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준지 만화 원작의 애니메이션 <공포의 물고기>(2012)가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된다.

이토준지 만화 원작의 애니메이션 <공포의 물고기>(2012)가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된다. ⓒ 아니메문고


보는 것만으로도 냄새가 날 것 같은 영화가 있다. 이토준지 만화 <공포의 물고기>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애니메이션이다. 국내에서는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다. 

<공포의 물고기>(감독 히라오 다카유키)는 이토준지 만화 중 처음으로 애니메이션화된 작품이다. 다리가 달리고 시체 썩는 냄새를 풍기는 괴 물고기의 출현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괴 생명체들은 바이러스로 사람을 공격, 입과 항문에 호스를 연결해 몸에서 나온 가스를 동력으로 삼는다. 결국 전 세계 생명체들이 몸을 잠식당한 채 불온한 공기 속에 종말로 치닫는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다.

괴기만화가 이토준지의 발상답지만, <공포의 물고기>는 그중 보기 편안한(?) 작품이다. 그의 장기인 신체 절단과 훼손 장면이 별로 없기 때문. 만화가가 되기 전까지 치과기공사였던 그가 매일 '이빨'을 보며 무슨 상상을 했을까 싶게, 이토준지는 사람의 신체에 대한 뒤틀린 묘사에 능했다. 예를 들어, <소용돌이>에서는 사람의 몸이 소용돌이 모양으로 둥글게 말리고, <토미에>에서는 어여쁜 여주인공의 절단된 몸에서 다시 머리가 주렁주렁 자라난다.

듣기만 해도 끔찍한 그림을 이토준지는 아주 세밀하고 촘촘한 선으로 그려낸다. 상상은 해보지만 실제로 보지 못했거나, 혹은 숨기고픈 이미지에의 욕망을 선 하나하나로 표현한다.

마치 흠잡을 수 없이 아름다운 미녀도 사실은 무성한 코털과 미세한 주름, 구불구불한 장기들로 채워져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짜릿함을 느낄 수도 있다. 아무리 예쁜 얼굴도 있는 그대로의 주름과 모공, 그림자를 모두 그려 넣으면 상당히 추한 그림이 되는 것처럼 이토준지의 작품에서는 아름다움과 추함이 공존한다. 그의 그림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금기를 넘어선 표현은 공포라기보다 희열에 가깝다.

 이토준지 만화 원작의 애니메이션 <공포의 물고기>(2012)가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된다.

이토준지 만화 원작의 애니메이션 <공포의 물고기>(2012)가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된다. ⓒ 아니메문고


하지만 이 특징은 애니메이션화를 어렵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이토준지의 만화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공정 상 그 모든 선을 다 그려 넣을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공포의 물고기> 역시 그 촘촘한 묘사를 따라가지 못한다. 괴 생명체는 3D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됐다. 본래 OVA(Original Video Animation)로만 만들어졌기에, 작화의 퀄리티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원작 만화의 설정도 조금 바뀌기는 했지만, 이토준지의 세계를 움직이는 그림으로 본다는 것 정도는 의미가 있다. 내 주변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괴물이 되어가는 비극 속에서도 진실을 감추고 부인하는 정부의 대처는 낯설지 않은 대목이다. 무엇보다 만화책으로만 만족하던 극적인 추함이 큰 스크린에서 컬러풀하게 펼쳐지는 걸 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다. 물론 호불호가 분명하므로 취향에 따르는 것이 좋다. 해산물을 좋아한다면 고민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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