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뉴스룸' 포스터

드라마 '뉴스룸' 포스터 ⓒ HBO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영화로 제작하는 소니픽처스가 지난 5월 애런 소킨에게 각본과 연출을 맡긴다고 발표했을 때 사람들은 "당연한 선택"이라는 반응과 함께 큰 기대를 나타냈다.

마크 저커버그의 페이스북 창업 과정을 담은 '소셜 네트워크'와 메이저리그 성공 신화의 주인공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빌리 빈 단장의 이야기 '머니 볼'의 각본을 쓴 소킨이라면 잡스의 특별했던 인생도 성공적인 영화로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소킨은 영화의 실제 주인공 잡스에게도 인정받은 작가다. 잡스는 자신이 운영하던 픽사의 영화 시나리오를 소킨에게 부탁했던 인연이 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경험이 없던 소킨은 아쉽게 거절했다.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시라큐스대학에서 연극학을 전공한 소킨은 잠시 배우로 활동하다가 탁월한 글솜씨로 작가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그가 브로드웨이 연극으로 만든 '어 퓨 굿맨'은 초연을 하기도 전에 영화 제작이 결정되어 잭 니콜슨, 톰 크루즈 등의 연기로 더욱 빛을 발했다.

'맬리스', '대통령의 연인'을 쓰며 착실하게 내공을 쌓은 소킨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작품은 1999년부터 NBC가 제작한 정치드라마 '웨스트 윙'이다.

부시 정부 시절에 방영된 '웨스트 윙'은 가장의 민주당 정부를 세워 백악관 집무실과 보좌관 사무실로 불리는 웨스트 윙을 배경으로 대통령과 참모진의 활약상을 그려낸 작품이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유명 정치인들이 즐겨봤다는 최고의 정치드라마로 꼽히며 2000년부터 4년 연속 에미상을 차지했다.

'스튜디오60'에서 방송국을 배경으로 미국 정치와 사회 이슈를 신랄하게 주무른 소킨은 '소셜 네트워크'로 아카데미 각색상을 차지했고 '머니볼'로 같은 부문 후보에 오르며 승승장구했다. 

소킨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쉴새 없이 쏟아지는 대사다. 특유의 리듬감과 위트 넘치는 대사로 시청자의 눈보다 귀를 더 집중시키는 소킨 만의 스타일은 이른바 '소키니즘'이라 불리며 열성팬과 안티팬을 동시에 만들어냈다.

100명만 봐도 좋은 뉴스 만들고 싶다

 방송국 뉴스룸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뉴스룸'의 출연진

방송국 뉴스룸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뉴스룸'의 출연진 ⓒ HBO


좋든 싫은 가장 유명한 시나리오 작가가 된 소킨이 새 드라마를 갖고 돌아왔다. 바로 지난달부터 HBO에서 방영되기 시작한 '뉴스룸'이다.

철저한 중립성과 자신의 인기를 목숨처럼 여기는 괴팍한 앵커 윌(제프 대니얼스)과 당찬 여성 프로듀서 맥킨지(에밀리 모티머)가 만나 뉴스를 만들어가는 이 드라마는 첫회 대학 강연회에서 "왜 미국이 가장 위대한 나라가 되었냐"는 학생의 질문에 윌이 "미국은 더 이상 위대한 나라가 아니다"라고 받아치며 도발적인 출발을 알린다. 

"미국이 잘하는 건 인구당 감옥에 가는 비율, 천사가 진짜라고 믿는 성인 비율, 국방비 지출 3가지밖에 없다"는 윌의 독설로 시작하는 '뉴스룸'은 웨스트 윙에 대한 추억과 소킨이라는 이름값만으로도 미국에서 210만 명의 시청자가 첫회를 지켜보며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방송국은 광고 수익으로 운영되고, 이를 위해서 시청률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믿음을 가진 윌을 향해 맥킨지는 "100만 명이 보는 나쁜 뉴스보다 100명만 보더라도 좋은 뉴스를 만들고 싶다"고 외치며 고집불통 윌을 조금씩 변화시킨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는지 실망 어린 비평도 적지 않다. 예전 작품들보다 긴장감이 떨어지고 자기복제에 그쳤다는 평론적 관점도 있고,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드러날 수밖에 없는 그의 정치색과 거만한 훈계조의 대사가 불편하다는 지적도 있다(소킨은 민주당과 오바마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다).

물론 소킨은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능력있는 사람들이 함께 팀을 이뤄 일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다"며 이 드라마가 정치적 논쟁에 휘말리는 것을 경계했다. 그러나 뉴스가 끝난 후 보도국장 찰리가 윌에게 "앵커가 자신의 의견(opinion)을 말하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냐"라고 충고하는 장면은 이 드라마의 방향을 말해준다.

"유권자에게 정보가 없거나, 잘못된 정보가 전달되면 끔찍한 결과가 일어난다"는 맥킨지의 대사는 그야말로 뉴스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이 시대에 과연 어떻게 뉴스를 만들어야 하고,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고민하게 한다.

애런 소킨 뉴스룸 웨스트 윙 소셜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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