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주말 한겨레 토요판에 눈길을 끄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토요판 특집 기사로 '개고기 논쟁사 : 도살장 뜰장에 개들이 구겨넣어지는 까닭은?', '개도 축산물? 오피니언 리더에게 물었더니'라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전자의 기사는 과거 개고기 식용이 야만이라는 주장과 개고기 식용은 문화다양성이라는 논쟁에서부터 개고기를 축산물로 인정해달라는 주장과 동물보호 등 생명권 차원에서 개 도살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충돌하고 있는 최근의 논쟁까지를 정리한 기사입니다.

한겨레신문 인터뷰 질문
 한겨레신문 인터뷰 질문
ⓒ 이윤기

관련사진보기


더 눈길을 끄는 것은 후자의 기사인데, 이른바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개고기 식용'에 대한 생각을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조국 교수, 소설가 이경자, 김인국 신부, 개그맨 김원효, 진중권 교수, 박노자 교수, 김두식 교수, 김시진 감독, 김규항 편집장을 인터뷰 한 기사입니다.

기력없을 때는 보신탕이 최고라는 소설가 이경자, 돈 주고 사먹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이 가자고 하면 굳이 싫다하지 않고 함께 가는(굳이 싫다고 하지 않는데 고작 2년에 한 번 밖에 안되는 것은 좀 의아함) 조국 교수, 일부러 가진 않지만 기회가 되면 먹는다는 김인국 신부, 몸이 안 좋을 때 보신용으로 먹는다는 개그맨 김원효는 개고기를 먹는 사람들입니다.

반면에 개고기는 끊었고 다른 고기도 가능하면 줄이겠다는 진중권 교수, 개고기뿐만 아니라 다른 고기도 잘 안 먹으며 생선을 먹는 채식주의자 지망생 박노자 교수, 4~5년에 한 번 누가 억지로 가자면 피하지 않는(억지로 가자는 사람이 4~5년에 한 번 밖에 안 되는 것이 역시 좀 의아함) 김두식 교수, 개를 가족같이 생각해서 안 먹는다는 김시진 감독, 전엔 두 달에 한 번 먹었지만 2년 전부터 그냥 맘이 편치 않아 안 먹는다는 김규항 편집인은 안 먹는 쪽에 가까운 사람들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아홉명의 인터뷰이들 중에 자신과 비슷한 사람이 있게 마련일 것 같습니다. 즐겨 먹는 사람, 가끔 먹는 사람, 사주면 먹는 사람, 가급적 안 먹는 사람, 전혀 먹지 않는 사람 이런 정도겠지요.

인터뷰 대상자 중 절반 이상이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그들이 개고기 식용에 관하여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 궁금해서 기사를 자세히 읽었습니다. 한겨레가 인터뷰한 저명 인사들의 개고기에 대한 생각을 읽다가 같은 질문에 대한 제 생각을 한 번 정리해보고 싶어서 스스로 묻고 혼자서 답하는 인터뷰를 해 보았습니다.

① 개고기를 먹습니까?

지금은 개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10여 년 전에 소, 돼지, 닭, 오리 같은 육식 동물을 먹지 않기로 결심을 하였고, 채식주의자가 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전에는 개고기를 먹었습니다. 어머니가 독실한 불자셨기 때문에 어렸을 때는 개고기를 먹지 않았습니다만, 대학을 졸업하고 난 후 스스로 선택하여 개고기를 먹었습니다. 처음에는 개고기 먹는 기회를 일부러 피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서 먹기 시작하였고, 나중에 맛을 들인 후에는 일부러 주변 사람들과 함께 먹으러 다니는 일도 생겼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소, 돼지, 닭을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생명으로 받아들이며 안 먹는 것과 같은 이유로 먹지 않습니다. 또 소, 돼지, 닭과 마찬가지로 개를 먹는 것이 건강에 하등 이로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② 개고기를 먹을 수 있다 혹은 먹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 이유는 무엇입니까?

개고기를 먹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개고기와 마찬가지로 소, 돼지, 닭고기를 먹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개고기를 먹는 사람들을 탓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소, 돼지, 닭고기를 먹는 사람을 바라보는 것과 똑같은 시선으로 개고기 먹는 사람도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고기를 먹을 수도 있고 안 먹을 수도 있으며 개인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소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하여 다른 사람에게 소고기를 먹지 말라고 강요할 수 없는 것 처럼, 다른 사람에게 개고기를 먹지 말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③ 개고기와 관련해서 개인적인 경험이 있다면?

맨 처음 개고기를 먹었을 때는 개고기인줄 모르고 먹었습니다. 아마 개고기인줄 알고 먹었다면 비위가 상하였을지도 모르는데, 모르고 먹고나서 보니 그냥 아무 것도 아니더군요.

개고기를 먹게 된 이유 중에 하나는 개고기를 먹는 한국 사람들을 미개인 취급하는 서양(브리지트 바르도 같은 사람들) 사람들의 시선에 대한 반감 같은 것도 크게 작용하였습니다. 소고기나 송아지를 잡아 먹는다고 탓하지 않는 것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이 개를 먹든 말든 그들이 탓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저렇게 개고기 먹을 기회가 늘어나면서 나중에는 여름 보양식으로 부러 개고기를 먹으러 다닌 적도 있었습니다. 자주 먹지는 않았지만 대략 7~8년 정도 개고기 요리를 맛있게 하는 식당들을 부러 찾아다니기도 하였습니다.

2000년 무렵 소, 돼지, 닭 같은 육류의 공장식 축산의 실체를 깨닫고, 요가, 명상 등에 관심을 가지면서 육식을 하지 않기로 결심하면서 개고기도 더 이상 먹지 않습니다.

④ 개고기 관련 법제화에 대하여 어떤 의견이신가요?

개고기 식용금지를 법제화 하는 것은 일단 반대입니다. 오히려 식용으로 유통되는 개고기가 위생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축산물 위생법에 적용을 받도록 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반려견과 식용견은 다른 방식으로 관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축산물 위생법의 적용을 받게 되면 반려견이 식용으로 사용되는 그런 일들은 획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으리라고 예상합니다.

개고기 식용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을 무시하고 당장 개고기를 먹지 말라고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많은 부작용이 뒤 따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소, 돼지, 닭고기를 먹는 것은 문제가 없고, 개고기만 유독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구요. 소, 돼지, 닭고기를 법으로 금지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개고기 역시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육식에 대한 여러가지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는 캠페인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장기적으로 환경오염과 환경파괴를 줄이고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하여 소, 돼지, 닭 소비를 줄여야 하는 것처럼 개고기 소비도 함께 줄어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료 먹고 크는 개나 사료 먹고 크는 소, 돼지, 닭이나 별로 다를 바가 없습니다.)

채식주의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현재는 생선과 계란을 먹는 어정쩡한 채식주의자가 가진 '개고기'에 대한 생각입니다. 여러분들은 개고기 식용에 대하여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보신탕, #개고기, #육식, #채식, #환경오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