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중계에 관해서 상당한 노하우를 쌓고 있던 MBC는 이번 런던 올림픽 중계방송에서는 비전문 인력을 대거 투입하였다. 겉으로는 차별화된 중계방송을 내세웠지만, 실상은 장기간 노조 파업에 따른 '땜방' 인력 투입이었다.

자사 오디션 프로그램인 '위대한 탄생' 출신 멤버들인 배수정, 구자명, 손진영을 투입한다든지, 자사 뉴스에서 일기예보를 진행하다가 프리랜서를 선언하고 밖에서 활동중이던 박은지를 다시 투입한다든지, 자사에서 열심히 스포츠 및 각종 프로를 담당하다가 프리랜서를 선언하고 역시 밖에서 활동중이던 김성주 아나운서를 메인 MC로 투입한다든지 등 이 모든 투입은 사실상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진행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노조는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파업을 종료했지만, 일부 아나운서 및 기자들에 대해 본인들의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부서로 발령내는 파격적인(?) 인사조치를 감행하였다.

이번 런던 올림픽 중계방송에서 과연 MBC만의 노하우가 담긴 중계가 과연 이루어질지 의문시되는 상황이었다. 그런 우려는 런던 올림픽 개막식 방송에서부터 현실화되었다. 올림픽 개막식 방송에 MBC는 메인으로 김성주 아나운서와 오디션 프로그램인 '위대한 탄생' 출신인 배수정을 투입하였다.

가장 큰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중대한 이벤트에 아나운서나 리포터 경험이라곤 전혀 없는 사실상 '풋내기'나 다름 없는 배수정을 투입한 이유는?

다름아닌 그녀가 영국 이민자로서 영국에서 학창생활(런던 정경대학 출신)을 경험하는 등 영국통(?)이었기 때문이다.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당시에도 MBC는 중국어에 유창한 방현주 아나운서를 메인으로 투입한 바 있다. 하지만 4년전과 이번은 상황이 다르다. 방현주 아나운서는 베테랑 아나운서였고 배수정은 아나운서 경험이 전무한 상황이었다. 마땅히 투입할 자원이 없다보니 그저 영국에 대해 그나마 잘 알고있는 명분 하나만으로 배수정을 가장 중요한 이벤트에 메인으로 투입한 것이다.

하지만 올림픽 개막식 현장의 감동을 제대로 전달해줘야 할 아나운서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발음에서 배수정은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었다. 영어로 진행했다면 그나마 수월했겠지만, 배수정의 한국어는 어눌하고 상황에 맞는 표현조차 제대로 구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일반 사람들조차 상황에 적합한 단어를 찾아 사용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한국어 발음이 어눌한 배수정에게 상황에 적합한 한국어를 기대하기란 애초부터 무리였다.

결국 배수정은 런던 올림픽 개막식의 분위기가 절정에 이를 무렵, 상황에 적합한 표현을 제대로 구사하였다. "영국인으로서 자랑스럽다." 영국 국적을 갖고 있고, 영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번듯한 직장(회계사)도 구하고 있으니 영국에 더 많은 정을 가지고 있음은 당연할 수도 있다. 렇다면 영국인으로서 자랑스럽다는 표현은 대한민국의 공영방송인 아닌 MBC가 아닌 영국의 공영방송 BBC에서 표현하는 것이 적합했을 것이다.

그리고 굳이 영국인으로서 대한민국 공영방송 MBC에 나와서 PRIDE (자랑스러움)를 표현하고 싶었다면 영어로 표현하는게 맞았을듯 싶다. 대한민국의 시청자들이 굳이 영국 사람의 자랑스러움을 표현하는 것을 듣고 싶어했을까? 물론 정성스럽게 준비된 개막식을 보면서 시청자들이 개별적으로 영국 문화에 대해 경이로움을 느낄 수도 또는 감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반 한국인이자 반 영국인인 배수정에게서 굳이 영국인으로서 자랑스럽다는 멘트를 듣고 싶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MBC는 배수정이 아직 한국어에 서툴기 때문에 빚어진 실수라고 해명하는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MBC의 배짱이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모든 세대가 시청하는 대형 이벤트의 중계방송을, 그것도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경연하는 무대인 올림픽에서 한국어가 서투른 미경험자를 메인 진행자로 내세웠으니 말이다. 그저 MBC가 하는 거니까 닥치고 방송이나 보라는 식으로 시청자를 우롱하고 우습게 본 처사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개막식의 마지막 행사에 등장한 비틀즈의 살아있는 전설 폴 매카트니경이 직접 나와서 'Hey Jude'를 부르는 장면이 나올 때 무슨 영문에서인지 MBC는 시청자들이 그 장면을 볼 권리를 박탈하였다. 반면에 KBS와 SBS는 개막식 행사를 끝까지 중계하였다. 올림픽 개막식 행사를 끝까지 중계하는 것은 기본이고 상식일텐데 MBC는 상식마저 무시한 처사를 단행하였다. 다만 MBC가 큰소리 친대로 차별화는 되었다.

아마도 MBC에서 개막식 중계를 담당했던 스태프들은 폴 매카트니의 공연이 자사 음악프로인 '쇼 음악중심'에서 나오는 1등 가수의 앵콜 공연 정도 되는 줄 알았나 보다. 모든 관중들과 선수들이 한데 어우러져 'Hey Jude'의 후렴구를 부르는 장면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전율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는데, MBC를 통해 개막식을 지켜본 시청자들은 이런 감동을 누릴 기회조차 얻지 못하였다.

그리고 기상 캐스터로 줄곧 활동하다가 이번 올림픽 중계방송에 긴급 투입된 프리랜서 박은지는 남자 수영 400m에 출전하는 박태환 선수가 금메달을 따게 되면 수영복을 입고 진행하겠노라고 버젓이 시청자들 앞에서 선언하였다. 프리랜서 선언 이후 각종 화보도 촬영하다 보니 본인 몸매를 노출하는 것에 상당한 자신감이 붙은 모양이다. 그것도 일반 화보집도 아닌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들이 지켜보는 공중파 방송에서 버젓이 자신의 몸매를 노출하겠다고 선언했으니 말이다.

모든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는 '마린보이' 박태환 선수의 선전을 기원하겠다는 명분 하에 자신의 몸매를 무기(?)로 내세우는 박은지 리포터(아나운서라 부르기도 민망하다)의 상업적인 감각에 놀라울 따름이다. 박은지가 프리랜서를 선언한 이후 그녀는 각종 포털 사이트에 종종 자신의 이름을 상위권에 올리곤 했는데, 대부분이 노출에 관련된 이슈들이었다. 박은지의 발언을 옳거니 하고 붕어빵 찍어내듯이 인터넷에 기사로 양산한 언론들도 한심할 따름이지만, 모든 시청자들의 관심을 자신의 몸매를 부각시키는데 활용하는 박은지의 공인의식은 저급하게 느껴지기만 한다.

박태환 선수는 예선에서 석연치 않은 실격처리를 당했다가 이례적으로 번복이 되어 극적으로 결승에 진출하였고, 결승에서도 선전을 거듭했다가 아쉽게 막판 역전을 허용하며 은메달을 획득하였다. 누구보다도 마음고생이 심했을텐데 끝까지 최선을 다한 박태환 선수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런데 박태환의 금메달을 두고 자신의 몸매를 드러내겠다고 허튼 공약을 내건 박은지나 박태환이 실격을 당한 이후 트위터에 박태환을 비난하는 글을 올려 자신을 노이즈 마케팅의 도구로 적극 활용한 '중국 칭화대 출신' 이나현의 파렴치함이 대비되어 더욱 화가 나게 된다. (이나현은 MBC 올림픽 방송과 관계없는 인물이지만, 그녀가 한 행태가 너무도 괘씸하여 언급하게 되었다.)

박태환 선수가 3분여의 순간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땀을 흘렸는지 조금이라도 헤아렸다면, 박태환이 흘린 땀을 자신들의 저급한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할 엄두는 내지도 못했을 것이다. 박은지나 이나연은 충분히 자신들이 의도한 효과를 누렸을 것이다. 마치 영화 '다크나이트'에서 배트맨 행세를 하는 '짝퉁 배트맨'들처럼 말이다.

올림픽의 감동은 각본이 개입될 여지가 없는 최고의 드라마이다. 하지만 MBC는 저급한 상업의식과 시청자들에 대해 조롱에 가까운 안일한 대응으로 이번 올림픽 중계방송을 속된 말로 '날로 먹으려' 하고 있다. 올림픽의 감동을 훼손하는 MBC의 저급한 중계방송은 이번 만큼은 외면하고 싶을 따름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올림픽 MBC 박은지 배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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