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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조합원이 지난 27일 SJM과 만도 공장 직장폐쇄 당시 용역들이 던진 자동차 부품을 들고 있다.
▲ 무자비한 용역 폭력에 부상당한 SJM·만도 노동자들 2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조합원이 지난 27일 SJM과 만도 공장 직장폐쇄 당시 용역들이 던진 자동차 부품을 들고 있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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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부품업체 에스제이엠(SJM)의 분규 현장에 투입됐던 용역업체 '컨택터스'(회장 문성호, 대표 박종태·정미현)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폭력사태에 대한 해명 글을 내놨다. 이 업체 경비용역 200여 명은 지난 27일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에 있는 SJM에 들이닥쳐 공장 안에 노동자들을 몰아내면서 35명에게 중경상을 입힌 바 있다.

폭력사태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자 이 업체는 사태 발생 사흘 만에 사과 내용을 담은 입장을 발표했지만, 글에는 자신들의 폭력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경찰과 국회 차원의 문제 제기에 겁박하는 수준의 내용을 담고 있어 오히려 더 큰 반발이 예상된다. 특히 자신들을 비판하는 여론에 대해 조롱하는 내용까지 담고 있다.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이 해명문은 컨택터스 임원회의에서 나온 이야기를 모아 대표가 직접 작성했다.

"사과드린다"며 시작하지만...

컨택터스는 30일 자사 누리집에 게재한 '컨택터스에서 말씀드립니다'라는 글에서 "불미스러운 일로 걱정을 끼쳐 사과드린다"며 "부상을 입은 노조원들과 그 가족에게 사과드리며 빠른 쾌유를 빈다"고 말했다. 글의 시작은 사과문 같았지만, 이후 제시 되는 내용은 사과와 거리가 멀었다.

이 업체는 "쟁의조합원들의 피해에 관심을 갖고 연대 또는 조사 등에 관심을 가진 국회의원님들 및 비노조사회활동가, 기자, 트위터리안들까지 앞으로 노조문제에 가세하시려는 분들에게 한 번 더 살펴보시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말씀 드린다"며 글을 작성한 목적을 밝혔다. 이어 "폭력사태가 안 일어난 것은 아니지만 '수진무구한 양민이며 비무장의 선량한 노조원'들을 폭행한 것이 아니"라며 "웬만한 국민들은 그들을 걱정해야 할 입장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하의 사실이 거짓이 아니라는 데 자식과 가족을 걸겠다"고 말했다.

컨택터스는 "이미 그들(노동자)은 소화기와 각목에 못을 박아 튀어나오게 한 '못 가시 방망이'로 살벌한 무장을 하고 있었다"며 "이 노조원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선량한 노동자분들하고 상당히 다른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7일 00시를 기해 직장폐쇄가 이뤄졌으며 노조원들은 철수해야 함에도 불법점거 농성을 벌였다"면서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위해 길을 터줄 것을 요청했으나 불법점거 하고 있어 부득이 길을 터 진입할 수밖에 없었다, 정상적인 업무수행 범위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일부 사실과 다르다. SJM은 용역 투입 전날인 지난 26일 오후 5시 고용노동부에 직장폐쇄 신고를 했지만 이를 공고하지는 않았다. 공장 안에 노동자들은 직장폐쇄 여부를 알 수 없었던 것. 또 <경향신문>의 보도(7월 30일자)에 따르면 컨택터스는 27일 오전 7시 경비인력을 투입하는 것으로 신고했으나, 이보다 2시간여 이른 오전 4시30분께 기습적으로 공장에 진입했다. 경찰도 이 부분에 문제점이 있다고 보고 당시 폭력행위와 신고 위반 사안의 책임을 물겠다는 입장이다.

컨택터스는 또 "현장의 저희 경비원들은 각목에 만신창이가 되고 헬멧과 방패의 보호장구가 없었다면 사망자까지도 나왔을 정도로 선제 폭력이 도를 넘었다"며 "알루미늄 제품들도 방어적으로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인력들도 중상 3명, 경상 10명의 부상자 발생했으면 3명이 입원 치료 중"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에게 "착하고 어지신 마음일랑 접으시고..." 비꼬고
경찰에게 "공권력에 크나큰 부담 피할 수 없을 것" 겁박

이후 이어지는 글은 비꼬는 어투로 작성됐다. 이 업체는 "국민 여러분께, 알고 보면 그렇게 애통할 대상과 상황은 아니니 착하고 어지신 마음일랑 접으시고 짐직 '위악'하시는 정도로 더 이상 걱정하시지 마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폭력 사태에 문제를 제기하는 국회의원들에게도 "노동이라는 키워드를 넘어 극복까지도 해야 할 때가 지금이 아닌가 고민해야 한다"며 "싸울 능력이 있는 사람보다 그 능력마저도 갖추지 못한 항구적 마이너리티를 향해 더욱 낮은 곳에 시선을 두기 바란다"고 훈수를 뒀다. 이어 "일부 기득 노동권력과 단절하시고 그 기득 노동자들을 질시할 수밖에 없는 수많은 노동자들에게 다가가시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경찰과 고용노동부 등 감독 당국에게도 한마디 했다.

경찰이 조사에 나설 의향을 비치며 '허가 취소'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 이 업체는 "저희 같은 업체가 일부 오해에 의한 희생양이 돼 '허가 취소' 등으로 사라지게 된다면 앞으로 사업장에서 어떠한 불법행위가 일어나도 사업주는 속수무책이 될 것"이라며 "외국계 기업은 떠나고, 국내 기업들 또한 기업 경영 의욕을 잃어 기업 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공공성, 생산 수출, 고용, 내수 지탱 등은 송두리째 무너져 내릴 것"이라며 "모든 사업장의 노사분규 시 불법행위가 발생할 경우 경찰력 직접 동원을 피할 수 없고 민간과 직접 마찰하게 됨으로써 공권력에 크나큰 부담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컨택터스 관계자 "대표가 직접 작성한 글"

컨택터스 관계자는 30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회사에서 발표한 글이 맞다"며 "임원회의에서 나온 솔직한 이야기를 모아 대표님이 직접 작성하신 것으로 안다, 그 글 이외에는 어떤 말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꾸 오해가 생기는 것에 솔직하게 해명한 글"이라며 "직원들이 많이 힘들어한다, 노조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들로부터 협박전화도 많이 걸려온다"고 덧붙였다.

30일 오후 8시 현재 회사 누리집 접속이 불가능한 것에 대해 이 관계자는 "일부러 차단한 건 아니고 접속이 폭주해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실 관계자는 "해명자료가 진지하지 않기 때문에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는 생각이 든다"며 "해명한다는 글은 누리집에 있던 글을 요약한 수준이다, 컨택터스가 진심으로 해명하고자 한다면 변명을 하기 전에 자신들이 업무를 수행하면서 공장 바깥으로 쫓아내고 다치게 한 사람들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 컨택터스가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개인 경호를 맡았던 것을 지적하며, 이번 사태에 청와대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컨택터스는 민간군사기업(PMC·Private Military Company)을 표방하며 지휘 차량, 시위진압 차량, 수력방어 차량(물포) 등 경찰력에 버금가는 장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은 컨택터스가 누리집에 올려놓은 해명 글 전문이다.


태그:#컨택터스, #SJM, #장하나, #용역, #직장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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