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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시 백사면에 소재한 경기도 기념물 김좌근 고택
 이천시 백사면에 소재한 경기도 기념물 김좌근 고택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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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칸이었던 집은 현재는 사랑채(사진)와 안채만 남아있다.
 99칸이었던 집은 현재는 사랑채(사진)와 안채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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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칸의 대갓집. 후손들은 관리하기 어렵다며 신흥재벌에게 사랑채와 행랑채를 팔았다고 한다. 원래는 99칸의 커다란 대갓집이었다고 하는데 지금 남은 집만 보아도 그 규모를 어림잡아 짐작할 수가 있다. 도대체 이 집에는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 경기도 이천시 백사면 내촌리 222-14에 소재한 경기도 기념물 제12호 '김좌근 고택'을 찾아갔다.

이 김좌근 고택은 벌써 올 들어 두 번이나 가보았는데 갈 때마다 복원 공사 중이라 들어갈 수가 없었다. 지난 23일 무더위를 피해 찾아간 백사면 내촌리. 아직 주변 정리가 끝나지 않았지만, 반듯하게 복원이 끝나가는 집은 규모가 엄청났음을 알 수 있었다.

김좌근 고택은 이천 백사면 내촌리 소일마을 상단인 마을 안쪽에 자리하고 있다. 뒤로 얕은 산자락을 깔고 남향으로 지어진 이 집은 전통 한옥으로 지은 99칸 집이었다고 한다. 지금 남아 있는 치목이나 석재를 사용한 것을 보아도, 이 집의 과거 위세를 알 수 있을 정도다. 지금은 담장과 행랑채는 사라지고 안채와 별채인 사랑채만 남아 있다.

이 집은 영의정 김좌근의 아들이며 고종 때 어영대장과 이조판서를 지낸 김병기가 부친의 묘지관리를 위한 별장으로 지었다고 한다. 십수 년 전까지만 해도 솟을대문과 고래등 같은 기와집으로 남아 있었다는 김좌근 고택은 사랑채와 행랑채가 두 겹으로 안채를 싸안은 대갓집의 모습을 지켜왔다고 한다. 그런 집이 지금은 사랑채와 안채만 남아 있다.

관리가 힘들어 후손들이 팔아버린 집

안채의 담장은 문양을 넣어 화려하게 조성하였다.
 안채의 담장은 문양을 넣어 화려하게 조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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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문을 들어서면 만나게 되는 안채. 예전에는 회랑을 통해 사랑채와 연결이 되었다고 한다.
 중문을 들어서면 만나게 되는 안채. 예전에는 회랑을 통해 사랑채와 연결이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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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워낙 크고 관리가 힘들어지자, 후손들이 신흥재벌에게 이 집을 팔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행랑채 등을 옮겨가는 도중에 그 회사가 부도가 나서, 그나마 이건을 중단하는 바람에 지금의 모습을 지켜낼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우리의 많은 고택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제 모습을 잃어가고 있는 것을 보면 참으로 마음이 아프다.

원래 김좌근 고택은 대문과 중문을 지나 안채로 들어갈 수 있도록 구조가 되었다. 안채는 ㄷ자 형으로 중문과 연결된 사랑채가 있었으며, 바깥문은 대문과 연결된 행랑채가 ㄱ자형으로 둘러싸고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안채와 별채인 사랑채가 안채로 통하는 중문과 안채의 담으로 가로막혀 두 동의 건물이 서로 독립된 형태로 서 있다.

하지만 예전에는 두 개의 건물 사이에도 가로막힌 건물이 있었으며, 뒤편으로는 널마루로 짠 회랑을 달아내어 서로 왕래를 하도록 하였다는 것이다. 지금은 회랑이 없어졌으나 과거에는 이 회랑을 이용해 발에 흙을 묻히지 않고도 이동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일부가 사라져 제대로 가늠할 수 없지만 옛 풍취는 그대로 남아

사랑채의 한 편에는 장초석으로 주초를 놓고 그 위에 누마루방을 드렸다.
 사랑채의 한 편에는 장초석으로 주초를 놓고 그 위에 누마루방을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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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채는 앞과 뒤가 같은 형태로 꾸며졌다.
 안채는 앞과 뒤가 같은 형태로 꾸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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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 공사를 마친 집을 돌아보았다. 사랑채 한편을 잘 다듬은 장초석으로 주초를 삼고, 그 위에 누마루를 올려 누정을 삼았다. 집은 날아갈 듯한 팔작지붕으로 마련하고, 치목과 치석이 모두 제대로 된 장인의 솜씨를 마련한 듯하다.

꽃담을 아름답게 조성한 안채는 중문을 통해 들어갈 수 있다. 아직은 주변 정리가 끝나지 않아 잡초가 수북이 쌓여 있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중문에 붙여 방을 드렸다. T자형으로 조성한 안채는 툇마루를 길게 놓았다. 이 안채가 특이한 것은 중문을 통해서 들어가는 곳이 앞쪽이지만, 그 뒤편도 똑같이 조성했다는 것이다.

안채는 서쪽으로부터 다락과 3개의 방으로 이루어진 팔작지붕이다. 부엌은 세칸 규모로 문을 들어서면 토를 달아 내었다. 그 오른쪽에도 다락을 드렸다. 일부가 사라져버려 제대로 가늠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제대로 모습을 갖추었다면 그 어느 집보다 뒤처지지 않았을 것이다.

김좌근 고택을 돌아보면서 새삼스럽게 세상을 배운다. 요즈음 드라마 <닥터 진>에서 보이는 김씨들의 세도가 세월이 지나면서 달라졌음을. 하기에 영원한 세도는 없는 것인가 보다. 하긴 <닥터 진>에서 대원군과 권력다툼을 하는 좌의정 김병기의 구성은 역사와는 많이 다르게 표현이 되었지만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경기리포트와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김좌근 고택, #이천 , #김병기, #닥터 진, #경기도문화재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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