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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사용설명서> 겉표지
 <약 사용설명서> 겉표지
ⓒ 지식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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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중순, 아스피린이 위궤양이 있는 사람에게는 위출혈을 일으키는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른 채 "잘 낫지 않는 감기몸살에 좋다"는 주변사람들의 권고로 이삼 일 동안 아스피린을 지속적으로 복용한 남편이 위출혈로 죽음 직전까지 갔다. 이후 약은 두려운 존재가 되고 말았다. 때문에 남편도 나도 쉽게 약을 선택하지 못하게 되었다.

사실 그 일이 있기 전에도 약에 그다지 의존하는 편은 아니었다. 약을 먹으면 먹을수록 내 몸의 면역력이 떨어질 거란 생각에 가벼운 감기몸살 정도는 생강(나의 경우 중국산 생강은 감기에 잘 듣지 않는다. 국산만 감기몸살에 도움이 되었다)이나 배, 대추, 무 등을 넣고 푹 다려 몇 번 마시는 것으로 다스리기도 한다. 정말 심한 경우 약에 의존하지만 말이다.

여하간 그 일이 있은 후 약 사용을 조심하게 됐다. 특히 남편의 경우엔 예전에는 쉽게 먹었던 감기약은 물론 소화제나 진통제, 피로회복제 등도 약사에게 위에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을 달라고 해서 먹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 때문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일이 일어나곤 한다.

올 5월 중순, 첫째가 입대를 앞둔 친구와 노래방에서 날밤을 새우고 온 후 목이 쉬고 말았다. 저도 나도 갑자기 목을 혹사했기 때문이라며, 그동안 알바를 한다고 제대로 쉬지 않아 피곤해져 있어 별것 아닌 것에도 목이 민감해진 거라며,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자연스럽게 내려 갈 거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리하여 이후 가벼운 열과 함께 찾아온 통증을 저도 나도 몸살로 생각했고, 평소 몸살에 잘 듣던 진통제를 줬다. 결과는? 낫기는커녕 귀까지 떨어져 나갈 정도의 고통으로 이비인후과에 갔고, 결국 편도에 생긴 고름덩어리를 제거하는 시술을 받은 후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열흘 가까이 죽을 먹어야 할 정도로 고생이 많았음은 물론이다. 

"아마도 그날 먹은 진통제가 고름을 더 키우게 된 것 같대요."

목과 귀의 통증이 어느 정도 가라앉고 간신히 말을 할 수 있게 된 아이는 이처럼 말했다. 의사가 이처럼 추측했다는 것이다. 집에 상비약으로 갖춰두고 머리가 아프거나 할 때 무심코 먹는 진통제 한 알이 병을 키운 것 같다는 의사의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음은 물론이다. 선무당 사람 잡는다더니, 하마터면 아이 잡을 뻔했다는 생각에 말이다.

진통제 잘못 먹고 큰일 날 뻔한 남편과 아이

① 이제까지 집에 상비약으로 당연히 갖춰두고 의존하던 약의 품목과 개수를 줄이자. ② 집의 상비약들은 지금처럼 수시로 쓸 것이 아니라 늦은 밤이나 여행 등처럼 어쩔 수 없는 상황에만 아주 기초적인 응급의 용도로만 우선 쓰자. ③ 진통제에 너무 의존하지 말고 일단 약국에든 병원에든 가서 통증에 맞는 진통제를 처방받도록 하자. ④ 펜을 약품 상자에 함께 두고 연고 등의 사용일자를 표기, 쓰다 둔 연고나 안약 등은 아주 최근의 것이 아니면 모두 버리자. ⑤ 쓰지 않은 약의 유통기한도 가족 누구나 잘 볼 수 있도록 크게 써둘 것. ⑥ 약의 사용설명서를 언제나 읽을 것, 그리하여 다시 알아듣기 쉽게 정리해서 비치. ⑦ 무심코 쓰던 진통제나 소화제, 파스 등과 같은 약들에 대한 정보 최대한 수집.

이후 약의 사용과 집에 갖추는 가정상비약과 관련된 나름의 원칙을 세웠다. 이처럼 말이다. 그런데 누구나 먹는 약이라 대수롭지 않게 먹은 몇 알의 아스피린 때문에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고, 그 이후 조심조심하지만 약에 대한 큰 지식이 없다보니 올봄과 같은 일을 다시 겪게 된다. 그러니 약에 대해 좀 더 많은 것들을 알아야 할 것 같다.

'우리 집에 꼭 필요한 약과 영양제 똑똑하게 선택하는 법'이란 부제의 <약 사용 설명서>(지식채널)는 이런 내게 어지간히 반가운 책이 아닐 수 없다. 저자는 올 봄 아이에게 독이 되고 만 진통제도 증상에 따라 달리 써야 한다며 저마다 다른 통증에 따른 진통제 선택의 필요성과 각각의 통증에 맞는 진통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긴장성 두통(기자 주 : 일반적인 두통)과 편두통이 혼재될 가능성도 있지만 이 두 가지는 해당하는 약에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두통은 아세트아미노펜 등의 진통제로 완화되는 경우가 많은데 편두통은 통증제어와 더불어 혈관을 수축하고 안정시키는 작용을 하는 '이쇼뮤텝텐뮤케이트', '디크로랄페나존' 등의 성분이 포함되는 복합제제나 좀 더 강력한 진통효과를 지니는 소염진통제 '니프록센' 등이 일반적으로 사용됩니다.(…)피린계는 진통제 성분입니다. '이소프로필안티피린'이 가장 많이 쓰이는데 피부 알레르기 등 각종 부작용을 빈번하게 일으키는 성분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15세 미만에겐 사용을 금해야 하고 진통 및 해열 시의 단기간 치료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합니다.(…)수많은 진통제 광고 탓에 두통, 치통, 생리통을 한 묶음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엄격하게 말하면 생리통은 일반적인 통증 양상과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 <약 사용 설명서>에서

참고로 우리들이 광고를 보고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진통제 중에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과 복합되어 카페인과 피린계 성분이 함유된 제품들이 많다고 한다. 그런데 아세트아미노펜은 간세포괴사나 간부전 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 피린계는 골수억제작용에 의한 과립구감소증, 재생불량성빈혈 등의 혈액질환을 일으킬 수도 있는 바, 일부 국가에서는 시판이 되지 않거나 장기간 사용을 금하는 등과 같은 규제를 하고 있단다.

또한, 진통제 포장이나 광고에 두통, 치통, 생리통 등을 함께 표기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떤 통증이든 진통제 하나로 나을 것이라며 구별 없이 먹는 경우가 많은데, 심지어는 감기몸살에도 진통제를 먹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자에 의하면 통증마다 그 원인과 증상이 다르므로 구별해 써야만 한다. 

책은 우리들이 시중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진통제나 통증을 완화시키는 파스의 성분, 진통제에 들어있는 성분들이 특히 어떤 사람들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며, 어떤 통증에는 어떤 성분의 진통제가 효과적인지 등을 각각 설명한다.

약은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안전하다?

진통제와 함께 우리들이 자주, 그리고 흔히 구입하고 쉽게 먹는 소화제도 마찬가지, 각각의 증상에 따른 소화제 선택과, 흔히 먹게 되는 액체 소화제의 문제점과 주의할 점 등을 세세하게 설명한다. 참고로 만성 소화불량을 겪는 사람에게 액체 소화제는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보통 전자제품이나 옷, 작은 생필품 하나를 살 때도 인터넷에서 직접 검색해보고 여러 가지 제품을 비교한 후 구입합니다. 그런데 우리 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약이나 영양제를 살 때는 자세히 살펴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약이나 영양제이기 때문에 일반 제품들보다 더 고민해서 선택하고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유명하고 좋은 약이라고 하더라도 제대로 성분을 알고 내 증상에 맞춰서 복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의약품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소개와 다양한 사용후기가 꼭 필요합니다.
-<약 사용 설명서> 여는 글 '약도 리뷰가 필요하다'에서

저자는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졸업 후 15년간 약사로 일하고 있다. 단순히 처방된 약을 조제하고 파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건강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는 것이 약사로서의 소명이라는 생각에 다양한 방법을 통해 올바른 가이드를 제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일환으로 2009년부터 '약국에서 온 편지'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며 잘못된 정보와 광고의 홍수 속에서 올바르게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각종 제품 및 건강 정보를 제공함과 함께 무료 상담도 하고 있다. 특히 '약에도 리뷰가 필요하다'는 신념을 가지고 영양제와 의약품에 대한 객관적인 소개와 사용후기를 올리고 있는데, 이런 이유로 블로거들 사이에서는 '약을 리뷰하는 약사'로 매우 유명하다고(책속 프로필을 바탕으로 정리)

진통제와 소화제뿐이랴. 모든 약은 제대로 쓰일 때 약이지 어떤 경로로든 잘못 쓰이면 우리 몸을 망가뜨리거나 위험하게 만드는 독이 된다.

<약 사용설명서>는 전체적으로 올바른 약의 쓰임을 목적으로 진통제나 소화제처럼 어느 집에나 상비약으로 갖추는 약들의 제대로 쓰임법과 제대로 쓰이지 않았을 때의 부작용과 폐해, 각종 영양제 분석과 각각에 맞는 영양제 선택, 건강기능식품 제대로 알기 등을 조목조목 정리하고 있다.

책을 읽으며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최근까지 약을 둘러 싼 일들이 떠올랐다. ▲ 병원에서 처방받은 해열제를 냉장고에 보관해두고 열이 날 때마다 먹이던 일 ▲ 이미 쓴 안약을 버리기 아까워 냉장고에 보관해두고 가족들이 공통으로 쓰던 일 ▲ 초등학생인 아이들이 아프다고 했을 때 진통제 한 알을 반 갈라 먹이던 거 ▲ 아이들이 배가 아프다고 호소하면 냉장고에 보관해 둔 마시는 소화제를 반절씩(어른이 먹는 만큼의 반절) 따라 먹이던 일 ▲ 생리통에 머리 아플 때 먹던 진통제를 먹었지만 낫지 않아 또 다른 진통제를 먹던 일 ▲ 무엇이 문제인지 약을 먹은 후 약냄새가 계속 목을 넘어 오는데도 미련스럽게 그 약을 계속 먹던 일 등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구나!'와 갈은 아찔함과 부끄러움과 함께 말이다.

그런데 이는 지난날 한때 내 모습에 불과할까. 내가 아는 한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글쎄 무엇이 문제라는 걸까?'라며 고개를 갸우뚱 하는 분들께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이처럼 쓰다보니 문득 "약은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안전하다"며 어떤 약이든 냉장고에 보관한다는 어떤 사람이 떠오른다. 최대한 안전하고 신선하게 보관하려고 냉장고에 보관하는 건데 무엇이 문제냐고? 이런 분들도 꼭 읽어봤으면 하는 그런 책이다.

덧붙이는 글 | <약 사용설명서>ㅣ김정환 (지은이) | 지식채널 | 2012-06-25 ㅣ정가 15,000원



약 사용설명서 - 우리 집에 꼭 필요한 약과 영양제 똑똑하게 선택하는 법

김정환 지음, 지식채널(2012)


태그:#약, #오남용, #부작용, #약사, #지식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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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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