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센터백 김온아가 스페인과의 대회 첫 경기가 끝나기 직전에 무릎을 붙잡고 쓰러졌다. 중요한 첫 경기에서 4골차 승리의 기쁨을 누렸지만 강재원 감독의 얼굴은 어두울 수밖에 없었다.

이틀 전 27-27로 비긴 노르웨이와의 경기에서도 피봇 김차연이 후반전 경기 도중 다쳐서 들것에 실려나갔다. 그런데 이번에도 막내 정유라가 다쳤다. 우생순 2탄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는 우리 대표팀에 비상등이 켜졌다.

강재원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여자핸드볼대표팀은 우리 시각으로 3일 오후 7시 15분 런던 코퍼 박스 핸드볼 코트에서 벌어진 2012 런던올림픽 여자핸드볼 B그룹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21-24(전반전 12-10)로 아쉽게 역전패를 당했다.

잇몸으로 버티는 것도 한계

만약에 2010 남아공월드컵 한국 축구대표팀에 박지성(퀸즈 파크 레인저스) 선수가 뛰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최초의 원정 16강 토너먼트 진출이라는 쾌거는 상상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한국 여자핸드볼대표팀에서 박지성 선수만큼의 비중을 말하자면 센터백 역할을 맡아 공격 조율을 맡은 김온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가 첫 경기를 채 끝내지 못한 상태에서 쓰러졌다.

이에 강재원 감독은 그동안 갈고 닦은 빠른 공격 전술과 온몸을 내던지는 투혼의 수비력을 바탕으로 믿기 어려운 조별 예선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두 번째 경기에서 오랜 숙적 덴마크를 1점차로 물리쳤고 지난 해 세계선수권을 거머쥔 최고의 팀 노르웨이와는 극적인 무승부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김온아의 빈 자리를 정지해와 이은비가 번갈아 뛰면서 어느 정도 근심을 덜었지만 이틀 전 최강 노르웨이를 만났을 때에는 궂은 일을 도맡아 온몸으로 버텨주던 피봇 김차연이 다쳤다.

핸드볼 경기에서 가장 실속 없어 보이는 자리이기는 하지만 그 포지션 명칭 만큼이나 중심축 바로 그 자체다. 물론 프랑스와의 이번 경기에서 김정심이 그 역할을 대신하기는 했지만 겨우 29분 정도만 뛰었을 뿐 김차연만큼의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남은 시간 동안 우리 선수들은 축구장에서 최근 유행이 된 '제로 톱' 전술을 어쩔 수 없이 채택했다.

비운의 막내 '정유라'

이러다보니 우리 선수들은 공을 9미터 라인 밖에서 하염없이 돌리다가 공격권을 넘겨주는 일이 많았다. 제대로된 피봇 플레이어 없이 정상적인 공격 전술을 펼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옆으로 연결하는 것과 찔러주는 패스를 상황에 따라 섞어쓸 수 없기 때문에 그만큼 공격이 단조로워지는 것이다.

무모한 9미터 중거리슛과 개인 돌파는 상대에게 빠른 역습을 허용하는 빌미가 되는 것이 핸드볼 경기의 두드러진 특성 중 하나다. 그나마 부상의 정도가 가벼운 덕분에 코트로 돌아온 김차연이 이 경기 후반전 끝무렵 4분 57초 가량을 뛰면서 마음 한 구석이 놓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표팀의 막내가 쓰러졌다. 2점차로 앞선 상태에서 시작한 후반전 초반에 깜짝 등장하여 세 차례의 슛을 모두 성공시킨 새내기 라이트백 정유라가 비운의 주인공이다.

간판 골잡이 류은희가 체력적인 문제를 드러내며 이 경기 통틀어 2득점에 그친 것을 생각하면 겨우 5분 18초만 뛰면서도 3골이나 넣었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결과다. 그런데 이렇게 잘 나가던 정유라가 오른쪽 45도 공격을 시도하다가 무릎이 뒤틀리며 쓰러졌다. 점수판 17-17의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지던 순간이었다.

그리고 프랑스는 곧바로 이어진 오른쪽 날개 공격으로 점수판을 뒤집었다. 그로부터 우리 선수들은 힘겨운 추격적을 전개해야 했다. 후반전 17분 30초에 승부의 갈림길이 만들어졌다. 이 경기 우리 팀의 가장 많은 득점(6골)을 올린 심해인이 2분 퇴장 징계를 받았기 때문에 수비에서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경기 종료 43초를 남기고 맏언니 우선희의 오른쪽 측면 오버 슛이 들어갔지만 남은 시간이 너무 짧았다. 이제 우리 선수들은 일요일 오후 5시 30분에 최하위 스웨덴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벌인다. 방심만 하지 않는다면 무난히 이길 수 있지만 이어지는 8강 토너먼트에서 A그룹의 강자들을 상대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었다.

브라질이 3연승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A그룹에서는 '러시아, 몬테네그로, 크로아티아' 3개국이 똑같이 2승 1패의 성적으로 2위 자리를 노리고 있다. 이들 세 나라 중 한 팀이 한국의 8강 상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덧붙이는 글 ※ 2012 런던올림픽 여자핸드볼 B그룹 결과, 3일 저녁 7시 15분 코퍼 박스 핸드볼 코트(런던)

★ 한국 21-24 프랑스

◇ B그룹 현재 순위(4위까지 8강 토너먼트 진출)
프랑스 3승 1무 7점
한국 2승 1무 1패 5점
노르웨이 1승 1무 1패 3점
스페인 1승 1무 1패 3점
덴마크 1승 2패 2점
스웨덴 3패 0점
김온아 여자핸드볼 런던올림픽 김차연 정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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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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