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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조선인 임경희씨가 제14회 서울변방연극제 일환으로 열린 극단 샐러드의 <미래이야기>에서 관객에게 다가서고 있다.
 재일조선인 임경희씨가 제14회 서울변방연극제 일환으로 열린 극단 샐러드의 <미래이야기>에서 관객에게 다가서고 있다.
ⓒ 전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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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저녁 8시,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동에 위치한 문래예술공장 2층에서는 제14회 서울변방연극제의 일환으로 극단 샐러드의 <미래이야기>가 공연되었다.

'난민'의 이야기를 다룬 이번 '강연(렉쳐, lecture)형식'의 공연은 지난 4월 25일 오후 3시, 이주민들로 구성된 극단 샐러드 단원들의 서울역 퍼포먼스에서 시작된다. 당시 서울역에서 게릴라식 퍼포먼스를 진행하려던 샐러드 단원은 주위에 경찰들의 삼엄한 경계 때문에 "만약, 이대로 게릴라식 공연을 하면 잡혀가게 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다시 한 번 한국에서의 '자신들의 신분과 위치'에 깨닫게 된다.

공연을 진행할 지를 고민하던 중 서울역 대합실에 놓인 텔레비전에서 "앞으로 3시간 안에 남한을 초토화 시킬 것" 이라는 북한 방송의 내용이 속보로 발표되었고, 북한 속보뉴스는 그동안 진행한 '난민' 워크샵 등에서 '난민'을 '타인(他人)'으로만 여기왔던 오류를 깨닫게 된다. "이 땅에서 전쟁이 다시 일어난다면, 한국이라는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이들'이 한 순간 '난민'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단원들은 비디오를 통해 당시의 심정을 청중들에게 들려준다.

"이 나라는 남과 북으로 나뉘어 있어서, '언제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는 게 현실이다. 아직도 이 땅에는 '이름도 얼굴도 없는 사람들이 있다.' '내부에 속한다는 것'과 '외부에 속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지금은 주제에 대해 매우 밀착해 있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계속 발전시켜야 하며, 무엇이 진짜 문제점인지, 무엇이 진짜 희망인지 지켜봐야 한다."

이사도라 던컨 상을 수상하고, 독일에서 활동중인 이번 <미래이야기>의 안무가인 유코 가세키씨가 이야기 한다.

강연형식의 공연을 진행한 연출가 박경주씨는 공연장에서 이렇게 말한다. "참여자들이 난민 관련자들과 모여, 여러 차례에 걸쳐 토론을 했어요. 그저 난민을 '타인(他人)으로 생각하며 토론을 진행했지요. 하지만 서울역 공연 중 텔레비전을 통해 들은 속보는 큰 충격이었어요. 실향민인 저를 포함한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이들'이 한 순간 '난민'이 될 수 있다는 엄청난 현실을 깨닫게 된 거죠. 난민은 다름 아닌 저 자신이었어요."

극단 샐러드의 <미래이야기>의 연출자인 박경주씨 옆에서 단원인 사토 유키에씨가 서울역 퍼포먼스 당시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극단 샐러드의 <미래이야기>의 연출자인 박경주씨 옆에서 단원인 사토 유키에씨가 서울역 퍼포먼스 당시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 전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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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게릴라식 퍼포먼스에 참여하려던 유코 가세키, 사토 유키에, 임경희씨, 로나 드 마테오, 다시마 프릅은 서울역 퍼포먼스를 기억하기 위해 서울역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돌아왔다.

이어서 2막 공연에는 게릴라 공연 참여자 중 재일(在日)조선인인 임경희씨가 얼굴에 가면을 쓰고, 자신의 물건이 담긴 '미래의 환경난민'을 상징하는 쓰레기봉투 두 개를 끌고 무대 한 가운데 선다. 그리고 쓰레기봉투에 담긴 책들을 관중들에게 나눠주며 '친구가 되자'며 마음의 문을 연다. 또, 금메달을 목에 달며 한국 국적을 땄을 때의 흥분과 기쁨을 표현한다. 그러나 '평범하지 않은 행동을 했을 때' 자신에게 올 위험을 깨달은 현실, 일본에서 재일(在日) 조선인으로서 겪은 차별, 정체성의 혼란 속에 경희씨는 사람들에게 나눠 준 책들을 다시 가져가 쓰레기봉투에 담아 사라진다.

재일(在日)조선인으로서 느꼈던 솔직한 심정을 강연 퍼포먼스의 진행자인 박경주씨가 물어보자, 이렇게 대답했다.

"한국과 북한으로 나뉜 재일조선인사회 안에서 일본인도, 조선인도 또 '한국에서 한국인도 될 수 없다'는 혼란 속에 살아야 한다는 것이 고통스럽습니다."

올 여름 유코 가세키씨의 워크샵에 참여했던 경희씨는 이후 자신이 근무하는 일본 센다이 재일조선인 학교에서 아이들 네 명과 함께 퍼포먼스를 진행했고, 그 모습을 담은 비디오와 함께 작년 3월 9일 일본 센다이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파괴된 센다이 재일조선인 학교의 모습을 퍼포먼스 과정을 청중들에게 설명했다.

서울역 앞 퍼포먼스 이야기가 끝나고 단원들이 다시 한번 무대위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장면을 취하고 있다.
 서울역 앞 퍼포먼스 이야기가 끝나고 단원들이 다시 한번 무대위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장면을 취하고 있다.
ⓒ 전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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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미래이야기> 쉼표, 복주이야기'에서는 4년 전 북한을 탈출해 한국으로 온 '복주'씨가 '봄에 핀 꽃들을 보며 고향에 남아있는 부모님 가족들을 그리며 만든' '고향'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하루 속히 부모님을 만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2003년에 태국과 버마의 국경지역이 메솟(Mae Sot)지역에서 살고 있는 버마 난민촌의 아이들을 지원하는 단체인 '버마아동지원프로그램(APEBC)을 만들어 버마-태국 국경지대의 난민촌에 학교와 도서관을 세우는 모금운동 및 의료사업을 펼쳐오고 있는 버마출신 난민 마웅저(Maung Zaw)씨가 소개되었다.

마웅저씨는 "2000년에 난민지위를 신청한 후 5년 동안 출입국사무소에서 단지 세 번의 인터뷰를 한 후, 난민지위가 거절당했으며, 1차, 2차 소송을 통해 결국은 2008년도에 난민지위를 얻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재 한국에는 저와 같은 난민 신청자가 4000명이지만, 그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4천명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2010년에 이주민들로 구성된 '버마아동지원프로그램'을 '따비에(Thabyae)'라는 이름의 한국의 비영리시민단체를 만들어 한국 시민들과 함께 청소년교류사업 등 지원사업을 계속하고 있다. (버마에서는 따비에 나무의 잎을 '따비에 꽃'이라 부르며, 작은 일이나 축제 때 따비에 나뭇가지를 잡고 기원을 드린다고 한다.)

마웅저씨는 계속해 메솟지역의 상황을 설명했다. 아주 작은 마을인 이 메솟지역에만도 200,000명의 버마 난민들이 살고 있으며, 이것은 그 곳 주민 세 명 중 두 명이 태국인이 아닌 버마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곳에는 중학교에 갈 나이의 아이들이 3만 명 쯤 되지만 그중 1만 명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며, 학교들의 상황도 매우 열악하다고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이어서 박경주 연출자가 마웅저씨와 함께 직접 메솟지역 '사무터(Hsa Mu Hta) 초등학교'를 방문해 18명의 아이들과 진행한 퍼포먼스를 영상화면으로 보았다.

강연형식의 <미래 이야기>는 단원들이 청중 곳곳에 앉아 이야기를 하면서 진행되었다.
 강연형식의 <미래 이야기>는 단원들이 청중 곳곳에 앉아 이야기를 하면서 진행되었다.
ⓒ 전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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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에서 경희씨와 복주씨, 마웅저씨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사토 유키에씨를 제외한 지난 4월 25일 게릴라 퍼포먼스를 시도했던 나머지 단원들은 영상팀과 함께 서울역으로 갔다. 변방연극제의 일환으로 이번에는 허가를 받은 '안전한' 퍼포먼스를 진행한 것이다.

이제 공연장에 설치된 세 개의 큰 스크린 중 왼쪽에는 메솟지역의 아이들이, 중앙에는 서울역에서 진행 중인 샐러드 단원들의 퍼포먼스가 실시간으로, 오른쪽에는 센다이 재일조선인 아이들의 영상이 보여지고 있었다. 어느 순간 이들은 모두 동시에 손에 쓰레기 봉투를 든 채 공중에서 무언가를 담아내려는 몸짓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공연장에서는 현재 '한국에서 국적을 갖지 못하고 살고 있는 아이들'이 소개되었다. 재한 몽골 어린이학교의 운영자는 "지난 2006년 문을 연 학교가 처음에는 200여 명의 학생들이 있었지만, 작년부터 학교 부지를 얻지 못해 현재는 학교운영이 중단된 상태"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이날 공연장에 참석한 그 학교에 다니던 초등학생 한 명과 여학생 한 명이 청중들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그리고 몽골학교 아이들 8명이 쓰레기봉투를 들고 사토 유키에씨가 만든 곡인 '고향'이라는 곡을 배경으로 무대중앙에서 퍼포먼스를 펼치는 장면은 이 공연의 절정이었다. 샐러드 단원인 몽골출신의 다시마씨가 올 7월 몽골학교 아이 들과 진행한 퍼포먼스 워크샵의 결과물인 것이다. 이제 공연장 무대 위에는 외쪽부터 태국 메솟, 한국의 서울역, 일본 센다이의 공연이 펼쳐지고, 문래예술공장 무대 한 가운데에서는 몽골학교 아이들이 동시에 같은 공연을 펼치고 있었다.  

네 곳의 공연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순간이 지나고, 마지막으로 샐러드 단원인 일본인 사토 유키에씨의 기타 반주에 복주씨가 북한곡 '임진강'을 부르며 <미래 이야기>는 막을 내렸다.

<미래 이야기> 2막 1장 '일본 센다이'가 재일조선인 임경희씨의 설명과 함께 소개되고 있다.
 <미래 이야기> 2막 1장 '일본 센다이'가 재일조선인 임경희씨의 설명과 함께 소개되고 있다.
ⓒ 전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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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 북을 통해 공연소식을 듣고 찾아 왔다는 김수정(24, 신림동)씨는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생각할 기회가 되었다"고 말했다. 또 김씨는 "공연장과, 서울역, 태국 메솟지역, 일본 이 네 곳을 영상으로 잇는 장면이 제일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봉지'를 갖고 하는 퍼포먼스가 '난민'이라는 정착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이어주는 끈'이 되는 행위로 느꼈다"고 말했다.

또, 함께 공연을 관람한 신인환(28, 신림동)씨는 "가슴이 먹먹했다, 현실의 상황은 퍼포먼스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랬고, '봉투 안에 자신의 꿈을 담으려는 모습'이 가슴에 다가왔다"고 말했다. 또 신씨는 "봉투 안에 공기를 넣으려는 모습이 각각 달랐으며, 그것은 각자의 꿈의 무게, 각자 가진 다른 생각들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형식이 파격적이었고, 난민들이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새로웠습니다." 낙성대에서 공연을 보러 온 임혜인(24)씨가 소감을 밝혔다. 

공연을 관람한 최윤호(29, 송파구)씨는 "난민인권센터(난센, NANCEN)에서 인턴을 하면서 난민, 탈북자, 동포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었지만, 이번 공연에 대한 사전정보는 없었어요, 처음으로 미디어와 퍼포먼스를 결합한 공연을 보고 신선했습니다"고 말했다.

최씨는 "평소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불쌍하다'느끼는 사람들이 '직접 이런 공연을 할 수 있는 것'을 보고 놀라웠어요. '그들'이 봤을 때 '우리'가 더 많이 갖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현재는 낮은 위치에 있을지 모르지만, 그들은 천천히 스스로를 채워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고 말했다.

제14회 서울변방연극제는 지난 7월 4일(수)에 시작해 오는 7월 20일(금)에 끝난다. 극단 샐러드은 오늘 저녁 8시부터 9시 10분까지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동에 위치한 문래예술공장에서 <미래 이야기> 그 마지막 공연을 펼친다.

재한 탈북인 복주씨가 자작곡인 '고향'을 부르고 있다. 북한에 남기고 온 가족들에 대한 애닮픔과 그리움이 담긴 곡이다.
 재한 탈북인 복주씨가 자작곡인 '고향'을 부르고 있다. 북한에 남기고 온 가족들에 대한 애닮픔과 그리움이 담긴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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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서울변방연극제의 일환으로 열린 극단 샐러드의 <미래 이야기>에서 태국 메솟지역 버마 난민 어린이들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 비영리시민단체 '따비에(Thabyae)의 대표인 마웅저씨가 메솟지역과 한국의 난민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14회 서울변방연극제의 일환으로 열린 극단 샐러드의 <미래 이야기>에서 태국 메솟지역 버마 난민 어린이들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 비영리시민단체 '따비에(Thabyae)의 대표인 마웅저씨가 메솟지역과 한국의 난민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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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이야기> 3막1장인 '태국 메솟'이 진행되고 있다.
 <미래 이야기> 3막1장인 '태국 메솟'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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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샐러드의 <미래 이야기> 중 '국적을 갖지 못한' 몽골학교 아이들이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극단 샐러드의 <미래 이야기> 중 '국적을 갖지 못한' 몽골학교 아이들이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 전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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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샐러드의 <미래 이야기>의 마지막에는 사토 유키에씨의 반주에 '복주'씨가 북한곡 '임진강'을 불렀다.
 극단 샐러드의 <미래 이야기>의 마지막에는 사토 유키에씨의 반주에 '복주'씨가 북한곡 '임진강'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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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14회 서울변방연극제 2012년 7월 4일(수)-20일(금) '연극없는 연극, 정치없는 정치' mtfestival.com
극단 샐러드 <미래 이야기> 문의 전화 :02-2254-0517 www.salad.or.kr
샐러드 TV www.saladtv.kr
태국 국경지역의 버마 난민 아이들을 돕는 비영리시민단체 따비에 thabyae.tistory.com



태그:#극단 샐러드, #샐러드 TV, #난민, #이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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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동네의 성미산이 벌목되는 것을 목격하고 기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2005년 이주노동자방송국 설립에 참여한 후 3년간 이주노동자 관련 기사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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