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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곡동의 인터불고호텔은 아직은 원주에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은 대단한 시설을 갖춘 특급호텔이었다. 5층 정도 되는 높이에 뒤편에 골프장과 내부시설로는 사우나, 수영장, 커피숍, 와인바, 레스토랑, 노래방 등이 있었다.

나는 피곤하여 샤워를 하고는 일찍 잠을 잘까 생각 중이었는데, 동행했던 영직이가 원주에서 한복대여점을 하는 친구와 교편을 잡고 있는 친구가 있다며 애써 호텔까지 오라고 청했다. 영직이에게 이끌려 호텔 1층의 와인바로 가서 술을 한잔했다.

오늘은 술을 많이 마셨다. 점심에는 원주에서 나는 옥수수 술인 '원주'를 저녁에는 막걸리를, 밤에는 프랑스산 와인을 한잔했으니 정신이 없다. 친구들을 보낸 후 방으로 돌아와 바로 잠들었다.

아침 6시에 일어났다. 햇살이 참 좋은 7월 22일(일)의 아침이다. 창밖에는 아침부터 골프를 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걸 보면 세상이 참 바쁜가 보다.

맛있는 두부 요리 집이다
▲ 할범숨두부 맛있는 두부 요리 집이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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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영직이는 세수를 하고는 바로,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는 다른 친구들과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행구동에 위치한 '할멈숨두부'로 갔다. 처음에 나는 숨두부라고 해서 무슨 순두부를 잘못 알아들었다고 생각을 했다.

'아침부터 순두부라. 해장에 좋을 것 같기는 한데, 약간은 부담스러운 메뉴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식당으로 갔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숨두부라고 칭하는 순두부였다. '숨이 살아있는 두부'라는 의미인 것 같았다. '이름 하나는 걸작이다'라고 생각을 했다.

원주에서는 상당히 알아주는 숨두부는 웰빙 식단으로 인정을 받는 음식으로 순두부와 청국장, 흑두부, 손두부, 더덕구이, 편육 등 15가지 정도의 맛깔난 반찬에 구수한 두부와 깔끔한 청국장이 별미였다.

간혹 아침 메뉴는 선택을 잘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들 만족을 하는 분위기다. 아침에 여는 식당치고는 손님도 제법 많은 편이라 기분 좋게 식사를 마쳤다. 식당 입구에는 직접 순두부를 만들고 있는 주인장 내외의 모습이 분주해 보였다.

멋진 식물박물관이다
▲ 원주 허브팜 멋진 식물박물관이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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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친 우리들은 다시 차를 타고 강원도에서 가장 오래된 식물박물관인 무실동에 소재한 '원주 허브팜'으로 갔다. 6000평 정도 되는 면적에 약 1000여 종의 허브가 자라고 있는 허브팜은 몸과 마음의 치유정원으로 지역에서는 인기가 높은 곳이다.

원주 허브팜은 식물을 통하여 아름다운 자연의 소중함과 생명의 기운을 느껴 현대인들의 마음에 안정을 줄 수 있도록 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식물이 가득한 정원을 산책하고 허브향이 넘치는 뜰에서 쉬다보면 실제로 스트레스 지수가 낮아져 몸과 마음이 치유됨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원주 허브팜 산책로
▲ 원주 허브팜 원주 허브팜 산책로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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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지난 1996년부터 나무를 심고 허브와 연을 본격적으로 이식하기 시작하여 2008년 5월에 정식으로 개관을 한 곳으로 허브 뜰, 장미 뜰, 수련 뜰, 실내 뜰, 족욕 뜰, 연 뜰, 부들 뜰, 야생화 동산, 쉼터 뜰, 체험 뜰, 허브 샾과 5곳의 연못으로 구성되어 있다.

향긋한 허브향 가득한 정원에는 오롯이 눈부신 자연과 생동감 넘치는 생명의 기운이 느껴진다. 다양한 식물을 관람하고 직접 만지면서 체험하는 가능한 허브팜은 특별히 정한 동선이 없는 관계로 자유롭게 정원 내부를 오가며 둘러보는 것이 가능하다.

원주 허브팜, 연꽃들
▲ 원주 허브팜 원주 허브팜, 연꽃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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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식물, 연못 등이 어우러진 공간이라 계절별로 시간별로 느낌과 감흥이 다른 관계로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1년 내내 꽃과 나무를 보면서 병 치유와 휴식을 원하는 사람들도 많이 찾고 있다. 물론 학습을 원하는 학생들도 많이 찾는다.

특히 인기가 높은 곳은 150여 종의 허브가 있는 허브 숲으로 그레이트로벨리아, 아일랜드 포피, 박하 등 다양한 효능을 가진 허브를 보며 향기를 직접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그윽하고 감미로운 향을 느낄 수 있어 가장 붐빈다.

원주 허브팜, 자작나무 숲길
▲ 원주 허브팜 원주 허브팜, 자작나무 숲길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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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250여종의 야생화로 조성된 야생화동산으로 누구라도 동화 속으로 초대된 사람처럼 야생화가 만발한 동산에 올라 천연의 꽃과 허브팜의 전체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쁨이 있는 공간이다.

또한 장미 뜰에는 일 년에 4~5번 개화하는 50여종의 장미와 만남이 가능하다. 수십 종의 장미가 가득한 이 공간에서는 산책하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황홀하다. 연과 수련을 볼 수 있는 연 뜰도 신비감이 넘치는 공간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꽃을 모아둔 관계로 모든 꽃이 피어있는 오전시간에 찾는 사람이 많다. 연 뜰과 연결된 잔디밭에서는 맨발로 걸으면서 지압도 하고 땅의 세찬 기운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 적극 추천하고 싶다.

원주 허브팜, 연못과 분수
▲ 원주 허브팜 원주 허브팜, 연못과 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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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정원의 맨 안쪽에 있는 자작나무 가로수 길과 벚나무 가로수 길을 가장 추천하고 싶다. 마치 북유럽의 황량한 숲속을 걷는 느낌도 나고, 나무 아래에 있는 야생화를 보며 걸으면 고향 집 뒷산을 걷는 편안함도 주는 곳이다.

그렇게 크지 않는 허브팜이지만, 천천히 산책을 하면서 담소도 나누고 곳곳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쉬면서 걸으면 두어 시간은 금방 가는 편안한 곳이다. 나는 무농약으로 직접 재배한 허브의 향을 맡으며 명상하듯 발을 담그고 쉬는 것이 가능한 족욕 뜰에서 30분 넘게 족욕을 즐겼다.

도시 생활의 피로가 확 풀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향이 온몸 가득 퍼지는 것이 정말 최고다. 족욕을 마치고는 허브 관련 다양한 먹을거리를 체험할 수 있는 허브카페로 가서 차를 한잔하면서 허브의 기운을 다시금 온몸으로 느꼈다.

원주 허브팜, 족욕실
▲ 원주 허브팜 원주 허브팜, 족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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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팜은 살아 숨 쉬는 식물의 특성상 항상 같은 전시품이 아닌 하루하루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과 마주칠 수 있고 생동감 넘치는 해설과 안내로 여행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며칠 머물면서 마음과 병 치유를 할 수 있는 숙소 시설이 없는 것이 무척 아쉽기는 했다.

천천히 허브팜 관람을 마친 우리들은 원주의 전통시장을 보기 위해 원주역 인근에 있는 '중앙시민전통시장'으로 갔다. 시장이라는 곳이 다 그렇고 그렇지만, 강원도라서 그런지 올챙이국수를 파는 집, 메밀 전을 파는 집이 눈길을 잡았고, 반찬집, 기름집 등이 손길을 유혹했다.

강원도의 유명한 메밀 전
▲ 메밀 전 강원도의 유명한 메밀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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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국화빵을 조금 사서 먹으면서 시장 통을 돌았다. 무엇을 하나 살까 고민을 하다가 기름집에서 참기름 한 병을 하고는, 메밀 전집에 가서 1000원에 두 장하는 전을 급하게 먹고는 돌아서 나왔다. 역시 강원도는 메밀전이다. 맛이 일품이다.

강원도 특산, 올챙이 국수
▲ 올챙이국수 강원도 특산, 올챙이 국수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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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오는 길에 1934년에 지어진 조선식산은행 원주지점 건물이었던 곳을 살펴보았다. 외관은 전체적으로 좌우대칭을 이루며 창문을 위아래로 길게 반복하여 수직성을 강조하였고, 외벽은 인조석 질감의 모르타르로 마감하는 등 전형적인 일제 강점기의 건물이다.

1934년에 지어진 근대문화유산이다
▲ 일본 강점기의 식산은행 건물 1934년에 지어진 근대문화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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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제 164호 건물이다. 지금도 은행으로 쓰이고 있는 이 건물을 보면서, 일제 강점기의 시설물이 도심 중앙에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을 보면서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태그:#원주허브팜, #원주의 전통시장, #할멈숨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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