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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장용훈 기자] 북한이 시장경제를 일부 수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경제개혁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 6월28일 '우리식의 새로운 경제관리 체제 확립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경제방침을 제시했고 개혁조치는 이 방침을 따르는 형식을 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6·28조치'의 내용은 = 6·28조치의 방향은 기업과 개인의 생산물자 자율처분권을 확대하는 것이다.

기업은 국가가 생산계획을 정해주지 않고 공장·기업소가 독자적으로 생산하고 생산물의 가격과 판매방법도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 농업에서는 전체수확량의 70%를 당국에 바치면 나머지 30%는 농민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두 가지 모두 국가가 계획량을 할당하는 방식의 계획경제가 아니고 시장 판매를 기반으로 하는 조치라는 점에서 시장경제적 요소가 매우 큰 것으로 보인다.

한 대북 전문가는 "이번 조치는 7·1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북한의 생산 및 유통 등 경제행태의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주민과 기업들 사이에서 음성적으로 벌어지던 일들을 합법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7·1조치는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북한 사회에서 시장의 역할이 커지고 시장가격이 대세를 이룬 상황을 반영해 싼값의 국정가격을 비싼 시장가격과 일원화하고 기업과 개인의 경제활동 자율성을 키워준 조치였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7·1조치가 사실상 실패로 끝났지만, 이 조치 이후 북한 경제분야에 생겨난 변화를 추가로 수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6·28조치'가 북한의 본격적인 경제개혁조치인지 아니면 후속조치를 통해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개혁조치들이 나올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는 시범적으로 치러지는 것이고 오는 10월에 본격적인 경제개혁조치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내에서 아직도 경제개혁 방안과 관련해 설명하고 논의하는 단계로 보인다"며 "북한이 경제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지역별로 해당 관계자들에게 설명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왜 지금 나왔나 = 북한의 이번 경제개혁조치는 김정은 체제가 출범하고 반년 정도를 넘기고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작년 12월 급사하고 김정은 제1위원장이 권력을 물려받기는 했지만 권력기반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민심을 잡으려고 경제개혁조치를 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올해 국정지표를 밝히는 신년공동사설에서 인민경제 향상을 집중적으로 강조했으며 김 제1위원장도 민생안정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이번 조치를 통해 시장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현재의 북한 경제사회상을 반영함으로써 주민들의 경제적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갓 출범한 김정은 체제로서는 주민들의 생활위기가 가장 시급한 과제일 수 밖에 없다"며 "계획경제 시스템의 한계가 분명한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 같은데 금융이나 유통분야의 개혁이 수반되는지가 이번 조치의 성패를 가르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북한 측이 중국 정부의 개혁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남북관계가 악화하면서 북한의 유일한 기댈 언덕이 돼버린 중국은 김정일 위원장 시절부터 고위급 인사교류 과정에서 북한의 개혁개방을 촉구해 왔다.

따라서 김정은 체제의 안정적인 북한사회 안착을 위해 중국의 정치적, 경제적 후원이 절대적인 만큼 중국 측의 요구를 부분적으로 수용한 것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 누가 주도할까 = 이번 6·28조치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경제방침을 통해 제시됐지만 김정은 체제를 사실상 섭정 통치하는 것으로 보이는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작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 부위원장은 2002년 경제고찰단원으로 남한을 다녀가기도 했고 신의주 행정특구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등 개혁개방조치의 필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또 작년부터는 황금평 및 라선 특구 북·중 공동지도위원회 북측위원장으로 이 사업을 주도하는 만큼 북한의 경제변화가 시급한 과제라는 판단에 따라 김정은 체제 초기부터 이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김정일 위원장의 유일한 여동생이자 당 경공업부장으로 오랜 기간 활동해온 김경희 당비서가 남편인 장성택이 이번 조치를 이끌 수 있도록 엄호할 것으로 보인다.

실무적으로는 박봉주 당 부장과 로두철 내각 부총리 등이 이른바 '상무조'(태스크 포스)를 구성해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박봉주는 사실상 실패로 끝난 7·1조치를 입안해 실시했지만 2007년 당과 군부의 강경세력에 의해 좌천됐다가 2010년 김경희 비서가 부장으로 있던 경공업부 제1부부장으로 복귀했다.

따라서 박봉주는 과거의 실패경험을 반면교사로 이번 6·28조치를 주도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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