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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차 람사르총회 개막식. 7월 6일 루마니아에서 열린 제11차 람사르총회 개막식에서 2008년 창원에서 제10차 람사르총회를 개최한 한국대표가 주최국 깃발을 루마니아에 전달하기 위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제11차 람사르총회 개막식. 7월 6일 루마니아에서 열린 제11차 람사르총회 개막식에서 2008년 창원에서 제10차 람사르총회를 개최한 한국대표가 주최국 깃발을 루마니아에 전달하기 위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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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에서는 지난 2008년 10차 총회를 개최했던 한국이 이번 총회 개최국인 루마니아에 깃발을 전달하는 개막식을 시작으로 '제11차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가 시작되었다. 이번 람사르 총회의 주제는 '인간과 자연의 안식처이자 목적지인 습지 생태여행과 레크리에이션'이다.

국제적으로 습지를 보전하기 위한 람사르협약(Ramsar Convention)은 한국과의 인연이 각별하다. 1971년 이란의 람사르에서 협약이 체결된 이후, 한국은 1997년 강원도 대암산 용늪을 람사르 습지로 등록하면서 람사르협약에 가입하였다. 그 후 람사르협약을 국내에서 이행하고, 체계적인 습지보전을 위해 1999년 습지보전법이 제정되었고, 급기야 람사르 협약 가입 10년 만에 2008년 경남 창원에서 제10차 람사르 총회를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국제적으로 환경정책에 대한 한국의 국가 위상이 높아지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그리고 오는 9월에는 전세계에서 1만여 명이 참석하는 세계자연보전총회(World Conservation Congress)가 제주도에서 개최된다. 한국이 국제적으로 중요한 환경관련 국제행사를 지속적으로 유치한다는 측면에서 환경단체들에는 매우 반가운 일이다.

'세계 최악의 습지'에 선정된 한국의 4대강 사업

제11차 람사르총회 본회의 현장. 160여 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람사르총회 본회의가 시작되면서 습지보전과 총회 운영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제11차 람사르총회 본회의 현장. 160여 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람사르총회 본회의가 시작되면서 습지보전과 총회 운영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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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제11차 람사르 총회 현장에서 느끼는 '환경'을 바라보는 시선은 한국과 국제사회가 사뭇 다른 것 같다. 정부가 지난 5년간 각종 국제행사 유치와 환경외교에 열을 올리면서 홍보한 '녹색성장'과 '4대강 사업'이 환경관련 국제 행사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제11차 람사르 총회에서는 4대강 사업이 이슈가 되고 있다. 세계습지네트워크(World Wetland Network)에서 주관한 '세계 습지상 시상식'에서 한국의 4대강 사업이 세계 최악의 습지에 선정된 것이다. 또한 람사르 총회 사전에 개최된 세계 NGO 회의에서 채택된 세계 NGO 선언문에도 대표적인 습지파괴 사례로서, 단 2년 만에 람사르협약에서 제시하는 모든 협약사항을 위반하고 국민의 식수원인 4대강에 16개의 보와 자전거보도, 공원을 조성한 이 엄청난 규모의 4대강 사업이 포함되었다. 현지의 일부 기관에서는 4대강 사업을 자전거 도로를 만드는 친환경적 사업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9월 세계자연보전총회가 열리는 제주도는 지금 해군기지 건설과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환경파괴를 둘러싸고, 강정마을 주민들과 종교계, 시민사회단체의 격렬한 반대가 계속되는 곳이다. 하지만 한국정부는 국내적으로 격렬하게 직면하고 있는 환경갈등은 숨긴 채, 공허한 '녹색성장'으로 포장하기에 급급하다. 오히려 국제회의 유치를 부정과 부패로 타당성을 잃은 4대강 사업과 같은 개발사업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

정부 '녹색성장' 포장 말고, 세계적 환경 위기의식 공유해야

세계습지네트워크(World Wetland Network)에서 주관한 '세계 습지상 시상식‘에서 한국의 4대강 사업이 아시아 지역 최악의 습지에 선정되었다.
 세계습지네트워크(World Wetland Network)에서 주관한 '세계 습지상 시상식‘에서 한국의 4대강 사업이 아시아 지역 최악의 습지에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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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4년 전에 람사르 총회를 개최하고, 이제 세계자연보전총회를 개최하는 한국의 환경인식 수준과 세계인이 바라보는 '녹색성장'에 대한 시선은 동상이몽이다. 지구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한 국제환경 보전기구들은 한국정부가 끊임없이 홍보하는 '녹색성장' 개념에 동의한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이 녹색성장을 위한 사업이라고 설명하면 깜짝 놀란다. 그러다 보니 한국 정부는 국내에서만 유독 4대강 사업에 대한 정당성을 부르짖을 뿐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는 4대강 사업을 이번 람사르 총회에서 단 한 번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4대강 사업의 추진 방식과 엉터리 환경영향평가 등이 람사르 기준에 정면으로 위배되기 때문에 습지전문가들이 모인 이 자리에서 발표하기에는 오히려 비난이 두려웠을 것이다. 이렇게 한국정부는 경제적으로는 국가 위상이 높지만 환경적으로는 여전히 후진국에 속한다. 그러니 4대강 사업에 대해 정부에서는 77개의 사라진 자연하천을 대신하여 147개의 대체습지를 조성하였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막상 정부에서 자랑하는 대체습지를 람사르협약에서 제시하는 습지기준에 맞춰 제시하라는 환경단체의 요구에 환경부는 147개 습지 정보가 환경부 자료가 아니라 국토해양부 4대강 추진본부 자료라며 발뺌한 것은 아닐까.

이번 람사르 총회에서는 세계적으로 사람과 자연의 근원이 되는 물 자원의 고갈과 관리에 대한 우려가 높다. 지역공동체에 기반한 자연자원 관리, 지속가능한 습지의 이용과 보전을 통한 경제적 가치 창출, 그리고 파괴된 습지의 복원방안이 주요 화두이다. 한국도 환경과 습지에 대한 세계적인 위기의식을 공유하면서 지속가능한 보전과 이용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그리고 망가진 4대강에 대한 진정한 의미의 복원을 고민하고, 국민들과 논의해야 할 것이다.

4대강 사업 후 인공적인 공원으로 변한 여주 이포보.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22조원의 막대한 예산을 들여 강행한 4대강 사업 조성지로 여름휴가를 떠날 것을 권고하고 있다.
 4대강 사업 후 인공적인 공원으로 변한 여주 이포보.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22조원의 막대한 예산을 들여 강행한 4대강 사업 조성지로 여름휴가를 떠날 것을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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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현장. 오는 9월 세계자연보전총회(WCC)가 열리는 제주도는 지금 해군기지 건설문제로 주민들의 반대와 환경파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현장. 오는 9월 세계자연보전총회(WCC)가 열리는 제주도는 지금 해군기지 건설문제로 주민들의 반대와 환경파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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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승화 기자는 생태지평 연구소 연구원입니다.



태그:#4대강, #람사르총회, #이명박, #생태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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