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금품로비·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3일 오전 서초동 대검찰청에 소환되고 있다.
 금품로비·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3일 오전 서초동 대검찰청에 소환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지난 3일 아침 출근길, 검찰이 이상득 전 의원을 공개 소환하며 사실상 구속영장 청구 수순에 들어갔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저축은행 로비 연루와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핵심 혐의뿐 아니라 그동안 이상득 전 의원을 둘러싸고 제기됐던 각종 의혹들도 규명한다는 방침이라고 합니다.

정권 말이면 구태의연히 반복되는 자동재생 뉴스에 더 이상 놀랍지도 않습니다. 우리 정치의 역사를 보면 대통령의 친인척들은 늘 비리와 의혹의 한가운데에서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좌절시키는 악역을 담당하곤 했기 때문입니다.

과거 정권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씨도 비리와 의혹에 있어서만큼은 자유롭지 못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들 역시 비리에 연루돼 사회적 지탄을 받아야 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는 '소통령'으로 불리며 정권말을 격랑으로 내몰았고, 노태우, 전두환 전 대통령은 처사촌에 형, 동생, 처남까지 그야말로 온 집안이 비리에 연루되는 추악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자녀이자, 박근혜 의원의 동생들도 서민들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행보를 걸어왔습니다. 동생 근령씨의 남편은 육영재단 등의 문제로 박근혜 의원과 날선 공방을 벌이다가 징역형을 선고 받았고, 지금은 사업체를 운영하는 막내동생 지만씨는 과거 마약 투약 등 방황을 거듭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 친인척 비리를 보노라면 지난 60년 우리 현대사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낯선 외래어일 뿐입니다. 정말 대통령의 친인척이 되면 그들의 삶이 '로또 복권'에 당첨된 것처럼 하루아침에 뒤바뀌는 것일까요?

선거 때면 자신들이 서민이라고 외치던 사람들이 정권 말이면 수십 억은 기본으로 챙기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현실이 이해하기 어려울 뿐입니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2012년 대선에서 선출된 대통령의 가족들도 비리에 연루되면 이민을 가겠다"는 후배의 술자리 농담이 농담으로만 그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진짜 서민 가족은 어디 없을까

 김두관 경상남도지사가 2일 오전 경남도청 별관 대강당에서 열린 직원조회 때 훈시를 한 뒤, 이날 특강하러 온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으로부터 '세한도'가 그려진 부채를 받고 펼쳐 보이고 있다.
 김두관 경상남도지사가 2일 오전 경남도청 별관 대강당에서 열린 직원조회 때 훈시를 한 뒤, 이날 특강하러 온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으로부터 '세한도'가 그려진 부채를 받고 펼쳐 보이고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그런 점에서 지난주 애써 찾아간 서울 대림시장 뒷골목 생선좌판은 "우리나라 정치가 지긋지긋한 친인척 비리의 굴레를 벗어날 수도 있겠다"라는 희망을 주기에 충분한 곳이었습니다.

이상득 전 의원에 대한 검찰 소환이 임박한 지난 6월 27일, 오랜만에 회사에 월차를 내고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무작정 '대림시장'을 검색해 봤습니다.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자신의 자서전 <아래에서부터>에서 말한 "40년 동안 대림시장에서 생선 장사를 해온" 누님을 찾아보고 싶다는 호기심 때문이었습니다.

대림시장이 두 곳이나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처음에 찾은 곳은 은평구 응암동에 있는 대림시장, 감자탕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하지만 "김두관 지사 누나가 생선 장사를 한다는데 혹시 어딘지 아시냐?"는 막연하고 뜬금없는 질문에 주변 상인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고 어떤 상인은 "아니, 세상에 도지사 누나가 왜 생선장사를 하겠어? 하다못해 공무원 누나도 이 동네에선 어깨 펴고 다니는 세상인데…"라며 면박을 줬습니다.

30분여를 수소문하고 다녀도 아는 이가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번지수를 잘못 찾은 거 같아 감자국 한 그릇을 먹고 또 다른 대림시장을 찾았습니다.

영등포구 대림시장. 역사가 제법 오래된 전통시장인데 의외로 한산했습니다. 여기저기 문 닫은 가게들이 많고 곳곳에 8월 말이면 시장이 폐쇄된다는 소식이 붙어 있었습니다. 시장 없어지고 대학병원이 들어선다고 합니다. 이번에도 실패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손님도 없고 휑한 시장에서 '현역 도지사의 누나가 생선을 판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아껴둔 월차를 무리해서 낸 만큼 용기를 내 주변 상인에게 물었습니다.

"저, 죄송한데 여기에서 김두관 경남도지사 누나가 생선 장사를 하신다는데 혹시 어딘지 아세요?"
"누구? 도지사 누나? 이 사람이 뭘 잘못 잡쉈나. 예끼, 어느 도지사가 제 누나가 시장서 장사한다는데 그냥 놔둬. 그게 나쁜 놈이지. 내가 도지사면 하다못해 번듯한 상회라도 하나 내줬겠다."(상인 1)
"여보슈. 아무리 정치하는 사람들이 서민, 서민 해도 그 서민이라는 게 한 30평대 아파트 정도에는 살고 고급차 한 대는 굴리는 게 서민 아녀? 우리 시장에는 그런 사람 없으니까 딴 데 가서 알아 보슈. 참 웃기지도 않네. 도지사 누나는 무슨."(상인 2)

상인들의 대답은 냉담했습니다. 아니, 조롱에 가까웠습니다. 하긴 요즘 같은 세상에 도지사 누나가 생선 장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웃기기는 합니다. 동네 이장 하는 친척만 있어도 어깨 펴고 사는 게 시골이고, 아파트 부녀회장 친척이면 방문객 주차도 일사천리 되는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몇몇 상인들께 "김두관 경남도지사의 누나를 아시냐?"고 묻기를 10분여 허리가 다 굽은 할머니 한 분이 손가락 끝으로 '남해생선'이라는 간판을 가리키며 한마디 거드십니다.

"저 집인데 워낙에 동생 자랑을 안 하고 다녀서 웬만한 시장 사람들은 물러. 나도 언제여 그 도지사 되고 나서 한참 뒤에 알았어."

대림시장에서 야채장사를 30년 넘게 해왔다는 할머니가 아니었으면 돌아서야 했을 길입니다. 김 지사의 누나가 40년 정도 생선 장사를 해왔다고 하니 장사로는 아마 이 할머니보다는 10년 선배쯤 되시나 봅니다.

낡은 선풍기 돌아가는 시장 좌판에서 만난 대선주자의 가족

김두관 경남도지사의 누나 분홍색 앞치마, 낡은 선풍기, 그리고 비릿한 생선냄새. 우리네 어머니와 많이 닮아 있다.
▲ 김두관 경남도지사의 누나 분홍색 앞치마, 낡은 선풍기, 그리고 비릿한 생선냄새. 우리네 어머니와 많이 닮아 있다.
ⓒ 이재승

관련사진보기

낡은 선풍기가 한낮의 더위를 식히고 있는 남해생선 앞에 설레는 마음으로 서자, 김 지사의 누나로 보이는 60대 아주머니가 약한 경상도 사투리가 섞인 서울말로 손님맞이를 합니다.

"어서 오세요. 뭐 드릴까요? 오늘 고등어도 물 좋고, 오징어도 국 끓여 드시기에 딱 좋은데…. 두 분이 사시면 고등어자반이 저렴하니 맛나고 좋죠."

오랜 생활에서 배어나온 눈썰미와 어투로 제 앞에 고등어와 오징어를 '툭' 내려놓으시더니 고르라고 하십니다. 생선을 사러 온 것이 아니라 김두관 지사의 <아래에서부터>를 읽고 정말 누나가 생선 장사를 하는지 궁금해 찾아온 사람이라고 하니 이내 "나는 정치도 잘 모르는 생선장사고, 그저 우리 두관이 동생이 잘 됐으면 싶은 누나예요. 내가 뭘 알아야 말을 하지"라며 극구 인터뷰를 사양하십니다.

자초지종을 설명 드리고 그냥 대화나 좀 하자면서 10분여 실랑이를 한 끝에 김두관 지사의 가족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남해생선 사장님이자 김두관 경남도지사의 누나 김길자(69)씨는 김 지사와는 14살 차이가 난다고 했습니다. 분홍색 앞치마를 입은 후덕한 인상의 그녀는 김두관 지사가 7살 때 결혼해 출가한 이후로 40년 동안 이곳 대림시장에서 생선 장사를 해왔다고 합니다.

"제 고향이 바닷가 남해고 어려서부터 시집오기까지 늘 보고 자란 게 생선 아니겠어요. 그러니 시집 와서도 자연스럽게 생선 장사를 시작하게 됐죠. 우리 딸이 43살이니까 이제 딱 40년 했나보네. 그런데 이제 그나마도 8월말이면 문을 닫아야 해요. 여기 시장이 없어지고 큰 대학병원이 들어선다고 하더라고요."

40년간 한자리를 지키며 비린내 가득한 시장 좌판을 지켜온 그녀에게 대림시장을 떠나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시장을 떠나면 당장 삶의 터전을 잃게 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화제를 전환해 김두관 도지사 이야기를 물었습니다.

"우리 두관이 동생이 대통령 선거 앞두고 요즘 여기저기에서 말들을 많이 듣나 봐요. 말은 안 해도 TV나 신문에서 동생 이야기 나오면 누나인데 신경이 쓰이지요. 그 동생이 어려서부터 사람을 참 좋아하고, 물길을 거슬러 오르는 스타일이라 어려서부터 신경이 많이 쓰였어요. 70~80년대 민주화운동 하다가 청주에서 잡혀 옥살이도 하고 했거든요.

그래도 자기는 옳은 길이면 가야한다고 하는데 그걸 누가 말리겠어요. 근본이 남에게 피해주기 싫어하고 자신의 길 묵묵히 가는 스타일이라 김 지사 집사람 마음고생이 더 심하겠지요."

시장 사람들이 김 지사의 누나라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하자, 남들한테 알리고 싶지도 않고 알려서 동생한테도 자신한테도 도움이 안 되는데 알릴 이유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남들은 동생이 도지사면 호의호식하며 살겠다고 하지만 사실 우리 가족들의 삶은 바뀐 게 없어요. 두관이 동생이 군수, 도지사 한다고 조카나 가족들 도와주거나 뒤 봐주고 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우리 가족들은 다 자기 삶은 자기가 알아서 살아요."

6남매(1녀 5남) 가운데 맞이인 그녀의 말을 빌리면, 큰동생은 강원도에서 광부 하다가 독일 광부로 13년인가 살다가 돌아와서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고 있고, 둘째 동생은 평범한 직장 다니고, 셋째 동생은 중동에서 일해서 번 돈으로 동생들을 가르쳤다고 합니다.

넷째 동생인 김두관 지사도 가난 탓에 대학 다니는 내내 아르바이트를 했고, 막내동생인 김두수 전 민주당 사무총장도 대학 때부터 민주화 운동하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합니다. 막내 김두수 전 민주당 사무총장을 빼면 말 그대로 우리네와 별반 다를 것 없는 가족의 모습입니다.

진짜 서민 대통령, 진짜 서민 친인척이 필요한 대한민국

대림시장 한켠의 '남해생선' 전경 대림시장 좌판에서 생선 장사를 하는 김두관 경남도지사의 누나. 대림시장은 올해 8월말에 재개발로 문을 닫는다고 한다.
▲ 대림시장 한켠의 '남해생선' 전경 대림시장 좌판에서 생선 장사를 하는 김두관 경남도지사의 누나. 대림시장은 올해 8월말에 재개발로 문을 닫는다고 한다.
ⓒ 이재승

관련사진보기


그 때문인지 김두관 지사는 3일 서울 용산 청소년 수련관에서 열린 '한국청년연맹 발기인대회 및 김두관과 함께하는 토크쇼' 행사에서 "2개월 전 쯤 김두수(김 지사의 친동생, 전 민주당 사무총장)는 이상득보다 더할 사람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내가 그걸 간파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국정을 맡게 되면 동생을 탄자니아 대사로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지사의 발언은 최근 가족·측근 비리로 몸살을 앓는 이명박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또, 그만큼 가족들이 살아온 삶의 궤적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 있는 표현인지도 모릅니다.

그녀는 동생이 바빠져서 이제는 얼굴 보는 일도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누나의 모습에 동생이 혹여나 측은지심이 들어 다른 마음이 들지 몰라 전화도 자주 안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지난 창원 출판기념회 때는 동생 얼굴이 보고 싶어 열일 제쳐두고 당일치기로 창원에 다녀왔다고 합니다. 그나마도 멀찌감치 떨어져 얼굴만 보고 왔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애틋한 동생이 대선에 출마하는데 바라는 점이 있느냐는 말에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습니다.

"우리 같은 서민들 안 힘들게 해주면 그게 제일이지요. 국민들이 평안하게 살면 그거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겠어요. 유별난 것이 없는 집에서 인물이 났으니 가족들이야 돕고 싶지만, 또 유별난 재주가 있는 사람들도 없어서 그냥 묵묵히 자기 삶을 살면서 마음으로 응원할 뿐이지요. 부디 동생의 진심이 통하길 바랄 뿐이에요. 바쁜 와중에 몸 안 상하게 밥 잘 챙겨 먹고 다녔으면 좋겠고요."

너무 오랜 시간을 앉아 장사를 방해할 수 없어 일어서려는데 시장 엿장수가 익숙하게 그녀에게 엿가락을 건네자 크게 한 토막을 잘라서 저한테 내밀었습니다. 무더위에 찾아온 손님한테 물 한잔 건네기에도 민망한 시장 좌판이라며 내내 미안해 한 그녀가 내민 엿가락의 단 기운이 아직도 혀끝에 맴돕니다.

그건 어쩌면 진짜 서민의 삶을 살아온 김두관 도지사가 이번 대선행보에서 보여줄 야권의 달콤한 미래일지도 모릅니다. 해남 땅끝마을에서 출마선언을 한다는 그의 아래에서부터의 행보가 서민을 위한 정치를 바라는 국민들의 마음 깊은 심연까지 다다르길 기대해볼 뿐입니다.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