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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국가산업단지 제1공단의 한 가로에서 뜨거운 증기가 마구 분출되고 있다
 구미국가산업단지 제1공단의 한 가로에서 뜨거운 증기가 마구 분출되고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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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시 구미국가산업단지 도로에서 뜨거운 증기가, 마치 불이라도 난듯 마구 솟아오르고 있습니다. 사람이 화상을 입을 정도의 뜨거운 증기가 차량 통행이 많은 대로변 맨홀을 통해서 마구 솟구쳐오르고 있습니다.

무슨 일일까요? 지하에서 불이라도 난 것일까요?

그런데 놀랍게도 이것은 불이 아니라 물 때문에 일어난 사태입니다. 구미공단 바로 옆에는 낙동강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낙동강에 최근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낙동강의 변화와 구미공단의 증기 분출 사태는 과연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그 현장을 찾았습니다.

뜨거운 증기가 펑펑 솟아오르는 구미공단

구미국가산업단지 1공단이 있는 구미시 공단동 대우전자 사거리의 맨홀에서는 지난 10일 뜨거운 증기가 펑펑 솟아올랐습니다. 멀리서 보면 마치 불이라도 난 듯 허연 연기가 수직으로 계속해서 상승해 올라왔습니다.

문제의 현장은 STX에너지(주) 구미열병합발전소에서 생산한 뜨거운 증기(210도)를 공단 내 58개 업체에 공급하던 중, 이중으로 된 그 증기관의 일부 틈으로 지하수가 유입되면서 지하수가 끓어올라 압력에 의해 밖으로 마구 분출된 것입니다. 즉 뜨거운 증기가 흐르는 증기관로와 공단의 지하수가 만나 이뤄진 합작품인 셈입니다. 

구미발전소 관계자에 따르면 이렇게 뜨거운 증기가 뿜어져 올라오는 황당한 사태가 일어난 것은 6월 말부터라고 했습니다. 6월 말부터 사람이 화상을 입을 수도 있는 뜨거운 증기가 공단의 맨홀 구멍으로부터 펑펑 솟아나오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체 6월 말께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멀쩡한 국가공단에서 뜨거운 증기가 마구 용출된 것일까요?

사람이 화상을 입을 수도 있는 뜨거운 증기가 마구 분출되고 있는 위험한 현장이다.
 사람이 화상을 입을 수도 있는 뜨거운 증기가 마구 분출되고 있는 위험한 현장이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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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보 담수로 인한 구미공단의 침수피해

문제의 현장은 낙동강과 직선거리로 1k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낙동강과 바로 인접해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낙동강에 지난 6월말부터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바로 구미공단과 직선거리로 7~9km 하류에 있는 칠곡보에서 담수를 시작한 것입니다.

칠곡보의 관리수위가 해발 25.5m인데 반해 문제의 고온증기 관로가 매설된 지점은 해발 21.05m로 칠곡보의 관리수위가 문제의 관로 위치보다 4.45m가 더 높습니다. 즉 문제의 관로보다 낙동강의 강물이 4.45m 더 높은 겁니다.

따라서 칠곡보 담수로 인해 당연하게도 낙동강의 강물은 낙동강 제방아래를 통해 공단 쪽으로 유입되어 공단의 지하수위를 상승시킨 것입니다. 그렇게 올라온 지하수는 문제의 증기관로를 침수시켰고, 노후된 관로의 이중으로 된 틈 사이로 지하수가 쓰며들어 고온의 열기에 증기로 끓어오르면서 솟구친 것입니다.

문제의 구미 1공단은 낙동강 우안의 저지대 낙동강과 인접해 있어 매년 침수피해를 겪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곳은 칠곡보 담수로 인해 앞으로 계속해서 홍수사태와 같은 피해를 입게 될 수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큽니다. 

그러나 이런 명백한 피해에도 불구하고, 구미 발전소의 사태 수습과 공사비 지급 요구에 대해 4대강 사업 주무부처인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4대강사업의 영향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사실상 거부의 뜻을 비쳤다고 합니다.

보 담수로 인한 침수피해, 이미 예견된 일

그러나 낙동강 초대형보의 담수로 인한 저지대 침수피해는 벌써부터 제기된 문제입니다. 지난 2010년 초 계명대 배상근 교수(토목공학)는 이미 달성보 담수로 인해 대구 성서공단 저지대 침수문제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제기했습니다. 달성보 담수로 인해 성서공단의 지하수위가 상승해 성서공단 내 저지대 침수피해를 토목학자로서 예상했던 것입니다.

이번에 구미공단의 지하수위 상승을 통한 침수피해는 4대강보 담수로 인한 저지대 침수가 기우가 아닌 현실임을 그대로 입증한 셈입니다. 

칠곡 석적면 남율리의 배수문이 굳게 닫혀 있다. 왜? 수문을 열면 강물이 역류해 들어오기 때문이다.
 칠곡 석적면 남율리의 배수문이 굳게 닫혀 있다. 왜? 수문을 열면 강물이 역류해 들어오기 때문이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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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보 담수로 인한 침수피해는 비단 구미공단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미 함안보 담수로 인한 함안지역 농지 침수피해, 합천보 담수로 인한 합천군 덕곡면의 농지 침수피해와 고령군 객기리의 연리들 침수피해 등등 곳곳의 농지 침수피해를 야기시켰다.

또한 낙동강 주변 산과 들에서 강으로 유입되는 무수한 배수로들 또한 낙동강의 높아진 수위 탓에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대부분 재시공을 해야 했고, 그 중에는 아직도 시공이 안 된 곳도 있습니다.  

지난 7월 말 칠곡보 담수로 인해 침수피해를 입은 칠곡면 석적읍 남율리 들판이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합니다. 배수용량이 부족해 배수문을 열면 낙동강의 강물이 수문을 통해 배수로로 역류해 들어오기 때문에, 비가 와도 수문을 열지 못한 채 이 지역 일대가 고스란히 침수 당하게 된 것입니다.

칠곡보 담수를 중단하고 수문을 활짝 열라 

그러므로 이런 피해를 다시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당장 칠곡보 담수를 중단해야 합니다. 칠곡보 담수가 물폭탄이 되어 구미 제1공단에 침수피해를 입히고, 주변 농지까지 침수시킵니다.

배수문을 못 열어서 수로엔 항상 물이 그득 차있다. 이런 상태에서 폭우라도 내리면 침수당하는 것은 당연하다.
 배수문을 못 열어서 수로엔 항상 물이 그득 차있다. 이런 상태에서 폭우라도 내리면 침수당하는 것은 당연하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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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낙동강 녹조 피해에 이어, 4대강보 담수로 인해 침수피해가 앞으로 본격적으로 도래할 가능성이 상당히 큽니다. 그러므로 뱃놀이용 이외에 하등 이유가 없어 보이는 4대강보의 담수를 즉각 철회하고, 보의 수문을 활짝 열어젖혀야 합니다. .

그것이 녹조피해를 예방하고, 침수피해를 막는 가장 기본적인 선결조건입니다. 그렇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칠곡보와 4대강보의 수문을 지금 당장 활짝 열어젖혀야 합니다.

칠곡보 수문을 모두 활짝 열어라.
 칠곡보 수문을 모두 활짝 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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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4대강 사업, #칠곡보, #낙동강, #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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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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