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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이아무개 사장은 최근에 고용한 베트남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들만 생각하면 화가 치민다고 합니다. 지방 고용센터를 통해 입국비용까지 제공하며 데려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 달도 안 돼 이직동의서를 써달라며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처음 구두로 약속한 근로조건과 차이가 크다고 주장합니다. 기숙사를 마련하지 못해 근처 한국인 숙소로 사용하는 아파트에 임시로 거처를 마련해 준 점이나, 식사가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들의 불만이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외국에 돈 벌러 왔으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이씨의 생각입니다.

관리자들이 무조건 "빨리빨리"라며 다그치거나, "개XX"라고 폭언을 한다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불만 역시 문화적 차이로 인한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이씨는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이씨는 이들이 월급을 더 많이 주는 다른 회사로 옮기려고 한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민주노총 "고용노동부, 사업주 요구 그대로 받아들여"

고용센터의 외국인 노동자 사업장 변경신청 구직자 안내문
▲ 8월 1일 부터 구인리스트 제공 중단 고용센터의 외국인 노동자 사업장 변경신청 구직자 안내문
ⓒ 노동건강연대 박혜영 노무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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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4일 고용노동부가 외국인 노동자 고용 사업주들의 고충을 반영해 '외국인 근로자 사업장변경 개선 및 브로커 개입 방지 대책'(이하 방지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 지원 단체와 민주노총은 고용노동부의 '방지대책'에 대해 "외국인 노동자의 사업장 선택권한을 박탈하고 사업장 변경을 억제하려는 사업주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커질 듯합니다.

방지대책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근로조건 향상을 노리고 사업장 변경을 추진하는 것을 막는 것과 이 과정에서 브로커의 개입을 방지하겠다는 것을 골자로 삼고 있습니다.

8월 1일부터 시작되는 '방지대책'에 따라 고용노동부 지역고용센터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그동안 제공했던 구인사업체 리스트의 제공을 중단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는 고용센터의 추천을 통해 해당 사업주의 구인연락을 마냥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되는 겁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제공되던 '구인사업체 리스트'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근로조건을 확인해 근무지를 선택하는 등 능동적 구직활동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였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6월 14일에 배포된 브리핑 자료에서 최근 외국인 노동자의 잦은 사업장 변경의 배경을 '근로조건 향상'과 '브로커의 개입'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른 문제점으로 ▲ 생산성 하락 ▲ 영세업체의 인력난 심화 ▲ 성실한 다른 근로자까지 근로의욕 저하 문제 유발 등을 제기했습니다. 또한 "외국인 근로자가 고의적인 태업 등을 통해 근로계약 해지를 유도한다"는 일부 사업주의 불만을 대책 마련 과정에 적극 반영했다고 합니다.

사업장 변경이 '브로커' 때문이라고?

문제는 고용노동부가 방지대책의 근거로 제시한 '외국인 근로자 사업장 변경건수 증가' 주장이나 '브로커 개입 의혹'에 대해서 근거가 빈약하다는 것입니다. 고용노동부의 방지대책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지원단체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잦은 사업장 변경이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수가 증가하면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의 자료에 따르면 재중동포(조선족)를 제외한 일반 외국인 노동자 중 사업장 변경신청자는 ▲ 2008년, 15만6429명중 6만542명 ▲ 2009년, 15만8198명 중 7만183명 ▲ 2010년, 17만7546명 중 6만9861명 ▲ 2011년, 18만9190명 중 7만5033명입니다. 이를 비율로 따지면 사업장 변경률은 ▲ 2008년 38.7% ▲ 2009년 44.4% ▲ 2010년 39.3% ▲ 2011년 39.6%로 고용노동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지속적으로 증가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방지대책을 마련한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브로커에 의한 외국인 노동자의 잦은 사업장 변경'에 대해서도 고용노동부는 외국인 노동자의 브로커에 의한 구체적 피해 사례 등 근거가 될 만한 통계 자료 등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브로커 개입 등 불법사례는 신고가 잘 이뤄지지 않고, 통계조사에 잘 잡히지 않아 전체적 규모 추산이 어렵다고 합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역 고용센터의 직원들이 외국인 근로자와 사업장 변경 상담과정에서 그런 의혹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한편, 외국인 노동자 고용사업장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무시한 채, 근로조건 향상을 꾀하며 사업장을 변경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문제 삼을 수만은 없다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사업장 변경 요청했더니 돌아온 건 '협박'"

지난 18일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 고용노동부의 외국인 노동자 사업장 변경 및 브로커 방지 대책에 대해 이주노동자 지원단체들이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 고용노동부 규탄집회 지난 18일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 고용노동부의 외국인 노동자 사업장 변경 및 브로커 방지 대책에 대해 이주노동자 지원단체들이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 이동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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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에 한국에 입국했어요. 강원도의 한 양계장에서 일했습니다. 작업 중에도 견디기 힘든 분뇨 냄새는 숙소까지 따라다녔어요. 일할 때 신던 장화는 여기저기 구멍이 났지만, 사장님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체불 임금이 500만 원이 넘어갔어요. 참다못해 사장에게 사업장 변경을 요청했더니 돌아온 대답은 '협박'이었어요. 불법 체류자로 만들어 버리겠다고요."

캄보디아 외국인 노동자 랭(25)씨의 사연을 전하던 통역사의 얼굴이 찌푸려지고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는 사이에서는 "아~"하는 탄식이 흘러나왔습니다.

지난 18일 오후 3시,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규탄 전국 집중집회'에서는 랭씨처럼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사업장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소개했습니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고용노동부를 규탄하는 푯말을 만들어 집회에 참석한 외국인 노동자 제인(29)씨는 고용센터에 사업장의 문제를 제기하며 "사업장 변경을 요청해도 대체로 타협할 것을 권고한다"며 "사장님 편드는 고용노동부는 나쁘다"고 비판했습니다.

실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임금체불이나 산재 비율 등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은 외국인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현실을 증명합니다. 고용노동부가 2010년도 국정감사에 이정선 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05~10년 외국인 노동자 산업재해 비율'을 보면 전체 산재비율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차지하는 산재비율이 2005년도 2.9%에서 2010년에는 5.5%로 2배 가까이 높아졌습니다.

또한 2009년 9월에 고용노동부가 박대해 당시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외국인 노동자임금체불 현황'에서도 2006년 1832명, 40억 원에서 2008년 6849명, 170억 원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도 원하는 일자리 정보 제공 받아야"

집회에 참석한 이주노동자가 고용노동부를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 이주노동자 목소리 외면하는 고용노동부 집회에 참석한 이주노동자가 고용노동부를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 이동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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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민주노총과 외국인 노동자 지원단체등은 8월 1일부터 시행되는 '외국인 근로자 사업장변경 개선 및 브로커 개입 방지 대책'에 따른 구인사업체 리스트 제공 중단의 철회 등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반발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그동안 외국인 근로자들과 사업체의 원활한 매칭(고용관계성립)을 위해 구인리스트를 제공했을 뿐"이라며 "원칙적으로 고용허가제에 따르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자유로운 노동이 허가된 것이 아닌 만큼 고용허가제를 정상화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지역고용센터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들의 불만과 고충들을 수렴한 결과"라며 '구인사업체 리스트 제공 중단방침'을 강행할 뜻을 내비쳤습니다.

외국인 노동자 지원 단체들은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한편 외국인 노동자들 한국으로 파견하는 송출국가 영사관과  ILO(국제노동기구)에 고용노동부의 방침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발송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할 방침입니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윤지영 변호사는 고용 및 직업상의 차별을 금지하는 ILO의 핵심협약 중 하나인 111 협약을 언급하며 "외국인 노동자들도 자신이 원하는 일자리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이번 고용노동부의 방침은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권을 인정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도 반하는 위헌적 발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참고로 ILO는 2009년 12일 제98차 총회 기준적용위원회에서 한국의 외국인 노동자 문제에 관해 "외국인 노동자들이 사업장을 바꿀 수 있도록 적절한 유연성을 허용하는 것이 외국인 노동자의 취약성을 축소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가뜩이나 해당 부처 장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국회환경노동위원회의 삼성 백혈병과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문제 해결 소위원회 구성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밝혀 노동계와 야당으로 부터 "1% 재벌을 대변하는 장관"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고용노동부의 '외국인 근로자 사업장변경 개선 및 브로커 개입 방지 대책' 시행으로 다시 한 번 '기업주의 편에 선 고용노동부'라는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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