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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성시화를 위해 기도하며 힘써 나아가, 하나님께 영광될 수 있길 바란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김신 대법관 후보자의 과거 발언이다. 2010년 2월 <교회복음신문>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부산지역 3개 기독교 단체 합동 신년하례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성시화'는 '평신도와 목회자가 영적 각성을 통해 도시 전체를 기독교화 한다'는 뜻이다. 


부산성시화운동본부는 이에 대해 "370만 부산시민 모두가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을 깨달아 참된 자유와 평안을 누리며 거룩하고 복된 삶을 살아가게 하는 하나님나라 건설운동"이라고 밝히고 있다.

 

김 후보자는 또 "울산에도 성시화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울산기독기관장회 창립 출범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4월 울산지방법원장에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찾아온 지인들에게 건넨 말이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시절 했던 "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는 발언을 떠오르게 한다. 현재 부산 삼일교회 장로인 김 후보자는 부산기독기관장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소아마비로 인한 장애인으로 '부산장애인전도협회'를 설립하기도 했다.

 

"재판 과정에서 기도시키고 "아멘"으로 화답"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은 8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김신 후보자는 법관으로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는 헌법 103조와 '교회와 재판을 분리'한다는 헌법 제20조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김 후보자는) 종교편향적 재판행위를 견지해 왔다"며 "이는 자칫 특정한 종교적 확신을 모든 국민에게 심어주기 충분한 것으로, 국가의 종교적 중립성의 원칙에 명백한 침해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제기한 김 후보자의 '종교편향적 재판'은 '교회 부목사 사택 구입의 과세문제'와 '평신도의 목사 형사고발 사건', '교회분열 관련 민사사건'으로 모두 세 가지이다. 김 후보자는 이들 재판에서 대법원의 판례와 전혀 다른 판결을 내렸고, 재판이 아닌 종교적인 화해를 주선하기도 했다. 또 김 후보자의 요청으로 재판장에서 기도하는 광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 후보는 지난 2009년 판결에서 "부목사의 사택으로 사용하기 위한 부동산 취득은 교회의 목적사업에 직접 사용되는 부동산의 취득"이라며 "대형화된 현대교회에서 부목사는 담임목사와 같이 교회의 필수불가결한 존재, 사택 제공도 교회의 목적사업인 예배와 포교의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판결은 그동안 같은 사례에서 "부목사는 필요불가결한 지위에 있지 않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례와는 반대되는 것이다.

 

최 의원 자료에 따르면 대법원은 교회 부목사의 부동산 취득과 관련해 "부목사는 교회의 필요에 따라 임의로 시무하는 목사라는 점에서 그 교회의 종교활동에 필요불가결한 중추적인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부목사의) 부동산의 취득·등록은 지방세법 제107조 제1호 등에 의한 취득세 등의 비과세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수차례 판결을 내렸다.

 

또 지난 2006년 <한국기독신문> 보도에 따르면 김 후보는 어느 평신도가 원로목사를 예배방해죄로 고발한 사건을 맡으면서 양 당사자를 판사실로 불러 '화해'를 주선했다. 이 신문은 "형사판결을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들을 판사 방으로 불러 '화해 조정역할'을 시도한 것도 형사사건에서는 이례적인 사례"라고 소개하고 있다. 물론 재판보다 화해조정의 과정이 중요할 수 있지만 이를 법적 절차가 아닌 종교적 방식으로 처리했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김 후보는 지난해 부산지법에서 다룬 교회분열 사건에서도 이 같은 조정을 시도했다. 역시 같은 신문은 2011년 이 사건을 보도하며 "주심판사 김신 장로는 '일반 법정에서는 도저히 사건을 다루기엔 쪽팔려서 심리하기 어려우니 소법정에서 조정하자'면서 잠시 자리를 옮겼다"고 전하고 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이후 김 후보는 대립하는 양측에게 '화해를 위한 기도'를 요청했고, 이 기도에 "아멘"으로 화답하기에 이른다. 

 

"부산저축은행 부실 부추기고, 4대강 사업에는 면죄부"

 

최재천 의원은 김 후보자의 이러한 행적에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가 있음에도 부목사 사택 취득에 이례적으로 판례경향에 반하는 하급심 판결을 한 것은 종교적 편향성에 기초한 불공정 판결의 대표적 사례"라고 꼬집었다. 이어 "대법원은 '납세자에게 유리하다고 하여 비과세요건이나 조세감면요건을 합리적 이유 없이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며 "조세법상 엄격 해석의 원칙은 어떠한 경우에도 차별 없이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또 "(김 후보는) 판결보다 화해와 조정자적 역할을 자임해 이를 종교적 방식으로 해결했고, 기독교계 신문에서는 이를 특별한 케이스로 받아들였다"며 "법정에서 기도하는 헌법적 관행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세속분쟁을 기독교적 방식으로 해소하려는 것은 정교분리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독교 국가인 미국에서도 판사가 법정에서 기도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일은 전혀 없다"며 "사실상 판사 탄핵 사유"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 후보자는 지난 2002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라는 글에서 "지진은 하나님의 경고다.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인도의 구자라트주는 오리사주, 비하르주와 함께 주법으로 기독교 복음을 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적었다. 그는 지난달 대법관 후보 제청 이후 <국민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판사로서 자격을 갖췄다 하더라도 그 결재권자는 하나님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밖에 민주통합당은 김 후보자가 지난 2009년 골프장 건설사업에 불법투자 한 부산저축은행 임직원에 대한 배임죄에 무죄를 선고한 것과, 지난해 4대강 사업에 국가재정법 위반 판결을 내고도 완공됐다는 이유로 사정판결해 사업을 취소하지 않은 점을 들어 맹비난했다. 앞선 판결은 "명백한 배임행위였지만 이를 무죄로 선고해 부산저축은행 부실 사태를 부추겼"고, 4대강 판결은 "국가의 위법행위를 덮고 면죄부를 준 위법한 판결"이라는 지적이다.


태그:#김신, #대법관, #민주당, #최재천,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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