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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에 녹조현상이 발생한 가운데 8일 오후 서울 광진구 광장동 광진교 아래 물빛이 녹색을 띠고 있다.
 한강에 녹조현상이 발생한 가운데 8일 오후 서울 광진구 광장동 광진교 아래 물빛이 녹색을 띠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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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강과 낙동강을 중심으로 나타났던 녹조 현상이 점차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강 전체가 녹색으로 뒤덮인 광경이 마치 녹차라떼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녹조라떼'라는 말까지 유행하는 실정이다. 녹조 현상으로 인해 구간에 따라 악취가 심해지는 것은 물론, 간 질환을 유발시킬 수 있는 유해물질이 포함된 남조류까지 발견되었다고 하여 시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서울시 당국은 한강 하류에까지 녹조 현상이 확대되면서 조만간 조류주의보를 발령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수돗물의 악취는 끓여서 없앨 수 있고, 정수 과정을 통해 유해물질이 상당 부분 제거되어 충분히 안전하고 쾌적하게 물을 이용할 수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민들의 불안이 쉽게 해소될 순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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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는 9일 박재현 인제대 토목공학과 교수와의 전화연결을 통해 최근 시민들의 우려를 사고 있는 전국적인 녹조 확산 사태에 대해 분석했다. 박 교수는 "남조류의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물질이 간 질환, 간암 유발 물질로 알려져 있다"며 "일단 고도정수체계를 이용, 흡착을 하면 인체에 영향을 줄 정도까지 위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서 당국이 내놓는 대책에 따르면 당장 수돗물을 겁낼 필요까지는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이러한 녹조현상이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퍼지게 된 것일까. 정부는 이를 장기간 폭염에 의한 불가피한 현상으로 규정했으나 그 실상은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박 교수는 "녹조의 발생조건이 네 가지가 있다"며 "조류가 먹고 살 먹이인 질소와 인이 풍부해지는 부영양화, 높은 수온, 강렬한 햇빛, 그리고 느린 유속"이라고 말했다. 녹조 현상을 단순히 그저 폭염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조건이 조금 부족하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예전에도 충분히 폭염이나 가뭄은 있어 왔다며 최근에 발생한 이런 광범위한 녹조 현상에서 다른 요인이 주가 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박 교수의 말에 따르면 하수 처리장 시설 개발로 질소와 인이 줄어들었으면 줄어들었지, 농업 비료 등을 통해서 질소와 인이 하천으로 유입되는 일은 예전에도 늘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남은 요인은 유속 문제인데, 박 교수는 유속 변화의 원인으로 4대강 사업을 지목했다.

이명박 정부가 진행한 4대강 사업... 과거에 비해 느려진 유속

이명박 정부 들어 20조 원 넘는 재원을 들여 진행한 4대강 사업에서 전국적으로 큰 강마다 많은 준설이 이루어졌다. 박 교수의 말에 따르면 보를 만들어 물을 가둠에 따라 물의 흐름이 느려지면서 과거에 비해 유속이 적게는 10배에서 많게는 40배까지 차이가 나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유속이 느려지면 부영양화 물질이 흘러내려가지 않고 오염원을 재생산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고인 물이 썩는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낙동강에서 대구·구미에 이르는 지역까지 광범위하게 녹조가 발생한 것은 보에 의한 강의 유속 저하가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박 교수의 주장이다. 결국 4대강 사업이 이러한 광범위한 녹조현상을 낳은 셈이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은 이제 사실상 끝난 상태다. 지금 이대로라면 폭염과 가뭄이 올 때마다 이러한 광범위한 녹조현상을 또 다시 보게 될 수밖에 없다. 박 교수는 "지금이라도 허물면 좋겠지만, 그럴 의지가 없을테니 수문을 열어서 물을 풀어 유속을 빠르게 해주는 게 최소한"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녹조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물을 흘려보내버리면 4대강 사업의 주요한 사업논리였던 수량 확보의 의미가 없어져 버리는 것이다. 현 정부로서는 한마디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가 된다.

또 그렇게 댐이나 보에서 물을 그냥 흘려 보내는 방법은 임시 방편일 뿐이다. 문제는 4대강의 보에 있는데 이걸 그대로 둔다는 것은 녹조 현상을 그저 하늘에 맡기겠다는 뜻이 된다. 당장 녹조는 없앨 방법이 없고 이런 더위가 반복될 경우 자칫하면 극심한 녹조 현상이 연례행사가 될 수도 있다. 결국 사회적으로 보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피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다만 4대강은 워낙 준설을 많이 했기 때문에 모래의 회복에도 시간이 걸리고, 그런 회복기간 동안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박 교수는 "자연에 손을 대서 교란을 시켜놨으니 그에 대한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며 "급격한 영향은 3~4년, 완전한 회복까지는 20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권이 임기 내 큰 역점을 두고 추진한 대형 사업 가운데 하나였다. 그렇기 때문에 정권이 바뀌더라도 새누리당 측은 보 철거에 난색을 표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그렇다고 해도 4대강 사업의 원래 목적을 재평가해보고 그 시설들에 대해 재논의 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만약 그 기능을 다할 수 없다면 과감하게 매몰비용으로 처리하고 복원시키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태그:#이털남, #4대강 사업, #남조류, #박재현, #녹조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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