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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찜! e시민기자'는 한 주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린 시민기자 중 인상적인 사람을 찾아 짧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상적'이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요? 편집부를 울리거나 웃기거나 열 받게(?)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편집부의 뇌리에 '쏘옥' 들어오는 게 인상적인 겁니다. 꼭 기사를 잘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경력이 독특하거나 열정이 있거나... 여하튼 뭐든 눈에 들면 편집부는 바로 '찜' 합니다. [편집자말]
지난 주 무시무시한 말벌집, 이렇게 퇴치했습니다 란 기사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흥미있는 소재여서 그랬는지 많은 독자가 관심을 보이며 댓글을 달았습니다. 그래서 이 기사를 쓴 최오균 시민기자를 이번 주 '찜! e 시민기자'에 뽑았습니다. 그런데 뽑고나서 인터뷰를 해보니 최오균 기자에게는 말벌집은 저리가라 할 정도의 사연이 있었습니다. 어떤 사연인지 한번 들어보시지요.

"11살에 겨우 초등학교 입학... 일하기 싫어 죽어라 공부했죠"

- 자기소개를 한다면?
"6남매 중 막내로 시골에서 태어난 촌뜨기입니다.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아버지가 별세하여 농사짓는 엄한 어머님 밑에서 자라났는데 '일하지 않으면 먹지 않는다'는 어머님의 말씀은 곧 지상명령이었습니다. 실제로 일을 하지 않고 '농땡이'를 치는 날엔 어머님은 밥을 주지 않고 굶겼습니다. 똥장군까지 짊어지며 농사일 돕느라고 11살 때까지 학교를 가지 못했습니다. 일을 하다가 벌을 쏘이는 날도 많았고, 너무 힘이 들어서 정말로 학교에 가고 싶었습니다.

최오균 시민기자
 최오균 시민기자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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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어머니를 졸라 11살에 겨우 초등학교에 들어간 나는 일하기가 싫어서 죽어라고 공부에 매달려 1학년 때부터 6학년까지 반장에, 계속 1등을 했고, 중·고등학교를 돈 한 푼 안 들이고 장학금 받아 학교에 다녔습니다. 학교에서 계속 1등을 하는 나를 보고 신기하게 생각한 어머님도 공부를 하는 시간에는 별로 일을 시키지 않게 되었고, 덕분에 학교에 있는 시간에는 일을 하지 않아 좋았습니다.

너무 가난해서 대학은 꿈도 꾸어보지 못하고, 어찌어찌하여 은행 시험에 합격하여 30년간 은행에 다니게 되었는데, 아내가 난치병에 걸려 시한부 생명을 살아가자 은행을 그만 두고, 죽기 전에 세계일주를 하고 싶다는 아내의 유일한 소원을 쫓아 퇴직금 헐어 아이들한테 유서 한 장 남기고 단둘이 배낭 메고 여행을 떠났습니다. 

여행의 기적인지 아내는 다행히 죽지 않았고, 신기하게도 병이 점점 나아갔습니다. 해서 병원 대신 돈만 생기면 계속 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나도 아내가 병원에 누워 있는 것보다는 함께 여행을 하는 것이 좋았거든요. 퇴직금을 여행으로 다 소진했지만 여행이란 묘약으로 아내는 지금까지 살아있고, 나는 대신 '오지여행가'로 알려져 잡지에 글도 기고하고 방송에도 가끔 출연하게 되었습니다.

시골생활을 좋아해 2년 전에는 지리산 섬진강변으로 이사해 빈농가를 수리해 살았는데, 집수리 다 해 놓고 살 만 하니까 집주인이 집을 비워달라는 바람에 작년 12월에 쫓겨나게 되었습니다. 그 사연을 <섬진강일기>란 블로그에 올렸더니, 독자 한 분이 연천 임진강변에 자신의 빈집이 있는데 한번 살아보지 않겠느냐고 댓글을 달아, 임진강변으로 이사해 그 분 덕분에 <섬진강일기> 대신 <임진강일기>를 쓰며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겸, 연천군 미산면 홍보대사 겸, 농사꾼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 지난 14일 말벌 퇴치 기사, 흥미있게 봤습니다. 말벌집을 없애라고 조언했던 누리꾼들이 이 기사를 읽고 뭐라 하던가요?
"누리꾼들이 말벌퇴치 기사에 생각보다 흥미를 많이 느끼고 있더군요. 벌에 쏘인 뒤 벌집을 소탕했다거나 119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갔다는 등의 여러 경험담을 댓글로 올려주셨습니다. 한 누리꾼은 말벌주가 남자들 정력에 끝내준다고 쓰기도 했고요. ^^ 몇 가지를 간추려 보았습니다.

예초기로 작업을 하다가 말벌에 쏘여 어지럽고 졸린 상태로 병원에 병원 응급실에 뛰어가 치료를 받았는데 절대 운전하지 말라고 의사가 충고를 하더라. 그때부터 말벌과 원수지간이 되었는데 결국 말벌을 퇴치했다. 저녁 어두워지기 직전에 퇴치하라(david 님).

다 죽이기엔 아깝네요. 말벌을 잡아 플라스틱 통에 넣고 소주를 부어 술을 담그면 남자들 정력에 죽여주는데… 말벌주 마시고 거사를 치른 다음날 아내의 반찬이 달라질 수도…ㅋ(박고랑 님).

말벌을 귓불에 2방, 팔뚝에 1방, 엄지에 1방… 4방이나 쏘이고도 붓지 않고 전혀 다른 증상이 없는데, 말벌의 독침 공격에도 끄덕하지 않는 최강 면역체질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 궁금하다(quilia 님).

지인 별장에 휴가를 갔다가 막내가 작은 벌에 쏘였는데, 심상치 않아 119구급차로 원주시내 병원 응급실로 이송하여 산소호흡기 신세를 졌습니다. 원주병원 가는 길이 지옥이었죠. 아들이 벌에 알레르기가 있는 줄 몰랐거든요(게양산 님).

말벌을 잡을 때는 밤에 해야 합니다(꽃 파는 총각).

저도 지금 같은 고민 중이라서 정독했습니다. 2층 에어컨 실외기 밑에 큰 메론 만한 벌집이 생겼네요. 껍데기가 비늘 모양이에요. 점점 커지네요(빡빡이 님).

'시한부 인생' 선고받은 아내 위해 떠난 세계일주 여행

- 걸음마 배우는 아내... 그녀는 '네살'입니다 기사,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아내를 깊이 사랑하시나 봅니다. 어떻게 만났는지를 포함해 두 분의 사랑 이야기 간략히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내 나이 27살 때 돌아가신 어머님께서 한 번 만나보라고 해서 만났는데, 엉덩이까지 치렁하게 내려온 긴 머리에 함박꽃 같은 미소를 보고 한눈에 반해 버렸습니다. 그해 4월 1일 만우절 날 약혼식하고 11월 11일 11시에 시골 작은 암자에서 결혼식 올리고, 한 달에 5천 원짜리 부엌도 없는 셋방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첫날밤에 좁은 단칸방에 누워 너무 미안해서 아내에게 '여보, 너무 가진 게 없어 미안해'라고 했더니 아내 왈 '대화가 통하는 당신만 곁에 있으면 나는 부자인 걸요'라고 하더군요.

아내는 가난한 나를 따라 불평 한마디 없이 살아 주었고, 결혼 초기에 내가 술을 과하게 하여 간염으로 휴직까지 하게 되자 지극히 간호를 하여 날 회복시켜 주었습니다. 아내는 내 영원한 친구이자, 누님이며, 애인이자 누이기도 하며 어머니 같기도 한 여자입니다.

그런 아내가 12년 전부터 루푸스라는 난치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게 되자 이번에는 내가 조기 명퇴를 하고 아내를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하게 되었습니다. 겨우 2년 밖에 살지 못할 거라는 시한부 인생 선고를 받은 아내는 4년 전에 심장이식으로 새 생명을 받아 지금까지 정상인의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두 달 전 아파트 계단에서 발을 접질려 골절상으로 수술을 받고 지금은 겨우 목발 짚고 걸음마를 배우는 어린아이가 되었답니다.

휠체어를 밀고, 밥을 해주고, 간병을 하는 나를 보고 어느날 아내가 '여보, 발목까지 부러져서 미안해요'하면서 흐느끼더군요. '아니야, 무슨 말을, 당신이 내 곁에 숨 쉬며 살아줘서 난 행복해'라면서 우린 함께 부둥켜안고 울었어요. 나는 어찌 보면 아픈 아내를 사랑하는 팔불출 바보 같은 남편인지도 모릅니다. 허허."

- 기자소개란에 '여행, 사는이야기 등 숨은 이야기를 발굴하여 읽어서 행복해지는 희망 기사를 쓰고 싶다'고 쓰셨는데 이유는?
"나쁜 기사는 내가 굳이 쓰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이 너무 많이 써서 넘쳐나므로… 대신 작은 일이지만 뭔가 기사를 읽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감사 그리고 행복을 줄 수 있는 소재를 발굴해 재미있게 쓰고 싶었을 뿐입니다."

"순간을 평생처럼 살려고 합니다"... 그래서 아이디도 '찰나' 

- 왠지 독특한 인생관을 지녔을 듯해서 여쭤보는데요, 사람은 왜 사는 걸까요?
"태어나니까 사는 거죠. 인도여행을 하면서부터 인생은 '카르마', 즉 업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기왕에 태어난 인생이니 찰나의 순간을 가급적 많이 사랑하고, 베풀고, 좋은 업을 지으며 살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과거는 이미 지나 간 것이니 후회해도 소용이 없고, 미래는 아직 다가오지 않았으니 미리 당겨서 걱정하지 말고, 찰나의 순간을 '평생'처럼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가자고 아내와 늘 다짐을 한답니다. 물론 그게 쉽지는 않더군요.

- 아, 그래서 아이디(challaok)에 '찰나'란 말이 들어간 거군요?
"그렇습니다."

- 하루 일과를 말씀해 주십시오. 
"새벽 4~5시 기상해 텃밭에 나가 7시까지 일하고 샤워하고, 7시 30분에 아침 먹고 커피 한  잔합니다. 주로 오전에는 블로그나 오마이뉴스 등에 글을 쓰고, 점심 먹고는 낮잠 한 숨 '때리고', 오후 5시부터 서늘해지면 텃밭에 나가 다시 일하고 샤워하고, 저녁 7시에 밥 먹고 나면 눈이 감겨 9시 뉴스 보기 전에 잠이 듭니다."

-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고 난 후 달라진 것이 있다면?
"기사를 쓰기가 자유로우니까요. 특히 '사는이야기'는 일기를 쓰는 것처럼 제한이 없어 쓰기에 부담이 없어 좋아요. 설혹 기사로 채택되지 않아도 신경 쓸 일이 별로 없고요. 남이 읽어서 신이 나는 소재를 발굴하여 쓰다 보니 매사 긍정적인 마음으로 변하더군요. 그러나 나 자신의 존재가 조금씩 알려져 약간은 부담도 됩니다."

- <오마이뉴스> 원고료가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쌓이면 돈이 좀 될 듯한데요. 원고료는 어디에 쓰시나요?
"뭐, 애초부터 원고료를 기대하지 않았고, 내가 좋아서 쓰는 글이기 때문에 원고료가 적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원고료가 쌓이면 모았다가 아내와 함께 여행을 떠나지요. 원고료를 더 많이 주시면 여행을 더 자주 떠날 수 있겠지요. 하하."

- 17일 0시를 기점으로 <오마이뉴스>가 지면 개편을 했습니다. 바뀐 <오마이뉴스> 보니 어떤가요? 
"우선 메인기사가 강렬하게 눈에 띄는군요. <오마이뉴스>에서 강조하고 싶은 메인기사 순으로 나열을 해서 훨씬 짜임새가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오마이뉴스>의 장점 기사라 할 수 있는 '사는이야기' 소개란이 아래로 밀려 좀 아쉽기도 합니다. 주로 정치관련 기사가 눈에 들어오게 되는데, 가끔은 '사는이야기'도 메인으로 띄워주시면 <오마이뉴스>의 신선한 맛이 더해지겠지요."

- 끝으로 <오마이뉴스>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서민들이 읽고 희망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기사를 더 많이 실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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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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