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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광양의 한 SNS 전문가는 오늘도 책상에 앉자마자 페이스북에 접속해 상단에 있는 메뉴 '새 메시지 보내기'를 클릭했다. 그리고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페이스북의 창업자인 마크 주커버그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대전 광양.'

충청도 지명도 아닌, 그렇다고 전라도 지역명도 아닌, 국내에는 없는 정체불명의 지명이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가입자 9억 명을 보유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버젓이 등재된 지명이라면?

전남 일부 지역의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내 정보'의 거주지 앞에는 어김없이 '대전'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대'한민국 '전'라남도의 약칭으로 '대전'이라고 했다면 모든 전남의 지명에 '대전'이 붙어야 하는데, 지역마다 표기도 다르니 단순오류라고 하기엔 석연치 않다.
 전남 일부 지역의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내 정보'의 거주지 앞에는 어김없이 '대전'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대'한민국 '전'라남도의 약칭으로 '대전'이라고 했다면 모든 전남의 지명에 '대전'이 붙어야 하는데, 지역마다 표기도 다르니 단순오류라고 하기엔 석연치 않다.
ⓒ 페이스북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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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광양, 대전 순천, 대전 함평, 대전 완도, 대전 보성, 대전 고흥, 대전 목포, 대전 화순, 대전 무안, 대전 함평, 대전 해남...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전남 지역 일부 이용자들은 언제부터인가 자신이 사는 지역(프로필 내 정보 내의 거주지 정보) 앞에 '대전'이 붙는 어색한 경험을 했으리라. 전남 일부 지역의 지명이 잘못 표기되는 페이스북의 오류다.

대전광역시 구청 이름도 아닌데... 이게 뭐람

광양에 사는 김영균씨는 매일 접하는 페이스북의 자기 주소지가 다른 지역으로 표기돼 항상 기분이 좋지 않았다. '전남 광양'이 '대전 광양'으로 표기돼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대'한민국 '전'라남도의 약칭으로 '대전'이라고 표기한 것으로 단순 이해했지만, 정상적으로 표시가 되는 여수, 장성, 장흥, 영광, 진도, 담양, 강진 등을 사례를 보면 또 그것도 아니었다. 도대체 언제부터 왜 이렇게 잘못 표기돼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지역 이용자 중 누군가가 항의하면 언젠가는 수정되리라 기다려 봤지만, 바뀔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알면서 외면하는 건지, 페이스북 '담벼락' 사용법을 몰라서 이러는 건지, 답답한 노릇이었다. 알고 보니 다른 지역 지명에도 오류가 있었다. 

참다못한 김씨는 지난 4월, 페이스북 신고센터에 정식 수정 요청을 보냈다. 담벼락 관련 문제 신고센터에 주소지 정정을 정식 의뢰한 후 페이스북의 발 빠른 대처를 내심 기대했다. 하지만 페이스북 측은 묵묵부답이었다.

페이스북 신고센터에 접수한 지역명 표기오류 수정요청 화면
 페이스북 신고센터에 접수한 지역명 표기오류 수정요청 화면
ⓒ 김영균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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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대명사인 페이스북의 소통 정신은 기대 이하였다. 아, 왜 페이스북에는 '좋아요' 버튼밖에 없는가. 정말이지 이럴땐 '답답하다' '장난하냐?' '안타깝다' '수준 이하' 같은 버튼이 있었으면 좋겠다. 

지역동호회 통해 공동 항의... 대답 없는 페이스북, 어찌하오리까

김씨는 지난 4월 말 페이스북 지역 동호회(페이스북 광양소셜리딩그룹)을 통해 정식 항의하기로 마음먹었다. 우선 회원들에게 이 사실을 공지해 이 문제를 공론화해 오류 수정에 공동 대응키로 했다. 이후 30여 명의 회원이 항의에 동참했고 댓글과 '좋아요'로 성원을 보냈다. 하지만 페이스북 이용자 9억 명 중 극히 일부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30여 명의 회원이 지역명 표기 수정요청에 동참했고 댓글과 '좋아요'로 성원했지만 역부족이었다.
 30여 명의 회원이 지역명 표기 수정요청에 동참했고 댓글과 '좋아요'로 성원했지만 역부족이었다.
ⓒ 김영균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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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한 컨설팅 업체가 개설한 페이스북 사용법 안내 페이지 '페이스북 길라잡이'에도 자문을 구했다.

"페이스북에서 거주지에 광양을 치면 '대전광양'으로 나오는 것을 수정하려고 하는데요... 잘 안 되네요. 공식적으로 28명의 광양 지역분들이 수정을 요청했는데도 아직 그대로입니다. 저희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도 꽤 그런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수정이) 가능한지 조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지만 '페이스북 길라잡이'도 "언젠가는 수정될 텐데...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상태"라며 답답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 김씨는 최후의 수단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인구 수로 따지면 13억 중국과 11억 인도에 이은 세계 3위의 거대 집단의 오너인 마크 주커버그에게 직접 오류수정을 원하는 메시지를 보내기로 작정했다. 이때가 지난 5월 초. 김씨는 바로 실행에 옮겼다.

"페이스북 개인 프로필에 나타나는 거주지와 출신지의 선택에 저희 지역이 다른 지역으로 나타나 수정을 부탁합니다. 한국 표기로는 '전남 광양시'로 표기 돼야 함에도 '대전 광양'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지속되기에 수정 의뢰를 합니다.

 광양지역 거주자들 중 페이스북을 활용하는 많은 분들이 '담벼락 관련 문제 신고센터'에 직접 수정을 요청했으나, 지금껏 묵묵부답이라 이렇게 다시 글을 올립니다.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모든 국민은 본인이 거주하는 지역을 제대로 알리고자 하는 욕구가 매우 강합니다. (한국의) 페이스북 활용도가 점점 늘어나는 현 시점에서 주소지가 명확히 표기돼야 페이스북 (전체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영문 메시지 번역)

페북 오너인 마크 주커버그에게 직접 보낸 메시지.
 페북 오너인 마크 주커버그에게 직접 보낸 메시지.
ⓒ 김영균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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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길라잡이 담당자가 올린 조언.
 페이스북 길라잡이 담당자가 올린 조언.
ⓒ 김영균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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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통의 이메일이 CEO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마침내 지난 25일 오전, 김씨는 본인의 프로필 수정 페이지에서 거주지 정보를 입력하는 순간 '광양'이라는 단어를 입력하자 연관지명에 '광양시'가 나타났다. 페이스북에 경각심을 주기 위해 꺼내 든 마지막 카드였는데, 기대하지 않던 결과로 이어지자 김씨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대로 승리하는가 싶었다. 하지만 지역 이름을 되찾았다는 기쁨도 잠시, 25일 오후, 다시 '광양'은 '대전 광양'으로 슬며시 바뀌어 있었다. 단순 시스템 오류였을까. 고객요구를 반영한 시험 수정판이었을까. 김씨와 동호회원들은 '혹시'라는 기대감으로 하루 종일 '내 정보'를 들락거렸지만 '역시나'였다.

인구 수로 따지면 13억 중국과 11억 인도에 이은 세계 3위의 거대기업에 문을 두드린지 2개월만에 오류 수정을 받아낸 쾌거였을까? 25일 오전 ‘대전광양’은 ‘광양시’로 바뀌었지만, 오후가 되자 슬며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인구 수로 따지면 13억 중국과 11억 인도에 이은 세계 3위의 거대기업에 문을 두드린지 2개월만에 오류 수정을 받아낸 쾌거였을까? 25일 오전 ‘대전광양’은 ‘광양시’로 바뀌었지만, 오후가 되자 슬며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 김영균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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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 CEO는 뭔가 다르겠지? 이대로 놔두면 아니되오

김씨도 다윗과 골리앗의 이 싸움이 적당히 해서는 안 될 일임을 잘 알고 있다.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형국이지만,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고 마음을 먹어서 그런지 오히려 사수의지는 굳건했다.

"비록 기록은 남기지 않았지만, 실제로 항의 서문을 작성해서 보내신 회원들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응원해 준 회원들의 노력을 여기서 멈출 순 없습니다. 특히나 고향에 대한 애착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이 문제를 하찮은 것이라 여기고 그냥 넘길 수 있을 수는 없습니다. 함께 노력해 결실을 맺으리라 믿으며, 계속 항의 메시지를 보낼 생각입니다.

한국지사 연락처조차 없는 페이스북, 말이 됩니까? 그야말로 소통의 대명사인 페이스북에 SNS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보여주겠습니다. 그래서 페이스북도 이 일을 계기로 한국에서 좀 더 책임감 있는 태도로 이용자들의 불편 해소에 적극 나서 주길 기대합니다. '대전 광양'이 '광양시'로 수정될 수 있는 확신이 있는데... 결코 외로운 싸움은 아니겠죠? "

6월26일 현재 '광양'으로 입력하면 연관단어가 '대전광양'과 '광양구'로 나온다. 이 두가지 지역명 이외에는 어느 지명도 기입할 수 없다.
 6월26일 현재 '광양'으로 입력하면 연관단어가 '대전광양'과 '광양구'로 나온다. 이 두가지 지역명 이외에는 어느 지명도 기입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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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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