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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할 거냐, 말 거냐. 본인의 능력이나 국민적 요구 면에서 나가야 한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그는 분명히 할 수 있다. 기성정치의 나쁜 경험이 없는 것이 오히려 장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분명히 했다. 자신이 감당해야 한다면 나갈 생각은 분명했다. 그럼 지금 시점에서 몇 퍼센트냐? 상당 부분 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 같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 교수와 대담집을 냈다. 제 교수는 안 원장과 지난 5월 중순부터 6월말까지 모두 9차례에 걸쳐 만났고 만날 때마다 2~3시간씩 대화를 나눴다. 그 대화의 기록이 19일 한 권의 책으로 묶여 출간됐다. 제목은 <안철수의 생각-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지도>다.

제 교수는 이 책이 뿌려지기 직전인 19일 정오경 <오마이뉴스>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제 교수는 "정치를 할 거냐, 말 거냐, 본인의 능력이나 국민적 요구 면에서 나가야 한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분명히 할 수 있다"며 "기성정치의 나쁜 경험이 없다는 게 오히려 장점일 수도 있으니 정치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 교수는 "(안 원장) 자신이 감당해야 한다면 나갈 생각은 분명했다"며 " 지금 시점에서 (대통령선거에) 나갈 결심을 했느냐, 몇 퍼센트냐, 상당 부분 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안 원장이 어떤 질문에 가장 당혹스러워했느냐는 질문에 제 교수는 "당혹해하기보다는 주로 자신의 책에서 구체적인 인물에 대해 평가하는 게 적절한가 생각했다"며 "박근혜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을 때 그런 답변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제 교수는 "만약 자신이 장차 어떤 자리에서 질문을 받는다면 얘기를 하겠지만 책에 어떤 인물에 대한 입장을 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안 원장이 내게 양해를 구해서 인물평에 대해서는 나도 미주알고주알 묻지 않았다"고 전했다. 

제 교수에 따르면, 안 원장은 이명박 정부 이후에 4대강과 친재벌 등 여러 무리한 정책을 지켜보면서 새누리당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갖게 됐고, 민주통합당은 굉장히 기대했던 정권인데 결과가 실망스러워 정치는 뜻만 훌륭하다고 되는 게 아니라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책임감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안 원장이 양당에 대해 불편한 태도를 갖고 있다고 해서 당장 제3당을 만들겠다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솔직히 그가 100% 인정하지도 않았는데 제3당을 할 거냐, 아이젠하워 모델(시민추대)을 할 것이냐 묻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 책엔 정치 쪽에서 궁금해할 만한 정치적 입장은 없다"며 "그냥 일반 사람들이 궁금해할만한 콘텐츠를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제정임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안철수는 대안적인 정치집단이 없어 자기한테 쏠림현상 있는 것으로 이해"

ⓒ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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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어떻게 해서 내게 됐나. 또 안철수 원장과는 어떤 인연인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에서 온라인신문 <단비뉴스>를 내는데, 여기에 1년 6개월간 연재했던 빈곤층 이야기를 모아 지난 4월 <벼랑에서 선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냈다. 이 책은 우리 사회의 빈곤층, 비정규직 노동자, 보육이나 교육문제, 부채, 의료 문제 등 서민층의 고통 받는 이야기를 쓴 것인데, 안 원장을 아는 어떤 분이 읽어보라고 보낸 모양이다.

이 책을 읽은 안 원장이 제게 직접 전화를 했고 만나서 자세한 얘기를 듣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지난 4월 중순경 처음 만났고, 그 뒤로 2주 후에 다시 안 원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청춘콘서트> 하면서 한 얘기들을 묶어 책을 내려고 준비했는데 이제 와서 그걸 내자니 너무 사람들의 관심과 동떨어진 것 같아 새로 책을 내려고 하는데 함께 해줄 수 있겠냐는 제의를 해왔다."

- 그 제의에 응하게 된 건가.
"원래 제가 기자 출신이니, 기자 입장에서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묻고 답하는 식으로 대담해 책을 내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안 원장이 했다. 솔직히 그때 제가 너무 힘든 일이 많아서 이걸 할까 말까 고민했다. 그런데 저도 기자 출신이고 하니 욕심도 나서, 나도 궁금하고 남들도 궁금한 것들을 한번 물어보자. 그래서 '오케이'했다. 그런데 이 점은 내가 분명히 했다. 나는 언론 쪽에서 일할 사람이라서 당신과 한편에서 뭔가를 하는 것은 곤란하다, 남들이 궁금해할 만한 것을 물어볼 테니 최대한 성실하게 답하라, 했다. 이 점에 대해 안 원장도 오케이했다."

- 몇 번 만났나.
"총 9번 만났다. 인터뷰가 시작된 건 5월 중순이고 6월 말까지 이어졌다. 한번 만날 때마다 2~3시간씩 만나 대담했다."

- 주로 무엇을 물었나.
"안 원장이 주로 강연회에서 한 얘기들, 복지와 정의, 평화. 나는 이 의제들에 대해서 이분이 정말 콘텐츠가 있나 궁금했다. 그래서 복지와 정의, 평화에 대한 생각의 흐름을 묻고 도대체 그 의제에 담긴 콘텐츠가 뭐냐 아주 꼬치꼬치 캐물었다. 그리고 최근 현안들, 강정마을과 용산참사, FTA에 대한 견해에 대해서도 물었다. 마지막으로는 어차피 청년들에게 주고 싶어하는 책이라서 말랑말랑한 얘기들을 추가헀다. 전체적으로는 인터뷰다."

- 직접 만나 인터뷰해본 바로 안 원장은 대통령 후보로 적합하다고 판단하나.
"아홉 번, 그를 만날 때마다 늘 물었다. '결심하셨어요? 할 거예요?' 계속 물으면서 어떤 마음의 상태인지 계속 팔로우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이 사람의 고민이 이해가 됐다. 사람들이 지금 자기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데, 그건 자기가 대단해서 그런 게 아니라 현재 우리 정치집단 가운데 마음 둘 곳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분명했다. 대안적인 정치집단이 없어서 자기한테 쏠림현상이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 정치할 생각은 있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데, 몰라! 나는 안해! 이러기는 힘들고, 또 그렇지만 자기 자신을 돌아보면, 자기는 정치경험도 없고. 그런 생각을 했다. 자기가 의사에서 기업인, 기업인에서 교수, 이렇게 변신했지만 모두 처음부터 잘한 게 아니었다고 했다. 시행착오가 많았다고 했다. 그런데 정치는 아무리 사명감을 갖고 있어도 뛰어들었을 때 시행착오를 일으키면 큰일 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렇게 중요한 자리에서 시행착오를 일으키면 어떻게 하느냐, 그래서 다른 결정보다 이 결정에 무지하게 고민이 깊어지고 빨리 결론을 내리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안 원장의 얘기를 듣다 보니 그의 고민의 과정이 이해가 됐다."

"정치 쪽에서 궁금해할 만한 정치적 입장은 이 책에 없어"

- 안 원장의 주장에 공감이 됐나.
"이 사람이 생각하는 정책, 세상을 보는 눈, 사물에 대한 판단, 많이 공감됐다. 제가 보기에는 바른 방향의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기자생활을 하면서 어떤 사람과 얘기를 하다 보면, 아 저 사람은 자기 얘기를 포장하려고 하는구나, 앞뒤가 안 맞네! 자기 프레젠테이션하려는구나, 이런 게 대충 간파가 되는데 이 사람은 그런 부분이 없었던 것 같다. 진정성 있게 자기 얘기를 했다. 2단, 3단, 뭐 깔고 말하지 않았고 진정성 있게 말했다. 이 사람의 말은 좀 믿을 수 있겠네, 했다."

- 그럼 안 원장이 대통령선거에 나올 거라고 보나.
"그건 말하기 어렵다.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내가 대신 물어보고, 비교적 정확히 전달하려고 한 입장이다. 정치에 관한 그의 입장은 이런 것 같다. 정치를 할 거냐, 말 거냐, 본인의 능력이나 국민적 요구 면에서 나가야 한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분명히 할 수 있다. 정치를 한다면 경험이 부족하지만 오히려 그런 약점이 기성정치의 나쁜 경험이 없다는 것이 어쩌면 장점일 수도 있으니 정치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분명히 했다. 자신이 감당해야 한다면 나갈 생각은 분명했다. 그럼 지금 시점에서 (대통령 선거에) 나갈 결심을 했느냐, 몇 퍼센트냐, 상당 부분 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 같다."

- 안 원장과 대화하면서 주로 어떤 조언을 했나.
"조언은 안 했다. 혹시 도와달라고 하면 저는 안 할 것입니다, 이 점은 명확하게 했다. 나는 정치보다 언론 쪽에서 할 일이 많다. 내 갈 길이 명확하다. 솔직히 말해, 많은 사람들이 정치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나는 그에 못지않게 언론에서 해야 할 일, 언론의 역할도 무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직업을 바꿀 생각은 없다. 다만 이런 얘기는 했다. 내가 '결심하셨어요?' 이렇게 물으면 그가 웃으면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렇게 역으로 물었다. 그때마다 이렇게 말했다. 그건 당신의 고독한 결단입니다."

- 너무 모진 말 같은데... 그래도 함께 있다 보면 뭔가 얘기를 해주게 되지 않나.
"서문에도 썼지만, 기자 시절 정치현장에서 만난 양질의 사람이 모함이나 음해 등등 많은 시련을 겪어야 하는 걸 보는 목격자였다. 그런 걸 알기에, 이 분이 굉장히 좋은 생각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고, 또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개인적 입장에서는 저런 엄청난 포탄이 쏟아지는 전쟁에서 '국민이 원하니까 당신은 나가세요'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조언은 일절 하지 않았다. 그냥 그런 마음을 이해했다. 자기가 감당할 자신이 있으면 나가는 거고, 아니면."

- 안 원장은 어떤 질문에 가장 당혹스러워했나.
"당혹해하기보다는 주로 인물평, 이 사람은 어때요, 저 사람은 어때요, 이런 걸 물어봤을 때 어떤 사람의 이름을 박아서 책에 내는 것이 적절한가 물었다. 만약 자신이 장차 어떤 자리에서 질문을 받는다면 얘기를 하겠지만 책에 어떤 인물에 대한 입장을 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안 원장이 내게 양해를 구했다. 나도 그 점은 받아들였다."

- 어떤 인물에 대한 평가를 적절하지 않다고 여겼나.
"박근혜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을 때 그런 답변이 돌아왔다. 자기 나름의 판단이나 생각은 있지만 그걸 책에 담는 것은 뭔가 좀 적절하지 않다는 표현을 했다. 내가 지금은 뭐 현직 정치부 기자도 아니고 해서 그 점을 그렇게 붙들고 늘어지지는 않았다. 대답을 못하겠다고 한 것은 거의 없었는데, 어떤 사람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말하는 것은 원치 않는 것 같았다."

- 안 원장이 어떤 세력과 정치할 것인가도 중요 쟁점인데, 어떤 세력을 기반으로 정치할 뜻을 밝혔나. 민주당도 새누리당도 아니라면 제3의 정치세력화를 꿈꾸고 있나.
"나도 그 질문을 던졌다. 그랬더니, 새누리당에 대해서는 원래부터 부정적인 얘기를 했다. 왜 부정적 생각을 갖게 됐냐고 물었더니, 이명박 정부 이후에 여러 가지 무리한 정책이 많지 않았냐, 4대강, 친재벌 등등 비판했다. 그래서 민주당은 어떠냐고 물었더니, 굉장히 기대했던 정권인데 결과가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정치는 뜻만 훌륭하다고 되는 게 아니라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책임감도 있어야 하는데 그 점이 무척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니까 이것은 내가 질문을 하니까 품평을 한 상황이다. 그러니까 이도 저도 아니니 제3당? 그건 아닌 것 같다.

솔직히 그가 100% 인정도 안 했는데 내가 제3당을 할 거냐, 아이젠하워 모델(시민추대)로 할 거냐 등등 묻기 어려웠다. 정치 쪽에서 궁금해할 만한 정치적 입장은 이 책에 없다. 그냥 일반 사람들이 궁금해할만한 콘텐츠를 듣고 싶었다."

"책을 읽으면서 '반갑다!' 하실 분들 꽤 될 것"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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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통해 안철수에 대한 궁금증이 해갈됐나.
"일단은 본인이 밝힌 복지, 정의, 평화. 우리 사회가 나가야 할 키워드는 뭐다 이런 말을 하지 않았나. 그에 대한 구체적 생각을 듣고 싶었다. LG동물원, 삼성동물원 등등을 말했는데 과연 재벌에 대해 어떤 생각인지 듣고 싶었다. 신문 독자 입장에서 보자면, 그는 경제는 진보인데 안보는 보수다, 뭐 이랬는데 과연 어떤지 궁금했고, 또 우리 사회 여러 현안에 대한 견해를 들으려고 했었다. 한마디씩 그가 툭툭 던지는 데 과연 콘텐츠가 있는 거야? 궁금했다. 보육은 어떻게, 교육은 어떻게 나는 아주 꼬치꼬치 캐물었다. 그런데 그런 부분들에 대해 고민이 많았고 대안도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

- 부잣집에서 태어나 부잣집 아들로 큰 걱정 없이 산 사람이 어려움을 알까.
"우리는 대개 그에 대해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나름 고생을 많이 했더라. 애 키우면서 고생도 많이 했고. 그런 부분들 이번에 새로 알게 된 게 많다. 다양한 생각을 아주 원 없이 물었다. 그의 생각의 방향은 바른 것 같다."

- 직접 만나본 안철수의 단점, 부족한 점은 뭔가.
"딱히 단점이 뭘까. 기자들과 열심히 접촉 안 하는 것이 단점 아닐까.(웃음) 그동안은 어쩔 수 없었고, 결심도 못했는데 자꾸 물어보니까 말하기도 어려웠겠지만 이제는 책도 냈으니 내 생각이 이런 사람이라는 걸 좀 더 적극적으로 피력하고 얘기를 나눴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분도 이 책을 쓸 때는 이미 그런 생각을 한 것 같다. 기자였던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적극적인 스킨십이 없었던 부분은 단점이다. 그건 자기가 하겠다고 했으니까."

- 안보는 보수적이라는 견해가 많은데 실제 그의 견해는 어떤가.
"보수라고 하기는 어렵다. 굉장히 적극적으로 북한과 교류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아주 적극적이었다. 신중하면서도 적극적인 남북관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대북관계 대선이 우리 경제성장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었다. 적극적인 남북관계를 말해서 반가웠다."

- 에너지 정책은 어떤가.
"이분이 과학기술 백그라운드를 갖고 있지 않나. 그런 사람들은 대개 원전은 불가피하다 뭐 이런 식인데, 이 분은 그렇지 않았다. 국민의 목숨에 위해가 갈 수 있다면 안 된다, 그런식으로 경제성을 주장해야 하는 시기는 지났다, 그렇게 말했다. 신재생에너지에서, 경제의 신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 사람은 아주 현실주의자인데, 우리의 방향은 원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서 점차 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 그는 반전 탈핵주의자?
"그렇다."

- 북한인권과 탈북자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이었나.
"소수자 인권 차원에서 우리가 그들을 도와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들의 생명과 안전 문제니까 정부가 나서서 도와주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과 관계개선을 해야 하지만, 우리가 북한에 대고 할 말은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 끝으로 하실 말씀은?
"책을 쭉 보시면 아시겠지만 굉장히 반가운 견해들이 많다. 책을 읽으면서 '반갑다!' 하실 분들이 꽤 될 것 같다."


태그:#제정임,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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