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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의 일상생활과 밀착한 지방자치는 흔히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정작 기초자치단체장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정치인에 비해 크지 않은 편입니다. 여론을 형성하는 언론의 조명이 기초단체장보다는 주로 정치인에게 집중한 탓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인구 50만 명이 넘는 수도권 기초단체장은 조 단위 예산을 집행하고 지역구 국회의원 수도 서넛을 웃돕니다. 그래서 <오마이뉴스>는 365일 전국 기초단체장을 찾아가 공약 사안을 중심으로 이렇게 묻기로 했습니다. 시장(군수-구청장)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영어로 하면, Mayor, what matters most?, 편의상 '기초단체장 인터뷰 MWMM?'로 이름 붙였습니다. [편집자말]
 '자치는 진보'라고 주창하는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 그는 전국 지자체 최초로 비정규직 공무원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켰다.
 '자치는 진보'라고 주창하는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 그는 전국 지자체 최초로 비정규직 공무원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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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노동에 대한 예의'를 주창하며 전국 지자체 최초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화제를 모았던 민형배 광주광역시 광산구청장. <오마이뉴스>는 당시 민 구청장의 획기적 행보를 인터뷰 기사를 통해 세상에 알렸다. 그리고 약 1년 6개월 만인 지난 27일 그를 다시 만났다.

요즘 민 구청장은 "자치가 진보입니다, 참여가 민주주의입니다"라고 외치며 '주민참여 포인트제' 같은 주민참여방안을 현장에서 실행하고 있다. 이유를 묻자 민 구청장은 "역사가 내게 부여한 소명에 따라 세상과 주민과 나 자신에게 배신 때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 했다. 그가 무게중심을 두고 추진하는 정책들은 모두 상을 받았다. 지방자치단체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2011년엔 일자리 창출 분야 최우수상을, 2012년엔 주민참여 시책으로 우수상을 받았다.

민 구청장은 공무원들에게 여전히 "사회운동가 같은 문제의식과 정치인 같은 조정능력을 가지라"고 요구하고 있다. 의욕 넘치는 구청장의 과한 주문이란 생각이 들 법도 하지만 한 공무원은 다른 평가를 내놓았다. 처음엔 공무원들은 그를 '구청장이냐, 시민운동가냐' 하며 비아냥거렸으나, 민 구청장이 말 그대로 '시민운동가'처럼 공정하게 인사를 하니까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일 해보자'는 식으로 능동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청와대 비서관으로 들어갈 때 자기소개서에 '나는 지역주의자다'라고 썼다는 민 구청장. 그는 "내 주변을 돌아보는 것에서부터 주민참여는 출발한다"며 "교육과 실천을 병행한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가족·주민·직장 단위로 참여할 수 있는 사업들도 발굴해 주민참여의 눈높이를 맞추려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민형배 구청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잠재적 창조적 역량을 자치단체장을 통해 분출해보고 싶어"

 민형배 구청장은 청와대 비서관으로 들어가면서 자기소개서에 "나는 지역주의자다"고 썼다. "자치는 자신의 유전자의 원형질"이라고 과감하게 말하는 그는 요즘 주민참여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민형배 구청장은 청와대 비서관으로 들어가면서 자기소개서에 "나는 지역주의자다"고 썼다. "자치는 자신의 유전자의 원형질"이라고 과감하게 말하는 그는 요즘 주민참여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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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먼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여 주목을 받았습니다.
"비정규직 문제는 '인간과 노동에 대한 예의'에서 출발했습니다. 또 비정규직은 두 가지 해결측면이 있습니다. 첫째는 낮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고, 둘째는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광산구청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72명 모두를 정규직으로 전환했습니다. 모두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분들입니다. 지난해 3월 관련 규칙을 제정 공포하고 단계적인 절차를 거쳐 전환하게 됐습니다. 인건비는 연간 약 2억 원이 추가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광산구 예산 총액의 0.78% 수준입니다. 임금을 더 준다는 생각보다 적정한 임금을 지급한다는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 지방자치단체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2년 연속 수상했습니다.
"작년엔 일자리 창출 분야 최우수상, 올해는 매니페스토 분야 주민참여 시책으로 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민선 5기를 시작하면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민·관복지연대망 투게더광산' 활성화를 중요한 정책으로 추진했는데 다행스럽게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인간과 노동에 대한 예의'라는 관점에서 단행했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지역의제가 대한민국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지역자원으로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한다는 목적으로 출범했던 '투게더광산'은 광범위한 주민참여를 이끌어내며 많은 지자체의 복지 롤 모델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 2012년 비전을 '주민참여 대표도시'로 설정하셨는데요.
"2년 동안 구정을 하다 보니 더욱 절감하는 것이 있습니다. '자치가 진보고, 참여가 민주주의'라는 것입니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구정참여와 자치운동이 지역의 미래를 결정짓는 시대입니다. 대의 민주주의 체제하에서 직접 민주주의의 역동성을 끌어내고, 참여 민주주의의 현장성을 확보하는 것이 자치공동체 생존의 관건이라는 것이죠. '주민참여 대표도시'는 구정의 기획, 집행, 평가·환류 과정에 주민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도시를 말합니다. 지난 4월 '광주광역시 광산구 주민참여 기본 조례'를 제정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행정이 주민참여 조례를 주도한 것은 전국 지자체 최초였습니다. 이를 4대 분야 100개 과제로 재정비 및 구체화하고, 실행하고 있습니다."

- 실행방안 중에 주민참여를 위한 포인트제도가 있던데 어떤 내용인가요.
"구정의 기획, 집행, 평가·환류에 참여한 주민들께 포인트를 부여하고, 누적 포인트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주민참여사업에 참가한 주민이 포인트를 신청하면 주민참여 전담부서가 포인트를 관리하고 사용을 승인하는 체제입니다. 주민들은 포인트를 제 증명 수수료 납부, 쓰레기봉투 구입, 공공시설물 이용료 등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참, 이 제도는 대전 대덕구청, 충북 옥천군이 도입했던 제도를 벤치마킹한 것입니다." 

-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는 매우 오랜 숙제 같습니다. 
"그래서 주민들이 일상에서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내용들을 제시해야 합니다. 내 집·내 점포 앞 쓸기, 집 주변 텃밭 가꾸기 등 내 주변을 돌아보는 것에서부터 주민참여는 출발합니다. 여기에 교육과 실천을 병행한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가족·주민·직장 단위로 참여할 수 있는 사업들도 발굴해 주민참여의 눈높이를 맞추려 노력해야 합니다.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호혜의 자치공동체가 많이 생겨나고, 이런 공동체들이 연대해 나간다면 지자체의 미래는 밝습니다. 우리 광산구가 설립하려고 준비 중인 공익활동지원센터는 이런 자치공동체의 설립·자립·활성화를 지원할 목적으로 하는 중간지원조직입니다. 7월에 '공익활동지원센터 지원 조례'가 확정됐고, 비영리 사단법인의 형태로 오는 10월 중 설립할 예정입니다. 민·관 협력 방식으로 출범해서 중장기적으로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도록 할 것입니다. 사회적기업·협동조합·주민공익단체 등 자치공동체의 설립·자립·활성화를 돕고, 이를 위해 필요한 교육 및 네트워크 조성에 기여할 것입니다. 공익활동지원센터를 마중물 삼아 지역에 튼튼한 자치공동체를 많이 만들어 내겠습니다."

- 말씀을 듣다 보니 구청장을 하기 위해서 정치를 하신 분 같습니다(웃음).
"하하 그렇습니까. 사실 제가 정치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계기는 '분노'때문이었습니다. 제가 모셨던 노무현 대통령이 몸을 던질 수밖에 없는 정치현실에 대한 분노를 견딜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내 곧 분노가 곧 동기일 수 있지만 그 자체로 무엇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죠. 단식을 하며 자기정화와 성찰을 했습니다. 그리고 정치를 하더라도 '선수'로 나설 생각 없었고 '참모정치'를 할까 생각했죠. 

그런데 제 안에 오랫동안 자치주의자, 지역주의자의 DNA 꿈틀거리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기자도 지역신문에서 했고, 대학에서 연구도 지역문화와 정치로 했고, 시민사회운동도 자치분권 지역운동을 했습니다. 청와대 비서관으로 들어갈 때 자기소개서에 '나는 지역주의자다'라고 썼을 정도죠. 지역과 자치의 원형질로 꿈틀대는 나의 잠재적 창조적 역량을 자치단체장을 통해 분출해보고 싶었습니다."

"꿈꿨던 세상 실현해볼 수 있는 귀한 기회를 허투루 보내서야"

 민 구청장은 “역사가 내게 부여한 소명에 따라 세상과 주민과 나 자신에게 배신 때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가 진화시킬 지자체의 새로운 모델은 또 어떤 모습일까.
 민 구청장은 “역사가 내게 부여한 소명에 따라 세상과 주민과 나 자신에게 배신 때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가 진화시킬 지자체의 새로운 모델은 또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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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선 5기에 건립된 '작은 도서관'이 31곳이나 된다고 들었습니다.
"이건 정말 뽐내고 싶은 일인데요, 우리 구의 작은 도서관들은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들고, 자체 프로그램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의 트랜드로 자리잡아가고 있죠. 지역 어르신들이 쌈짓돈을 모으고 재능나눔으로 광산구노인복지관에 만든 작은 도서관 '더불어락(樂)카페', 아파트 주민들이 폐지 등 재활용품을 팔아 만든 어룡동 '철쭉 도서관' 등의 건립 과정은 감동을 넘어 전국 작은 도서관의 모범이라고 자랑하고 싶습니다.

장서도 자발적인 주민참여와 나눔으로 마련되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도서기증 운동본부'를 만들어 지역사회와 기업에 호소하기도 하고, 구립도서관의 행사를 통해서 모으는 등 지역 사회의 자발적 참여와 협조를 통해 마련하고 있습니다. 우리 구에서는 작은 도서관 운영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성과와 경험을 공유하는 워크숍, 작은도서관이야기대회, 도서관학교 운영 등 작은 도서관 운영자의 전문성 강화와 네트워크 구축에 도움을 드릴까 합니다."

- 지난 2년, 스스로는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처음 구청에 들어왔을 때 '노무현 흉내 내나, 시민운동 하듯 한다, 정치는 그런 건 아니다'하는 소리 많이 들었습니다. 그때마다 그런 말씀 하시는 분들에게 과감히 말씀드렸습니다. '맞습니다, 저는 노무현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서 구청장 하는 사람입니다. 맞습니다, 저는 운동하듯 하려고 구청장 합니다'…. 그리고 공무원들에게도 요구했습니다. 행정관리자의 역할과 기능에서 한 걸음 나아가야 한다고. 사회운동가 같은 문제의식으로 상황을 직시하고, 정치인 같은 상황조정, 갈등조정 능력을 키우고 행정공무원답게 자원배분하고 필요한 사람 동기부여하고 임무를 부여하라고 말입니다.

지난 2년을 돌아보니 역시 자치가 진보입니다. 참여가 민주주의입니다. 삶의 현장이 바뀌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예전 정치는 위가 아래를, 중앙이 지방을 통치하는 것이었습니다. 법이 바뀐들 제도나 정책이 현장에서 실행으로 나타나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나요? 한 명의 주민이라도 더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현장민주주의, 한 명의 주민이라도 삶의 구체적 변화를 가져오는 자치. 이것을 실현하려고 달려온 지난 2년이었습니다. 제가 이 길을 기꺼이 가는 이유는 역사가 내게 부여한 소명에 따라 세상과 주민과 나 자신에게 배신 때리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20~30대에 우리가 꿈꿨던 세상을 실현해볼 수 있는 이 귀한 기회를 허투루 보내서야 되겠습니까."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조금씩 전파하고 있는 자치와 주민참여의 싹이 움트는 것 같아 매우 기쁩니다. 특히 감사한 게 우리 공무원들이 저와 기꺼이 함께 해주고 있다는 것이고, 또 외부에서 실력 있는 문화기획자와 복지전문가들이 스스로 함께 동참해주신다는 것입니다.

마지막 드릴 말씀은 에피소드로 대신할까 합니다. 7월초 직원 전체 조회 때의 일입니다. 한 주무관이 제 신분증과 자치행정국장님 등 몇몇 간부들의 신분증을 빼앗아 갔습니다. 직원 장기자랑 시간에 간부회의를 패러디한 콩트를 선보이기 위해서였습니다. 실제 간부회의를 연상시키는 리얼한 역할극에 참석한 직원들도, 저도 많이 웃었습니다. 권위와 지시는 웃음과 공존할 수 없습니다. 공개적인 장소에서 구청장이 직원들의 웃음의 소재가 되는 현실이 공직사회의 변화를 볼 수 있는 단면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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