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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와 함께한 항해

갈매기가 배를 따라 계속 날아 오고 있다.
▲ 갈매기 갈매기가 배를 따라 계속 날아 오고 있다.
ⓒ 최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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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에서 맞은 둘째 날이 밝았다. 날씨는 화창하였다. 물결도 잔잔하였다. 오전에는 죽도 관광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간밤에 서해로 북상하고 있는 태풍 담레이 뉴스가 마음에 걸렸다.

죽도는 울릉도의 가장 큰 부속섬으로 대나무가 많아 죽도(竹島), 일명 대나무섬이라 불린다. 울릉도 동쪽 섬 죽도로 가기 위해서는 도동항에서 출발하는 배를 타고 약 30분 정도 가야 한다.

오전 9시. 죽도로 가는 '동해호'에 올랐다. 배의 엔진이 소리를 내지르자 바다를 선회하던 갈매기들이 일제히 배로 날아왔다. 배와 나란히 여행을 하기 위함이었다.

갈매기는 배의 항로를 읽고 있었다. 뱃머리와 선미를 왔다 갔다 하며 끼룩끼룩 소리질렀다. 배를 탄 관광객들이 새우깡을 갈매기에게 주기 시작했다. 새우깡을 던지는 사람, 손가락으로 새우깡을 집어 창밖으로 손을 내미는 사람.

배를 따라 계속 따라오는 갈매기들
▲ 갈매기 배를 따라 계속 따라오는 갈매기들
ⓒ 최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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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깡이 허공을 날자 순식간에 갈매기가 부리로 낚아챈다. 손가락으로 집은 새우깡도 어디서 날아오는지 번개처럼 채 간다.

"아야! 손가락까지 물었어."

갈매기의 실수인지 욕심이 과해서인지 갈매기의 부리에 손가락을 집히어 깜짝 놀라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갈매기들과 새우깡 놀이를 하다보니 어느덧 죽도에 닿았다. 죽도에 도착하면 섬의 유일한 진입로인 나선형 계단을 만날 수 있다. 계단 숫자가 365개라서 365계단이라고 하기도 하고 소라와 닮았다고 해서 소라 계단이라고도 불린다.

죽도에 입항하면 나선형 계단을 만나다.깍아지른 절벽을 타고 올라야 죽도 상부를 볼 수 있다.
▲ 죽도 입항 죽도에 입항하면 나선형 계단을 만나다.깍아지른 절벽을 타고 올라야 죽도 상부를 볼 수 있다.
ⓒ 최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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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마주하면 오를 일이 까마득하다. 소라계단을 오르면서 중간 중간 걸음을 멈추어야 했다. 가파른 계단이라 가쁜 숨을 한번씩 몰아쉬어야 하기 때문이다. 허리를 펴고 잠시 풍경을 바라보노라면 흐르는 땀도 줄어들 뿐만아니라 눈앞의 비경에 황홀해진다.

'야! 멋지다. 이 계단을 오르면 저 위쪽엔 무엇이 있을까? 어떤 풍경들이 숨어 있을까?'

매 순간 다가오는 아름다운 비경은 다음 것을 기대하게 했다.

우리가 타고온 동해호가 죽도항에 정박해 있다.
▲ 동해호 우리가 타고온 동해호가 죽도항에 정박해 있다.
ⓒ 최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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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의 아름다움에 빠지다

가파른 나선형 계단을 오르면 죽도 매표소를 만날 수 있다. 여름의 열기가 섬 끝 매표소에도 가득하였다. 1200원의 관람료를 내고 매표소를 통과하면 오솔길을 따라 전망대로 갈 수 있다. 죽도에는 더덕이 유명하다. 사면이 절벽으로 이루어진 섬의 상부는 평지로 큰 더덕 밭이 자리한다.

죽도의 전망대
▲ 전망대 죽도의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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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는 아름다운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전망대에서는 울릉도 본섬을 잘 볼 수 있다. 해안 절벽 길을 따라 가노라면 뜨거운 여름의 열기와 이따금 살랑살랑 불어오는 해풍을 만날 수 있다. 못 견딜 만큼 더운 것은 아닐지라도 그늘 없이 바로 받는 햇살은 강렬하다. 해풍은 강했다. 해풍이 불어오면 더운 열기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섬은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절벽위로 펼쳐지는 녹색의 향연과 절벽아래 청색의 향연, 그리고 가끔씩 화룡점점의 묘미처럼 울릉도 본섬 중턱에 걸린 흰색 구름의 만남! 이들이 연출한 풍광은 아름다움의 종결이었다.

저 녹색의 향연을 보라! 눈부시게 아름다운 연초록의 연출! 강열한 햇살이 푸르른 녹음을 더 빛나게 해주었다. '아!' 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죽도 상부에서 바라본 절벽
▲ 절벽 죽도 상부에서 바라본 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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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는 울릉도 본섬을 잘 볼 수 있다. 구름 걸린 울릉도의 모습은 신비하기 그지 없었다. 섬에서 섬을 바라보다!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는 대자연의 미
▲ 산책길에서 본 전망대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는 대자연의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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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에서 바라본 풍경 중에는 관음도가 눈에 띄었다. 그림 같은 모습이었다.

죽도에서 바라본 사진 오른쪽에 관음도가 보인다. 관음도는 울릉도와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 관음도 죽도에서 바라본 사진 오른쪽에 관음도가 보인다. 관음도는 울릉도와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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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녹색 향연에 이은 숲길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울창한 나무들이 즐비하여 그늘 길을 만들고 있었다. 뜨거운 태양을 피해 시원함을 안겨주니 행복했다. 그리고 울창함 속에 담겨있는 자연의 속삭임도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갖가지 나무, 풀들이 어울려 섬의 한 공간을 지키고 있다. 그렇게 이들은 먼 옛날부터 이 섬을 지키고 있으리라. 이 섬에 살고 있다는 어느 섬사람의 이야기처럼.

전망대에서 내려오면 숲길이 죽도 가장자리를 돌아 나있다. 죽도는 더덕이 유명하다.
▲ 숲길 전망대에서 내려오면 숲길이 죽도 가장자리를 돌아 나있다. 죽도는 더덕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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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지나 언덕을 오르면 섬 중앙에 펼쳐진 온통 더덕으로 가득 채워져있는 넓은 밭이 나온다. 죽도에는 더덕이 유명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더덕 냄새가 없다. 육지에서는 산에 오르다 보면 더덕이 한두 뿌리만 자라도 근처에 더덕 냄새가 진동하는데, 이곳은 그렇지 않았다. 뿌리를 가득 쌓아 놓은 곳에서도 더덕 냄새는 찾을 수 없다.

더덕 밭을 지나면 다시 이 섬을 올라왔던 섬 입구 쪽으로 갈 수 있다. 그 섬 입구엔 별장처럼 잘 다듬어진 집이 나온다. 그 곳에서 더덕도 팔고 더덕주스는 판다. 이곳까지 왔으니 시원한 더덕주스 한잔 마셔야지. 더덕주스는 생더덕을 '암바사'라고 하는 음료수와 함께 갈아 만든 것이다. 달콤함과 간 더덕의 입자를 동시에 느낄 수 있어 독특함을 안겨준다.

돌아오는 길에 바라본 죽도 모습, 갈매기는 역시 열심히 배를 따른다.
▲ 죽도 돌아오는 길에 바라본 죽도 모습, 갈매기는 역시 열심히 배를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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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겪은 행복함은 정해진 배 시간에 맞춰 추억으로 돌려야 한다. 시간에 맞춰 정박한 배를 타고 죽도를 떠나왔다. 죽도로부터 멀어질수록 섬의 형상이 선명해졌다. 카스테라 빵을 닮았다.

새우깡을 받아 먹는 갈매기들
▲ 새우깡과 갈매기 새우깡을 받아 먹는 갈매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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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갈매기는 우리의 여행을 함께했다. 관광객이 던져주는 새우깡을 치열하게 받아먹으면서.

그들의 치열함을 순간 포착해 보았다. 새우깡을 집기 위한 갈매기들의 몸짓은 엄청났다. 고도의 집중력과 온몸의 근육을 사용해 순간적인 에너지를 쏟으며 새우깡을 취하는 것이었다. 그 순간 에너지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그들 나름대로 치열한 삶을 사는 것이다.

역시 쉬운 일이란 없다. 사람들은 장난으로 재미삼아 던져주는 새우깡이지만 갈매기에게는 생존과 관련이 있었던 것이다.

뱃길 뒤로 일고 있는 수정같은 물보라
▲ 물보라 뱃길 뒤로 일고 있는 수정같은 물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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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바다, 갈매기. 배가 그려 놓은 바다위의 물보라는 동행의 맑은 물이 수정이 되어 튀고 있었다. 아! 아름다운 동해여!  

울릉도의 마지막 여정

도동항 절벽위에 2500년된 향나무가 서있다.
▲ 2500년 된 향나무 도동항 절벽위에 2500년된 향나무가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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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도동항 광장에 모였다. 겁 없는 비둘기가 후박나무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계셨다. 울릉도에는 흑비둘기와 후박나무가 많다고 한다. 흑비둘기가 후박나무 열매를 좋아한다고 한다.

흑비둘기가 후박나무 열매를 먹고 있다.
▲ 후박나무 위의 흑비둘기 흑비둘기가 후박나무 열매를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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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의 일정은 독도박물관 관람과 케이블카를 타고 독도전망대에 오르는 것이었다.독도박물관으로 가는 길에 도동약수공원에 먼저 들렀다. 도동항에서 언덕길로 한참을 오르면 울창한 숲속에 약수터가 있다. 나무그늘이 두터워 시원한 편이었다. 약수를 빨간 바가지 가득 받아 쭉 들이켰다. 강한 탄산맛과 철분 맛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독도 전망대에서 본 울릉도 풍경
▲ 전망대에서 본 울릉도 풍경 독도 전망대에서 본 울릉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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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터 옆에 위치한 독도박물관과 독도전망대 케이블카. 독도박물관은 독도와 관련된 역사자료와 독도의 자연과 식생에 대한 자료를 볼 수 있다. 독도(서도)의 모습을 실시간 영상으로 볼 수 있다. 독도박물관 서명지에 자국도 남겼다.

독도전망대 케이블카로 망향대까지 이동한 다음 108개의 나무 계단을 오르면 전망대에 닿는다. 울릉도 도동항 일대가 한눈에 보였다.

독도전망대에서 본 울릉도 풍경
▲ 울릉도 풍경 독도전망대에서 본 울릉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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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이 늘어선 사람들의 삶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들어 난다. 녹색과 형형 색색의 사람들의 흔적 그 속에 치열한 삶이 있을 터. 

울릉읍의 전경
▲ 울릉도 풍경 울릉읍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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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는 3무, 즉 3가지 없는 것이 있다고 한다. 뱀과 도둑, 공해가 없다. 그리고 다섯가지 많은 것은 섬이라 바람, 물, 돌, 여자, 향나무라고 한다. 아름다운 섬에 어울리는 이야기이다.

독도전망대에서 본 울릉도 도동항의 모습
▲ 도동항 독도전망대에서 본 울릉도 도동항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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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여행 다섯 번째 만에 죽도에 오를 수 있었다. 울릉도 여행은 보통 육상관광(A 코스와 B코스가 있다)과 해상관광을 하는데 육상관광은 섬 일주도로를 타고 섬의 풍광을 여행하는 것이고, 해상관광은 유람선으로 섬을 한바퀴 도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었다. 이번에는 죽도와 독도 섬 관광이 포함되어 무엇보다 나에게 의미있는 여행이었다.

덧붙이는 글 | 7/31-8/2 울릉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태그:#울릉도, #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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