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티베트 망병정부 수반, 14대 달라이 라마는 1989년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고, 전 세계를 방문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그의 방한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달라이 라마가 방한 할 수 있도록 하늘길이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티베트 망병정부 수반, 14대 달라이 라마는 1989년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고, 전 세계를 방문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그의 방한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달라이 라마가 방한 할 수 있도록 하늘길이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달라이 라마는 세계 각국을 방문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의 방한(訪韓)을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국제 테러범은 물론 마약범도 아니고, 대한민국의 체제를 부정하는 인물도 아닌데 왜 그의 방한을 허락하지 않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중국의 비위를 건드릴 수 없다는 국익(?) 때문인지 아니면 미국 뉴스채널 CNN이 "한국에서는 농담하다 감옥갈 수 있다"라고 보도할 정도로 전락한 국격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노벨평화상 수상자이기도 한 달라이 라마는 방한이 허용되지 않는 기피인물입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  '지혜의 바다'가 되다

'달라이 라마'는 '지혜의 바다'라는 뜻으로 티베트의 영적·정치적 지도자를 지칭하는 호칭입니다. 대한불교조계종의 최고 지도자를 '종정'이라고 하고, 가톨릭의 최고 지도자를 '교황'이라고 하듯이 티베트의 영적·정치적 지도자를 달라이 라마라고 합니다. 현재까지 방한이 허용되지 않는 달라이 라마는 14대 달라이 라마로 그의 이름은 텐진 갸초입니다.

국익 때문인지 아니면 국격 때문인지 한국정부에서는 달라이 라마의 방한을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국익 때문인지 아니면 국격 때문인지 한국정부에서는 달라이 라마의 방한을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14대 달라이 라마는 1935년 7월 6일, 티베트 동북부의 작은 마을 탁처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출생하였습니다. 시골 농부의 아들로 출생한 텐진 갸초가 13대 달라이 라마의 대를 잇게 되는 과정에는 점성술적인 게시와 그밖의 징후, 여러 차례의 시험을 걸치는 검증이 따르게 됩니다.

텐진 갸초가 16세 되던 1950년, 티베트는 중국의 침공을 받습니다. 9년 동안의 철저한 수행승 교육이 예정돼 있었지만 중국의 침공으로 어린 법왕이 된 14대 달라이 라마(텐진 갸초)에게 티베트의 완전한 통지권이 위임됩니다.

텐진 가쵸는 1953년에 인도로 망명해 망명정부를 수립하고, 망명정부의 수반이 됩니다. 그는 40여 년 넘게 중국 정부와 건설적이고 의미 있는 대화를 하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티베트의 영적·정치적 지도자입니다.

<법왕 달라이 라마>, 모든 물을 거두어 주는 바다처럼 지혜 가득

<법왕 달라이 라마> 표지
 <법왕 달라이 라마> 표지
ⓒ 知와 사랑

관련사진보기

<법왕 달라이 라마>는 1989년 노벨평화상 수장자이기도 한 14대 달라이 라마(텐진 갸초)의 저서, 강의, 좌담, 시에서 감동적인 글들을 선별해 엘런 제이콥스가 엮고, 이문영이 옮겨서 '知와 사랑'에서 출판한 책입니다. 

대화의 힘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평범한 대화를 할 때도 누군가와 인간적으로 대화를 하면 기분이 좋아져 그에 따라 반응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사소한 주제일지라도 전체 대화가 흥미로워집니다. 반면 어떤 상대방이 냉정하고 거칠게 말하면 우리는 불편을 느끼고 대화를 속히 끝내고 싶어 합니다. 매우 사소한 일에서 중대한 일에 이르기까지 타인에 대한 애정과 존중은 우리의 행복에 필수적 요소입니다." - 본문 39쪽.

세계의 종교
"하나의 질병에 많은 약이 있듯이 세상에는 모든 지각 있는 중생과 인간, 그리고 그 밖의 존재들의 행복을 위해 많은 종교 체계들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체계들은 각각 다른 수행법과 표현법을 가졌지만 수행자의 몸, 말, 마음을 개선시킨다는 점에서 모두 유사하며, 좋은 목표를 지향합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종교적 수행은 반드시 자신의 생각으로 수행되어야 합니다." - 본문 189쪽.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 불교의 최고 지도자이지만 불교만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망명 정부의 수반이지만 정치만을 말하지도 않았습니다. 광범위하지만 가냘파 보일 정도로 섬세하고, 보편적이지만 정곡을 찌르듯이 깊이 있고 중량감 있는 내용들을 쓰고 말했습니다.    

바다가 모든 물을 거두어 주듯이, 텐진 갸초는 달라이 라마(지혜의 바다)라는 말에 걸맞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 자연, 환경, 종교, 수행, 전쟁, 행복, 연민, 국제문제 등을 모두 아우르고 있습니다.  

종교의 목적
"종교의 목적은 자신을 통제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비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 자신을 비판해야 합니다. 내가 얼마나 화를 많이 내는가? 얼마나 집착하고, 얼마나 증오하며, 얼마나 오만하고, 얼마나 질투하는가? 이것이 우리가 매일 점검해야 할 사항입니다." - 본문 91쪽.

불교의 목적
"불교의 목적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지각 있는 중생을 돕고 이롭게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다른 사람들을 불자로 교화하려고 노력하는 것보다는 불자들이 인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붓다는 이기심 없이 다른 사람에게 봉사함으로써 자족과 관용의 예를 보여주셨습니다." - 본문 161쪽.

남북이 분단된 현실에서도 종교적 교류는 이루어 지고 있었습니다. 금강산 신계사에서 열린 남북불교 교류 현장.
 남북이 분단된 현실에서도 종교적 교류는 이루어 지고 있었습니다. 금강산 신계사에서 열린 남북불교 교류 현장.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존재하는 이유와 목적이 있습니다. 달라이 라마가 말하는 종교와 불교의 목적은 어렵지도 않고 고상하지도 않습니다. 종교의 목적은 자기 성찰이며, 불교의 목적은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불신 지옥을 부르짖으며 편 가르기를 하고, 갈등과 반목, 이기와 배타가 훨씬 더 횡횡하고 있거나 강조되는 우리나라 종교계, 신앙인들을 부끄럽게 하는 가르침이 아닐까 합니다. 

자연환경의 보호
"따라서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보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간 스스로 내면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 공동체에 큰 해를 끼치는 환경 파괴는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됩니다. 저는 이 사실을 사람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근본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환경이 우리의 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침을 사람들에게 가르칠 필요가 있습니다." - 본문 201쪽.

환경에 대한 그의 이야기는 고개를 끄덕거릴 만큼 통상적인 이야기들이지만 진지합니다. 어렵지 않지만 평화와 연민 그리고 관용을 이야기하고 있는 그의 가르침은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영원한 메시지입니다.

하나하나의 돌다리를 건너다보면 시나브로 강을 건네 게 되듯이 티베트 망명 정부의 수반, 평화의 메신저인 14대 달라이 라마(텐진 갸초)가 쓰고, 말하고, 읊은 가르침들을 한 꼭지 한 꼭지 읽어가다 보면 가슴은 평화로워 지고, 머리는 지혜로워 지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달라이 라마에게 직접 묻고 들을 수 있는 날 오길

영적 지도자의 가르침은 햇살 같고 바람 같다. 달라이 라마의 방한을 제한하고 있는 건 촘촘한 그물코를 쳐놓고 바람을 막겠다고 하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짓일지도 모릅니다.
 영적 지도자의 가르침은 햇살 같고 바람 같다. 달라이 라마의 방한을 제한하고 있는 건 촘촘한 그물코를 쳐놓고 바람을 막겠다고 하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짓일지도 모릅니다.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머지않은 세월에 달라이 라마를 당당하게 초청하거나 방한을 허용할 수 있는 역량 있는 국가적 지도자가 등장한다면 달라이 라마로부터 좀 더 실감나는 가르침을 직접 받거나 들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영적 지도자의 가르침은 햇살 같고 바람 같습니다. 달라이 라마의 방한을 제한하고 있는 건 촘촘한 그물코를 쳐놓고 바람을 막겠다고 하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짓일지도 모릅니다.

법왕의 지혜를 책으로만 읽는 갈증 확 끝내고, 바닷물에 풍덩 뛰어들어 수영을 즐기듯이 '지혜의 바다'라고 하는 달라이 라마를 직접 만나서 묻고, 또 묻고, 듣고 또 들을 수 있는 그날이 하루라도 빨리 도래하기를 고대해 보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법왕 달라이 라마>┃지은이 달라이 라마┃엮은이 엘런 제이콥스┃옮긴이 이문영┃펴낸곳 知와 사랑┃2012. 6. 20┃값 12,000원



법왕 달라이 라마

달라이 라마 지음, 앨런 제이콥스 엮음, 이문영 옮김, 지와사랑(2012)


태그:#법왕달라이라마, #달라이라마, #지와사랑, #이문영, #티베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