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잘하고 싶었는데 열심히만 했습니다."

2011년 tvN <꽃미남 라면가게>로 데뷔, KBS 2TV 일일시트콤 <선녀가 필요해>로 연기력 다지기에 나섰던 박민우는 자신과 똑 닮은 극 중 캐릭터 차국민을 성장시키기 위해 6개월 동안 무던히 노력했다. 한없이 우스꽝스럽기보다 조금은 진지해지고 싶어 알면서도 모르는 척했다.

'바보 국민' 벗어나 진지한 '차국민' 된 이유는?


연기자 지망생인데다 뒤떨어져서 쫓아간다는 설정이 자신과 한없이 비슷했기에 '차국민'에게 더욱 애착이 갔다는 박민우. 그러나 시청자가 원한 것은 부담 없이 웃으며 즐길 수 있는 '바보 국민'이었다. 박민우는 "스태프 사이에서도 어느샌가 무뚝뚝한 캐릭터로 자리 잡혔더라"면서 "사실 국민이를 너무 사랑했는데..."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잘하고 싶었는데 열심히만 했다"는 말은 동고동락했던 이들에게 전하는 그의 진심이었지만, 동시에 자신을 향한 채찍질이기도 했다.

"<선녀가 필요해>를 하며 배운 게 참 많아요. 하지만 연기는 못 한 것 같아요. 시청자 입장에선 유쾌한 게 좋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과 머리가 따로였던 거죠. 제자리에 멈춰서 어린아이 같은 차국민을 표현했어야 하는데 그를 성장시키고 싶었어요. 마음 한구석에 소심한 게 있었나 봐요."


<선녀가 필요해>는 박민우가 부족함을 깨닫고 한 발짝 도약할 기회를 마련해줬다. 차인표, 이두일, 심혜진, 박희진 등은 그런 박민우를 격려했다. 차인표는 그에게 일상에서 기쁨을 찾고 감사하는 법을 알려줬고, 심혜진은 "당당해서 좋다. 계속 그렇게 나아가라"고 응원했다. "걱정하지 말라"는 이두일의 다독임에 박민우는 용기를 얻었고, 박희진은 즐겁게 일하는 법을 일깨웠다. 처음엔 선배 연기자들 앞에서 주눅이 들었던 박민우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들을 동료로 인식하고 공과 사를 구분하게 됐다.

특히 극 중 부자지간으로 호흡을 맞췄던 차인표는 박민우에게 인지도와 영향력에 대한 인식을 심어줬다. 인기에 연연하지 않았던 박민우지만, 종방연 대신 서울 은평구 지역아동센터 '꿈이 있는 푸른 학교'를 찾아 나눔 활동을 하면서 왜 영향력을 얻어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다. 박민우는 "인지도나 영향력이 있으면 뭔가 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차인표 선배님을 보면서 나비효과를 느꼈다"고 고백했다.

"배우가 되려면...먼저 '인간다운 인간' 되어야"


6개월 동안 차국민으로 살았지만, 이제는 떠나보내야 할 시간이다. 스스로 몸치라고 밝힌 박민우는 최근 춤을 배우고 있다고 털어놨다. 박민우는 "아쉬움도, 후회도 있지만 그것을 마냥 잡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면서 "모든 것을 비우고 새로운 캐릭터를 만날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이니만큼 마음을 중간 지점으로 보내려고 한다"고 했다.

"<선녀가 필요해>를 시작할 때는 내심 신인상도 받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 정도로 하지 못한 것 같다"고 자평한 박민우. 다시 새로운 인물을 맞을 준비를 하는 그에게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물었다. "'인간다운 인간'이 먼저 되는 게 배우가 되는 길"이라는, 꽤 철학적인 답이 돌아왔다.

"연기에 미치고 싶어요.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 있잖아요. 가만히 있어도 뭔가가 느껴지는 그런 사람이요. 항상 진심으로 느끼게 하려면 많은 노력을 해야겠죠. 일단 그렇게 하려면 인간이 되어야 하니까요. 인간다운 사람이 되어야 가식을 느끼지 않을 것 같거든요. 그러기 위해 연기에 집중할 겁니다."

박민우는 아직 원석이다. 정에 쪼이고 부딪히며 반짝반짝 빛날 준비를 하고 있다. 깨지고 또 깨지며 자신만의 빛깔을 찾아가는 박민우의 행보를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