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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7일 서울 종로 엠스퀘어에서 제1회 '환자shouting카페'가 열렸다.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환자들의 외침이 시작됐다. 환자들 개개인의 답답하고 억울한 사연이 차례대로 소개되던 중 한 환우가 순서를 앞질러 무대에 올랐다. 외침의 순간을 기다리고 기다렸지만 육체적으로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 양해를 구했다고 했다.

누가 봐도 힘든 기색. 그럼에도 무대에 오른 이윤희 환우가 가쁜 숨을 내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녀는 대장암 4기 환자였다. 비싼 약값 때문에 몸도 마음도 생활도 힘든 상황에 처해 있었다.

작년 10월 28일 이윤희씨(52)는 대장암 4기 판정을 받았다. 당시 간으로 암세포가 전이된 상태라 서둘러 수술한 뒤 항암치료에 들어갔다. 그런데 최근 다시 문제가 생겼다. 8번째 항암치료 끝에 검사를 받아보니 암세포가 더 자라 있었다. 약에 내성이 생겨 치료효과가 없었던 것이다. 약을 교체할 수밖에 없는 상황, 새로 만난 항암제가 바로 '아바스틴(Avastin Injection)'이었다.

이윤희씨는 현재 한 달에 두 번 아바스틴으로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효과는 좋다. 그러나 아바스틴은 그녀에게 축복인 동시에 고통이다. 치료하는 데 1회 250만 원이나 되는 약값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달이면 500만 원이다. 지금까지 5회 치료받는 데만 1250만 원이 넘는 약값을 썼다.

이전 약제는 보험이 적용돼 부담이 덜했는데 지금은 비용이 만만찮다. 이윤희씨는 "이제는 눈치가 보여 남편에게 아프다고 투정도 못할 정도다.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미안하게 돼버렸다"고 말했다.
    
1회 250만 원, 한 달에 500만 원... 약 있으면 뭐하나

'환자shouting카페'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이윤희씨
 '환자shouting카페'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이윤희씨
ⓒ 환자단체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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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스틴은 혈관내피세포 성장인자(VEGF) 수용체에 반응하는 경구용 단클론 항체(monoclonal antibody)다. 쉽게 말해서 암이 뻗어나가는 통로(혈관)를 만들지 못하게 막는 약이다.

암은 주변의 정상조직에 새로운 혈관을 만들고, 그 혈관을 통해 더 많은 영양분을 빨아들이는 방식으로 몸집을 불린다. 암이 만든 새로운 혈관은 암세포를 다른 곳으로 퍼뜨리는 통로로 이용되기도 한다. 따라서 암 증식을 막기 위해서는 새로운 혈관 생성을 차단해야 하는데 그 역할을 아바스틴이 한다.

또한 아바스틴은 표적치료제로 암세포에만 특이적으로 작용한다. 기존 항암제는 암세포 뿐 아니라 정상세포에까지 영향을 줘 탈모, 구토, 식욕감퇴, 체중감소 등의 심한 부작용을 낳았다. 이와 달리 아바스틴과 같은 표적치료제는 암세포에만 특이적으로 작용해 부작용은 적고 약효는 높다.

작년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전이성 유방암에 한해 아바스틴의 치료제 사용승인을 취소한 바 있다.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위험성을 상쇄할 만큼 효과가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국내에서는 FDA 승인취소와 상관없이 전이성 유방암 치료에 아바스틴을 사용하고 있다.

현재 아바스틴은 대장직장암, 유방암, 비소세포폐암, 신세포암, 뇌 교모세포종의 표적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아바스틴은 특히 전이성 대장암 치료에 긍정적 효과를 나타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한국로슈의 임상실험 TML(ML18147)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이성 대장암 치료에 기존 화학요법에 아바스틴을 추가 투여할 경우 암의 진행 위험을 32%, 사망률을 19% 감소시킨다고 한다.

이와 같은 효과에도 우리나라 대장암 환자들은 아바스틴을 1차 약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비용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효과를 알면서도 비용으로 인해 약의 사용을 최대한 늦춰야만 한다. 아바스틴의 보험적용이 시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보험적용 하면 한 달 부담 25만 원 수준으로 격감

대장암치료제 아바스틴
 대장암치료제 아바스틴
ⓒ 제넨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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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스틴의 보험적용이 더딘 이유는 우선 비용효과성 분석인 경제성 평가 결과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최서락 사무관은 "대장암 치료에서 아바스틴은 기존 항암제의 대체약으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기존 항암제와 병용하는 식으로 사용된다. 이는 비용 대비 효과를 낮게 만들어 경제성 평가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보험적용은 경제성 평가 결과를 통해 결정하기 때문에 평가 결과가 좋지 않으면 보험적용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장암 환우회의 부재도 보험적용을 어렵게 하는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암시민연대 최성철 사무국장은 "특정 약물을 보험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더 적극적이고 조직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 그만큼 개인의 힘으로는 이루어내기 힘들다는 말이다. 그러나 대장암 환우들은 현재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할 단체가 없어 스스로 불편을 감내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대장암 환우들의 바람대로 아바스틴이 보험적용이 된다면 현재 1회 사용에 250만 원인 약값이 약 12만5000원으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암보험이 적용되면 통상 약값의 5%만 환자가 부담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는 환우들의 경제적 부담을 크게 덜어주고 더 많은 대장암 환우들이 생명 연장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할 것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아바스틴 보험적용을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다. 제약사는 최대한 인하된 약가를 제시해야 하고 정부도 환자의 아바스틴 접근권을 최대한 고려해 신속한 보험적용 결정을 해야 한다. 생명이 경각에 놓여 있는 대장암, 직장암 환자들은 몇 달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 이들에게 남은 몇 달은 천금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임을 명심해야 한다"라며 신속한 아바스틴 보험적용을 촉구했다.

약은 효능만으로 가치가 인정되는 게 아니다. 쓰임이 있을 때 비로소 그 가치를 발할 수 있다. 건강보험공단과 제약회사는 아바스틴이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만들어졌는지 한 번 더 생각해야 한다. 더 이상 돈 때문에 누군가의 죽음이 하루 앞당겨지고 누군가의 고통이 더 심해져서는 안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박현경 기자는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봉사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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