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주말드라마 <닥터 진>에서 주인공 진혁을 맡은 배우 송승헌
아래 왼쪽은 이하응 역을 맡은 배우 이범수

MBC 주말드라마 <닥터 진>에서 주인공 진혁을 맡은 배우 송승헌 아래 왼쪽은 이하응 역을 맡은 배우 이범수 ⓒ MBC


대한민국 대표 꽃미남 송승헌, 장동건의 최대 적수는 다름 아닌 서수민PD였다.

그리고 <신사의 품격>(SBS)은 지난 24일 드디어 시청률 20.3%를 기록, <개그콘서트>(KBS)를 재치고 동시간대 1위를 거머쥐었다. 거기다 자체 시청률 1위에 OST로 음반 시장까지 두루두루 섭렵하고 있으니 겹경사다. 앞으로는 제작진의 전작 <시크릿 가든>을 넘어설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반면 <닥터 진>은 순위 경쟁에 쉬이 끼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진혁(송승헌)의 조선 구하기도 중요하지만 <닥터 진> 시청률 올리기 처방이 더 시급해 보인다.

타임슬립의 힘을 보여줘!

2012년도 들어 드라마의 성공 키워드는 단연 '타임슬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SBS <옥탑방 왕세자>가 그랬고, 케이블에서는 tvN <인연왕후의 왕자>가 인기가두를 달렸다. 다른 게 있다면, 두 드라마는 과거 인물들이 현재로 타임슬립을 했고 <닥터 진>은 현재 인물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갔다는 차이가 있다.

 2012년 드라마 대표 키워드는 단연 '타임슬립'

2012년 드라마 대표 키워드는 단연 '타임슬립' ⓒ SBS, MBC, tvN


타임슬립은 한 드라마에서 여러 시대 이야기를 보여주는 매력이 있다. 이는 기존 한 시대만을 다뤄야 하는 드라마의 단점인 지루함과 진부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 기존 역사를 비트는 것만으로도 시청자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최고의 장치다. 하지만 <닥터 진>에겐 양날의 검이 돼 버렸다. 과거의 인물들은 현재에 왔을 때는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인물들은 시청자에게 공감 아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신선함을 매력으로. 하지만 우리의 진혁은 공부 꽤나 했다는 의대생이었기에 적응력까지 좋았던 걸까. 조선의 역사를 다 꽤는 것은 물론 자신의 의술을 조선에 펼치는데 여념이 없다. 게다가 사랑까지 쟁취해야 하니 바빠도 너무 바쁘다. 진혁이 조선 시대를 이해하는 모습이라든지, 현대와 혼란을 겪는 모습은 1화 이후로는 찾아볼 수 없다.

원작을 잊게 만들어줘!

<닥터 진>은 일본 만화<타임슬립 닥터 진> 판권을 사들여 한국정서에 맞게 각색한 드라마다. 원작과 비교는 <닥터 진>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원작의 '미나가타 진'은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을 돌보며 고민에 빠진다. 일본 최대의 격동기라 할 수 있는 막부말로 타임슬립을 한 닥터 진. 그가 돌보는 환자들은 '사카모토 료마'와 같이 역사를 뒤흔드는 인물들이 대다수다. 그 덕에 그는 자신의 의술이 역사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캐릭터로 발돋움한다.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세상이 될까?'라는 질문과 함께 섬세하게 묘사되는 의료장면은 일본이 의료강국이란 점을 세삼 깨닫게 해준다.

그에 반해 MBC <닥터 진>은 의료와 타임슬립이란 굵직한 소재를 활용 못하고, 사건 위주로 스토리를 진행해 극의 집중도가 떨어진다. 역병이 창궐한 토막촌을 일순간 잿더미로 만들어버리고, 한 회 만에 훌쩍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 김병희와 진혁이 웃으며 인사하는 장면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진혁이 아무리 조선시대를 이해하지 못했다 한들 토막촌에 불을 지르라는 명령을 내린 사람이 김병희라는 사실을 모른다는 건 사건을 전개하기 위한 억지 전제라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

 역병이 창궐한 토막촌을 불지르는 관원들

역병이 창궐한 토막촌을 불지르는 관원들 ⓒ MBC


일본 원작 만화와 드라마를 똑같이 재현할 수도, 재현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처음부터 각색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면 한국판 <닥터 진>만의 매력이 있어야 할 텐데 아직까진 그 매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한국 대표 꽃미남! 하지만 이야기는….

'눈이 즐겁다'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 아닐까? <신품> F4에게도 밀리지 않을 매력남들이 넘치는 <닥터 진>이다. 송승헌, 김재중(JYJ), 이범수 조합이 여성시청자들로 하여금 한 주의 피로를 잊게 해준다. 조금 아쉬운 건 송승헌의 연기다. <마이 프린세스>가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송승헌은 <마프>에서 외교관 '박해영'역할을 맡아 연기력 논란을 벗었다는 평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연기력까지 타임슬립 해 버린 걸까. 흥선대원군이라는 희대의 인물과 개화기라는 격변의 시간을 앞둔 '진혁'에게서 시대적 사명이란 쉬이 느껴지지 않는다. 현대에 두고 온 연인에 대한 그리움으로 고난하는 시간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자신의 등장으로 혹여 역사를 바꿀까 걱정하는 지식인의 고뇌는 시청자가 느낄 만큼 깊이 있게 다뤄지지 않고 있다.

21세기에 혼수상태로 남아있는 '민아'(박민영)와 '홍영래'(박민영) 사이에서 오는 갈등에 극이 집중 된 것 같아 안타깝다. 거기가 원작에는 없는 '김경탁'(김재중)까지 합세했으니 그야 말로 대한민국 멜로의 정석, 삼각관계 필요충분조건을 다 갖춘 샘이다. 애정전선 없는 대한민국 드라마는 용서하지 않겠다는 필승전략인 것일까. 거기다 '춘홍'(이소연)까지 합세 하면 영락없는 사각관계 성립이다. 애정전선 자체가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조선으로 떠난 대한민국 의사'라는 매력적인 설정을 십분 발휘하지 못하는 부분이 안타까워서 하는 말이다. 오히려 여인인 영래가 부조리한 세상에 맞서 분노하는 모습에서 극의 고조가 느껴진다.

 영래(박민영)과 소위 '청진기 연애'로 달달한 시간은 보내는 진혁(송승헌)

영래(박민영)과 소위 '청진기 연애'로 달달한 시간은 보내는 진혁(송승헌) ⓒ MBC


현재 <닥터 진>은 20부작으로 기획된 가운데 딱 절반의 시간을 자나왔다. 회차가 거듭 할수록 인물들 간의 이해관계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러브라인도 본격가동 태세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나 주인공 진혁의 내적 갈등과 의료 활동이 깊이를 더하지 못하면 시청률 제자리걸음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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