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철이 되면 철에 따라서 여러 가지 꽃이 피어납니다. 집 주변에 무심코 심은 꽃들은 누가 뭐라고 말하지 않아도 때에 맞춰서 꽃이 피고, 열매를 맺습니다. 아무 말 없이 피고 지는 꽃을 그냥 두기 아까운 마음에 사진을 찍고 그 꽃들이 집 주변에 오게 된 배경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일본 간사이 지역에 있는 시가켄입니다. 시가켄은 한 가운데 비와코 호수가 있고 주변에 사람들이 삽니다. 비와코 호수의 수면은 해발 85미터 정도입니다. 시가켄도 지역에 따라서 다르지만 남쪽은 12월 하순 서리가 내리고, 1월 중순 무렵 눈이 내립니다. 밤에 내린 눈은 거의 오전 중에 녹아 없어집니다.

1. 감자 꽃

 감자 꽃
 감자 꽃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시들어가는 감자 꽃입니다. 우리 집과 이웃집 사이에 자동차 두 대 정도 놓을 땅이 있습니다. 땅 밑으로는 여러 가지 배관이 지나갑니다. 이 땅 구석에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두었다가 봄철과 가을철 씨를 뿌릴 때 썩은 음식물 쓰레기를 땅을 파서 묻고 씨를 뿌립니다.

그런데 음식물 쓰레기 가운데 버려졌던 감자 껍질에서 감자 싹이 나고, 자라서 꽃을 피웠습니다. 감자 싹의 생명력, 자연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감자꽃은 감자 색깔에 따라서 꽃 색깔도 다릅니다. 감자꽃은 흰색, 빨강색, 보라색들이 있습니다.  

2. 갓 꽃

  갓 꽃
 갓 꽃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우리 집과 이웃집 사이 빈 땅에 재작년 11월 갓씨를 뿌린 적이 있는데 그 씨가 자라서 꽃이 피고, 다시 그 씨가 땅에 떨어져서 싹이 나고 꽃이 피었습니다. 노란꽃이 보잘 것 없지만 씨로서는 확실한 기능을 하고 있나봅니다. 꽃 사진 아래로는 씨가 맺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갓씨가 잘자라고, 꽃이 잘 피기 때문에 벌을 키워서 꿀을 따는 사람들은 벌통 주변이나 볕이 잘드는 냇가 언덕에 가을 갓씨를 뿌려두기도 합니다.

3. 패랭이꽃

  패랭이꽃
 패랭이꽃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몇 년 전 미호 미술관에서 얻어다 심었는데 죽지도 않고 꼭 때가 되면 꽃이 핍니다. 이것으로 보아 여러해살이 풀입니다. 대나무란 뜻의 석죽(石竹) 또는 산죽(山竹)이라도 합니다. 생명력이 강하고, 줄기가 대나무처럼 마디가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 같습니다. 한들한들하여 금방 바람에 날아갈 듯 하지만 생명력은 질깁니다.

4. 섬기린초

  섬기린초
 섬기린초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4년 전 한국에서 꽃을 키워서 파는 친구에게서 얻어다 심은 한국 울릉도 원산 섬기린초입니다. 생활력이 강하여 그냥 줄기를 꺾어다 땅에 심어도 잘 자랍니다. 그동안 한 번도 꽃이 핀 적이 없는데 올 처음으로 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5. 라벤더

  라벤더
 라벤더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처음 작은 묘목을 사다가 심었는데 잘 자랍니다. 너무 잘 자라서 주변으로 넓게 퍼집니다.  향기가 강해서 멀리까지 향기가 납니다. 겨울에도 푸른 잎 그대로 이지만 꽃은 역시 따뜻한 봄부터 피기 시작합니다.

6. 고수풀꽃

  고수 풀 꽃
 고수 풀 꽃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씨를 사서 심었습니다. 고수풀은 우리나라 전라북도 고창 선운사 입구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주로 절에서 많이 재배합니다. 월남국수를 먹을 때 국수 위에 나오는 야채입니다. 미나리과의 한해살이풀로 호유실, 빈대풀, 호수(胡荽), 향유(香荽·coriander)라고도 합니다. 중국 사람들은 향채(香菜)라고 하며 샐러드로 해서 먹습니다. 씨는 둥글고 흰색입니다.

7. 머위

  머위
 머위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머위잎입니다. 봄에 뿌리를 사다가 심었습니다. 머위꽃은 잎이 자라기 전에 핍니다. 주로 담장 아래나 나무 그늘에서 잘 자랍니다. 어린잎은 나물로 먹지만 여름철에는 잎은 버리고 잎이 달린 대를 삶아서 껍질을 벗겨서 먹습니다. 머위와 비슷하지만 색깔이 진한 머위는 화초용으로 독이 있습니다

8. 은방울 꽃

  은방울 꽃
 은방울 꽃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은방울꽃은 백합과 여러해살이풀입니다. 봄이 되면 잎이 올라오고, 꽃대가 올라와서 꽃대에 작고 흰 꽃이 방울처럼 매달려서 핍니다. 꽃이 잎 사이에 있어서 꽃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사진 가운데 꽃이 지고 열매가 꽃처럼 매달려 있습니다. 성경에서 골짝에 핀 백합(lily of the valley)은 은방울꽃을 말한다고 합니다. 가을이 되면 잎이 마르고 시듭니다. 보통 초롱꽃, 초옥령, 녹령초, 녹제초, 영란, 군영초, 향수화들로도 불립니다.

9. 캐모마일꽃

  카모밀 꽃
 카모밀 꽃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국화과에 속하는 카모밀입니다. 씨를 한 번 뿌려두면 꽃이 피고 씨가 생기고, 씨가 땅이나 화분에 떨어져서 다시 자랍니다. 꽃을 따서 말렸다가 뜨거운 물에 서너 개 정도 띄우면 향기가 우러납니다. 그냥 막 딴 꽃잎과 꽃에 뜨거운 물을 부어놓아도 향이 납니다. 꽃이 핀 뒤 3~4일 지나서 오전 중에 꽃 땄을 때 가장 향기가 강하다고 합니다. 

10. 양하

  양하
 양하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양하(蘘荷)잎입니다. 주로 전라도나 따뜻한 곳에서 잘 자랍니다. 생강과에 속합니다. 가을이 되면 잎이 마르고 시듭니다. 봄이 되면 잎이 자라고 가을철 땅에서 손가락 굵기로 양하가 올라옵니다. 땅에 서 캔 양하는 가지와 함께 데쳐서 나물을 만들어서 먹습니다. 지역에 따라서 양애간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봄철 뿌리를 옮겨다 심으면 잎이 자라고 땅 속으로 퍼져서 잎이 올라옵니다.

11. 블루베리 꽃

  블루베리 꽃
 블루베리 꽃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블루베리는 넝쿨로 자랍니다. 봄에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기 시작합니다. 오랜 전 묘목을 사다가 심었습니다. 관리가 부실해서인지 열매를 보기가 힘듭니다. 열매가 익어서 땅에 떨어지기 전에 따야합니다. 일본 산이나 들에는 산딸기가 많습니다. 이것은 곰이 좋아하는 먹이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산딸기나무보다 작고 거의 땅에 붙어있습니다. 

12. 호박꽃

  호박 꽃
 호박 꽃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이 꽃은 아침에 활짝 펼쳐질 것 같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썩혀서 땅에 버렸는데 심지도 않은 호박이 자라서 호박꽃이 피었습니다. 호박꽃은 암꽃과 수꽃이 있습니다. 호박넝쿨에 암꽃은 그다지 보이지 않고 수꽃만 달려있습니다.
  
사람들은 꽃을 심고 가꿉니다. 꽃처럼 아름다워지려는 마을에서 일까요? 아니면 꽃처럼 향기로워지고 싶어서 일까요? 아니면 인간의 아름답지 못한 마을을 꽃으로 가리거나 위장하려는 마을에서일까요? 꽃이 있어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오늘도 꽃들은 유혹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박현국(朴炫國) 기자는 류코쿠(Ryukoku, 龍谷) 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태그:#꽃, #감자꽃, #호박꽃, #카모밀 꽃, #고수풀 꽃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