때는 경찰이 뒤늦게 충돌했고, 현장 통제도 못했다. 경찰이 제때 대응 못하니까 경비업체나 사측과 사전에 말이 오고간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경찰이라고 처음부터 (현장에) 개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폭력사태에는 곧바로 형사처벌하는 게 원칙이다. 경찰이 인간적으로 눈 감아 주는 부분은 있다. 경찰이나 우리나 업무는 똑같이 '진압'이다. 노조는 우리뿐 아니라 경찰도 때리고 욕한다. 서로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돈을 건네거나 거래를 한 적은 없다. 제가 보통 서열 3위 안에 든다. 그 윗선은 모르지만, 현장에선 없는 일이다. 경비업체를 고용하는 회사들과 경찰의 관계는, 글쎄…. 가능성은 있지만, 직접 보고 들은 바는 없다."

"2011년 CJ씨큐리티 이후로 이수증·배치신고 검사는 강화돼"

- 허위 배치신고서나 이수증도 돌고 있다는데, 실제로 많이들 쓰나.
"예전엔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국정감사 때 씨제이시큐리티(CJ)가 한 건 터트리는 바람에 각 경찰서에서 확실하게 조사하고 있다. 아예 전원 집합을 시켜서 신분증을 일일이 대조하고 없으면 보낸다. 전과나 미성년 여부는 미리 전산시스템으로 확인하고, 현장에서 신고한 사람이 왔는지, 배치 명단과 일치하는지를 확인한다. 과거에는 다 모였을 때 '인원 수 맞죠?'하고 몇 명만 대표로 신분증 확인하는 식이었다. 요즘엔 95%는 바뀌었다고 체감한다. 대규모 현장에서는 있을 수 있겠지만."

- 20년 가까이 경호·경비 일을 하다 보면, 다친 적도 있을 텐데.
"하도 오래되고 많아서(헛웃음)… 몇 달 전에는 현장에서 위험한 도구들을 치우다가 다리가 부러졌다. 오래 전 철거현장에서 흉기에 찔린 적도 있었다. 화재 때문에 아니면 철거민들 옥상 점거를 푸는 과정에서 추락해 숨진 사람들도 있다. 그래도 위로금이나 보상금은 둘째치고 치료비조차 제대로 못 받는다. 계약할 때 그런 내용을 포함하지 않으니까. (경비업체를 고용한) 회사에 말하기도 애매하다. 다리 삐거나 팔 꺾인 것처럼 눈으로 표시 안 나면 '그걸 뭘 병원에 가냐'는 식이다. 우리가 요구하면 다음에 일을 안 줄 수도 있고, 규정도 없으니까 챙겨주면 그 회사가 고맙고…."

- 또 다른 어려움은 없나.
"임금도 문제다. 제가 처음 일을 시작할 때 1인당 15만 원에 계약했는데, 업체가 늘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금은 13만 원선으로 떨어졌다. 그래도 (다른 직업에 비해) 많은 금액이지만, 인건비나 사무실 운영비 등으로 쓰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경호·경비업무가 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한 달에 10건 계약하는 업체라면 정말 성공한 편이다. 그만큼 영세하다. 돈이 되는 노조·재개발 업무 등이 들어오면 거절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자격증제 도입하고, 경비업체 고용 회사에게도 책임 물어야"

지난 2일 오후 직장폐쇄된 경기도 안산 SJM공장에서 용역업체 '컨택터스' 직원들이 철조망이 쳐진 정문안쪽에서 방패를 들고 서 있다.
 지난 2일 오후 직장폐쇄된 경기도 안산 SJM공장에서 용역업체 '컨택터스' 직원들이 철조망이 쳐진 정문안쪽에서 방패를 들고 서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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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비업계 관계자로서, 용역폭력 문제 해결법이 어디 있다고 생각하는가.
"공권력만큼은 바라지 않는다. 최소한의 권한, 상대측의 폭력을 제지 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 우리는 (노사분규 현장 등에서)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된 사람들이다. 그런데 신분은 민간인 신분이다. 아무 권한이 없다면 폭력을, 위험을 그냥 당하라는 뜻인가? 예를 들어 경찰에게는 폴리스라인, 기자들에게는 포토라인이 있듯, 경호·경비회사에게는 시큐리티라인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걸 벗어나 불법행위를 하는 대상에게는 형사처벌을 하는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있어야 하지 않나. 아까 말한 대로 실제 현장에선 화염병, 죽창, 쇠파이프 등 살상무기가 난무한다. 이런 걸 휴대하기만 해도 살인미수처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 용역업체가 바뀌어야 할 부분은 없을까.
"물론 고의적으로 폭력을 쓴 용역업체에게는 형사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보통 벌금으로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고의적이고, 계획적인 용역 폭력에는 확실하게 대응해야 한다. 소위 '용역깡패'들이 경호·경비업계에 너무 많은 점도 문제다. 이건 사실상 프리팀 책임이다. 경비업체들은 부적격자를 넣지 말라고 하는데, 프리팀은 아무래도 머릿수를 채우려다 보니 이 사람 저 사람 다 끌어모은다. 노숙자를 데려다 쓸 때도 있다. 그런데도 경비이수교육 28시간만 받으면 이수증이 발급된다. 전문 경호원이나 부적격자나 법적 신분이 똑같아진다. 가짜로 이수증을 만들어도 경찰이 못 찾으면 끝이다."

- 허위이수증은 들켜도 벌금 몇 십만 원 내면 끝이더라. 그럼 자격요건 강화가 필요하다고 보는 편인가.
"현재 경호·경비 관련 자격증은 경비지도사가 유일하다. 그러나 경비지도사는 경호·경비원들 감독업무에 필요할 뿐, 실제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자격증이 없어도 된다. 분쟁업무를 다루는 직업인 만큼 어느 정도 능력을 요구하는 자격증제도가 필요하다. 특히 분쟁현장은 (자격증) 요건을 강화해서 해당 자격증이 없는 사람은 업무를 못하게 해야 한다. 힘들게 취득한 자격증을 돈 몇 푼과 바꿀 사람은 없을 거다.

경비업체를 고용하는 사측도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아야 한다. 또 폭력에 대한 그들의 관리·감독·책임을 의무화하는 한편, 폭력사태가 벌어지면, 경비업체보다 더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 항상 폭력사태의 책임은 경비업체가 지고 있다. 자신들의 피해가 없으니, 사측은 마냥 (경비업체가 노조에게) 강하게 대처하라고 요구한다. 자꾸 폭력사태가 거듭될 수밖에."


태그:#컨택터스, #용역,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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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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